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 선두’ 이재명의 용트림

친문 잡아야 대권 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그는 다수의 여론조사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 지사는 여권의 주류 세력인 ‘친문’ 지지층과 오랫동안 척을 지면서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 지사의 돌파구는 무엇이 될까.
 

▲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 지사는 재판의 굴레서 벗어난 이후 각종 이슈를 재빠르게 선점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중이다. 그는 최근 각종 이슈에 대한 확고한 메세지로 사이다 행보를 이어가면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국민들은 미래에 대해 확실한 해법을 제공하는 지도자에 열광한다. 정치권서도 이 지사의 돌파력과 탁월한 정치적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원 메시지
사이다 행보

이 지사의 큰 강점은 그가 ‘스토리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이 지사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공장서 일을 하다 장애를 입었다. 큰 형은 공사판을 떠돌다 한쪽 다리가 절단됐고, 여동생은 일하던 화장실서 뇌출혈로 사망했다. 하지만 유년시절 지독했던 가난과의 전쟁은 그에게 ‘밑바닥이니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일념을 가지게 했다.

이는 이 지사를 한국서 가장 핫한 정치인으로 도약하게 한 큰 자산이다.

아울러 이 지사는 팬덤 정치에 능하다. 2030 세대, 서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줄 안다. 화끈한 언변은 물론이고, 추진력 역시 상당하다. 포퓰리즘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정책으로 1300만명에 이르는 경기도민들의 공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확장성이 있다는 점도 큰 경쟁력이다. 이 지사의 정치 원천엔 중도층 핵심으로 불리는 40대 이하 지지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보수층서도 이 지사의 지지율은 이낙연 의원보다 높다. 아울러 ‘기본소득’과 같은 어젠다로 정의당 지지층까지 이 지사가 이낙연 의원을 앞섰다.

이 지사는 정치인이 아닌 ‘행정 관료’로서 인정 받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7월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전국 15개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71.2%의 응답자들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으며 시도지사 1위를 차지했다.

출범 2년을 맞은 민선 7기 경기도 도정 평가 여론조사서도 이 지사의 경기도정에 대해 ‘잘했다’고 응답한 도민이 79%를 기록했다. 특히 주요 정책 분야별 평가 중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도민의 9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 잘하는 행정가 이미지
여야 막론한 확장성 강점

하천·계곡 불법행위 근절 역시 이 지사의 유명한 치적이다. 정부 수립이래 아무도 손 못대던 계곡 불법시설도 모두 철거하고 청정계곡으로 부활시켰다. 현재 경기도 내 계곡서 불법 영업을 하던 1400곳의 시설들이 자진 또는 강제철거된 상태다.

이 지사가 지난해 8월 강제철거 당한 주민들과의 대화를 찍은 영상은 유튜브서 560만명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댓글만 해도 2만2000개가 넘는다. 이 지사의 사이다 행정에 대해 열광하는 댓글이 압도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 지사는 중도층뿐만 아니라 보수층에서 확장성을 갖고 있지만 기본소득 주장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보층서도 확장성을 갖고 있다.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으로 봤을 때 문재인정부의 후반기로 갈수록 이재명 지사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당내에선 이 지사를 두고 다른 해석이 나온다. 당내 세력이 약한 그가 민주당 대권 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 악수 나누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의원을 제친 여론조사서도 이 지사는 문 대통령 지지층서 여전히 큰 격차로 이 의원에게 밀렸다. <조원씨앤아이>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51.5%는 이낙연 의원을, 29.1%는 이 지사를 지지했다. 왜 그럴까.

이 지사는 변호사와 성남시장 출신으로 계파가 없다. 변호사가 되어 성남으로 돌아와 시장에 당선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서, 2008년 국회의원 선거서, 2017년 대통령 선거 경선서 모두 패했다. 중앙정치 무대서 밀려나면서 여의도를 통틀어서 ‘비주류’로 꼽힌다. 민주당 내 이재명계 의원도 많지 않다.

끌어안기?
홀로서기?

