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춤 추는’ 김형오 공관위원장 양날의 칼 막전막후

‘싹둑싹둑’ 작두질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부여당의 독선에 몸 던진 적 한 번이라도 있나. 지금은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지난해 8월 연찬회서 했던 말이다. 그로부터 7개월 후 당의 저승사자를 자임한 그의 서릿발 같은 칼날은 정점을 향하면서 당내에선 분열 조짐마저 조금씩 보이고 있다. 그의 칼날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그럴까.
 

▲ 최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부당공천 주장에 직면해있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21대 총선 승리를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통합당이 쇄신 없이는 이번 총선서 필패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아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칼날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천에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팽당한
위원장들

하지만 최근 ‘공정’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칼날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당 내부를 통해 새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공천이 아닌 ‘사천’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과 달리 공관위에 의한 인위적인 교체 방식을 선택했다. 공천 배제 지역에 대해선 경선을 원칙으로 내세우거나 전략공천을 추진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어떤 지역이 전략공천 지역이며, 또 어떤 지역이 경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 중·영도구를 둘러싼 잡음은 김 위원장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에 방아쇠를 당기는 계기가 됐다. 이 지역에 출마를 희망했던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인 곽규택 예비후보 둘 다 배제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들어맞으면서다. 공관위 결정에 따라 이 지역은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과 강성운 전 국회의원 정책특보가 경선을 치르게 됐다.


부산 중·영도구는 이 의원이 ‘전략공천’을 약속받았다는 발표로 인해 논란이 됐던 곳이다. 이로 인해 지역구 현역 의원인 김무성 의원까지 나서서 경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고, 곽 예비후보는 삭발까지 강행하면서 공관위에 반발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지난 5일 중·영도구에 두 인물을 모두 배제했다. 이 의원은 부산 남구을에 전략공천이 확정됐고, 곽 예비후보는 부산 서동에 추가공모를 신청했다.

통합당 공관위는 발표 전 곽 예비후보에게 부산 서구·동구의 추가 공모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자리에 자리를 비워놨으니 지역구를 옮겨 경선을 임하라는 제안이었다. 이에 곽 예비후보는 중·영도 지역구를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을 당에 전달했다. 지난 1년 동안 총선을 위해 지역 민심을 잡아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곽 예비후보는 공관위에 의해 중·영도구서 배제되면서 자연스레 활동했던 지역구서의 경선 기회가 박탈됐다.

저승사자 서릿발 같은 칼날 정점
주요 인사들 컷오프…‘사천’ 논란

그런 와중에 추가로 공모한 ‘새 인물’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이 중·영도구에 도전장을 내면서 경선에 올라가게 됐다. 황 전 시의원은 김 위원장의 측근 인물로, 그의 의원 시절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가에선 그를 ‘김형오 키즈’라고 부른다.

황 전 시의원은 김 위원장이 공관위를 맡은 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의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지난달 12일 곽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는 지지자들을 대표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통합당 부산 중·영도구에 추가 공모에 응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며, 황 전 시의원이 공모 이전 김 위원장과의 사전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 전 시의원은 이 같은 김 위원장과의 교감설에 대해 부인했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나경식 기자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사전 교감설은 사실이 아니다. 김 의장님이 공관위원장이 되신 후 바쁘셔서 연락도 못했다. 독자적으로 제 이름을 걸고 정치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언주 의원이 영도에 온다면서 아주 핫하지 않았나. 당협위원장이 일년 전부터 와 계셨기 때문에 저도 당원으로서 그분하고는 유대감을 가지면서 선거를 지원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정가서 공관위 분위기상 양쪽 다 어렵다는 이상 기류가 나왔다. 저 역시도 16년 동안 이 지역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했기 때문에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언론서 지속적으로 김 위원장과의 교감설이 보도되는 점에 대해 억울하지는 않냐는 질문엔 “그렇게 예측하는 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의장님과는 좋은 관계니 ‘김형오 키즈’라고 말을 안 할 수도 없다. 의장님은 여성에 대한 배려가 많으신 분이다. 하지만 전 김형오 키즈이자 김무성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그분들은 다 스승들”이라고 말했다.

마음대로?
공정하게?

이 외에도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의 단독 공천이 확정되면서 논란이 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서울 강남을에 단독공천을 받은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이다.  최 전 사장은 김 위원장이 19대 총선 당시 영도서 불출마할 때 ‘후계자’로 영입하려 했던 인물이다.

최 전 사장은 부산 영도의 판자촌서 태어나 외할머니 밑에서 홀로 크며 자수성가했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서 부산 영도에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통합당 김무성 의원과의 경선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당시 경쟁자였던 김 의원이 그를 ‘흑진주’라고 일컬을 정도로 인재였다는 전언이다.

경쟁력 있는 인물이지만 최 전 사장은 강남을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받았다.

강남은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곳으로 공천만 확정되면 무난하게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최 전 사장은 강남 지역과 연관성도 없다. 이번 전략공천이 ‘낙하산 공천’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공천 신청도 하지 않은 최 전 사장이 전략공천된 것은 낙하산 공천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비공개로 공천 신청을 했다”고 일축했다.

