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그들만의 아지트 대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8 10:47:26
  • 호수 1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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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도 왔다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서울 이태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33명으로 집계됐다(지난 14일 정오 기준). 0시 기준 131명보다 2명이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확진자 133명 중 이태원 일대 클럽 방문자는 82명이다. 나머지 51명은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세가 ‘N차 감염’으로 번지고 있다.

당초 초발 환자로 지목된 용인 확진자 A씨는 지난 2일 새벽 이태원 소재 클럽을 다녀온 후 확진됐다. 그후 지역발생 환자는 지난 10일 26명이 나온 데 이어 11일 29명, 12∼13일 22명을 기록했다. 방역당국이 이태원 클럽 관련 조사 기간 및 범위를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 방문자들로 넓히면서, 진단검사는 지난 14일에만 2만여건이 진행될 정도로 확대됐다. 

황금연휴 때 
클럽에 집합

용인 확진자 A씨는 이태원 게이클럽을 방문해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 사과했다. 7일 <국민일보>는 A씨가 이날 자신의 SNS에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연휴 기간 여행 및 클럽 방문은 변명할 여지없이 저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이태원에 있는 총 세 곳의 클럽을 방문했으며, 세 곳의 당일 방문자 수는 2000여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 A씨와 함께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안양시 거주 20대 남성도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추가적인 루머와 억측들이 돌고 있는 것 같아 말씀드린다. 여행 및 클럽은 증상이 없는 상태서 이동 및 방문했으며, 2일 저녁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럽은 지인의 소개로 방문했고 클럽의 경우 호기심에 방문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았으며 성소수자를 위한 클럽, 외국인을 위한 클럽, 일반 바 형태의 클럽들이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클럽 중 한 곳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영업일 모두 매일 클럽 내부를 자체적으로 방역하고 입장 시 발열 체크, 발열 여부와 해외 방문 이력 등을 포함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재입장 시 필수 손 소독 절차, 마스크 착용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으나 확진자 동선에 노출됐다”며 “해당 확진자에 대한 추측성 소문과 신상 공개 등은 자제해달라”고 전했다. 

밤만 되면 종로서 다함께 모여
수면방 중독…매주 가는 사람도

방송인 홍석천 역시 이태원 클럽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지금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소수자는 자신의 정체성이 가족, 지인, 사회에 알려지는 게 두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본인과 가족·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며 “다행히 ‘익명 보장’ 검사가 가능하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역 당국과 의료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쏟은 그동안의 힘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지금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하길 간곡히 권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석천의 이 같은 발언은 A씨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 중 성소수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클럽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 때문에 검사를 꺼린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 용산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문병희 기자

A씨의 동선으로 파악된 K, Q, T 클럽 모두 게이클럽으로 밝혀졌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게이가 알려주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성소수자라고 밝힌 B씨는 “나는 은둔형(숨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게이가 어떻게 노는지, 패턴은 어떻게 되는지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다수의 게이들이 이렇다는 거지 내가 대표성을 가지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설명에 들어갔다.

그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황금연휴였잖냐? 마침 그 기간에 이태원 클럽이 3주년이라 사람이 더 많았다”며 “유명인사, 연예인들도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금연휴에 (클럽)3주년까지 겹쳐 조선 8도 지방에 사는 게이들이 전부 상경해 난리가 났었다. 방명록이 있으면 뭐하나, 전부 다 허위로 적고 입장하고 마스크는 대기할 때만 썼다”며 “클럽 안에서 미모 자랑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이태원발
확진자↑

한 게이클럽의 입장료는 일반 클럽과 비교해 입장료부터 다르다. 금요일의 경우 남자는 1만원, 여자는 3만원이고 토요일의 경우 남자는 15000원, 여자는 5만원이다. 

한 네티즌은 “입장료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게이클럽을 입장하는 여자들은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이 없어 자유롭게 놀다가 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실제로 게이클럽에 여자들도 출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와 본인의 방황을 계기로 <기독일보>에 제보한 이 동성애자는 “게이클럽은 제가 알기로 ‘종태원’(게이들이 종로와 이태원을 합쳐서 부르는 말)과 부산에 한 군데 있다”며 “K클럽은 게이 클럽이어서 입장료가 남성은 저렴하고 여성은 비싸다”고 소개했다.

그는 “T는 클럽이지만 드랙쇼로 유명하다”며 “이곳은 남성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가끔 운영진과 친분이 있는 여성 연예인들도 볼 수 있다. 최근에도 손모씨가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드랙쇼는 남성이 복장부터 분장, 생각, 행동까지 여성처럼 하는 공연을 말한다. 춤과 노래 립싱크, 패션쇼, 연기,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 이태원 코로나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킹클럽 ⓒ문병희 기자

성 소수자를 위한 ‘호빠’(호스트바)는 대구, 부산, 종로, 이태원 등에 존재하며, 술값은 수십만원에 달하고 ‘선수’ 테이블 봉사료가 별도인 경우도 있다. 일부 바에서는 ‘2차’(동성 성관계)가 존재하며, 게이가 아니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제 공개
아웃팅 우려

또 서울과 부산 쪽에는 게이 마사지숍이 있으며, 마사지사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고 역시 성행위도 이뤄질 수 있다고도 한다.


