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2위’ 국회의장 샅바싸움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18 10:10:40
  • 호수 1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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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다음 권력 ‘둘 중 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다. 승리를 거두는 사람이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는다. <일요시사>는 21대 국회 원구성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장 쟁탈전을 추적했다. 
 

▲ 박병석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맞대결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병석 의원과 김진표 의원이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놓고 경쟁 중이다. 관례상 전반기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가져간다. 21대 총선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의 몫이다.

박 6선
김 5선

박 의원은 21대 총선을 통해 6선에 성공했다. 다음달 개원하는 21대 국회를 기준으로 최다선인데 정치권이 그의 국회의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박 의원의 강점은 계파색이 옅다는 점이다. 당내 정세균계로 분류되지만, 친문(친 문재인)·비문(비 문재인)을 가리지 않고 활발히 교류해왔다. 

계파색은 옅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박 의원을 신뢰한다’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경선을 앞두고 충청권 의원 중 처음으로 박 의원을 캠프로 영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문재인정부의 철학 등을 설명한 사람도 박 의원이다. 이는 21대 총선을 통해 세 확장에 성공한 친문계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야당 의원들과도 큰 갈등 없이 관계를 원만히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당적을 내려놓고 여야 의원들을 모두 포용해야 하는 국회의장의 성격과도 들어맞는다. 일각에선 박 의원의 이런 강점을 들어 ‘전통적 의장상’과 잘 맞다는 평가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점은 야당 의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등 보수 야당은 친문 색채에 대한 반감이 크다. 21대 총선을 사흘 앞둔 지난달 12일 통합당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여당은 친문 일색 공천으로 귀결됐다. 이런 상황서 현 정권이 이번 선거를 통해 국회마저 장악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이 나라는 친문패권 세력의 나라가 될 것”이라며 저격한 바 있다.

박 의원이 충청권 의원인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충청권은 21대 총선서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선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도 충청권을 배려하는 직책 안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의원 본인의 의지 역시 강하다. 앞서 그는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회의장이라는 중책이 주어진다면 과감하게 국회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장 ‘3수생’라는 점도 박 의원의 손을 들어주는 요소다. 19대 국회서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 의원은 20대 국회 국회의장에 도전했지만, 정세균·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밀려 꿈을 이루지 못했다.

박 ‘최다선’ 김 ‘최고령’
손 편지 VS 메신저 승자는?


반면, 확실한 당내 조직이 없다는 점이 박 의원의 약점으로 꼽힌다. 확실한 당내 조직은 고정 득표, 더 나아가 확장력을 의미한다. 박 의원이 수도권에 비해 세가 약한 충청권이라는 점도 상대적 약점으로 꼽힌다.

박 의원의 경쟁상대는 5선의 김진표 의원이다. 박 의원이 국회 최다선이라면, 김 의원은 최고령이다. 74세인 김 의원은 박 의원(69세)보다 5년 위다.

김 의원 역시 의지가 강하다. 한때 민주당 내에서는 박 의원에 대한 ‘추대론’이 제기된 바 있다. 경선을 치를 경우 자칫 과열 양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열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여당에 180석을 몰아준 국민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김 의원의 경선 의지가 높아 추대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 문희상 국회의장 ⓒ문병희 기자

김 의원의 강점은 ‘경제 전문성’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정통 관료 출신인 그는 자타공인 ‘경제통’으로 불린다. 현재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서 비상경제대책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박 의원과 달리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뚜렷하다.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으며, 문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서 위원장을 역임한 친노·친문 인사다.

두 사람이 경선서 맞붙었을 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김 의원은 당권파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이해찬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민주당 당권파의 최근 기세는 무서울 정도로 상승세다.

상승세는 최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뚜렷해졌다. 김태년·전해철·정성호 의원이 맞붙은 경선서 김 의원이 163표 가운데 과반 이상인 82표를 획득,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친문 중에서도 이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다.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뒤 곧바로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서 당권파가 승리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류 친문’에 대한 견제 심리와 수평적인 당청 관계를 요구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용 리더십
경제 전문가

김태년·전해철·정성호 세 명의 원내대표 후보 중 친문은 김 원내대표와 전 의원이다.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측근인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이자, 핵심 친문 의원들의 모임인 ‘부엉이 모임’의 좌장을 맡은 ‘주류 친문’이다. 부엉이 모임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전 의원을 민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은 김 원내대표가 전 의원을 꺾을 수 있었던 이유가 주류 친문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이라 해석한다.


일각에선 당권파인 김 원내대표에 빗대어 전 의원을 ‘정권파’로 불렀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정권파보다 당권파를 선택, 현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신임을 전했다. 이 같은 경향은 국회의장 경선에서 당권파인 김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 의원의 약점은 ‘이미지’다. 관료 출신이라는 점, 과거 종교인 과세 유예를 주장한 점 등 김 의원은 개혁과는 사뭇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러한 이미지는 개혁 성향의 초재선 당선인들의 표심을 끌어오는 데 방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여야가 원내대표 선출을 끝내고 나서 본격화됐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김 의원에게 양보를 권했다는 지라시까지 등장했다. 박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물밑 구애작전이 치열하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스타일로 당선인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당내 계파 역학구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초선 당선인에게 맞춤식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당 초선 당선인은 68명이다. 시민당 당선인까지 합하면 그 수는 83명으로 불어난다. 국회의장 경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정도의 규모다.