강남을에는 청사진 대표인 정원석 전 당협위원장과 김현기 전 서울시 의원 등이 출사표를 낸 상태였다. 특히 정 전 위원장은 지난해 통합당의 당협위원장 공개 오디션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30대 청년 정치인이다. 하지만 이번 전략공천으로 경선길이 막혀 버렸다.
 

▲ 기자회견 직후 백브리핑 갖는 홍문종 미래통합당 의원 ⓒ나경식 기자

김형오계 인물로 분류되는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과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도 최근 김 위원장의 ‘사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배 이사장은 김 위원장의 국회의장 시절 의장비서실 공보비서관과 국회 부대변인을 지낸 인물이며, 허 전 관장 역시 김 위원장이 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배 이사장은 지난 20대 총선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서 현역인 안상수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으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의원에게 패했다.

최근 공관위는 이 지역서만 내리 3선을 지낸 안 의원을 인천 미추홀구로 차출시킨 후 배 이사장을 단독공천했다. 배 이사장이 50대 초반의 원외 인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역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낙하산 공천
교감설 돌아

이뿐 아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영입한 인물들이 다수 공천되면서 김형오계가 득세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측근뿐만 아니라 그가 공들여 영입한 인재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천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영입한 인물 중 송한섭 검사(서울 양천갑),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서울 서초갑), 이수희 변호사(서울 강동갑),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서울 강남갑)가 그런 케이스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발표했던 영입 인사들로, 경선 과정 없이 단수공천 혹은 우선 추천을 받으며 무난하게 지역구에 입성했다.

아울러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성남 분당갑)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대변인과 김 위원장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를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김 전 대변인은 서울 강남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선거구 획정(재조정)으로 강남병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김 위원장이 송파을로 공천을 주려고 했다는 전언이다. 

송파을은 ‘홍준표 키즈’로 꼽히는 배현진 당협위원장이 2년간 지역구를 맡아온 곳이다. 공관위가 지난달 28일 송파을에 대해 추가 후보자를 공모받자 당내에선 ‘배 위원장의 컷오프 수순 아니냐’는 말이 나오며 당내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공관위는 배 위원장을 송파을로 공천 확정하면서 김 위원장을 성남 분당갑으로 공천했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나경식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공정한 경선에 대한 요구와 함께 김 위원장의 사퇴 촉구를 주장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김 전 대표와 관련된 개인적인 인연들의 공천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과 아무 연고도 없는 인물들이 공천되면서 지역구를 지켜왔던 이들로선 경선도 못해보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당사자들 사이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통합당 예비후보자들로 구성된 ‘부당공천 반대모임’은 부당·특혜 공천을 철회하고 최소한 공정하게 경선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통합당 공관위 공천방식은 경선보다 단수공천과 우선 추천이 주류를 이룬다”며 “이는 지역서 활동한 예비후보들에게 경선의 기회마저 상실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키즈, 후계자 …‘뜨는’ 김형오계
총선 코앞에 두고 보수 분열 조짐


통합당 강요식 구로을 전 당협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차기 대선 주도권을 위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강 전 당협위원장은 “지역구서 오래 일한 당협위원장들, 장외투쟁하면서 당을 지켜온 사람들은 다 잘렸다. 집토끼를 내쫓고 충신도 내치는 마이너스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천갑에 공천된 송한섭 검사를 김 위원장이 훌륭한 인재가 있다며 직접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공관위원장이지 인재영입위원장이 아니다. 인재영입위원장은 당 대표 산하기구다.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본인 사람 심고, 차기 대선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김형오계 인물들을 우대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잘못된 설’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난 5일, 국회서 공천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임명하면 전부 김형오계라고 하는데, 거듭 말하지만 끝나고 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계보가 나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계보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런 차원서 누구를 심고 안 심고 하는 것은 조금도 생각 안 한다고 거듭 말씀드린다”며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이번에 전부 배제되고 탈락했다는 사실이 저를 너무 가슴 아프게 한다. 이런 진정성 있는 공관위의 태도에 대해 봐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공천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영·호남권서 탈당과 신당 창당 등 집단행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마다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면서 보수 지지자들의 표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윤상현 의원,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모두 공관위에 의해 컷오프된 가운데 윤 의원과 김 전 지사는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 배준영

역대 총선서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둔 시기에 어김없이 공천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지난 20대 총선서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김무성 전 대표와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공천 과정서 부딪힌 후 ‘옥새 파동’으로 쓴잔을 마셨던 바 있다. 새누리당은 당시 공천 파동으로 과반은커녕 야당인 민주당의 123석에 못 미치는 122석을 얻으면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불러왔다. 통합당의 텃밭인 영남권서도 65곳 중 17곳을 뺏겼다.

위험한 결정
뒷감당은?

김무성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SNS에 “김형오 위원장의 현재 모습서 과거 이한구 위원장의 모습이 비쳐진다. 이한구 위원장은 당시 늘 공정하고 엄정하게 심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김 위원장의 얘기와 똑같다”고 적었다. 박강수 칼럼리스트는 한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이 오락가락 행보로 정치권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번 총선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계파 공천으로 선거를 망친 바 있듯이, 통합당도 이번 공천서 원칙과 기준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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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