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 야권 4인방 복당론

‘사생결단’ 반란세력 모아 한판 뜨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야권 무소속 4인방에 대한 ‘복당론’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홍준표·김태호 등 4인방의 간절함에도 불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쇄신이 마무리될 때까지 복당 논의를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의 존재감에 설 곳이 없어진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복당론을 명분으로 김 위원장에 브레이크를 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초선 밀기’에 들어간 김 위원장을 두고 당내 파열음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권성동(강원 강릉)·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을) 4인방의 복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당 내홍의 기미가 고개를 들고 있다. 무소속 4인방은 지난 21대 총선서 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금의환향에 성공했다.

빅텐트냐
분열이냐

당의 이례적인 참패 속에서도 무소속 4인방은 정치적 건재함을 자랑했다. 21대 총선 전 당 지도부는 무소속 출마자에 대한 영구 입당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선거가 마무리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의석수로 여당에 한참 밀렸고, 초선의원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당은 중심을 잡을 중진의원들이 필요해졌다.

당연히 당내에선 잔뼈 굵은 이들이 빠르게 복귀해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흘러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 “이들을 밖에 오래 두는 것은 당의 통합 전략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들의 복당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 역시 복당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했다. 권성동 의원은 4인방 중 제일 먼저 복당 신청서를 냈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4선의 무게감 있는 중진의 역할을 하려면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의 일원이 돼야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다”며 당권에 대한 욕심을 보일 정도였다.


김태호 의원 역시 빠른 시일 내 당으로 복귀해 정권창출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홍준표 의원은 선거 운동 내내 선거 이후 당으로 돌아가 공천 과정에 나타났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해왔다.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친박(친 박근혜)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윤 의원은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윤 의원은 무소속으로 두 번 내리 당선된 ‘불사조’다. 당에 대한 소속감보다 지역구민들에 대한 애정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은 “무소속 당선자 몇 분이 복당하겠다고 하지만 저는 주민들에게 뜻을 묻고 결정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복당 이슈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논의는 아직까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복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당내 여론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공천에 대한 반발로 탈당한 이들에 대한 복당 명분조차 사라졌다.

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거침없는 그들 친정집으로 컴백?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복당은 원내대표의 권한 밖”이라며 총선 직후와 180도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들의 복당에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들의 복당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당이 안정적 기반을 구축한 뒤 복당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다. 당의 쇄신 작업을 추진하는 상황인 만큼, 한동안은 이들의 복당 논의를 제쳐 두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서 “한두 석 더 얻는다고 해도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 지금 우리 당은 한 치의 ‘실수’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의 복당 후 행보가 당 쇄신에 도움은커녕, 장애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에둘러 표명한 셈이다.


김 위원장 말마따나 이들이 합류하면 비대위서 집중하고 있는 외연 확장과는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소속 4인방은 친박과 강경 보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홍 의원의 경우에는 갖은 막말 논란에 휘둘리면서 당이 ‘비호감 정당’으로 전락한 데 책임이 큰 인물이다. 물론 그의 강한 추진력과 솔직한 표현은 큰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가 복당 이후에도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할 것을 고수한다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공산도 높다. 이는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의 기반을 잡고 있는 당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위험 요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들의 복당 시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다만 당이 ‘완전히’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한 후 복당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 입장에선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있을 심판 전까지는 안정권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김 위원장은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복당을 허용할 의사가 크게 없음을 암시한 셈이다.

금의환향
사라진 명분

김 위원장의 임기는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내년 4월까지지만 최근 김종인 비대위가 상승세를 타면서 임기 연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몸값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중진의원들이 비대위 ‘힘빼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은 당내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가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강경한 리더십으로 정평나면서 ‘여의도 차르’로 불렸던 인물이다.
 