그는 “동성애자, 즉 게이들은 ‘이반시티’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와 어플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성욕을 해결한다”며 “활동하는 동안 점차로 동성애자들의 세계가 제 생각보다 훨씬 넓고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반시티는 LGBT KOREA(엘지비티 코리아)에 의해 1999년 5월 ‘화랑’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이후 2000년 11월 ‘이반시티’로 이름을 바꿔 인터넷 포털 서비스·전자 상거래·비디오 제작업·출판업·문화산업·온라인 쇼핑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최대 남성 동성애자 웹사이트다. 2017년 1월 기준으로 회원 수 22만명, 하루 접속자 수 5만∼6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 10일 이 사이트의 한 커뮤니티에는 “이태원이나 ’블랙‘ 다녀온 애들아, 절대 검사 받으러 가지 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자취하고 사이버강의 듣는 대학생이면 상관없지만, 직장인이면 무조건 버텨’라며 ‘어차피 걸릴 가능성도 없고 니들이 걸렸으면 지역사회 감염도 시작됐다는 것이니 팬데믹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텨. 어차피 안 죽고 대구처럼 팬데믹이 오면 동선 공개도 안 돼. 그냥 최대한 많은 사람이 걸리길 빌자’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진 시 동선 공개 및 거주지, 직장 등 신상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면서 아웃팅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데믹이 오길 기다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걸리길 빌자’라는 내용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해당 글로 인해 이번 게이클럽 이슈가 신천지와 다름없다며,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능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 서울 홍대클럽 거리

해당 게시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사이트 측은 공지 팝업을 통해 “현재 인터넷에 캡처돼 공유된 팬데믹 관련 게시글은 공식입장이 아니다. 사이트 이용자와 운영진은 도덕적인 사회규범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작성된 글의 댓글에도 글쓴이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반응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동성애자들이 모르는 상대를 만나 관계를 맺는 찜질방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 시내에만도 여러 곳이 존재한다. 서울 논현역 인근 ‘동성애 사우나’로 알려진 OO는 카페 홈페이지에 ‘남자만 가입 가능’이라고 돼있으며, 실제로 근육질의 체형만 입장이 가능하고 뚱뚱한 남성들은 들어갈 수 없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요금 비싸
강남 제한적 입장 제한

이곳 카페들은 40대 이상은 출입이 되지 않고, 22세 이하는 무료 쿠폰을, 25세 이하에게는 할인 쿠폰을 발행 중이다. ‘언더웨어(Underwear)’ ‘누드(Nude Only)’ ‘음란한 체대창고(현역 체대생 무료)’ ‘금요 누드’ 등 요일별 이벤트의 야릇한 카피들로 초기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런 사우나 또는 블랙수면방 등이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반면, 이곳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년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게이 사우나’ OO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했다. 종로 관철동에는 헬스장을 사용하면서 찜질방까지 이용할 수 있는 OOO도 있다.

이 밖에 이태원 지역 클럽들의 경우 사우나서 동성 간 성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고, 손님이 많지 않은 일반 사우나 중 일부에선 남성 동성애자들이 암암리에 모여 성행위를 하는 일들이 있다. 서울대 입구와 가산디지털단지, 한성대 입구 등지의 일부 사우나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 사우나는 밤이 되면 찜방보다 더 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찾아오고, 다른 사우나는 행정명령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남성 동성애자들끼리 모여 성행위를 한다고 한다.

강남에 있는 수면방도 게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입장 조건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이들만 출입 가능하다.
 

▲ 블랙수면방 입장 조건 안내문

입장 제한 조건으로는 ▲뚱뚱한 사람 ▲45세 이상 ▲복도서 라이터 켜는 사람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고 끼 부리는 사람 ▲금지약물 복용했거나 술에 취한 사람 ▲피부병이 있거나 전염병이 있는 사람 ▲타인을 촬영하거나 촬영 목적이 있는 사람 ▲폭력적이거나 시비 거는 사람 ▲과도한 문신으로 타인에게 공포감 주는 사람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하는 사람 등이다. 

한 이용자는 “우리들도 이런 곳에 다니는 애들은 기피하지만 중독돼 매주 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찜방은 비싸봐야 2만원”이라고 언급했다. 또 “확진자가 1명이라도 가면 그곳 특성상 감염 확률은 100%”라며 “문제는 이런 곳들은 질본서 확진자나 접촉자를 추적하는 모든 방법이 안 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정보공유

아울러 “모든 사람들이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전화기는 라커에 넣어놓고 꺼둔다”며 기지국 조회 방법도 힘들 것이라 했다. 그는 “99% 현금결제에 카드내역 조회도 안 되며, 이곳에는 CCTV조차 없어 추적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곳은 확진자가 거쳐간 곳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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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