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멧돼지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0.28 10:56:10
  • 호수 1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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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에 교통사고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국이 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멧돼지 사체서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가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농촌, 도심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도심에 멧돼지가 출몰하고 있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국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 경기도 파주 민간인 출입통제선 내에서 ASF에 걸린 멧돼지 폐사체 2구가 발견됐다. 이로써 폐사체의 ASF 바이러스 검출은 14건으로 늘었다. 

연이어 감염

ASF는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돼지의 전염병이다. 특히 멧돼지와 진드기 사이에 불현성의 감염 사이클이 형성됐으며, 호흡기를 통해 육제품을 매개로 돼지에게 전파된다. 

지난 3일 연천군 신서면서 최초 감염 폐사체가 등장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천군 신서면 DMZ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의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서 정밀 진단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연천 GOP 철책 전방 1.4km 지점으로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남쪽으로 불과 600m 떨어진 곳이었다. 외상은 없었고 부패가 진행된 상태도 아니었다. 

지난 17일 파주서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됐다. 폐사체가 발견된 장소는 이번에 발견된 곳과 약 1㎞ 떨어져 있는 지점이었다. 지금까지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파주를 포함해 경기도 연천, 강원도 철원 등이다.


환경과학원은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방역작업을 할 예정이다. 북한 접경 지역서 지속적으로 감염 멧돼지 폐사체가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ASF 바이러스 검출 14건 
대처요령 매뉴얼도 배포

한편 멀쩡하게 살아있는 멧돼지가 서울, 울산, 대구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도심에 출몰하고 있다. 지난 17일 밤 울산 온주군 온양읍 14호 국도서 멧돼지들이 차에 치이는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아우디 차량를 몰았던 A씨는 “어둠에 휩싸이고 자정에 차도 아예 안 다니는 곳”이라며 “국도를 한참 달리던 도중 멧돼지 2∼3마리의 엉덩이가 보였다.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눈앞의 멧돼지를 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에도 멧돼지가 출현했다. 신고를 접수한 당국은 수색에 나섰지만, 1마리는 달아났고 나머지 1마리는 지하 배관실에 갇혔다. 다음날 날이 밝으면 포획할 예정이었으나 아침에 확인했을 땐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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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오금동서도 아파트 단지서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17일 접수돼 관계당국이 바로 출동했지만 멧돼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단지 인근 공원서 멧돼지가 나타나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한 바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0분경 노원구 상계동 한 아파트단지 주변 공원서 멧돼지 6마리가 나타나 4마리가 사살됐다. 


지역 가리지 않고 
도심 출몰해 불안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 주변 시민들의 신고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신고 직후 현장에는 소방대원과 경찰, 야생생물보호협회 엽사 2명 등이 출동했다. 엽사 2명은 오전 9시45분경 수락산서 멧돼지 2마리를 발견해 사살하고 오전 10시35분경 2마리를 더 사살했다. 남은 2마리는 산속으로 도망가 포획에 실패했다.  

대구의 고속도로서 야생멧돼지 사체가 발견돼 행정당국이 ASF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대구 달성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0분경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광주대구고속도로 논공휴게소 인근서 야생멧돼지 사체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멧돼지들이 가을철인 9∼10월에 먹이를 찾기 위해 주거지역에 자주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대구 시교육청은 산이 인접한 학교 등에 멧돼지가 잇따라 출몰함에 따라,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처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 전 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뉴얼을 통해 ‘시력이 좋지 않고 겁을 먹으면 공격하는 멧돼지의 특성을 감안, 학생 등이 멧돼지와 마주칠 경우 즉시 나무나 건물 등 은폐물에 몸을 숨기고 119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멧돼지와 직접 마주치면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침착하게 대피할 것, 학교에 멧돼지가 나타난 경우 출입문을 신속히 닫고 교내 방송으로 관련 사항을 신속히 전파할 것을 당부했다.

피하는 요령은?

오연수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야생멧돼지 이동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DMZ 지역 예찰에 집중하면서 양돈 농가와의 접촉을 최대한 막는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멧돼지 내려오는데… 총기포획 딜레마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먹이가 부족한 접경지 멧돼지들이 대거 남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철원과 화천 민통선 이남 지역서의 멧돼지 총기 포획이 또다시 미뤄지면서 ASF 확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강원도와의 회의서 총기 포획 시 도망가는 멧돼지 등에 의한 ASF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또다시 총기 포획안을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접경지역 주민과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겨울철에는 먹이가 부족해 접경지의 멧돼지가 대거 남하하기 때문에 민통선 이남지역서도 총기 포획을 허용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근용 철원군양돈협회장은 “환경부가 환경보호를 내세우면서 줄곧 주민들의 절박한 요청을 무시하고 있어 마음이 타들어간다”고 환경부의 결정에 답답해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철원서 잡힌 멧돼지는 600마리로 최근 2년간 포획된 멧돼지의 60%가 집중됐다. 이에 따라 민통선 이남서도 총기 포획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환경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강원도는 회의 시작 직전까지 민통선 이남에서의 총기포획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또다시 무산되자 허탈해하고 있다. 

박선일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멧돼지서 발견되는 ASF 검출 상황으로 볼 때 이미 상당히 많은 수의 멧돼지가 폐사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멧돼지는 번식력이 매우 강하고 11월 이후에는 번식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포획 방침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이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멧돼지 대응이 늦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전체 멧돼지의 75%가량을 감소시킨 해외 사례를 잘 살펴 전국서 총기 포획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감염 우려가 여전히 있어 총기 포획을 당장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차단지역 멧돼지 제로화, 차단시설 설치 등 여건을 검토해 단계적으로 총기포획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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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