<4·7 대격돌> ‘언더독’ 오세훈 필승 승부수

10년 공백 지우고 왕좌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10년의 공백은 없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확정됐다. 만약 오는 보궐선거에서 오 후보가 승리하면 무너지는 보수정당을 일으킨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고성준 기자

“우리 당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되면 안 후보 등과의 단일화와 본 선거에서 모두 이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다. 당내 경선, 단일화 승리 후 ‘오세훈 신드롬’이 고공행진이다. ‘언더독’으로 꼽히던 오 후보가 야권의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서 그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상승세
이변

오 후보는 지금까지 두 번의 이변을 보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시나리오다. 오 후보는 당초 본경선 전에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보다 뒤쳐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역시 야권의 단일화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로 확정되는 것을 최악의 대진표로 두고 준비해왔다.

당시 당내에서는 오 후보에 대한 비토 분위기도 높았다. ‘헛발질’에 가까웠던 그의 실언들 때문이다.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의 파일명에 포함된 소문자 알파벳 ‘v’가 문재인 대통령을 의미하는 ‘VIP’의 약자라고 주장해 조롱거리가 되는가 하면, 지역구민들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정치적 자질을 의심받았다. 10년 전 실패한 시장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여기에 한몫했다.

당내 의원들조차도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승리를 확신했다. 오 후보가 경선 탈락 소감문을 준비했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게다가 나 전 의원에게는 ‘여성 가산점 10%’까지 주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 후보는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 후보는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 41.64%의 득표율을 받아, 36.31%를 받은 나 전 의원을 앞섰다.

여성 가산점을 제한다면, 넉넉히 앞선 셈이다.

누구도 예상 못한 단일화 후보로
제1야당 택한 보수 지지층 결집

이후 오세훈 신드롬은 계속됐다. 오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며 낙승했다. 오 후보의 관록이 빛을 봤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는 비전 발표회와 TV토론에서 안 후보에게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와의 ‘양보 대첩’에서는 본인에게 불리한 무선전화 100%를 수용하는 담대함을 보였다.

오 후보의 승리에는 무엇보다 그의 입지 덕이 컸다. 그는 강경보수였던 나 전 의원보다 중도적이고, 안 대표보다 보수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이탈했던 민심을 사로잡기 좋은 위치였던 셈.

아울러 단일화 과정에서는 제1야당의 조직력과 김 위원장의 전략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가 제1야당 후보로서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특히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LH 사태’로 인한 정권 교체론은 그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오 후보는 보궐선거를 내년 정권 교체의 마지막 기회라며 야권의 결집을 호소했고, 민심은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줬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이에는 김 위원장의 탁월한 전략이 뒷받침됐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는 큰 당으로 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세로 밀어붙였다. 결국 보수 지지층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줬고, 중도·보수층은 조직력이 탄탄한 오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 

김종인 매직
이대로 승리?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오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대표의 승리는 당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제1야당의 간판을 걸고도 3석 정당에 밀린다면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 정국에서도 설 곳이 없다. 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당연히 김 위원장을 향한다. 안 대표가 이긴다면 당 체질 개선을 주도해온 비대위 체제가 막을 내리는 동시에, 김 위원장이 책임론을 면치 못했을 그림이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 과정 내내 안 대표 무시 전략을 취했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입당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 당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일관되게 안 후보를 무시하며, ‘안철수 대세론’을 차단했다. 이후 당내에서 안철수 영입론에 이어 합당론까지 제시되자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아예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단일화 과정 내내 둘의 거친 설전은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해 “정신이 이상한 사람” “토론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 “상왕(上王)” 등으로 높은 수위의 비난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김무성 전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은 단일화에 ‘걸림돌’이 된다며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보수 원로들의 성토에도 김 위원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장외에 있는 사람들 얘기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후 오 후보가 승리하자 판세가 바뀌었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전략이 아니었다면 제1야당 재건은 불가능했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야당으로
빅텐트?

김 위원장은 그제서야 그를 저격했던 사람들을 두고 “그런 사람들이 당을 맡아왔으니 당이 오늘날 이 꼴이 됐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을 벼뤘던 김 위원장의 완승이다.

대립각을 세웠던  원로들이 민망해진 꼴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오 후보의 승리를 두고 “김종인의 매직이라고 본다”며 “이번 선거뿐 아니라 차기 대선을 위해서는 국민의힘 중심의 선거여야 하고,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발현하기 위해서 오 후보가 돼야 하지 않냐는 컨센서스가 보수층에서 작동한 것 같다”고 밝혔다.
 

▲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김 위원장의 공로를 이유 삼아 일각에서는 재신임 여론도 제기된다. 애초 김 위원장은 오는 보궐선거 이후 직을 내려놓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당내 대표주자들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며 김 위원장 체제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권력욕이 있는 김 위원장이 또다시 선거 국면에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궐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 정국이다. 선거 직후 당을 떠나더라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과 맞물려, 다시 야권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오 후보를 단일후보로 만들고 나서 내가 국민의힘으로 와서 해야 하는 임무의 90%는 완성했다. 당선만 시키면 내 책무는 다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 후보의 승리로 인해 국민의힘은 대선 정국에서 야권의 중심축 역할을 유지할 전망이다. 당내 흘러나오는 가장 유력한 대선 승리 방안은 오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킨 뒤, 그를 중심으로 대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안철수·금태섭 합류
흥행에 내부에선 ‘축제’ 분위기

오 후보는 “윤석열, 김동연, 홍정욱, 금태섭 등 합리적 중도우파 인사들과 함께해 개혁우파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윤 전 총장뿐 아니라, 야권의 유력 주자들을 국민의힘 ‘빅텐트’에 모으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금 전 의원은 이미 오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전격 합류한 상태다.

제3지대 세력 중심으로 흘러갈 것 같았던 야권 재편 시나리오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 대표는 오 후보의 요청을 받고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선거 이후에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약속한 상태다.

야권의 구심력이 국민의힘으로 쏠리면서 장외에 있는 야권 대선 주자들이 국민의힘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권의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인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꼭 그렇게만 얘기하기 어렵다”며 “오 후보가 단일후보가 됨으로써 국민의힘의 강경보수 색채가 거의 없어진 것이고,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까지 한다면 중도 지향의 제3지대는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의 행보가) 제3지대냐, 국민의힘이냐는 호사가들이 하는 얘기”라며 “제3지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며 윤 전 총장의 제3지대론에 선을 그었다.

승승장구
정권교체?

만약 보궐선거에서 오 후보가 승리하면 내년 대선의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한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현재 오 후보는 55%의 지지율을 보이며, 36.5%의 지지율을 보인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한참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오 후보가 승리하면 보수정당의 전국 선거 4연패의 고리를 끊게 된다. 야권이 이 흥행을 몰아가면,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도 가능할 것이란 희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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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