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4·15 무소속 돌풍 추적

‘바람몰이’ 판 커지는 패자부활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의 공천 작업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엔 ‘무소속 바람’이 불고 있다. 무소속 연대의 가능성도 함께 점쳐진다. 실제로 2008년 18대 총선서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친박 무소속 연대’ 중 11명이 당선되는 파란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무소속 바람이 돌풍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4·15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공천 작업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선택받지 못한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공천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하나같이 당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면서 지역구민들을 위해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공천 후폭풍
정치 낭인들

38.7%.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이다. 범보수 진영의 통합을 이루고자 새로 출범한 통합당은 예상대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단행했다. 현역의원 119명 중 총 46명이 공천서 탈락했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서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칼날은 더 매서웠다. TK 현역 의원 20명 중 11명이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물갈이 비율은 55%에 달한다.

김 전 공관위원장이 공관위 출범부터 공언했던 대로다. PK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데 현역 의원 23명 중 3명이 컷오프, 10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교체율은 무려 57%에 육박한다. 당 안팎에선 비박(비 박근혜)과 친박(친 박근혜)을 모두 쳐낸 과감한 개혁공천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공관위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의원들과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는 등 당 내부에서는 그만큼 거센 논란에 직면해있다. 특히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같은 거물급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는 치명적으로 보인다.

결집해도 모자랄 판인데 표가 분열되면서 상대 후보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2일, 양산을 출마를 포기하고 통합당 현역이 없는 대구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협잡에 의한 공천 배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결코 승복할 수 없어, 양산을 무소속 출마를 깊이 검토했다”며 “상대 당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어 대구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탈당 및 복당에 대해서는 “후보 등록 전 탈당해야겠으나 300만명 당원이 눈에 밟히기 때문에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줄 때 나가겠다”며 “이 못된 협잡 공천에 관여한 사람을 나는 알고 있으며 복당한 뒤 돌아가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물급 인사들의 잇단 나홀로 출마행
현역 프리미엄으로 정당 담장 넘을까

통합당 공관위는 홍 전 대표의 고향인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려는 그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잡음 끝 홍 전 대표가 양산을에 출마하는 것으로 타협안이 만들어지면서 양산행을 확정지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의원과의 빅매치가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대진표는 얼마 안 가 바뀌고 말았다. 통합당이 양산을서 지역구 후보자를 추가로 모집했고, 나동연 전 양산시장이 이에 나선 것. 통상적으로 현역 혹은 거물급 주자가 있는 지역구서 추가 후보자를 모집할 경우 기존 인물의 컷오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결국 홍 전 대표는 나 전 시장과 경선도 치르지 못하고 공천서 탈락했다.


갑작스럽게 ‘정치 낭인’으로 전락해버린 홍 전 대표는 “내 길을 가겠다”며 무소속 출마 카드를 꺼냈다. 홍 전 대표는 현재 양산을 떠나 대구 수성을 출마를 발표한 상태다. 이곳은 통합당 주호영 의원이 4선을 한 곳이지만, 주 의원이 수성갑으로 옮기면서 경선 지역이 됐다.
 

▲ 홍준표 전 미래통합당 대표

수성을에서는 통합당 이인선·정상환 예비후보의 경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 후보는 4년 전 당 공천을 받았지만 낙선했고, 정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민주당에선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이 단수공천을 받았는데 그 역시도 정치 초년생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의 수성을 출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홍준표 전 대표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고 대구서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가 종로서 이낙연 전 총리에게 패배할 때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가 종로서 패배하고, 홍 전 대표가 대구서 승리한다면 사실상 홍 전 대표에게 당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해석이다.

반면 일각에선 홍 전 대표의 무소속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 전 대표의 위상과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은 만큼 총선서 크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 전 대표 역시 “대구는 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구는 공천을 받지 못하면 양산 못지않는 험지”라고 답했다.

