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등치는’ 홍보관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13 12:09:14
  • 호수 12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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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판 하나에 10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불법 홍보관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문제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노인들을 타깃 삼아 원래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싸게 판매한다는 점이다. 노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물건을 판매하는 상술에 대해 파헤쳐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돈 벌려면 무조건 장사를 해라’라는 말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물건을 파는 행위다. 노인들에게 환심을 사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는 예전부터 이어져 온 장사 수법이다.

저렴하게?

보통 장사꾼의 영업 기술을 상술이라 한다. 상술의 의미는 장사하는 재주나 꾀를 뜻하는 말로 ‘상술 좋은 장사꾼’이라 함은 장사를 잘하거나, 영업에 대해 재주가 있고 꾀가 능통한 사람을 말한다. 조선시대의 ‘거상’이 많은 밑천으로 크게 하는 장사꾼이나 그런 장수를 표현했듯, 상술이라는 말은 한동안 좋은 뜻으로 전해져 왔다.

하지만 현재의 상술은 부정적 의미로 자주 쓰인다. 소비자들이 생각했을 때 상술은 얄팍한 수로 손님을 속이는 행위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노인들을 겨냥해 지나치게 비싼 제품을 판매하는 불법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홍보관이란 사기꾼들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상품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파는 공간을 말한다. 다른 말로 ‘체험방’ 혹은 ‘지하방’이라고도 하고, 금방 영업을 했다가 바로 철수하는 ‘떴다방’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불법 홍보관에서는 여러 가지 수법을 동원한다. 


불법 홍보관의 특징은 서울, 경기 등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이 허전하고 지갑이 두둑한 노인들만 노린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도 노인을 상대로 한 불법 홍보관은 존재했다. 가을 단풍놀이철을 맞아 노인을 대상으로 ‘효도 관광’ ‘홍보관 체험’ 등을 빙자해 물품을 강매하고 폭리를 일삼았다.

첫째로 미끼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귤 한 박스에 1만원, 갈비 1kg에 5000원 등 저렴하게 팔아 우선 노인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홍보관 직원은 노인들에게 물품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호감을 산다. 

둘째는 유흥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흥을 돋군다. 거기다 음식까지 주면서 먹거리와 놀거리를 함께 제공하며 유흥을 선사한다. 홍보관 직원들은 재롱을 부려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적적한 마음을 채워준다. 유흥거리를 이런 식으로 노인들 마음이 무장해제 되게 하는 것이다. 

셋째 경쟁심 부추기기다. 물건을 산 사람과 사지 않은 사람을 비교하면서 경쟁심을 불러 일으킨다. A씨는 “노인들을 1, 2, 3반 대열로 나누는데 이럴 때 홍보관 직원이 ‘1반 어머니들이 많이 샀는데 2반 어머니들은 왜 안 사냐’ 이런 식으로 대놓고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을 들은 2반 어머니들이 자식들이 준 용돈으로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끼상품 활용해 고가 제품 판매
가족보다 더 친해진 직원에 현혹

넷째는 경품 마케팅이다. 크고 작은 경품으로 노인들을 불러 모은다. 건강 강좌, 주방기기, 건강식품 등 다양한 경품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경품이란 소식을 듣고 노인들은 행사장에 참석하거나 다음 날에도 다시 찾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불법 홍보관을 찾는 것일까. 가족들로부터 소외된 중·노년 여성들이 불법 홍보관에 중독된다. 판단력이 제대로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불법 홍보관서 시간 낭비 및 돈 낭비를 하지 않겠지만, 노인들은 끊지 못하고 계속 찾게 된다. 보통 노인을 돌봐주는 가족이 곁에 있다면 가는 것을 말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독거노인들이나 소외된 노인들은 잔고가 바닥날 때까지 찾는다.


공짜 선물을 계속 받는 만큼 자신이 이득을 본 것으로 생각하고 하루라도 참석 못하면 공짜 선물을 받지 못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수십만원씩 사기당하며 구매한 물건들은 품질 좋은 상품이라고 여길 뿐만 아니라, 친가족보다 자기에게 잘해주는 홍보관 직원들을 위해 당연히 구매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수십만 원씩 주고 아이돌 굿즈를 사는 여고생들의 팬덤과 유사하다.

그래서 홍보관에 다니는 노인들의 집에는 불필요한 식료품, 생필품, 가전제품들이 상자째로 수북이 쌓여 있으며 제품에는 하나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상표가 붙어있다.

B씨는 “하루는 어머니가 50만원 상당의 전기장판을 사왔다.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전기장판 하나에 50만원이나 하는 건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당장 환불하러 가서 피해를 막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불법 홍보관이 열린 첫날에는 큰 금액을 부른 다음 하루씩 지날 때마다 가격을 낮추는 수법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첫날에는 전기장판이 100만원부터 시작했다고 들었다. 경찰이랑 구청에 연락해 신고했지만, 사업자등록증이 있어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들었다. 더 어이가 없는 건 환불하러 갈 때, 혹은 물건을 사지 못한 어머니들이 판매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적 문제는?

경찰 관계자는 “수사관들이 노인에 비해 어리기 때문에 현장에 가면 모두 숨어버려 수사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불법 떴다방 영업에 속수무책이다. 조사인력이 손에 꼽을 만큼 적은 데다 자체 수사권이 없어, 업체들을 일일이 조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눈 판 노인 반지 슬쩍∼

노인을 대상으로 “사회복지사가 상품권을 주는데 반지 끼고 있으면 상품권 안 줘요”라며 반지를 빼게 한 뒤 반지를 훔친 60대 남성이 징역형을 받았다.  

서부지법 형사3단독은 김모씨(68)에게 절도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지난해 10월2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월 지나가던 A(78)씨에게 접근해 “사회복지사가 상품권을 주는데 반지를 끼고 있으면 상품권을 안 줄 것 같으니 반지를 빼서 넣어두세요”라며 미리 준비한 휴지에 금반지를 넣게 한 뒤 휴지만 피해자에게 건네준 혐의를 받고 있다.


휴지에는 3돈짜리 금반지 대신 동전이 들어 있었다.

같은 수법으로 김씨는 지난해 4월과 5월에도 노인을 대상으로 각각 3·5돈짜리 금반지를 절도했다.

김씨는 80대 노인들에게 접근한 다음 “동네 어려운 노인에게 상품권을 주려고 하는데 반지를 끼고 있으면 상품권을 받을 수 없으니 반지를 빼세요” “행사장서 선물을 주는데 고가의 반지를 끼고 있으면 안 된다”고 속인 뒤 휴지를 통해 금반지를 몰래 훔쳤다. 

재판부는 “범행에 취약한 고령의 노인들을 상대로 한 범행”이라며 “피고인이 의식주를 해결할 비용이 부족해 저지른 범행이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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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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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