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미 대선-한반도 3차 함수 막전막후

위기의 트럼프, 김정은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시도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다. 정권 말 문재인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미국 대선과 함께 남북미 외교 지형을 분석해봤다.
 

11월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감염’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지난 2일 그와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두 사람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 그는 입원 3일째 되던 지난 5일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미국 대선은 혼돈 속에 빠졌다.

엄지척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종일관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을 무시해왔다. 그는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향해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빈정댔다. 또 그가 ‘노 마스크’를 고집한 탓에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 참석한 지지자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들 역시 드물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에도 그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한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2층 발코니서 마스크를 벗고 엄지를 치켜들거나 “20년 전보다 컨디션이 좋다”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과한 행보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코로나19가 독감보다 훨씬 덜 치명적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흘려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또 확진 판정 후 같은 자동차에 타고 있던 경호요원을 감염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치료가 되기 전까지는 외출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급한 마음에 ‘깜짝 외출’과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각종 여론조사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상태다. 막판에 추격해도 모자란 상황에 이대로 두 손 놓고 있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패색이 짙다.

사상 초유 대통령 확진…백악관 발칵
미 대선판 혼돈 속으로…지지율 급락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서 유세 일정에도 대부분 차질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 유세에 강한 타입이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일 수 없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악재다.

특히 그는 올해 74세 고령에 비만으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고위험군’에 속한다. 그의 백악관 내 최측근들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줄줄이 받았다.

반면 민주당 존 바이든 후보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이후 코로나19 검사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는 당장 미시건 등 경합주를 중심으로 현장을 찾으며 승세를 굳히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관련한 정부 심판론이 인다면 바이든 후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여론조사 역시 그의 손을 들어줬다. 조 바이든 후보는 오는 11월 대선의 승패를 쥔 경합주 대부분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그의 자신감 있는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한반도에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의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 공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쌓기 위해 10월경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면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한 희망도 흘러나오는 분위기였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최근 독일 순방 중에 “10월은 한반도 정세에 정말 중요한 달”이라며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역시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물 건너간
빅이벤트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기울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은 전격 중단됐다. 종전 선언 언급 후 미국 측과 논의를 시도하려고 했던 일말의 희망조차 꺾인 셈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폼페이오 장관은 도쿄, 몽골을 방문한 뒤에 서울을 찾을 예정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10월 중 방한을 재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북미 정상 혹은 고위급 이벤트가 발생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대선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이슈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경색된 북미 관계의 물꼬를 틀 기회가 차단된 셈이다.

반면 일각에선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현실성이 애초부터 높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관계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유엔총회 연설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정국서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다. 문정부 출범 이후 남북미 대화의 물꼬는 트였지만, 미국이 대선전에 돌입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문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피력했다.

북한 관망
속타는 문

지난 달 유엔 총회 연설서 문 대통령은 남북 ‘종전 선언’ 카드를 내세웠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당한 와중이었다. 임기 말 여권발 악재가 터지고, 치적으로 꼽혔던 남북관계마저 흔들리자 무리하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정부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미를 도모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 언론 <요미우리신문>은 11월 미국 대선 전, 김 부부장의 미국 방문 주선을 도모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문정부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을 통해 김 부부장의 방미를 최종 조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코로나19 감염으로 김 부부장의 방미 기회는 불투명해졌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이후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백악관을 누가 차지하든 한반도 정치 지형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핵화의 열쇠는 여전히 김 위원장이 갖고 있는 데다, 그가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민주당 바이든 후보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쪽을 더 원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가 가능한 협상가인 반면, 바이든은 대북 제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심지어 바이든은 지난해 김 위원장을 ‘살인적인 독재자’로 칭하고, 대선 당선 후 그를 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낙선되면…남북미 관계 흔들리나
끝나지 않은 ‘옥토버 서프라이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스무통 넘게 주고받으면서 양 측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이후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쾌를 기원하는 전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위로를 전했다.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는 2021년 1월 말까지 북미 관계는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 1월 당 8차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관계와 마찬가지로 남북관계 경색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남북미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채 얼어붙으면서 ‘한반도 평화 시계’가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돈다.

지난 6월 북한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남북 간 대화 창구가 전면 폐쇄됐다. 또 북한군이 서해상에 표류하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여론 역시 급속도로 악화됐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할 의지가 강력한 만큼 종전선언,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등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등으로 남북관계에 관망세를 보일 공산이 높아, 문정부가 보다 과감한 전략으로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평화 시계
이대로 스톱?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11월이 되면 미국 대선이 끝나니까 그 후에 어떻게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추동해 나가느냐는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대면 회동이 어려우면 비대면 회동이라도 해야 한다. 화상회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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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