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고독한 생존가 이근

세계가 인정하는 ‘캡틴 코리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올 여름 국내서 가장 화제인 프로그램은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다. MBC <진짜 사나이>를 모방해 만들었다. 특수부대 UDT 출신들이 교관을 맡아 평균 이하의 체력을 가진 유튜버들에게 고강도 훈련을 준다. 그 어떤 군 관련 프로그램보다 리얼리즘이 담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는 교관 팀장을 맡은 이근 대위다. 남자 중의 남자이자, 휴머니즘과 유머를 갖춘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력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 ⓒ유튜버들이 교육생으로 나와 MUSAT 특별과정에 도전하는 &lt;가짜사나이&gt;

군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6명의 유튜버가 군복을 입고 쭐레쭐레 서 있다. 그 사이로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나오더니 “퇴교할 사람은 지금 퇴교하라”고 외친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바로 훈련이 시작된다. 입수와 머리 박기, 각종 PT가 숨 쉴 틈 없이 반복된다. 정신이 나가고 공황 상태에 이른 유튜버들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더욱 강한 압박을 넣는 이 남자가 이근 대위다. 

유튜브 대화제
유행어 제조기

무사트(MUSAT, Multi UDT/SEAL Assault Tactics) 전무이사로 활동하다 최근 사퇴한 그는 불과 7회 분량만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앞서 BBC <스페셜포스: 얼티메이트 헬 위크>서 강도 높은 훈련 교관으로, 체력적으로 날고 기는 외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 경력이 있는 그는 <가짜 사나이>서도 파괴적인 기운을 보였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훈련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유튜버들에게 끊임없이 팀워크와 정신력을 강조한다. 다소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이에게는 “이 X끼 뭐야.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윽박지른다.

이 외에도 “4번은 개인주의야”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는 빨리 뛰겠다” “너 양치 안 했어? 숨 쉬지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 그의 발언은 금세 유행을 타 군필자들 사이서 밈 현상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짜 사나이> 초반부만 하더라도 공황 상태로 인해 맥을 못추던 유튜버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팀워크를 발휘, MUSAT서 준비한 교육을 억지로나마 끝내자, 각 유튜버에게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며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오랜 군 생활로 다져진 파격적인 카리스마와 진정 강함서 나오는 휴머니즘, 미국 이민자로서 다소 서툰 한국말 때문에 의외의 웃음을 안겨주기까지 하는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가짜 사나이> 본방송만 4000만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유튜버 김계란이 운영하는 피지컬 갤러리 내 다른 방송분 역시 200∼300만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외 이근 대위가 과거 출연했던 방송편집본 역시 최소 수십만서 수백만 조회 수를 넘긴다. 

국내 방송가도 그의 인기를 실감하고 빠르게 그를 섭외하고 있다. JTBC <장르만 코미디>서 개그맨을 훈련하는 교관으로 그를 섭외했고,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오리지널 예능 <서바이블>서도 그를 고정 멤버로 출연시킨다.

9월1일 첫 방송인 이 프로그램은 이근 대위를 비롯해 개그맨 황제성과 김용명, 캐스터 성승헌, 유튜버 임현서가 나온다. 인류 최후의 날이라는 극한의 상황서 살아남는 것을 그리는 <서바이블>은 이근 대위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가짜 사나이> 교관 팀장으로 인기 급상승
미국 버지니아 군사대학 졸업 후 UDT 장교

아울러 지난달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2003년 7월 진도의 한 시골 마을 송정 저수지에 빠진 화물 트럭 살인 사건서 안전띠를 풀고 조수석서 나가려는 아내를 막아 익사시키는 장면을 재현했다. 이 대위는 이를 재현하는 인물로 섭외돼 제작진이 요구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관심은 이근 대위 개인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달 1일, 쏟아지는 요청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1분33초짜리 영상 하나에 하루에만 무려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의 과거 이력이 담긴 짤막한 영상 대부분이 50만 조회 수에 육박하며, 한 달도 되지 않아 구독자가 20만명을 넘겼다. 

