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NY)·정세균(SK)·김부겸(BK),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하는 대권주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지개를 켰다. 이낙연 의원이 대세론을 굳혀가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의원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는 말까지 들린다. <일요시사>는 당권을 넘어 대권판까지 뒤흔들 세 사람의 조직력을 파헤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독주 분위기였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177석 ‘공룡여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각종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서도 1위를 달린다. 2위와의 격차는 크다. 그런 그가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서 자신의 전당대회(이하 전대) 출마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체로 맞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이낙연 대세론’은 그렇게 굳어지는 듯 보였다.
여 대선주자
조직 보니…
민주당의 ‘영남권 자산’ 김부겸 전 의원이 이 의원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그는 당권 도전 의사를 주변인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서 열린 만찬에 참석한 김 전 의원은 만찬이 끝난 후 따로 참석자들과 자리를 만들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정세균-김부겸 제휴설’로 이어졌다.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만찬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주재로 열렸다. 대구·경북(TK) 지역 낙선인 20여명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다. 정 총리가 당권 도전 의사가 있는 김 전 의원을 측면지원하기 위해 만찬을 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제휴설은 정 총리와 김 전 의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신뢰도를 높였다. 정치권은 ‘대망론’이 불거지는 등 대권에 뜻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정 총리 입장서 이낙연 대세론을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 총리는 여의도 정가와 멀어져 있다. 이낙연 대세론을 직접 견제할 수 있는 선수로 당권에 뜻이 있는 김 전 의원이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김 전 의원 입장에선 당권을 위해 전국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지난 21대 총선서 낙선한 김 전 의원은 호남 중심 정당서 영남 출신의 한계를 경험한 바 있다. 기반이 탄탄한 정세균계의 지원은 김 전 의원 입장서 천군만마다. 총 세 번의 당대표를 역임한 정 총리는 이 의원에 비해 당내 세력이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휴설의 당사자들은 이를 전면 반박했다.
정 총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전적으로 억측이고 오해다. 일부 낙선자들을 만난 것은 오랫동안 정치를 함께한 분들을 위로한 것일 뿐이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코로나19 방역과 위기 극복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차 있다”며 “대권·당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최근 자신의 측근들에게 입단속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의원과 제휴를 맺어 이 의원 견제에 나섰다는 일각의 해석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절대 아니다” 부인하지만…
‘정-김 제휴설’ 전대판 후끈
김 전 의원 역시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말들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그는 “정 총리 및 TK 낙선인과의 식사 자리서 내 전대 출마 얘기가 나왔다는 소식은 사실이 아니다. 낙선인들과 별도의 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서 전대와 관련한 대화를 꺼냈다는 얘기도 사실이 아니다. 아예 그런 별도의 자리 자체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전대 출마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결심이 확고해지면, 저의 입장과 생각을 밝히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서 세 사람과 관련한 설이 분분한 이유는, 세 사람의 조직력이 전대구도를 뒤흔들만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은 최근 조직 정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잠룡들의 조직은 선거병참기지 역할을 해왔다. 지지자 모임을 활성화해 세력을 확대하고, 전문가 그룹과 토론해 어젠다를 선점하는 식이다.
이 의원의 조직 확장은 일찌감치 포착됐다. 이 의원은 총선 전 38명 후보자의 후원회장을 맡았으며, 그중 22명이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이들 당선인·낙선인이 NY계로 합류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총선 후 이 의원은 당선인·낙선인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7일에는 낙선인, 15일에는 당선인과 만났다. 지난달 18일에는 광주·전남 당선인 14명과 만찬을 가졌다.
21일에는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 당선인들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인 시민당서 일정을 취소해 성사되지 못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정치권은 이 의원의 행보가 과거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식사정치’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식사정치로 몸풀기를 끝낸 이 의원은 지역순회를 시작했다. 지난 3일, 충북 청주시를 찾아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충청권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이시종 충북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비롯한 충청권 단체장들과 지역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들이 자리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난 8일 영남권(경남 창원시), 12일 호남권(전북 전주시), 18일 강원권(강원 원주시)을 찾을 예정이다.
당권부터?
대권으로?