이 지사는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 문재인)’ 세력과는 각을 세우며 독자적으로 성장했다. 최근 그가 목소리를 낸 정책들 역시 문재인정부와 결을 달리하면서, 정부와는 독립됐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는 친문 세력, 친문 지지자들과도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다. 이 지사와 친문 세력 간 대립의 시작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사는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때 경쟁자였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각을 세웠고, 이는 친문 세력 비토의 계기가 됐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사와 친문 세력의 대립은 정점을 찍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친문 세력 일부는 이 지사를 둘러싼 여러 스캔들을 앞세우며, 이 지시가 당의 유력 주자가 됐을 때 당이 짊어질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당시 민주당 경선서 친문 세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과 경쟁했다. 이 과정서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을 가진 트위터 계정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는데, 그 계정의 실제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당시 혜경궁 김씨 의혹은 검찰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이 지사의 정치적 내상은 결정적이었다.

최근 이 지사의 대법원 결정이 나온 뒤에도 친문 세력은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지사와 친문 세력 사이의 여전한 정치적 거리감을 방증한 셈이다.

뿌리 깊은 친문 세력의 비토는 계속됐다. 올해 상반기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두고 정부와 민주당 간 이견이 있었을 당시, SNS상에서 ‘이재명 지사 전 재산 기부’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지급으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보편적 지원을 촉구해오던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의 뜻에 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책 소통
관계 개선


최근에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친문 세력과의 갈등을 들추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내 선별적 지급 방안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달리 전국민 보편적 지급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본인의 SNS에 “민주당 내에서 논쟁이 벌어지자 반기를 들었다거나 불협화음이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건전한 논쟁을 반기, 투쟁으로 갈라치기 하며 분란을 조장하지 말길 바란다. 정당은 조폭이나 군대도 아니고 특정인의 소유도 아니다”라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 지사가 자신을 비토해 온 강경 친문 지지자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이 지사는 “언론이 일부러 곡해한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관문을 넘기 위해서는 당내 세력과 조직이 필수다. 이 지사에게 친문 세력을 끌어안는 과제가 남은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난 대선 경선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졌던 것도 이 지사에 대한 친문세력의 비호감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친문 세력의 비토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한다. 이 지사 역시 당내 분위기를 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2017년 19대 대선 경선서도 스스로를 “싸가지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고 그래야 나도 활동할 공간이 생긴다”며 친문 세력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이 지사는 친문 세력을 끌어오기 위해 당 밖에서 먼저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친문과의 관계 개선만을 위한 정치적 행보는 이 시점서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이재명다운’ 정책 업무능력으로 친문 세력을 포섭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친문 세력에게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일 잘하는 이재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하는 전략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우뚝
당 최대 계파 ‘친문’ 과제

이 지사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재명이 우리한테 필요한 존재다’라는 걸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나 내도 선거서 이길 수 있다면 다르겠지만, ‘어려운 상황에 이재명 아니면 이길 수 없다’ 이런 상황이면 친문 세력이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내 의원들과의 꾸준한 스킨십 역시 중요하다. 이 지사는 최근 정책 소통을 통해 의원들과 관계를 쌓고 있다. 그가 원하는 정책에 대해 어필하면 관심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식이다. 정책 소통도 하고, 민주당 내 의원들과의 관계 개선도 가능하다.
 

실제로 경기도는 여의도 국회서 월 1∼2회 정도 개최하는 정책토론회로 의원들과 꾸준히 교류 중이다.

이 지사는 ‘이재명계’ 의원을 제외하고도 경기권 의원 전반으로 교류를 확장하는 중이다. 지난달 23일 정책토론회 이후에는 이 지사가 김병욱·홍기원·민병덕 의원 등과 여의도의 한 식당서 만찬을 가졌다. 또 지난 13일 정책토론회 직후에도 임종성·송옥주·임오경 의원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지사의 정치적 스타일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지사의 정치는 역동적이고 강경하다. 기회 포착 능력이 탁월해 ‘준비된 선동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안정감이 다소 부족하고, 행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편이다. 그의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또다른 호소력을 가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의도 비주류
안정감 부족 지적

지지율이 가지는 속성 때문에 친문 지지자들도 대선 정국에선 이 지사를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대세 후보로 여길 공산이 높다. 친문 세력이 역시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 국면에선 정권 연장이 첫 번째 목표일 것이다. 대표적인 이재명계 인물인 김병욱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 지사가 친문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지지율이 깡패다. 과거 좋지 않은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대선 본선서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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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