이 대위가 이 같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발자취 덕분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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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마블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를 본 따 ‘캡틴 코리아’라고 부른다. 

1984년생인 이 대위는 3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갔다. 영어 이름은 Ken Rhee이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백인만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 숱한 인종차별과 학교폭력을 당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자료를 찾아보던 중 미군 네이비 실(이하 NAVY/SEAL)에 관한 책을 읽고 매료돼, 미군 NAVY SEAL을 꿈꿨다. 

6세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미국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다. 전미 16위까지 랭크되는 실력을 갖췄다. 버지니아 군사대학에 입교한 그는 대학생 때 마이클 펠프스와 수영 경기를 치른 경험도 있다고 한다. 

‘진짜 남자’
스페셜포스

버지니아 군사대학을 졸업한 그는 NAVY/SEAL에 지원하려 했으나 “군인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한국군에 들어가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국의 NAVY/SEAL에 해당하는 유디티 실(이하 UDT/SEAL)로 가닥을 잡았다.

이곳에 지원하기 위해 2007년 대한민국 해군사관후보생(OCS) 102기로 입대한 그는 후보생 시절 상위권 성적으로 임관해 당시 최고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으로 인사 명령을 받았고, 함정근무 중 UDT/SEAL에 지원해 54-1기로 차석 수료했다. 

2007년에는 대테러 전문성을 갖추고 소말리아에 파병돼 해적선 검문검색 팀장으로서 엄청난 공을 세웠다. 이근 대위는 청해부대 1진 문무대왕함에 이어 자진해서 2진 대조영함에 근무하며 해적 행위 증거자료를 확보함은 물론 해적에게 피랍된 어민 5명과 어선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당시 이 대위는 “고국의 해군 장교로서 국제평화의 최전선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특수부대원으로 실전경험을 쌓고 싶다. 앞으로 특수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아프간 파병에도 동참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비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NAVE/SEAL 선발과정에 입교해 뛰어난 기록으로 교육 수료 후 타국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장교 과정(JOTC)과 전문화 과정(SQT)까지 이례적으로 받았다. 


2013년에는 인간이 날고 싶은 욕구로 만들어낸 발명품이라고 불리는 ‘윙슈트’ 강하 과정도 수료했다. 윙슈트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도 등장해 관심을 끈 활강용 특수 낙하산 강하복이다.
 

▲ ▲이근 대위

수많은 교육을 수료한 이 대위는 SQT 수료 후 해군 특수전전단의 특수전교육훈련대대 전문교육대장으로 발령받아 그가 배운 전술을 전파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UDT/SEAL서도 SQT를 만들려고 했으나, 부대서 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실현시키지 못했다. 미국 NAVY/SEAL 내 대테러부대인 DEVGRU와 비슷한 체계를 갖춘 부대를 만들고, 대테러 관련 전술도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부대의 반대로 실패했다. 결국 그는 2014년 전역을 결정했다. 

당시 이 대위를 두고 밀리터리 마니아 사이에선 “해외로 보내 기껏 온갖 훈련을 시켰더니 그대로 전역해 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비판의 의견과 “이런 인재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해 스스로 전역을 하게 만든 군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미 군사대학
한 UDT 입대

당시엔 후자에 힘이 더욱 실렸다. 


전역 후에도 그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7년여간 군 생활을 마치자마자 2014년 세월호 구조작전에 투입됐으며, 2015년 세계전술대회 ‘어반쉴드’를 위한 국가대표팀은 경찰특공대를 교육해 35개팀 중 8위를 하는 데 기여했다. 

2016년에는 군사보안업체(PMC)인 G4S의 작전팀장으로 이라크에 파병 후 1년 동안 모술이 한참 IS 테러리스트들에 점령됐을 때 다양한 실전에 참여했다. 이라크 파병을 마친 그는 미국 국무부로 스카우트돼 2017년 미국 국무부의 안보수사관으로 입사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보안 코디네이션 역할을 맡았다.

