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20대 국회 막차 탄 정은혜 의원의 포부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몫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저 승계됐어요!”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은혜 의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지난 8월 민주당 이수혁 전 비례대표의 주미대사 임명 이후 다음 비례대표 순번이었던 정 의원의 승계가 예상되자 <일요시사>가 인터뷰를 여러 번 요청했던 터였다. 개인 연락망으로 기자에게 뉴스를 먼저 전하는 의원이라니. 국회 내에서 잘 보지 못했던 ‘젊은 피’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 정은혜 바른미래당 의원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요시사>는 국회에 입성한지 15일이 된 ‘신입사원’ 정 의원을 국회의원회관 645호서 처음 만났다. ‘헌정 사상 최초로 출근 첫날 국정감사에 투입된 국회의원’ ‘20대 국회의 민주당 최연소 의원’ ‘1983년생 워킹맘’ 등 여러 모로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의원실 문을 열자 그의 분홍 자켓에 어울리는 밝고 낭랑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주당 최연소

“제가 28세까지는 반지하에 살았거든요. 12평 되는 반지하에 가족 6명이 살았죠. 아버지가 저희 집 2층에 미혼모들이 살 수 있도록 집을 사셨어요. 저희 어머니는 어려운 이웃 100명에게 식사를 대접하곤 하셨는데 쌀이 없을 땐 외상으로 사서 쌀을 지어주시기도 하셨어요.”

개척교회 목사 집안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부터 미혼모들과 함께 자랐다. 교회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부모님의 신념 아래, 그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간호하며 봉사하는 부모님을 보며 성장했다. 학업에 있어 금적적 지원을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정 의원은 사회적 약자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국가의 작은 정책과 지원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몸소 깨달았다고 한다. 이는 그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열심히 공부해서 4년 동안 장학금을 받고 수석 졸업을 했어요. 하루에 7시간씩 카페서 알바도 하고요. 20세 때는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있는 월세 6만원짜리 쪽방촌서 살았어요. TV, 에어컨, 냉장고, 가스레인지도 없었어요. 그런 곳에서 1년을 살다 고시원서도 1년 살고요.”


2002년 스무살이 된 그는 정치인의 꿈을 안고 부산에 위치한 신라대학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청년 정치인으로 ‘금수저’ 논란이 있었던 정 의원이었다. 정 의원의 결코 녹록치 않았을 예상 밖의 20대 시절 이야기를 듣자, 최근 ‘공정’을 외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도 한때 본인이 겪었던 어려운 현실에 강한 불만을 가지진 않았을까.

“저는 요즘 시대 청년들이 공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똑똑하다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현실에 적응해서 살아갈 생각을 했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야 해서 사실 공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불공정 문제를 제기할 그런 힘도, 생각도 없었죠.”

정 의원의 긍정적인 모습 이면에 숨겨진 빠른 적응력과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학 특혜 문제가 이슈화 됐을 때 ‘그런 특혜 자체가 와닿지 않는 이야기라 감흥이 없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사실 얼마 전에 문재인 대통령 연설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건 ‘고교 무상교육’이었어요. 전 김대중정부 시절에 가정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아요. 고등학교는 1분기에 20만원 정도 내야 하는데 그것도 낼 형편이 안 됐거든요. 학급서 한 명씩 지원을 해주는 정책이 있었는데 제가 그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그게 제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됐어요.”

반지하, 알바, 쪽방촌, 유학, 워킹맘…
실제 경험 기반으로 ‘정은혜 생활법’ 추진

본인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준 당에 감사함을 보답하고 싶었던 탓일까. 정 의원은 스무살에 열린우리당을 선택해 정당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이유로 선배라 부를 수 있는 정치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후로 ▲민주정책연구원 미래기획실 인턴연구원 ▲18대 대선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부대변인·청년정책단장 ▲더불어민주당 상근 부대변인 등을 거치며 정치인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

정치인의 필수 덕목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학을 수석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서 공부를 이어갔고 28세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니며 유학을 준비했다. 2016년 총선서 낙선한 뒤에는 같은 해 9월 미국 유학길에 올라 2018년에 하버드 케네디 스쿨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수혁 대사의 주미대사 임명을 알게 된 날이 지난 8월8일이에요. 그 날이 딸아이 돌이었거든요. 당에서 승계 소식을 전했을 때 기쁘단 생각보다는 ‘아이 어디다 맡기지’라는 생각이었어요.”

정 의원은 하버드 케네디 스쿨서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뒤 지난 1월 입국해 현재 14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육아와 살림을 하는 도중 당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승계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아이 걱정에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정 의원은 국회 입성 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학원서 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맞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고 자연스레 국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는 국가서 키워주는 게 아니고 나라가 가정서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낳아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더 건강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현재 정부에선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1명당 70만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집에서만 아이를 돌보는 가정은 월 10만∼20만원이 가정보육수당으로 지원된다.

현재 정 의원은 가정보육수당을 100만원으로 인상해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집에서 맘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라떼파파법’의 발의를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은 현재 1년으로 규정돼있는 육아 휴직기간을 3년까지 늘려 남녀 동일하게 양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도 담았다.

이외에도 정 의원은 실제 경험이나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것을 기반으로 ‘정은혜 생활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은혜 생활법은 ▲미혼모 출생신고 공개유예 ▲스토킹 방지법 ▲아동성교육 내실화 ▲층간소음 방지법 ▲공무원시험 영어 과목 폐지법 등 실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12가지 사안을 다룬 법안으로 구성됐다.

정 의원에게 현재의 국회의 문제점을 묻자 그는 국회를 케이크에 비유해 답변했다.
 

“맛있는 케익을 만들려면 달콤한 생크림도 있어야 하지만 짠 소금도 있어야 해요. 다양한 재료들이 적절히 배합됐을 때 최고의 케익이 나오거든요. ‘세대 공존’과 ‘다양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원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2030세대가 관심을 갖는 주제는 50대 남성 의원이 관심을 갖는 주제와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어떤 한 성별이나 한 세대가 국회를 과도하게 대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총선 6개월 앞두고…
“끝까지 할 일 한다”

앞으로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정 의원은 어떤 의원이 되고 싶을까.

“말과 글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 자리는 제가 원하는 일을 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장소죠. 중요한 스피커를 갖게 된 거니깐요. 국회의원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최대한 현장에 많이 나가야 돼요. 나가서 사람들 얘기를 듣고 보좌진분들이랑 상의해서 관련 법안을 만들고 다른 의원님들과도 같이 얘기하고 교류해야죠.”

디딤돌 역할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으로서의 포부도 함께 밝혔다.

“제가 청년 비례대표로 선출이 됐어요. 전 2030뿐만 아니라 30대 이하의 미래 세대들을 대변하고 싶어요. 20년, 30년 후면 그들이 주인공이니깐요.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몫까지 대변하라고 저를 뽑아주신 거라 생각해요.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sangmi@ilyosisa.co.kr>
 

[정은혜 의원은?]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하버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민주정책연구원 미래기획실 인턴연구원
▲제18대 대통령선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부대변인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