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친 ‘반문연대’ 국민의힘은 어디로?

무시무시한 싸움닭들 뭉쳤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불협화음’과 ‘투트랙 전략’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제기된다.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당의 투쟁 노선에 대한 고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가 왜 거길 갔는지 잘 모르겠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상시국연대의 공동대표직을 수락한 것을 두고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비상시국연대는 범보수 단체로, 문재인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며 지난 10일 출범했다.

일단 조용
기싸움부터?

무소속 홍준표 의원, 국민통합연대 이재오 집행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연석회의에는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참석했고, 무소속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40여개의 보수 시민단체가 참석했다. 이들은 야권 대통합을 위해 내년부터 전국을 돌며 반정부 투쟁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의아스러운 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투톱을 이루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상시국연대의 공동대표직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정권이 조기 퇴진하고 폭정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데 범야권은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안다”며 “국민의힘도 해야 할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들은 ‘반문재인’이라는 연결고리로 모였다. 하지만 추구하는 투쟁 방식이 각기 다르다. 비상시국연대는 ‘집토끼(강성 지지층)’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다. ‘태극기부대’와 같은 극우 세력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외부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이들과 다시 연대하면 당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비상시국연대와 손을 잡은 것에 대해 비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에게 “극우세력과 연대해 분열,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국민의힘의 행보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친박·친이 비상시국연대
김부터 제거하고 문 겨냥?

김 비대위원장의 대답은 ‘중도’였다. 그는 지난 15일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데 대해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당내 반발을 고려해 사과 수위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그는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과문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보수정권이 집권할 당시 여당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짚었다.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민생과 경제에 힘쓰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지었다. 용서, 사과, 사죄, 반성과 같은 단어만 10여차례 반복했다. 이는 김 비대위원장의 단독 작품이었는데 취임 이후 꾸준히 공들여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원래 지난 9일에 대국민 사과를 하려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포기해야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뜻을 꺾지 않았다. 지금 아니면 영영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사과와 정치’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선거에 임박해 사과한다면 ‘쇼잉’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 게다가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난 후라 여당의 독주가 돋보일 때다. 야당의 ‘자성’으로 메시지 증폭 효과까지 노려볼만한 시점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 의도는 명백했다. 취임 이후 질릴 정도로 언급했던 ‘쇄신’이다.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기득권 세력을 잘라내고 ‘산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사과
물거품?

지난해 황교안 대표는 태극기 세력과 손잡았는데 강성 지지층만 바라봤던 당의 몰락은 처참했다. 이후 김 비대위원장은 이들과의 선을 확실히 긋고 외연확장에 힘써왔다. 전국 단위 선거 연속 4연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함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 이후 당내에선 찬사와 반발이 동시에 터졌다. 초·재선 의원들은 그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성찰은 새로운 시작의 첫 단추’란 내용의 지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과 기자회견에 동행했다.

중진 의원들 역시 김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됐던 4선의 박진 의원도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100%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비상시국연대 지도부의 입장은 결이 달랐다. 복당이 어려워져 지도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배알도 없는 야당”이라고 비난했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는 개인적 정치 욕망을 위장한 속임수”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결백을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에 반대하는 이들은 지지층의 분열을 우려한다. 그의 ‘좌클릭’에 대해 TK(대구·경북) 핵심 당원들의 반발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수도권 민심에만 매몰돼 이들을 ‘패싱’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답은 과거에 있다. 이들에게만 집중했을 당시 당은 어김없이 패했다. 이대로라면 다음 재보궐선거 역시 보나마나 국민의힘의 ‘필패’다. 국민의힘은 당 이름을 연이어 3번이나 바꾸며 쇄신을 외쳤지만, 비호감 이미지는 벗지 못했다.

장외 투쟁
과거 회귀?

10년간 야당 정치를 했던 민주당은 어땠을까.  정권을 뺏길 때마다 폐족 선언 등으로 끊임없이 처절하게 반성했다. 당명도 7번이나 바꾸며 과거와 절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이 민주당과의 전략 싸움에서 한참 밀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극우와의 절연. 말은 쉬워 보이지만 국민의힘 내부는 복잡하다. 어느 정당이나 강성 지지층의 뜻을 역행하는 것은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들만 바라볼수록 민심과 멀어지는 법이다. 국민들은 당이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이렇게 시끄러울 일이냐고 한다. 정부의 실정이 갈수록 심화되고, 여당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을 뽑지 않겠다는 중도층의 마음은 완고하다. 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내에서는 산토끼는 물론이고, 집토끼까지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성 지지층들은 반발하고 있고, 중도층은 국민의힘을 뽑지 않겠다고 한다. 집토끼마저 놓치면 선거에서 영영 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당내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지금 시점에서 강경 세력을 어느 정도 ‘보듬는 행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주 원내대표가 비상시국연대의 공동대표직을 맡은 것 역시 같은 맥락 아니냐는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산토끼를, 주 원내대표는 집토끼를 타깃으로 하는 ‘투트랙’ 그림이다.

하지만 정계에선 두 지도부의 다른 행보를 전략이 아닌 분열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주 원내대표의 ‘합류’로 강경 투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당내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전략’인가 ‘분열’인가
주호영 원내대표 노선은?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장 이들과 선을 그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이 할 일과 시민사회가 할 일은 따로 있다”며 “범야권연대 개념으로 투쟁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그분들은 그분들대로 하시고, 당은 당대로 할 일이 있다”며 당 차원의 공식 참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장외투쟁은 절대 안 할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대여 투쟁에 대한 국민의힘의 딜레마는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장외투쟁과는 선을 긋는 원내투쟁을 기본방침으로 해왔다. 하지만 여당의 개혁 입법 과정에서 의석 수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강성 지지층의 호소가 두각을 보였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반문연대는 국민의힘에 잠시 매력적일지 모른다. 집토끼들 사이에 있으니 결집된 느낌이 드는 데다 소위 말하는 ‘그림’도 된다. 하지만 당의 분열은 당연한 수순이다. 비대위 체제의 성과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당이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배경이다.

비대위 체제의 성패는 당장 내년 보궐선거의 흥망과 직결된다. 내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전선을 넓혀 보수가 결집해야 한다는 데 야권 내 이견이 없다. 하지만 투쟁 노선의 괴리감이 클수록 ‘동상이몽’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건 당연한 이치다.

동상이몽
노선 괴리

보수의 결집을 위해 필요한 건 전략과 합리적인 목소리다. 공당의 비대위가 중심이 되어 외연확장의 노선을 걷는 만큼, 야권은 정부 실정에 대한 대안 제시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투쟁보다는 부동산 정책과 같은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꼬집는 방식이다. 당내에서는 백신 수급, 부동산 대안 정책, 인사 청문회에서의 인사검증 등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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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