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업체의 실수로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망친다면 기분이 어떨까. <일요시사>는 한 웨딩업체가 예정 시각보다 늦게 도착해 피해를 봤다는 독자 제보를 받았다. 해당 부부는 급한 대로 식장을 찾은 친구들에게 사회 및 축가를 부탁했고 겨우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인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은 누구에게나 평생의 추억으로 자리한다. 결혼식은 두 사람의 결혼 관계를 사회적으로 공인하는 역할을 하는 예식이다. 경북 예천서 한 부부가 최악의 결혼식을 치렀다. 지난 10월 A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결혼 날짜를 잡고 웨딩업체 물색에 들어갔다. A씨는 지난해 결혼한 친구의 추천으로 대구의 B 업체와 상담했다.
안심하라더니…
A씨는 B 업체의 ▲고객상담 ▲ 웨딩기획과 웨딩디자인 컨설팅 ▲계약진행 ▲사전연습 및 최종 수정 상황 체크 ▲현장리허설 및 최종점검 등 다섯 가지 진행 절차를 믿고 계약했다.
A씨는 “지인에게 추천받았던 업체긴 했지만 불안한 마음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B 업체와 대화를 나눌 때 그 업체가 스스로에 대해 한 번도 실수한 적도 없었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며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결혼식 당일 A씨 부부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결혼식이 오후 1시부터라서 최소한 12시30분부터 리허설을 해야 했는데 시간이 임박하는데도 사회자는 물론 축가를 부르기로 했던 B 업체 직원들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12시27분경 B 업체 사회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사회자에게 예식장에 언제까지 도착할 수 있냐고 물어봐도 정확한 시간을 말해주지 않고, 차 때문에 막힌다며 빨리 가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5번이나 계속 물어보니까 결혼식 시작 시각인 1시 안에는 못 가고 1시20분에서야 도착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마저도 차가 막히는 바람에 더 늦을 수 있다고 말해 화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A씨 부부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급한대로 하객으로 참석한 친구들을 섭외했다.
당시 사회를 봤던 친구는 “예식장서 친구의 얼굴을 봤는데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의 표정이 아니었다”며 “불안에 떨면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물어보니, 사회자와 축가를 부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라도 대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황스럽고 화가 났지만 일단 결혼식을 무사히 마쳐야겠다는 생각에 감정을 추스르고 급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예식 시각보다 늦게 도착한 직원
친구들이 사회·축가 급하게 준비
사회를 보기로 한 친구는 예식 식순을 보며 대략적으로 대본을 구성했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약소한 이벤트까지 검색했다. 물론 리허설 한 번 없이 처음 해본 결혼식 사회는 매끄럽지 못했다. 주례 발언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음 식순을 소개하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
사회를 본 친구는 “갑자기 맡게 된 결혼식 사회서 당황하지 않고 매끄럽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 더구나 민머리인 바람에 비니를 벗지 못하고 사회를 봤다”고 회상했다.
축가 문제도 쉽지 않았다. 축가를 부를 사람뿐 아니라, 반주만 녹음된 음악(MR)도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결혼식장 측 직원이 소지한 USB 안에 담긴 이적의 ‘다행이다’란 노래로 다른 친구가 축가를 불렀다.
축가를 부르던 중 B 업체서 오기로 했던 사회자와 축가 가수가 도착했다. 직원들은 사과하며 축가를 한 곡 더 부르겠다고 했지만 화가 난 A씨는 두 사람을 돌려보냈다.
결혼식이 끝난 후 A씨는 업체 사회자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물었다.
A씨는 “당시 사회자가 하는 말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지금 돌잔치를 가야 해서 통화 못 한다는 말을 들었다. 사과는커녕 뻔뻔한 태도로 나왔다. 지각한 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다. 회사서 응대해줄 것이라며 무책임하게 나왔다”고 토로했다.
결국 업체 대표는 A씨에게 ‘예식 당일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중간 생략) 피해보상 규정상 행사 금액의 100%를 보상해드리겠다. 계약금 40만원(출장비 포함) 행사금 200%안 100만원을 보상해 드리겠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러면서 “예식 시간 30분 전을 도착 시간으로 맞추고 출발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1시10분에 도착했다. 내비게이션에는 20분에 도착한다고 했지만, 그보다 10분 먼저 도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해 배상은?
이어 “사회를 맡기로 한 친구는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26세 밖에 안 된 어린 친구였다. 그 사건이 있던 즉시 해고했고, A씨 부부에게 계속 사과를 했는데도 받아주지 않았다”며 “회사 잘못으로 결혼식을 망쳐버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지만 받아주지 않고 있다. 노력을 안 한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가 생겼다. A씨 부부가 화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