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문 닫는 ‘아이존’ 속사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0.14 10:55:42
  • 호수 1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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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못내 쫓겨나는 서울시 시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신 장애 아동들은 점점 늘어나는 반면, 서울서 시작한 아동 상담센터인 ‘아이존’이 임대료 문제 등 장소 확보 문제로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노원 아이존을 지켜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아이존

지난 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서 정신장애의 42%가 만 18세 미만 아동·청소년기에 발병하는데도 불구하고 실태 파악 및 치료 체계의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인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장애의 42%가 아동·청소년기에 발병하지만, 지난해 정신의료기관의 외래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19만1702명으로 전체 진료 인원(203만5486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치료 인프라를 마련해 정신질환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켜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 
정신재활 시설

남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정신재활 시설은 총 348개소인데 반해, 아동·청소년 정신재활 시설은 전국에 12개소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모두 서울지역에 밀집해 있고 그 외 지역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2006년 9월 만 6세부터 14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송파 아이존을 개소했다. 아이존은 정서·행동문제를 가진 아동 및 발달장애 아동과 가족을 위한 서울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지원시설이다.  

이후 2008년 ‘서울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포럼’서 정신건강 문제 아동 쉼터인 아이존이 사업현황을 발표기도 했다. 이후 ▲2009년 노원, 동작, 양천 아이존 개소 ▲ 2012년 동대문, 중구, 종로 아이존 개소 등 각 지역구로 점차 늘어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2016년 임대료와 관련해 장소 확보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존 공동운영위원회는 ‘운영 장소 확보’에 관해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10개소를 운영한 아이존의 운영 장소는 법인이나 시에서 소유하는 건물서 운영하는 유형, 법인서 운영 장소를 확보해 임대하는 유형 등이 있었다.

법인 확보의 경우 매월 높은 임대료 및 인상 요구, 계약 종료 등의 변수가 발생하고 있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힌 금천 아이존은 폐쇄 절차를 밟았다. 

이외에도 강서, 노원, 동대문 아이존 등이 현재 운영장소 확보에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장소에 대한 확보방안 논의를 진행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아동·청소년 정신 의료기관 취약해 마련
점차 늘다 2016년부터 장소 확보 어려움

처음 아이존을 개소할 때 유지방안을 수립해 출발했다면 관례화돼 정착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송파 아이존의 아이코리아처럼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법인이 많지 않은 이상, 장소를 제공하면서까지 운영 할 수 있는 법인이 드문 것이 현실이었다.

당시 이 세 지점은 서초 아이존과 같이 자치구서 운영하거나 여유자금이 있는 법인이나 개인이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이전을 할 경우에도 비용적인 면에서 이사 비용과 초기시설 비용을 법인이 부담해야 하게 됐다. 새로운 민간법인이 아이존 운영을 맡게 돼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임대료에 대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동대문 아이존서 이 같은 어려움이 발생했으며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강서 아이존의 경우 건물주와 협의해 6개월을 연장했으나 6개월 후에는 임대료를 반드시 인상해 지급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시에서 적극적으로 장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보건소서도 시와 논의를 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그러나 운영 장소 확보에 대한 어려움으로 아이존 사업을 운영하고 수행하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위태로워졌다.

당시 서울시는 “시설 임대료까지 운영비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인 사회복귀시설의 경우 지정후원금을 확보해 임대료를 납부하는 시설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아이존도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결국 2017년 강서 아이존도 폐쇄되고 영등포 아이존으로 바뀌었다. 2년 뒤인 2019년 노원 아이존에서도 임대료로 인한 존폐위기는 또다시 불거졌다. 

임대료 얼마?
센터 존폐위기 

지난달 27일 국민청원에 “서울시 아이존을 끝까지 책임져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노원 아이존을 이용하고 있는 학부모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노원 아이존이 폐쇄 위기에 처해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원해주고 있던 사회법인 재단이 월세 부담에 올해 말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청원했다.