▲ 대화 나누는 홍준표·권성동 무소속 의원

일례로 비대위서 추진했던 ‘4선 연임 제한’에 대한 중진의원들의 거센 반발도 들 수 있다. 일부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4선 연임 제한을 화두로 꺼내든 이유가 이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향한 불만이 복당 문제를 명분삼아 분출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당권을 강화하고자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논리다. 본인 머리는 스스로 못 깎는다고 했다. 무소속 의원들이 눈치 보고 있는 사이 ‘김종인 저격수’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최전선에 나섰다.

그는 본인의 SNS에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를 해결할 차례”라며 “당권을 쥔 입장서 보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역량이 검증된 지도자급 국회의원들의 복당을 막는 것은 당을 비대위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속 좁은 리더십으로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김 위원장을 공개 저격했다. 장 의원의 저격에 홍 의원은 “그래도 장제원 의원이 나서주니 참 고맙소”라는 댓글로 화답하기도 했다.

복당 문제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자, 보수 재야 인사들도 이들의 복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통합연대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7월 김 위원장에게 무소속 4인방의 복당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신이 없자, 재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 쇄신
걸림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이들에 대한 선별적 복당을 추진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갈등이 터지기 전에 단계적으로 복당을 허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로서는 홍 의원과 같은 대선 주자급 인사는 당의 쇄신 작업이 더 마무리된 뒤 복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다만 단계적 복당 방안 역시 당내 갈등을 키우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과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홍 의원의 지속적인 파열음 때문이다. 홍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며 ‘뜨내기’ ‘노욕’이라 비하했던 바 있다. 또 검사 시절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뇌물 사건을 자백받았다며 “뇌물 브로커 전력이 있는 팔십 넘은 외부 사람을 들이고 거기에 매달리는 (당의)모습이 창피하고 안타깝다”고도 했다.

사실상 둘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홍 의원의 앙금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원래 고향인 창녕이 포함된 지역구에 출마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출마지를 경남 양산을로 바꿨으나 결국 그는 양산서 컷오프 됐다. 이후 홍 의원은 대구 수성을로 떠나면서 ‘정치 떠돌이’로 전락했다.
 

▲ 김태호 무소속 의원

당시 홍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당선돼 당으로 바로 복귀하겠다. 협잡공천에 관여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 돌아가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전면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개혁보수들의 지지를 업고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에 성공하면서 홍 의원의 마음은 급해졌다. 그는 2022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 그에게 이번 복당은 단순한 당으로의 복귀서 그치는 것이 아닌, 당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홍 의원은 자체적으로 당내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접촉점을 늘려가고 있다. 일례로 그는 최근 김종인 비대위를 두고 의견 차를 보였던 정진석 의원의 생일에 케이크를 보냈다. 정 의원은 홍 의원의 케이크 선물에 “마음이 약해진다”는 글을 남겼다.


초선 미는 김종인
끝까지 중진 견제?

복당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다른 무소속 의원들 역시 조금씩 나서려는 눈치다. 명색이 중진의원이 당에 간청하는 듯한 그림은 싫지만, 판을 깔아주는 데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다.

또 다른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태호 의원은 “당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친정집서 기쁜 소식이 날아오길 고대한다. 당 안팎서 무소속 복당 얘기가 흘러나온다. 당 수습이 먼저인지라 무작정 재촉하기도, 무한정 기다리기도 난감한데 가려운 곳을 알아서 먼저 긁어 준 분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일각서 제기된 개별 복당 대신 일괄 복당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인물이다. 내년 재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보수진영 전체를 ‘빅 텐트’로 결집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내년 보궐 선거가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선거인 만큼, 야권 인사들을 모두 결집시켜 승리로 이끌자는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국민의힘이 잘못된 공천의 피해자들에 대한 매듭을 빨리 짓는 것이 당내의 분란을 막는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일각에선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군 모색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중진의원 사이 마찰이 극대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수가 낮을수록 김 위원장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하다. 김 위원장은 복수의 초선의원들을 재보궐선거 후보군으로 올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의원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이들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진의원들은 상임위원장 자리도 하나 맡지 못해 당내 존재감을 보일 기회가 마땅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이 초선을 띄우는 것을 두고 중진의원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당권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설 곳 없는
중진 의원들