박 의원은 전략은 ‘정성’이다. 앞서 박 의원은 초선 당선인들에게 두 차례 손 편지를 보냈는데 “당선 후 등원까지, 지역민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성의 있게 해야 한다” “상임위는 전공을 살피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을 권한다” 등 박 의원이 초선 당선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각종 조언을 담았다.


박 의원은 4선이던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초선 당선인들에게 의정활동에 대한 조언을 담은 손 편지를 써온 것으로 전해진다.

손 편지 외에도 박 의원은 전화와 문자로 초선 당선인들에게 지역구 관리, 보좌진 채용과 같은 부분에 조언을 해주는 등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또 식사 자리를 마련하면서 통합형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의 전략은 ‘전달’이다. 그는 SNS 메신저를 적극 활용하며,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초선 표심
승패 영향

지난 8일 김 의원은 카카오톡 메신저로 의원 개개인에게 디지털 서신을 보냈는데, 메시지에는 ‘디지털 뉴딜을 선도하는 능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방역 모범국가서 경제 위기 극복 모범국가로 가는 길을 만들고 싶다’ 등의 포부가 담겼다.

김 의원은 ‘일하는 국회의장’을 캐치프레이즈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지난 8일 메시지서도 “국회의장이 사후적이고 절차적으로 개입하는 관행서 벗어나 책임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국회 운영에 나서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회의장 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역시 당선인들과 오찬을 여는 등 접촉면을 늘리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 의원은 캐치프레이즈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주요 현안협의체를 도입하겠다는 것.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해 신속한 처리, 공론 수렴이 필요한 법안을 중점 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를 위해 구체적인 법안을 이미 마련해뒀다고 밝혔다.

과연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이라는 영광을 차지하는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국회 선진화법으로 국회의장이 가진 권한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입법부의 수장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하다.
 

▲ 국회의장단에 첫 유리벽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의장 경선은 오는 25일 열린다. 후보 등록은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이후 의장 후보는 10분의 정견발표를 한다. 만약 의장단 후보로 한 명만 등록하면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두 명 이상 후보가 경선을 치러 동률이 나오더라도 결선 투표는 진행하지 않는다. 이렇게 당선된 후보는 오는 6월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서 무기명 투표를 진행, 재적의원 과반 이상의 득표로 당선이 결정된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 역시 25일 윤곽이 드러난다. 부의장은 총 2명이다. 여당과 야당이 각각 1명씩을 추천해 표결을 거친다. 

당권파 표심 어디로…
최초 여성 부의장 도전

통합당이 야당 몫 부의장 1명을 가져간다. 통합당에서는 정진석 의원이 경선 없이 추대될 전망이다. 경쟁자로 거론되던 서병수 당선인이 부의장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서병수 당선인은 지난 13일 “국회부의장이 과연 내게 주어진 사명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일하는 국회 본연의 모습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서 통합당을 외면한 것은 반대만 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반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반대하는 야당부터 만드는 것이 일하는 국회의 첫걸음이라 믿는다. 이게 내가 다시 정치를 시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통합당 최다선들 사이서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최다선은 5선으로 4명이다. 부의장 추대가 유력한 정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의원, 조경태 의원, 서 당선인이 그들이다. 앞서 주 의원은 통합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나머지 조 의원과 서 당선인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다.

정 의원은 기자 출신 국회의원이다. 5선 의원을 하는 동안 국회사무총장과 국회의장 비서실장, 국회 운영위원장·정보위원장·규제개혁위원장 등을 거쳤다. 이번에 부의장으로 추대되면, 사실상 국회의장을 제외한 국회의 모든 요직을 경험하게 된다.

민주당 몫 부의장 경선에서는 최초의 ‘여성 부의장’ 탄생 여부로 뜨겁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여성 의원 모임인 ‘행복여정’은 여성 최다선(4선)인 김상희 의원을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제헌국회 이래 여성이 의장단에 들어간 사례는 전무하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까지 7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의장단에) 여성이 없었다. 이는 정치가 지금까지 남성의 영역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이라며 “이는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장·부의장은 대개 다선이 하는데, 그동안은 여성 다선 의원이 굉장히 부족했다”며 “의장단에 한 번도 여성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대의민주주의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국회서의 상징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의장도
치열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서도 최초의 여성 부의장 탄생이라는 명분이 힘을 받고 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자당 남성 의원들에게 여성 부의장 선출에 동의해달라는 서명 요청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 의원이 부의장이 되기에 선수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로는 이상민(5선), 변재일(5선) 의원이 유력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세력 확장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세력 확장에 나섰다.

21대 총선 기간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당선·낙선인과 잇단 회동을 가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총선 당선인 20여명과 오찬을 열었다. 모두 당선자들로 21대 국회 초재선이다.

김병관·김병욱·백혜련·정춘숙 의원은 물론 이탄희·홍정민·김용민·고민정·이소영 당선인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7일 후원회장을 맡았던 후보 가운데 낙선인 15명과도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이 위원장 측은 “후원회장으로서 인사 차원서 갖는 모임”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는 이 위원장이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당권의 걸림돌로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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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