특히 브라질 경찰특공대인 BOPE를 컨설팅한 이력도 있다. BOPE는 정부의 통제조차 제대로 닿지 못하는 브라질 최대 우범지역인 리우의 빈민가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카르텔과 매일같이 전투를 벌이며 실전경험을 쌓는 인간병기로 불린다. 그런 부대가 전술과 경호 컨설팅을 위해 이근을 부른 것인데 그의 명성이 얼마나 세계적인지 실감케 한다.

이후 최근까지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MUSAT서 근무했다. MUSAT는 세부적으로 작전 분야(OPERATIONS CELL), 훈련 분야(TRAINING CELL), 연구개발 분야(R&D CELL)로 나누어져 있다. 이근은 같은 UDT/SEAL 출신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가짜 사나이> 흥행 후 더욱 그를 찾는 손길이 많아지면서, 이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이사직서 내려왔다. 

비록 이사직은 그만뒀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MUSAT와 협업은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인한 인상이지만, 미디어와는 꽤 친숙하다.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이름을 알렸다. 예능과 교양,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KBS1 금요기획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처음으로, EBS <두뇌게임: 천재들의 전쟁> <세계견문록 ATLAS:서바이벌 어드벤처>에 출연했다.

그의 명성이 높아진 건 BBC <스페셜포스:얼티메이트 헬 위크>다. <가짜사나이>와 같은 형태의 교관으로 나와 훈련생들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으며, 인간의 한계에 빠른 속도로 다다르게 했다.

소말리아 해적 처치 활약
브라질 특수부대 컨설팅도

한 회당 2.6명이 마지막에 퇴교하는 이 프로그램서 이 대위는 등장 2시간 만에 4명을 탈락시키는 위엄을 보였다. <가짜사나이>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교육을 마친 훈련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퇴장하는 위용은 영국 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2018년에는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에 등장해 독특한 콘셉트로 예능감을 보였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래퍼 딘딘은 최근 한 방송서 “촬영할 때만 해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다. 그날 저녁에 술을 마시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엄청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디스커버리 채널서 만든 <고독한 생존가: 퍼스트 맨 아웃>에서는 에드 스태포드의 카자흐스탄 생존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정글과 무인도, 사막을 오가며 도마뱀과 물고기를 잡고 살아나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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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에드 스태포드에게 아깝게 패배했지만, 결과에 깔끔히 승복하는 모습으로 에드 스태포드의 존경심을 샀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속속 재업로드 되고 있다. KBS 유튜브 공식 채널은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내걸었고, 유튜브채널 오분순삭은 MBC <두니아>를 공개했다. 공개된 대부분 영상은 이근 대위가 만든 명언을 조합한 썸네일로 게재됐다. 

이 대위의 인기는 허세나 가식이 아닌, 진정 수많은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을 기른 진정성 덕분이다. 비록 거칠기는 하나, 팀워크 정신을 강조하는 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생존력과 이타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잘난 척만 하는 사람들에 지친 대중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인물로 떠올랐다. 이 대위를 스타 반열에 올린 <가짜 사나이> 2기는 오는 9월 초 면접 평가 이후 9월 중순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폭발적인 인기 덕에 UFC 선수 김동현, 축구선수 김병지, 유도선수 조준호, 방송인 줄리엔 강 등 피지컬에 있어서 뒤지지 않는 스타들이 대거 지원했다. 특히 헬스와 관련된 유튜버들이 <가짜 사나이>서 자신의 매력을 펼칠 기회로 삼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가짜 사나이>에선 이근 대위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MUSAT 퇴사는 물론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2기까지 교관으로 나오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근 대위는 볼 수 없겠지만, 그의 신념인 UDT 군인 정신은 그대로 프로그램에 계승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나라의 명예를 위해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나 뛰어드는 그의 UDT 정신은 이렇다. 

방송인 변신
폭발적 인기

“UDT가 멋있다거나 정말 강한 남자임을 증명하고 싶은 사람은 UDT에 지원하지 마라. 차라리 철인3종이나 에베레스트에 등반에 도전해라. UDT는 결과적으로 군인이다.  나라가 먼저 돼야 한다. 나라를 지키고 싶고, 더 나아가 엘리트 집단으로 가고 싶은 사람만 UDT에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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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