무소속 복당 문제는 김 위원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민의힘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확실히 보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기조를 고려했을 때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논의는 내년 초 이후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모두 정치적 중량감이 큰 인물들이기에 일괄 복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정면돌파’ 이재명 사생결단 플랜 B

‘정면돌파’ 이재명 사생결단 플랜 B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하던 이재명호가 위기다. 지난 15일 위증교사 사건 1심서 무죄를 받았지만 공직선거법에 대한 여진이 남아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선두로 현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방법을 택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다독였지만 어째서인지 허들만 늘어나는 현실이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서 1심대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대선 과정서 보전받은 434억원도 토해내야 한다. 앞으로 뚜벅뚜벅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서 무죄, 유죄더라도 100만원 이하의 형을 예상했다.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한 답변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어떠한 인물에 대해 ‘안다’와 ‘모른다’는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없어 애초에 기소돼선 안 됐을 사건이라며 무죄에 힘을 실었다. 예상을 깨고 법원이 징역형을 내리자 민주당에서는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됐다. 이날 굳은 얼굴로 법정을 나선 이 대표는 “오늘 이 장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 법정은 두 번 더 남았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를 앞세워 정권교체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민주당이 첫판부터 치명타를 입었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금이 갈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선고 다음날인 지난 16일 민주당은 비상연석회의를 소집하고 “저들이 아무리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으려 해도 이 대표는 결코 죽지 않는다”며 오히려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 역시 서울 광화문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 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3차 집회서 “이재명,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며 건재함을 강조했다. 지도부는 리더십 교체에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대표 교체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싸우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다. 상당히 많은 의원으로부터 격려 전화가 오고 있으며 당이 더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장외 집회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30일에는 전국적인 집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대동단결 민주당 흐르는 법원의 시간…조기 대선 승부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기본소득당 등 다른 야당과 달리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보다 ‘김건희 특검법 수용’에 중점을 뒀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탄핵이라는 직접적인 발언을 삼가며 단어 선택에 신중을 가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에 가까워지는 만큼 혹시 모를 역풍에 대비해 특검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탄핵을 직접적으로 외치지 않았을 뿐, 이 대표 방탄을 위해 ‘탄핵 굴뚝’에 불을 때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민주당 주도로 개헌을 하든, 탄핵을 하든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려 조기 선거를 치르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할 일은 범죄 방탄, 아스팔트 정치를 중단하고 사법부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것”이라며 “그리고 그 판결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법 등에 따르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앞으로 6개월 안에 이뤄져야 한다. 이는 내년 5월 이전까지로, 대권주자를 노리는 이 대표에게 있어 길지 않은 시간이다.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의혹 등 추가 재판이 예정돼 대법원 판결까지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지만 2027년 대선까지 대법원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통해 조기 대선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민주당을 탈당한 개혁신당 조응천 총괄특보단 역시 이 대표의 출구전략으로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제시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당선무효로 피선거권 박탈로 확정이 될 것 같으니까 그전에 대선에 들어가는 트럼프식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대국민 담화서 임기 단축 가능성을 닫아놨고 최근 들어서는 지지율이 회복세에 오른 만큼 이를 꺾기 위한 민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젖은 장작 연기만? 문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처럼 민심에 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장외 집회가 열렸던 지난 2일과 9일 각각 30만명, 2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1만7000명, 1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16일 집회 역시 주최 측 추산으로는 30만여명이 모였지만 경찰은 2만5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봤다. 민주당과 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은 ‘분노한 시민’의 참여율이 저조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집회가 시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해 단순히 당원 결집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혁신당 내부에서는 행진 시 정당 깃발을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역시 각 시도당위원회와 지역위원회에 집회서 깃발 사용과 파란 의상 착용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보냈다. 