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맘’ 이소현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한국 정치 바꿔보겠다”

‘국민을 닮은’ 국회의 첫 번째 주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인천서 축구클럽 차량 교통사고로 아들 태호군을 잃은 이소현(37)씨를 영입했다. 이씨는 사고로 아이를 잃은 후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로서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개정을 정치권에 호소해왔다. 당시 기자회견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치, 아이들의 안전보다 정쟁이 먼저인 국회를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목마른 정도가 아니라 피눈물 나는 사람이 손톱이 빠지도록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정치를 통해 바꿔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태호맘 이소현씨

지난해 겨울, 아이 잃은 부모들의 눈물과 아우성은 여의도 국회를 가득 메웠다. 그중 21대 총선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이소현씨도 있었다. 이씨는 사고로 아들을 잃기 전 한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워킹맘이었다. 하루 아침에 아들을 허망히 보낸 그는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의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해야 했다.

"법 전문가, 안전 전문가, 국회의원, 정부를 믿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내 처지를 보라. 어릴 때 각자 할 일을 잘하면 사회는 문제 없이 흘러간다고 배우지 않았나?"

잘못된 사회적 굴레 속에 신음하는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 ‘기성 엘리트 정치인’을 대신해 이번 총선에서 이씨가 정치판에 직접 나선다. 당사자가 직접 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씨는 현재 만삭의 상태지만, 누구보다 절실하다. 엄마는 강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기 위한 발판이 되겠다는 그는 ‘국민을 닮은 국회’의 첫 번째 주자가 될 것이다. 다음은 이 후보자와의 일문일답.

-지난 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국회서 어린이법 통과를 위한 시위에 앞장서면서 느꼈던 여의도 정치는 어땠나.

정말 답답했다. 내가 직접 여의도로 가려는 계기가 됐다. 직접 해보겠다고 각오했다. 난 ‘국민을 닮은 국회’를 만드는 첫 번째 주자로 생각한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였고 어디 내세울만한 타이틀도 없다. 하지만 난 당사자다. 어린이 안전과 관련된 정책 및 법의 미비로 인해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을 잃었다.

-작년에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촉구를 위해 사고 당사자였던 가족들과 사력을 다했다.


나와 같은 어려움에 처한 분들과 대화를 하면 현실 문제점의 본질을 알게 된다. 법안의 사각지대를 찾아냈고 작년 한 해 법안 마련에 사력을 다했다. 작년 동안 법 제정 촉구를 위해 임신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국회서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이런 절실함을 갖고 어린이 안전 관련 법안을 만들고자 한다.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무엇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나.

평범한 엄마였던 내가 왜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어린이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졌다면 나의 아들은 지금쯤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겠나. 나 같은 엄마, 자식을 잃은 슬픔을 겪는 가족을 위해 정치하는엄마들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어떤 자리서든 내 역할을 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민주당 영입인사 12호로 당에 들어오게 됐다.

왜 내가 정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난 소위 말하는 전문 정치인이 아니지 않나. 하지만 그들만의 엘리트정치, 기성정치가 계속 되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을 돌봐주는 정치인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영입을 제안해 주신 더불어민주당 측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당은 내게 절실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법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국민 닮은 국회’ 첫 번째 주자
직접 뛰는 태호 엄마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서 영입을 제안하신 분께서 작년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 아이를 잃은 당사자로서의 나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봐 오셨다. 진보 정책에 기성세대들의 합리적인 시선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 같다. 민주당 측에서 먼저 나를 선택하고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비례대표다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된다.

엄마가 집에서 애나 키우라라는 악플을 봤다. 법 전문가, 안전 전문가, 국회의원, 정부를 믿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내 처지를 보라. 어릴 때 각자 할 일을 잘하면 사회는 문제 없이 흘러간다고 배우지 않았나.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현재 처한 상황들을 똑바로 봐야 한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치는 어려워선 안 된다. 정치를 위해 배울 것들이 많다면 배우면 된다. 나 역시도 그렇게 할 것이다. 평범한 엄마, 아빠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다니겠다. 준비해야 할 것은 더 많이 듣고 공감하는 자세라 생각한다.
 

▲ ⓒ이소현 캠프

-비례 후보를 신청할 때 안전을 관심분야로 선택했다.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은가.

민주당 비례신청 분야에 어린이 안전이 없더라. 정치를 왜 하느냐고 묻고 싶다. 미래를 위한 정치는 다음 세대들을 위한 정치다. 다음 세대들은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싶다.

-공약을 알려달라.

어린이 안전 관련 부처를 신설해 어린이 안전을 총괄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을 하고 싶다. 세부적으로는 어린이 보호구역이 사회적으로 대두된 만큼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 개선과 관리강화에 관한 법을 만들고자 한다. 이는 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하다. 또 어린이통학버스 안전관련 문제와 통학버스 운전자들의 면허체계를 강화하고 싶다. 그 외에도 아이들의 환경적인 측면도 고려해보고자 한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아이들의 활동을 위한 실내공간을 확대하고 단순 공기청정기가 아닌 공기정화장치 도입을 추진할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에서 활동했다.

단순히 생물학적인 엄마들이 정치하자고 모인 단체가 아니다. 육아를 담당하는 당사자들인 엄마, 아빠를 포함해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 등이 함께하고 있다. 당사자성을 띄고 현실 문제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다.

-어떤 활동을 하는가.


단체 회원들이 주제별로 모여 만든 채팅방이 많다. 교육·육아·교통안전·가정폭력·장애인 차별 등 당사자들인 회원분들이 제보해 함께 고쳐 나가고자 여러 활동을 한다. 이분들께 많이 배우고 있다. 나의 가장 큰 자산이고, 여기까지 함께 해준 동지들이다.

평범한 엄마·아빠들 목소리 위해
다음 세대들 위한 법안 마련할 것

-정계에 입문하기 전 승무원이었다. 당시 이력이 정치인으로서 자산이 된 점은 무엇인가.

현재 임신으로 휴직 중이다. 13년을 서비스 업종의 최전선에 있었다. 기내서 서비스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을 상대하며 각 나라별 문화와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했다. 이때의 경험은 내게 큰 자산이 됐다. 사내 팀원 구성이 비행마다 조금씩 바뀐다. 그때마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자의 개성을 살림과 동시에 협업을 통한 일처리를 했다.

-현재 임신 상태인 것으로 안다이번 선거에 반드시 나가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직접 하겠단 것이다. 이젠 울지 않을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꼭 필요한 법안을 만드는데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며 울며불며 사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고 같이 공감할 것이다. 앞으로 그런 아픔과 슬픔을 없도록 하겠다. 나 또한 육아를 해온 엄마였고, 출산과 육아를 앞둔 예비 엄마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부모들과 함께하고 싶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가기 위한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최근 당에서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말이 많다. 당 내에서 비례후보를 내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섣불리 내가 답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거 준비로 남편 분의 외조가 상당할 것 같다.

임신 상태기에 남편의 걱정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아들 태호를 잃고 남편과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남편은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로 함께하고 있다. 지금은 누구보다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다. 매일 이제 그만하면 안 되냐고 말할 만큼 옆에서 큰 힘이 되어 주고 많은 조언과 정보를 주고 있다.(웃음)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부모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서 더 나아가 국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한국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 하루 아침에 아들을 잃은 당사자인 나는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사고 소식들이 유난히도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참 안타깝다.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사고들이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나를 보면 많은 분들이 걱정과 우려부터 하신다. 이제는 걱정과 우려보다는 응원을 부탁드린다. 나는 누구보다 진실 되고 절실하다. 엄마는 강하다. 그리고 난 영원히 태호 엄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