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프 관계자 사망 사건’ 구자근 의원 공소장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30 10:21:15
  • 호수 12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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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측근이 죽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캠프 관계자 사망 사건’이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사망자인 황모씨 측은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황씨에게 보좌관직을 약속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 의원 측은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요시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한다. 
 

▲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지난 10월8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 의원은 21대 총선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지금은 고인이 된 황모씨를 세 차례 찾아가 선거를 도와주면 보좌관직을 주겠다고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참모

<일요시사>는 지난 24일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입수했다. 단 공소장에 담긴 범죄 사실은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님을 알린다.

공소장에 따르면, 21대 총선에 출마할 계획을 하고 있던 구 의원은 구미 지역 내부 사정에 밝고, 선거 관련 기획 업무에 능한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에 구 의원은 경북 칠곡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황모씨를 찾아갔다.

황씨는 지난 수십년간 여러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도운 이력의 소유자다. 19대 총선을 시작으로 6회 지방선거, 20대 총선, 7회 지방선거 등에서 선거 관련 기획 업무를 도맡았다.


황씨의 지인은 “구미 지역에서 선거 기획을 가장 오래한 전문가를 꼽으라면 황씨일 것”이라며 “선거철마다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후보자가 줄을 섰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선거 도와주면 보좌관” 약속
불이행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

구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세 차례 황씨를 찾아가 21대 총선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장에는 구 의원이 황씨에게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자신 있어. 준비 많이 했잖아. 선거 공부를 많이 했어. 이번 선거는 수월해. 공천은 100% 받을 수 있어. 끝나고 나면 니(‘너’의 경상도 방언) 맘대로, 구미는 하고 싶은 대로 해.”

황씨는 국회 보좌관직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이에 여러 후보자들이 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할 때면 황씨는 보좌관직 내지는 시장 비서관직 제공을 약속받고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후보자의 낙선 또는 약속 불이행 등 여러 사유로 황씨의 바람은 무산됐다.

구 의원과 황씨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함께 선거를 준비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자 신분이었던 구 의원은 황씨를 찾아가 선거운동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황씨는 승낙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황씨가 보좌관직을 원하고 있음을 구 의원이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 의원은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했고, 황씨 역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황씨의 아내는 이 같은 남편의 열망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찾아와 “구미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하는 구 의원에게 “구미를 어떻게 마음대로 하느냐. 구미를 마음대로 하려면 보좌관이나 돼야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구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그럼”이라고 답했다.
 

황씨 부부는 그때까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황씨의 아내는 서울에서 내려와 구 의원을 돕는 사람 중 한 명에게 보좌관직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구 의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구 의원은 “아니다. 선거 끝나면 집에 갈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황씨의 아내는 지난 7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소위 ‘서울팀’의 존재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황씨는 구 의원의 선거 캠프에 정식으로 합류하지 않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구 의원은 망설이는 황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아, 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느냐. 니 방 다 꾸며놨다. 니만 오면 되는데, 왜 안 나오냐.”

진실공방 결국 법정으로
검 “고인에 이익제공 표현”

구 의원은 황씨의 아내에게 황씨가 캠프에 출근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씨의 아내는 그런 구 의원에게 황씨가 선거 캠프에 합류해 선거운동을 돕는 대가로 보좌관직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

구 의원은 “에이, 나도 알고 있지. 그런 것은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 말미에 ‘이로써 피고인(구 의원)은 선거운동과 관련해 고 황씨에게 이익 제공을 약속했다’고 적시했다.

결국 황씨는 구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기획 담당이 아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구미갑 정당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로 신고됐다. 미래통합당 구미갑 정당선거사무소는 구 의원의 선거사무소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황씨는 이곳에서 ‘실장’ 내지는 ‘기획실장’으로 불렸다.

회계책임자로 신고됐지만, 담당 업무는 구 의원의 선거 관련 기획이었다. 그는 선거 슬로건과 공약을 짰다. 통합신공항 이전, 금오산 케이블카 연장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보도자료도 작성했다. 각종 언론 인터뷰 답변서 작성도 황씨의 몫이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14일부터 4월18일까지 황씨가 구 의원의 활동과 관련해 제작한 보도자료만 43건에 달한다.

황씨는 21대 총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월1일 사망했다.

황씨 측은 “선거가 끝난 후 평소 앓던 간경화가 급속히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진 뒤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했다”며 “구 의원의 배신으로 남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황씨가 구 의원에게 배신을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구 의원은 당선 후 황씨를 보좌관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구 의원은 선거운동의 대가로 황씨에게 보좌관직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진실은?

지난 27일 구 의원 측은 <일요시사>에 “당시 구미 발전을 위해(황씨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했을 뿐 당선 후 특정한 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가 전혀 없다. 검찰 측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검찰이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며, 향후 재판 과정을 통해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구 의원의 재판은 12월 초순에 열린다.
 

<chm@ilyosisa.co.kr>


<구자근 의원 입장문>
캠프 관계자 사망 관련 공직선거법 기소 사건

1. 당시 구미 발전을 위해 황씨에게 선거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을 뿐 당선 후 특정한 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가 전혀 없다. 검찰 측 자료를 검토한 결과 미망인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었다. 객관적 증거가 없음이 수사결과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검찰이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2. 황씨의 미망인은 선거 직후 약속했던 보좌관직을 이행하지 않아 그 충격으로 황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황씨는 이미 4월초 병원진단을 통해 간경화 진단을 받았고 황달과 각종 병세의 악화로 인해 선거캠프에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3. 검찰과 고소인은 황씨가 보좌관직을 제안받고 선거캠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황씨의 통화이력을 살펴 보면 선거운동 기간 동안 황씨가 당시 후보자와 통화한 이력은 문자 3건이 전부이다. 

미망인의 주장대로 황씨가 보좌관직을 약속받았다면 선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황씨는 선거캠프에서 보도자료 작성 역할만 주로 하였을 뿐 보좌관직을 받을 만한 활동을 한 바가 없다. 

4. 황씨가 선거기간 동안 병세 악화에도 불구하고 본 의원을 도와준 것과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슬픔에 대해서는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구미 발전을 위해 선거를 도와달라는 순수한 요청을 보좌관직 제안으로 왜곡하고, 건강악화로 인한 사망의 책임을 본 의원에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5. 본 의원은 향후 재판을 통해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다. 또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구미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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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