이어 “월세가 없는 공간을 마려해줄 수 있는 방안과 학부모와 아이들이 걱정 없이 센터를 이용하고 싶다”며 호소했다. 다음 법인 재단이 운영을 지원해준다고 해도 또다시 월세로 인해 부담을 느끼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월세 부담이 없는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는 “서울시와 법인회사 노원 아이존의 선생님들 덕분으로 치료와 상담을 받으며 많은 아이가 회복되고 있었다. 고학년 아이들은 그나마 인근 다른 센터로 연계가 된다고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은 이런 센터가 없어 중간에 치료가 중단될 위기에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무엇보다 정신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아이존은 보통 시·구 건물, 법인 건물, 임대 건물 등에 자리를 잡는다. 노원점의 경우 임대 건물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건물 임대인이 내년부터 월세 인상을 요구했다. 현재 노원 아이존은 작은 사회복지법인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재단에선 더 나은 곳이 맡아 운영하는 것이 안정적일 것으로 판단해 올해를 끝으로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노원 아이존 관계자는 “자금은 법인재단이나 후원으로 충당한다. 후원자들에게도 임대료를 후원해달라고 하면 아무도 후원하지 않는다. 사업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건 몰라도 임대료에 관한 사업은 후원을 받기가 참 힘들다. 특히 큰 재단의 경우는 사람들이 많은 후원을 하지만 작은 사회복지재단의 경우는 후원금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노원 아이존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은 SNS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존 지키기에 나섰다. 노원구 국회의원과 구청장은 주민의 요구에 따라 법을 제정하고 노원구 사업과 예산을 편성하도록 촉구하는 대회인 ‘제1회 노원 주민대회’에 참여해 요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2006년 개소
폐쇄로 가닥

요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원 아이존을 지켜달라. 노원 아이존은 정서, 행동 빛 발달장애 문제를 가진 서울시 아동을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다각적인 개입을 통해 아동들이 학교 및 가정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취약계층의 아동을 체계적인 치료와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노원 아이존은 행복복지재단서 재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돼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서울시에선 사업비가 책정됐으나 공간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이존이 사라지게 되면 노원의 정서 치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어떤 가족들은 치료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노원 아이존을 지켜달라.’
 

이어 다른 한 학부모도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건 함께 해보자”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목소리를 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저학년의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노원 아이존이 폐쇄될 경우 지속해서 받아오던 자녀들의 상담이 끊기게 된다. 노원 아이존 시설장은 “아이들 치료는 딱 1년 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나이를 먹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담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시서 운영되고 있는 아이존은 총 열 군데다. 노원 아이존과 동대문 아이존을 제외하고는 월세 부담이 없는 시·구청 건물이나 위탁운영기관 건물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이 두 지점은 현재 건물주의 입장에 따라 운영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노원 아이존은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으로 행복복지재단이 운영을 포기했으며 동대문 아이존은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서울시관계자에 따르면 동대문 아이존은 이사가 확정됐다. 동대문구는 아니지만, 현재 위치서 멀지 않은 곳으로 새로운 보금자리가 확정돼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대문 아이존에 확인한 결과 “어떤 답변도 드리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강서·노원·동대문 등 불안정
행복법인재단 노원점 후원 포기

아이존 존폐 위기에 가장 아쉬워하는 이는 단연 학부모다.

A학부모는 “자녀가 집중을 잘하지 못하는 아동 ADHD 증상을 겪었다. 사설 병원서 상담·치료를 진행하면 비용도 부담일 뿐더러, 시간이 지나도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병원에선 환자를 돈으로 보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형식적인 질문만 몇 번 하다가 끝나는 치료라 끝나는 시간만 기다린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아이존 같은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지속적인 상담이 이뤄진다. 가장 좋은 점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 교육도 함께 진행돼 아이의 부족한 점을 상담교사와 함께 치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이존 같은 경우 개인 치료, 그룹 치료 등이 있다. 사설병원과 가장 큰 차이는 상담교사와 그룹치료 아이들의 변동이 없어 아이들이 혼란을 겪는 일이 적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학부모님들도 굉장히 만족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존은 10년 이상 된 아동 상담센터인데도 대외적으로 홍보가 적극적으로 돼있진 않다.

B학부모는 “아이존 자체가 굉장히 좋은 곳인데 남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냐면 센터도 몇 군데 없을뿐더러 인원도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친척이나 정말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아이존 입장서도 홍보가 너무 될 경우에는 인원을 모두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홍보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송파·양천 아이존 두 곳만 정원이 40명이며 나머지 센터에선 정원이 총 30명으로 한정돼있다.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는 노원 아이존은 공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정원수 적어 
홍보 소극적

한 시설 센터장은 “서울시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노원 아이존의 새로운 공간이 마련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 각 구에서도 마련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법인재단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 문제”라며 “노원 아이존이 폐쇄된다면 아이들은 물론 시설장,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재단이 새로 맡게 되면 3개월 운영비인 최소 3∼4억원의 자금을 써야 한다. 이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 테니 이 부분은 적어도 국가서 책임져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기적으로 아이존이 점점 줄어든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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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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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