이 의원은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자격으로 지역순회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의원이 전대를 앞두고 지지기반을 다지고자 전국순회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말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 의원이 공식 출마선언을 미룬 이유도 지역순회 일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마선언 이후 지역순회를 다니면 당내 위원회를 자신의 선거운동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이 의원은 전남도지사·국무총리 재임 시절 해왔던 공부모임을 확대·개편해 네트워크화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 의원은 경제·금융 분야 전문가들과 주말에 모여 주제별 토론을 해왔다.
해당 공부모임이 ‘싱크탱크’로 진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싱크탱크를 발족시킬 예정이며, 그 규모가 10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기존 국정 전반에 걸친 공부는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추기 위함으로 읽힌다. 현직 국회의원도 싱크탱크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이 의원이 대권까지 모색한다면 싱크탱크는 필수다. 역대 대권주자들 모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을 앞두고 싱크탱크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공간 국민성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미래연구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제전략연구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싱크탱크는 국정운영의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들을 연구해 대선의 주요 공약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의원 측이 싱크탱크 출범을 검토한 바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싱크탱크 출범이 시간 문제라고 내다본다.
이해관계
들어맞아
정 총리의 핵심 조직은 ‘광화문포럼’이다. 지난 17대 국회 때 만들어진 공부모임 ‘서강포럼’이 발전해 지금에 이른다. 20대 국회 끝날 때만 해도 30여명에 그쳤던 광화문포럼은 21대 국회 들어 4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SK계인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광화문포럼의 대표를 맡아 정기적 공부모임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광화문포럼은 정 총리와 여의도 정치를 연결시켜주는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 총리는 저변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주재로 민주당 전북 지역 의원들과 서울 삼청동에 소재한 총리공관에서 만찬을 가졌다. 전북 진안 출신인 정 총리는 해당 지역서 내리 4선을 한 바 있다.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주로 코로나19 극복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여야를 초월한 행보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달 27일 정의당 당선인들과 총리공관서 만찬을 열었다. 심상정 대표는 물론, 배진교 원내대표, 강은미·이은주·장혜영·류효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어 정 총리는 오는 9일 민주당 원내대표단, 12일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단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정 총리가 대권주자로서 보폭을 늘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총리는 일단 코로나19 대응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본부장을 맡은 정 총리는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정 총리는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구에 내려가 3주 동안 현장을 지휘했다.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해 마스크 대란을 돌파하기도 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로 당정 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설득한 사람도 정 총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정 총리는 ‘코로나19 극복 총리’로 불리며 대선 레이스서 큰 가산점을 얻을 전망이다.
김 전 의원의 핵심 조직인 ‘새희망포럼’은 외연확장에 나섰다. 지난 2004년 출범한 새희망포럼은 전국 모임임에도 지부의 수가 적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지난해 11월 대구지부 출범을 시작으로 서울과 호남 등으로 뻗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국 순회로 기지개
서울·호남 지부 설치
최근 김 전 의원 주변에선 새로운 지지자 모임의 필요성을 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외 정치인의 한계를 다양한 조직으로 극복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새로운 모임이 결성되면, 기존 모임인 새희망포럼과 기존 정책연구모임인 ‘생활정치연구소’와 함께 김 전 장관의 정치적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대는 조기 과열 양상이다. 이 의원이 치고 나가는 가운데 제휴설까지 불거졌다. 이는 전대가 다가올수록 더욱 확전돼 ‘비이낙연계 연대론’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민주당 내부서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이 과연 옳은 결정이냐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전대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지난 2일 JTBC <전용우의 뉴스ON>에 출연해 “한 사람이 당권까지 가져가는 것에 다른 대권주자들이 흔쾌하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대권주자가 당권까지 가지려는 것은 당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권주자가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오는 8월, 내년 5월과 8월 등 1년 사이에 전대를 세 번 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권주자가 당권을 잡은 후 차기 대선으로 직행한다고 가정하면,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내년 3월에는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 또한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4월에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21대 총선 과정서 당선인 94명이 입건됐고, 그 중 상당수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우에 따라서 ‘미니 총선’을 넘어서는 규모의 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 만약 당 대표가 대권을 위해 내년 3월 대표직을 포기한다면 지도부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다. 이는 재보궐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
비책은
측면지원?
민주당은 당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최고위원의 임기를 보장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해찬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의 역할을 다하고, 당 대표는 당 대표 역할을 다하는 체계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한다. 전당대회준비위원장에게도 그렇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 의원의 당권 도전 길을 터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이 대권을 위해 대표직서 내려오더라도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