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그들만의 아지트 대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8 10:47:26
  • 호수 1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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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도 왔다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서울 이태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33명으로 집계됐다(지난 14일 정오 기준). 0시 기준 131명보다 2명이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확진자 133명 중 이태원 일대 클럽 방문자는 82명이다. 나머지 51명은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세가 ‘N차 감염’으로 번지고 있다.

당초 초발 환자로 지목된 용인 확진자 A씨는 지난 2일 새벽 이태원 소재 클럽을 다녀온 후 확진됐다. 그후 지역발생 환자는 지난 10일 26명이 나온 데 이어 11일 29명, 12∼13일 22명을 기록했다. 방역당국이 이태원 클럽 관련 조사 기간 및 범위를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 방문자들로 넓히면서, 진단검사는 지난 14일에만 2만여건이 진행될 정도로 확대됐다. 

황금연휴 때 
클럽에 집합

용인 확진자 A씨는 이태원 게이클럽을 방문해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 사과했다. 7일 <국민일보>는 A씨가 이날 자신의 SNS에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연휴 기간 여행 및 클럽 방문은 변명할 여지없이 저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이태원에 있는 총 세 곳의 클럽을 방문했으며, 세 곳의 당일 방문자 수는 2000여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 A씨와 함께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안양시 거주 20대 남성도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추가적인 루머와 억측들이 돌고 있는 것 같아 말씀드린다. 여행 및 클럽은 증상이 없는 상태서 이동 및 방문했으며, 2일 저녁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럽은 지인의 소개로 방문했고 클럽의 경우 호기심에 방문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았으며 성소수자를 위한 클럽, 외국인을 위한 클럽, 일반 바 형태의 클럽들이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클럽 중 한 곳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영업일 모두 매일 클럽 내부를 자체적으로 방역하고 입장 시 발열 체크, 발열 여부와 해외 방문 이력 등을 포함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재입장 시 필수 손 소독 절차, 마스크 착용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으나 확진자 동선에 노출됐다”며 “해당 확진자에 대한 추측성 소문과 신상 공개 등은 자제해달라”고 전했다. 

밤만 되면 종로서 다함께 모여
수면방 중독…매주 가는 사람도

방송인 홍석천 역시 이태원 클럽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지금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소수자는 자신의 정체성이 가족, 지인, 사회에 알려지는 게 두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본인과 가족·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며 “다행히 ‘익명 보장’ 검사가 가능하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역 당국과 의료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쏟은 그동안의 힘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지금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하길 간곡히 권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석천의 이 같은 발언은 A씨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 중 성소수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클럽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 때문에 검사를 꺼린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 용산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문병희 기자

A씨의 동선으로 파악된 K, Q, T 클럽 모두 게이클럽으로 밝혀졌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게이가 알려주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성소수자라고 밝힌 B씨는 “나는 은둔형(숨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게이가 어떻게 노는지, 패턴은 어떻게 되는지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다수의 게이들이 이렇다는 거지 내가 대표성을 가지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설명에 들어갔다.

그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황금연휴였잖냐? 마침 그 기간에 이태원 클럽이 3주년이라 사람이 더 많았다”며 “유명인사, 연예인들도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금연휴에 (클럽)3주년까지 겹쳐 조선 8도 지방에 사는 게이들이 전부 상경해 난리가 났었다. 방명록이 있으면 뭐하나, 전부 다 허위로 적고 입장하고 마스크는 대기할 때만 썼다”며 “클럽 안에서 미모 자랑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이태원발
확진자↑

한 게이클럽의 입장료는 일반 클럽과 비교해 입장료부터 다르다. 금요일의 경우 남자는 1만원, 여자는 3만원이고 토요일의 경우 남자는 15000원, 여자는 5만원이다. 

한 네티즌은 “입장료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게이클럽을 입장하는 여자들은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이 없어 자유롭게 놀다가 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실제로 게이클럽에 여자들도 출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와 본인의 방황을 계기로 <기독일보>에 제보한 이 동성애자는 “게이클럽은 제가 알기로 ‘종태원’(게이들이 종로와 이태원을 합쳐서 부르는 말)과 부산에 한 군데 있다”며 “K클럽은 게이 클럽이어서 입장료가 남성은 저렴하고 여성은 비싸다”고 소개했다.

그는 “T는 클럽이지만 드랙쇼로 유명하다”며 “이곳은 남성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가끔 운영진과 친분이 있는 여성 연예인들도 볼 수 있다. 최근에도 손모씨가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드랙쇼는 남성이 복장부터 분장, 생각, 행동까지 여성처럼 하는 공연을 말한다. 춤과 노래 립싱크, 패션쇼, 연기,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 이태원 코로나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킹클럽 ⓒ문병희 기자

성 소수자를 위한 ‘호빠’(호스트바)는 대구, 부산, 종로, 이태원 등에 존재하며, 술값은 수십만원에 달하고 ‘선수’ 테이블 봉사료가 별도인 경우도 있다. 일부 바에서는 ‘2차’(동성 성관계)가 존재하며, 게이가 아니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제 공개
아웃팅 우려

또 서울과 부산 쪽에는 게이 마사지숍이 있으며, 마사지사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고 역시 성행위도 이뤄질 수 있다고도 한다.