대대적 물갈이
어부지리 미풍

만약 홍 전 대표가 대구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의 ‘몸값’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황교안 대표가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자신이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김 전 공관위원장과 합작해 자신을 컷오프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성을은 대표적인 보수야당의 아성과 같은 곳이다. 사실상 험지로 꼽히는 종로에 출마하는 황 대표와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황 대표의 ‘이유 있는 희생’은 회복 가능하지만, 홍 전 대표의 패배는 추후 정치인으로 재기하기엔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전 대표의 대구행이 선거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대구지역의 보수 표심이 자연스레 분열되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대구는 무소속 출마해도 수성갑 이외에는 민주당이 될 리가 없다”고 당에 피해가 가지 않음을 확신했다. 보수 표심이 갈라진다고 해도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는 공관위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의 무소속행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통합당 주호영 의원 역시 홍 전 대표 출마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소속이 많아지면 당이 선거를 치르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연대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또 다른 거물급 주자인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도 무소속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5일, 공관위로부터 공천이 배제된 이후 “당을 잠시 떠난다.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각에선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공천서 배제된 PK와 TK 중진들이 뭉치는 영남권 무소속 벨트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통합당이 다시 분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 총선서 형성된 ‘친박벨트’와 같은 무소속 연대가 이뤄진다면 이들은 영남권을 둘러싼 보수진영 내 각축전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서 탈락한 의원들이 ‘친박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면서 11명이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던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영남권의 무소속 연대가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구심점이 있었던 당시와 상황이 달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찻잔 속 태풍?
기사회생 기회?

미풍에 그친다면 오히려 당의 승리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전 지사가 출마하는 지역은 TK만큼은 아니지만 ‘통합당 공천 = 당선’ 공식이 성립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율도 꾸준히 나오는 편이기에, 야권이 분열되면 여당에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수도 있다.

인천 미추홀을 둘러싼 잡음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이 공천 탈락 후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을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선거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그는 컷오프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지역구 기반을 워낙 탄탄하게 했던 덕분에 48.1%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 통합당 공관위는 인천 미추홀에 인천시장 출신인 현역 안상수 의원(3선)을 전략공천했다. 만약 이들의 내전이 격화된다면 여당 후보가 반사 이익을 받아 승리할 공산이 커진다.

현재 통합당 현역 의원 중 컷오프된 의원은 모두 20여명에 달한다. 이 중 ▲김재경(경남 진주을) ▲이은재(서울 강남병) ▲백승주(초선·경북 구미갑) ▲정태옥(대구 북갑) ▲김석기(경북 경주) ▲이주영(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 등은 컷오프된 후 재심을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최고위가 재심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해 공관위에 공천 탈락자에 대한 재의 요청을 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공관위는 회의를 열고 해당 공천을 재논의하게 된다. 이 경우 공관위원 9인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공천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 윤상현 미래통합당 의원

현재까지 컷오프된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은 당 공천서 최고위가 재심를 요구하고 이를 공관위가 받아들임으로써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게 됐다. 하지만 재심 청구 수용 사례는 사실상 거의 없었던 만큼 향후 무소속행 대열에 합류할 의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야권 표심을 분열 시키면서 당의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당 내부에서는 이들이 여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대 ‘친박’ 11명 당선 기염
이번엔 구심점 없어 미지수

김 전 공관위원장은 홍 전 대표 등을 향해 “앞으로 정당정치를 하는 데 있어 용납되기 어렵다”며 “특히 지금처럼 문재인정권에 심판을 하기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도 힘겨운 이런 상태서 무소속으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길인가. 문정권을 위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들 사이서도 무소속 출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청·함양·거창·합천의 신성범 통합당 예비후보는 김태호 전 지사의 무소속 출마를 두고 “명분과 논리야 어떻든 결국 야권분열로 이어지고 문재인정권을 돕는 결과로 가져올 것”이라며 “여야 일대일 구도여야만 문정권을 심판할 수 있고 정권교체까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역 프리미엄보다 정당 프리미엄이 셀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익명의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무소속 출마는 홍 전 대표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거대 양당체제의 대결로 넘어가기 때문에 선거서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현역이래도 기존 정당의 브랜드와 조직력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무소속 출마를 유리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선거서 중요한 정서가 ‘언더독’ 정서다. 불쌍한 후보한테 표가 가는 것인데 홍 전 대표나 김태호 전 도지사 같은 공천 탈락자의 아픔도 해당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공천이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총선은 지역구 인연이 작용한다. 다소 억울하게 컷오프된 느낌을 주는 의원들도 있고 지역 언론 반응도 안 좋다. 무소속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할까
불리할까

당내 일각에선 “무소속 출마 후 복당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탈당 인사, 무소속 후보 등으로 선거에 출마한 인사에 대해 입당을 불허해왔지만, 보수대통합의 일환으로 지난 1월 복당을 전면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공관위원장은 “앞으로 무소속 으로 나온 인물은 당락을 떠나 당에서 다시 받아들이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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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