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지난 8월 20대 고대생 A씨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온라인에 공개된 A씨의 신상정보로 온갖 악플과 협박 전화, 문자 등을 받았고, 스트레스를 받아 7월에 쓰러지게 됩니다.
그리고 8월, 제주도에서 안정을 취하던 A씨는 복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다음 날인 이달 3일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인데요.
A씨의 신상정보가 공대된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지난 3월에 개설된 디지털교도소였습니다.
디지털교도소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살인, 성범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는 명분으로 개설된 개인정보 유포 사이트입니다.
디지털교도소의 문제점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범죄자 뿐만 아니라 이메일과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제보를 받고 운영진의 판단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다는 점이었는데요.
일각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으로 그치는 것에 분노해 사이트 운영진을 ‘자경단’이라고 칭하며 정의구현이라 주장했고, 일각에서는 범죄 사실이 정확하지 않은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인권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범죄자라고 추정을 해도 수사기관의 동의 없이 임의로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결국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던 사이 A씨의 사망 소식이 터진 것인데요.
A씨는 텔레그램에서 ‘피치OOO’이라는 닉네임으로 지인 능욕을 요청했다는 주장으로 신상정보가 공개됐습니다.
숨진 A씨는 ‘자신의 신상정보를 제외한 어떤 정보도 모두 허위사실’이라며 이를 부인했지만, 디지털교도소 측은 A씨의 신상 공개를 유지해왔습니다.
아울러 지난 6월 성착취물 동영상 구매를 시도했다며, 신상정보가 공개된 가톨릭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백하며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논란이 더 거세졌는데요.
사실 디지털교도소는 그동안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현행법상 신상 공개의 기준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요건을 갖췄을 때 발생합니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의 경우 신상정보를 신뢰할만한 어떤 수단이나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며, 범죄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기본적인 정보가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박모씨 등 일부를 특정하고 입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디지털교도소의 접속은 차단된 상태입니다.
사이트를 폐쇄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디지털교도소 측은 어떠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마무리 짓는 것보다 왜 이런 사이트가 생겨났고, 사람들이 열광했는지에 대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성범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