두 가지 대책 모두 정당 색을 배제하고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그래도 시민이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탄핵 집회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정당이 참여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며 “금투세 폐지 등 최근 민주당이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민단체 측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정당과 당원만으로는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언뜻 보면 (민주당과 혁신당은)한목소리 같지만 이 대표는 방탄을 위한 임기 단축을, 조국 대표는 복수를 위한 탄핵을 외친다”며 “같은 야당이어도 단합이 안 되다 보니 일반 시민도 ‘꼼수 집회’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집회 참여는 곧 방탄’이라는 선입견을 깨트려야 (일반 시민이)광장에 나오고 성난 파도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대표가 1심서 집행유예를 받은 만큼 앞으로의 발언과 행보에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당에 화력을 더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방탄용’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최근에 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는 다시 한번 격돌했다. 지난 14일 발의된 해당 개정안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물밑서 조용히 박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현행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경쟁 후보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의혹 검증을 위해 확인하는 경우까지 낙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에는 민주당서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박탈 기준을 기존 벌금 100만원 이상서 1000만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개정안도 연달아 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려서라도 이 대표를 구하겠다는 일종의 아부성 법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동혁 최고위원 역시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최선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반성적 고려에 의해 처벌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만 있어도 법원에서는 이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경우가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이 대표를 위한 꼼수 입법”이라고 보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9일 이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혐의로 기소되면서 민주당의 부담이 가중됐다. 이 대표와 당시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씨, 전 경기도 공무원 배씨 등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공무와 무관하게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검찰은 이 대표가 개인 음식값과 세탁비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도 보고 있다. 사적으로 사용한 배임 금액이 1억653만원으로 추산된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 대표가 기소되면서 재판은 5개로 늘어났다. 가장 먼저 1심 선고가 난 공직선거법 사건을 비롯해 위증교사 사건(지난 25일 무죄 선고),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등 재판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이토록 집요하게 억지 기소를 남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며 “제1야당 대표이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 지도자를 법정에 가두고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지금은 원팀, 재판 후에는? 3총·3김에 초일회까지 꿈틀 이어 “검찰은 ‘이 대표가 법인카드를 쓴 것도 아닌데 몰랐을 리 없다’는 억지 춘향식 논리를 뻔뻔하게 들이밀었다”며 “이미 경찰 수사에서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부득부득 사건을 되살려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역시 “증거는 없지만 기소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체제를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재판이 거듭될수록 당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남은 재판서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이재명 불가론’이 고개를 들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이끌어야 대권주자로 거듭나는 것이지, 당으로 자신을 방어하려 해서는 민주당도 죽고 본인도 죽는다”는 게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야권 관계자의 평가다. 지도부는 ‘플랜 B’ ‘포스트 이재명’ 등에 대해 딱 잘라 말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과연 차기 당 대표는 누가 될 것인지 저마다 점지하고 나섰다. 친명(친 이재명)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한발 뒤로 물러설 것이란 이야기가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지난 총선서 ‘공천 학살’을 당했던 비명(비 이재명)계가 다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응천 총괄특보단은 “이 대표에 점 하나 찍은 사람이 (대안으로)올라가지 3김(김두관·김경수·김동연·김부겸 등)이나 이런 사람들은 애초에 고려의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권리당원의 반절 이상이 대선 이후에 들어온 강성 친명”이라며 “당원민주주의 한다면서 당헌·당규 같은 것을 다 바꿨다. 강성 당원들의 의지대로, 뜻대로 가게 만들어놨다”고 덧붙였다. ‘3총(이낙연·김부겸·정세균 전직 총리)·3김(김두관·김경수·김동연 등)’의 역할에도 눈길이 쏠린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번 달 초 독일서 회동을 했다. 원외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는 다음달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특강을 주최하고 내년 1월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의 만남을 예고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다만 비명계는 “나설 때가 아니다” “당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아끼고 있다. 어쩌면 열린 결말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의 법원 선고와 관련해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우리가 우려했던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아는 만큼 객관성을 잃은 채 남의 탓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비명계 세력이 다시 뭉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지난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으셨냐”면서도 “당장은 정치 공간이 좁아 쉽지 않겠지만 대안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답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