그는 “동성애자, 즉 게이들은 ‘이반시티’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와 어플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성욕을 해결한다”며 “활동하는 동안 점차로 동성애자들의 세계가 제 생각보다 훨씬 넓고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반시티는 LGBT KOREA(엘지비티 코리아)에 의해 1999년 5월 ‘화랑’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이후 2000년 11월 ‘이반시티’로 이름을 바꿔 인터넷 포털 서비스·전자 상거래·비디오 제작업·출판업·문화산업·온라인 쇼핑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최대 남성 동성애자 웹사이트다. 2017년 1월 기준으로 회원 수 22만명, 하루 접속자 수 5만∼6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 10일 이 사이트의 한 커뮤니티에는 “이태원이나 ’블랙‘ 다녀온 애들아, 절대 검사 받으러 가지 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자취하고 사이버강의 듣는 대학생이면 상관없지만, 직장인이면 무조건 버텨’라며 ‘어차피 걸릴 가능성도 없고 니들이 걸렸으면 지역사회 감염도 시작됐다는 것이니 팬데믹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텨. 어차피 안 죽고 대구처럼 팬데믹이 오면 동선 공개도 안 돼. 그냥 최대한 많은 사람이 걸리길 빌자’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진 시 동선 공개 및 거주지, 직장 등 신상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면서 아웃팅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데믹이 오길 기다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걸리길 빌자’라는 내용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해당 글로 인해 이번 게이클럽 이슈가 신천지와 다름없다며,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능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 서울 홍대클럽 거리

해당 게시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사이트 측은 공지 팝업을 통해 “현재 인터넷에 캡처돼 공유된 팬데믹 관련 게시글은 공식입장이 아니다. 사이트 이용자와 운영진은 도덕적인 사회규범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작성된 글의 댓글에도 글쓴이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반응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동성애자들이 모르는 상대를 만나 관계를 맺는 찜질방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 시내에만도 여러 곳이 존재한다. 서울 논현역 인근 ‘동성애 사우나’로 알려진 OO는 카페 홈페이지에 ‘남자만 가입 가능’이라고 돼있으며, 실제로 근육질의 체형만 입장이 가능하고 뚱뚱한 남성들은 들어갈 수 없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요금 비싸
강남 제한적 입장 제한

이곳 카페들은 40대 이상은 출입이 되지 않고, 22세 이하는 무료 쿠폰을, 25세 이하에게는 할인 쿠폰을 발행 중이다. ‘언더웨어(Underwear)’ ‘누드(Nude Only)’ ‘음란한 체대창고(현역 체대생 무료)’ ‘금요 누드’ 등 요일별 이벤트의 야릇한 카피들로 초기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런 사우나 또는 블랙수면방 등이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반면, 이곳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년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게이 사우나’ OO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했다. 종로 관철동에는 헬스장을 사용하면서 찜질방까지 이용할 수 있는 OOO도 있다.

이 밖에 이태원 지역 클럽들의 경우 사우나서 동성 간 성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고, 손님이 많지 않은 일반 사우나 중 일부에선 남성 동성애자들이 암암리에 모여 성행위를 하는 일들이 있다. 서울대 입구와 가산디지털단지, 한성대 입구 등지의 일부 사우나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 사우나는 밤이 되면 찜방보다 더 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찾아오고, 다른 사우나는 행정명령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남성 동성애자들끼리 모여 성행위를 한다고 한다.

강남에 있는 수면방도 게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입장 조건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이들만 출입 가능하다.
 

▲ 블랙수면방 입장 조건 안내문

입장 제한 조건으로는 ▲뚱뚱한 사람 ▲45세 이상 ▲복도서 라이터 켜는 사람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고 끼 부리는 사람 ▲금지약물 복용했거나 술에 취한 사람 ▲피부병이 있거나 전염병이 있는 사람 ▲타인을 촬영하거나 촬영 목적이 있는 사람 ▲폭력적이거나 시비 거는 사람 ▲과도한 문신으로 타인에게 공포감 주는 사람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하는 사람 등이다. 

한 이용자는 “우리들도 이런 곳에 다니는 애들은 기피하지만 중독돼 매주 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찜방은 비싸봐야 2만원”이라고 언급했다. 또 “확진자가 1명이라도 가면 그곳 특성상 감염 확률은 100%”라며 “문제는 이런 곳들은 질본서 확진자나 접촉자를 추적하는 모든 방법이 안 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정보공유

아울러 “모든 사람들이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전화기는 라커에 넣어놓고 꺼둔다”며 기지국 조회 방법도 힘들 것이라 했다. 그는 “99% 현금결제에 카드내역 조회도 안 되며, 이곳에는 CCTV조차 없어 추적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곳은 확진자가 거쳐간 곳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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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