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앗아간’ 소파 직거래 살인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1.11 11:08:00
  • 호수 1244호
  • 댓글 2개

한 푼이라도 더 받고 가구 좀 팔아보려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부산서 소파를 중고 거래로 판매하려던 여성이 집에서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직거래를 위해 집을 방문한 남성이었다. 남성은 거래 도중 여성으로부터 무시를 당하자 화가 나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과연 우발적인 범행이었을까?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가 300만에 육박했다. 1인가구 여성 57%는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서 여성 관련 범죄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물건 본다더니…

지난달 21일 부산 진구에 있는 부전동서 중고 거래를 하다가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의 한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여성 A씨는 이사 준비로 인해 중고거래 사이트에 소파를 팔겠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글을 본 20대 남성 B씨는 “구매하기 전 쇼파의 상태를 확인하겠다”며 A씨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B씨는 소파 가격을 흥정했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A씨의 무시하는 듯한 행동과 말투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A씨가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B씨의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숨졌다. 

이를 인지한 B씨는 A씨 목의 충전기 줄을 감아놓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위장했다. 범행 직후 B씨는 A씨의 핸드폰을 가지고 현장을 이탈해 A씨의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급한 일이 있으니 당분간 연락이 안 될 것 같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메시지를 받은 A씨 가족은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연락해 A씨가 집에 잘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관리사무소는 A씨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A씨의 집을 찾아간 경찰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A씨 신체에 둔기로 맞은 흔적을 찾으며 타살 가능성을 높게 봤다. 경찰은 CCTV 등을 확인해 이틀 뒤인 23일 B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소파 값을 깎아달라고 했다가 흥정에 실패하자, 무시당했다는 느낌에 화가 나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YTN과의 인터뷰서 “B씨는 중고 소파를 가격을 흥정하거나 물건을 확인하기 위해서 간 게 아니고, 분명히 목적이 있었던 목적범이었다. 살인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통상적으로 최소한 성폭행이나 강도의 의사로 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매자 여성 자신 집에서 살해
방문 구매자 “날 무시하길래…”

이어 “그 이유에는 가격을 흥정하다가 시비가 돼서 나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는 부분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람을 때려도 상해 정도는 입지만 사망에 이르기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이 사람이 자기의 범행이 발각됐을 때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이게 발각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일각에선 핸드폰을 가지고 나온 것은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라 사건은 은폐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B씨가 A씨의 핸드폰을 집에서 갖고 나왔지만, 이는 금품을 노렸다기보다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며 “A씨가 살인 의도를 갖고 B씨의 집으로 침입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워 우발적 살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살인 사건을 살펴보면 범죄 피해자들은 노인이거나 여성, 어린아이 등 약한 사람들 대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백 팀장은 “통상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한 범행을 할 때, 특히 성적 범죄나 강도범도 마찬가지다. 범죄자들은 환경이 내가 범행을 하기 쉽다, 용이하다고 생각되면 범행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범죄를 했을 때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지르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는 건 환경의 조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선 심리상담 전문가는 “B씨의 살해는 무조건 계획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머릿속에 내가 이런 일이 있으면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해서 즉흥적으로 생각했다기보다 한 번쯤은 생각해본 시나리오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고거래 하는 사용자는 많이 늘고 있다. 특히 여성이 혼자 살 경우 위험에 환경에 놓일 수 있게 된다. 안전한 중고거래 방법은 경비원을 입회시키거나, 다른 이웃을 잠시 오시라고 해서 문을 열어놓고 입회를 해서 보여주고 가격을 흥정하는 방법이 있다. 

돌변

중고거래는 항상 안전하게 해야 한다. 낯선 사람이 방문할 때는 둘 이상이 함께 있거나 다른 제3의 시선이 있도록 해야 하며 혼자 있다는 정보는 절대 남기지 말아야 한다. 또 혼자 거주하는 여성들의 경우는 반드시 가스총이나 스프레이, 비상벨 등 신변 보호용 장치를 마련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성 피해 범죄 1위 지역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발생한 여성 피해자의 강간·강제 성추행 피해 지역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가 1129건을 기록하며 1위로 집계됐다.

최근 서울의 구별 강간·강제 추행(여성 피해자) 발생 현황을 살펴본 결과 여성 1인 가구를 노린 범죄가 주로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서 주로 발생하고 있어,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1인 가구와 관련한 대책 마련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며 국내 주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이에 따른 안전 문제 또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300만에 육박하는 여성 1인 가구의 범죄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인가구의 수는 60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체 가구 중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중 여성 1인가구의 경우에는 291만 4000가구로, 전체 1인 가구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2018년보다 2.5%p 높아졌으며, 20년 전보다는 무려 128.7% 증가한 수치다.

오는 2035년 국내 여성 1인가구는 36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그 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며 여성 1인가구 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여성 1인가구를 향한 범죄에 혼자 사는 여성들은 불안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는 291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1000명(2.5%) 늘었다. 이는 전체 1인가구 중 49.3% 해당하며 남성 1인 가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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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