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맹탕 국감’ 총정리

초선 넘쳐도 옛날 그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제 21대 국정감사가 지난달 26일 상임위원회별 종합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4·15 총선에서 초선의원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이번 국감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으나, 역시나였다. 이번 국감도 ‘맹탕 국감’ ‘막말 국감’ 등 혹평이 나오면서, 정쟁으로 물든 국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된다.
 

▲ 매년 열리는 국정감사가 의원들간 말꼬리 잡기, 고성 및 막말로 점철되면서 ‘정책국감’은 요원해진 상황이다. ⓒ고성준 기자

 

국정감사(이하 국감)은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시행하는 활동이다. 헌법 제61조에 따라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

야당의 시간?

국감장은 국회의원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장이기도 하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그랬다. 박 의원은 비리 사립 유치원을 공개하고,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정책 국감의 본보기를 보였다.

21대 국회의 첫 국감은 어땠을까.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국감 규모는 작년에 비해 월등히 줄고, 현장 감사 일정은 대폭 축소됐다. 또 복지위 등 일부 상임위의 경우는 ‘비대면 국감’으로 진행된 탓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감 시즌에 돌입하기 전, 174명의 슈퍼여당인 민주당은 국감에서 코로나19 극복과 민생에 집중할 것을 예고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알려 ‘야당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여야할 것 없이 이번 국감에서는 ‘볼거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정부 대변에 주력한 ‘방탄 국감’의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의미 없는 정쟁에만 매몰된 모습을 보이면서, 정권 비판과 이슈 모두 주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감 기간 중 가장 ‘핫했던’ 상임위는 단연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였다.

이번 국감에서는 ‘추미애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검과 법무부를 둘러싼 갈등이 부각됐다. 취임 직후부터 나온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은 소모적 논쟁에 그쳤다. 또 윤 총장의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발언과 추 장관의 “윤석열, 선 넘었다”는 대응으로 여야의 대치는 정점을 찍기도 했다.

여야의 공격과 수비가 계속되면서 문재인정부가 과제로 내세운 ‘검찰 개혁’은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는 양상을 보였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역시 이번 국감의 주요 키워드였다. 국민의힘은 이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2017년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금융위 담당 과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통화 녹취록 외에는 본질을 짚는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 오히려  사건을 둘러싼 ‘헛발질’로 야당은 역풍을 맞기도 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명단을 확보한 뒤, 여권 인사 다수가 연루됐다며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지목된 당사자 대부분이 동명이인으로 드러났고, 민주당은 유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헤프닝이 발생했다.

‘혹시 했더니 역시’ 막말 등 여전
의미 없는 정쟁에만 매몰된 모습


욕설과 반말이 난무하는 ‘막말 국감’의 모습도 재연됐다.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 보인 민주당 이원욱 위원장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의 싸움은 압권이었다. 두 의원은 질의시간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면서 크게 언성을 주고받았다. 분을 참지 못한 이 위원장은 박 의원에게 다가갔고, 박 의원도 일어나 “이 사람이 정말, 한 대 쳐 버릴까”라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이후 이 위원장은 의사봉을 격하게 세 번 내려친 뒤 정회를 선포했다. 의사봉은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채 떨어졌다. 국회의원의 최소한의 품격이 함께 바닥을 친 처참한 모습이었다.

행정부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의 역할에는 여야가 없어야 하며, 국감장은 대안 마련을 위한 자리가 돼야 한다. 하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 해수부 공무원 북한군 피격 사건 등 여러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증인들은 채택되지 못했다.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한 민주당이 국감장에 출석할 핵심 증인들을 철통 봉쇄했기 때문이다.
 

▲ 국회의사당 전경 ⓒ고성준 기자

외교통상위원회에서는 5000억원대의 사모펀드 사기 사건을 유발한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도, 그가 해외 도피 중 기소중지 상태라는 이유로 증인에 채택되지 않았다.

북한군에 의해 피격당한 해수부 공무원 A씨의 친형 이래진씨의 출석 역시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월북설과 골든타임을 놓친 문재인정부에 대한 의혹 해소가 어려워지자,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이씨의 의견을 듣는 독자적 국감을 열기도 했다.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 역시 법사위 국감 출석을 스스로 자처했다. 국민의힘은 한 검사장을 출석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수사 중인 피의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불발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가 지난달 27일 오전 여성가족부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으나,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관련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앞서 국민의힘이 정의기억연대 및 박원순 전 시장 사건 등과 관련해 민주당 윤미향 의원, 김재련 변호사,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등의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여당의 거부로 무산되면서다.

20일의 짧은 기간동안 수 백개가 넘는 피감기관을 심사하기 위해서는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싼 공방과 정쟁을 벌이는 것은 사치다. 하지만 여야할 것 없이 증인 채택 여부나 발언 시간을 두고 시비를 벌여왔다. 방탄 국감을 자처한 여당이나 정쟁에만 집중하겠다는 야당 모두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달 27일 제21대 첫 국정감사를 두고 “정책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았다. 최악의 국감”이라고 혹평했다. 경실련은 “심도있는 질의와 그에 맞는 정책대안 제시는 없었다. 알맹이 없는 질의만 계속됐다”며 비판했다.

또 경실련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병역문제, 어업지도원 피살, 라임·옵티머스 사기 사건 등에 대해 “보수야당은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정부여당은 정부 대변인을 자처하며 정부실책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비해야”

일각에서는 정책 국감을 구현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상시 국감을 제도화하고,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의 철저한 사전 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정책국감을 위한 대표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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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