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다사다난’ 나경원 성적표

당당한 등장 초라한 퇴장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나경원 원내대표가 추운 날 아스팔트에 앉아 싸울 수 있겠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의 취임 초 그에게는 강력한 대여 투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보다는 고급진 엘리트의 느낌을 살려 협상력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10일이면 종료된다. 지난 3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서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기 않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의원총회서 재신임을 준비하고 있었던 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일방적인 통보에 별다른 반발 없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막말

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의원총회서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며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년 한국당 원내대표로서 보낸 시간은 뜨거운 열정과 끈끈한 동지애로 가득한 1년이었고, 눈물과 감동의 시간이었다”며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와 자유한국당의 승리를 위한 그 어떤 소명과 책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자신의 재신임을 물을 계획이었다. 당규에 따라 원내대표 잔여 임기가 6개월 내인 경우 국회의원 임기만료 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발은 당 지도부로부터의 불신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당 소속 여성 의원 중 최다선(4선),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 판사 출신, 사학 재단 집안의 딸인 나 원내대표는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스타 정치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원내사령탑에 오른 후 나 원내대표는 어느 정치인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원내대표 경선서 총 103표 중 68표를 득표했다. 당시 원내대표 후보였던 김학용 의원을 두 배 가까운 득표차로 따돌리면서 보수정당의 ‘첫 여성 원내사령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원내대표 취임 초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주일이 넘도록 단식을 강행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합의해 두 대표가 단식을 멈출 출구를 열어줬고, 이들의 단식은 중단됐다.

이후 나 원내대표가 협상력을 발휘해 취임 초부터 존재감을 부각했다는 평가들이 잇따랐다. 다만, 당시 합의한 선거제 개정안 검토 합의안은 임기 내내 나 원내대표의 발목을 잡는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취임 초 당 내에선 나 원내대표를 ‘예측 가능한 협상가’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득권의 고급 이미지 때문에 나 원내대표의 대여 투쟁력을 낮게 본 것이다. “문재인정부와 독하게 싸우겠다”며 투쟁 의지를 보였던 나 원내대표가 투쟁력보다는 협상력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는 관측들이 주를 이뤘다.

조국 정국서 리더십 발휘
곧바로 필리버스터 역풍

하지만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전방위적 대여 공세의 중심에는 늘 나 원내대표가 주역을 맡았다. 4월 ‘패스트트랙 정국’서 나 원내대표는 처음으로 예상 밖의 강경 투쟁력을 보여줬다. 


당시 그는 국회 본회의장 문 앞에서 ‘빠루’를 들고 의원과 당직자들을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국회 본청 바닥에 드러누운 채 인간띠를 만들어 ‘헌법 수호, 독재 타도’를 외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처럼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 여전사’로서 당내 장악력을 높였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하고, ‘동물 국회’를 주도한 장본인이라는 오명도 함께 쓰게 됐다. 또 패스트트랙 충돌로 인해 한국당 의원 60명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최악의 국회’라는 역사적 오점을 남긴다.

도 넘은 막말도 논란이 됐다. 지난 5월 대구서 열린 장외집회서 나 원내대표는 ‘문빠’ ‘달창’ 등 극우 지지자들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당시 “달빛 창문으로 알고 썼다”고 해명했지만 ‘말도 안 되는 변명’일 뿐이라며 민심은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정권은 광주일고 정권” 발언으로 지역 감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리더십이 크게 타격을 받았던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80일간의 국회 공전 끝에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총회서 합의안이 거부되면서 국회 정상화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나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안을 당에서 거부하면서 그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지난 ‘조국 정국’서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가 임명된 8월부터 한국당은 인사청문회 대책 TF를 꾸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등을 강하게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결국 장관에 임명됐지만, 결국 취임 5주 만인 지난 10월14일에 물러났다. 나 원내대표는 이로 인해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조국 전 장관의 사퇴에 공을 세웠던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당 안팎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조국 정국서 끌어올린 당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 원내대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결정적인 사건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반행) 발표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199개의 법안에 무더기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그는 “선거제 개혁안을 직권 상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식이법의 우선 처리를 제안”한다고 말해, 희생된 아이들 법안들마저 인질 삼아 선거제 개정안을 막고 있다는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또 199개의 법안 안에는 한국당 소속 의원이 대표발의한 26건을 포함 민생법안이 다수 포함돼있어 당내에선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나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신청 이유를 “무식해서 그랬어요”라고 대답해 문 의장이 황당함에 굳어졌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에는 황교안 대표를 포함, 최고위원들과의 불화설이 끊이질 않았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서 나 원내대표가 평소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 나왔다는 전언이다.

앞날은?

또 표창장 수여, 공천 가선점 등의 논란으로 ‘월권’에 대한 우려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4일 본인이 페이스북에 “나경원, 권력은 그저 꽃송이 같아서 필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며 “남 쳐낼 땐 좋았겠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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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