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별로 정리한 ‘2019 신조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59:28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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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도 놀랄 ‘요즘 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 세계를 통틀어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국경일이 있다. 바로 ‘한글날’이다.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널리 알려 문화민족으로서 국민의 자긍심을 일깨우려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날. 한글이 창제된 지는 수백년이 지났지만 매년 새로운 단어가 탄생한다. 
 

한국인들끼리 한글로 의미를 전달해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다. 세대별로 사용하는 단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1020세대는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시대상에 맞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언어파괴

신조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말이다. 신조어가 생산될 때마다, 표준어와 한글의 근간을 흔드는 언어파괴라는 지적부터 같은 세대들끼리의 유대감을 형성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제시된다.  

또 신조어에 반응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은 세대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 검색 등의 고군분투를 감당하기도 한다. 언어학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면 신조어의 탄생과 소멸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새로운 단어가 생기고 없어지는 건 비단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1920년대 사전에도 모던보이를 뜻하는 ‘모뽀’, 모던걸을 뜻하는 ‘모껄’이라는 말이 있었다. 요즘 흔하게 쓰이는 ‘빽’ ‘전업주부’ ‘신세대’ 같은 말도 마찬가지로 1950년, 1960년대, 1990년대에 등장했던 단어다. 2019년 유형별로 신조어를 정리해봤다. 


첫 번째, 긴 단어를 간편하게 줄인다. 젊은 세대일수록 얼굴을 마주 보는 대화보다 SNS, 카카오톡 메신저 등 최대한 짧은 단어로 간단명료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선호한다. 인터넷 문화가 발전하면서 쓰였던 신조어로 안습(안구에 습기가 찼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등이 있었다. 

세대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긴 문장들을 3∼4자 이내로 줄여서 표현한다.

예를 들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와 비슷한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추구하는 소비 형태)가 있다. 또 소확행(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횡(소박하지만 확실한 횡령), 취존(취향을 존중해달라), 취저(취향을 저격했다) 등이 있다.

이외에도 카공족(카페에 공부하는 족),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극혐(극도로 혐오스럽다), 인싸(인기인), 아싸(소외자), 별다줄(별걸 다 줄이네) 등 다양한 형태로 글자 수를 줄인 단어들도 있다.

간편하게 줄이고 비틀고 생기고
사회상 반영한 새로운 단어 출연

두 번째는 야민정음이다. 야민정음이란 한글을 비틀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보이게 응용하거나 단어의 각도를 틀어 유사한 단어로 읽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커뮤니티서 시작한 야민정음은 한글을 여러 가지로 변형시키며 노는 문화를 보여줬다. 한글의 특성을 활용해 기상천외한 신조어들이 생산됐다. 

댕댕이(멍멍이), 댕청이(멍청이), 띵작(명작), 커엽다(귀엽다), 팡주팡역시(광주광역시), 곰국(논문)이 이 같은 예다. 지난 2월 팔도에서는 한정품으로 ‘괄도네넴띤’을 선보였다. 기존 ‘팔도비빔면’을 비슷한 형태의 다른 글자로 바꿔 내놓은 것이 작명 마케팅에 성공했다. 
 


세 번째는 영어를 섞어 새로운 단어를 탄생시킨다. 꼰대 문화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들은 꼰대와 꼼데가르송을 합친 ‘꼰대가르송’이란 말을 만들었다. 30∼40대 등 젊은 꼰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꼰대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인 ‘나 때는 말이야~’를 비꼬아서 만든 ‘라테 이스 호~스(Latte is horse)’가 있다. 꼰대들의 언어를 비꼬아서 만든 말이다. 

국뽕(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은 국수주의와 자국 우월주의, 극단적인 민족주의 등 부정적인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수준으로 자국을 옹호하며 당연시하는 태도를 뜻한다. 

이외에도 나일리지(나이와 마일리지의 합성어), 국룰(암묵적인 규칙), 팩트폭력(fact와 폭력의 합성어),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이 있으며 비슷한 의미로 지피셜(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 있다.

네 번째는 접두사 신조어다. 2015년 상술된 무개념 엄마들이 저지르는 온갖 ‘막장 행태’를 보고 네티즌들은 ‘맘충’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이후 일베충(일간베스트라는 커뮤니티 유저), 한남(한국남자를 비하하는 말)충, 급식(초·중·고등학생들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충, 틀딱(노인들을 비하해서 지칭하는 말)충 등 다양한 단어뒤에 벌레를 뜻하는 ‘충’ 신조어가 생겼다.

진지충(지나치게 진지한 사람), 훈수(훈수를 계속하는 사람)충, 흡연(애연가)충 등 아무 어휘에다 ‘충’이라는 글자만 붙이면 파생어가 계속 생길 수 있다. 충(蟲)이 한자로 벌레를 지칭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다. 

신조어가 생길 때마다 맞춤법, 외래어 등 한글 파괴에 대해 문제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시대상?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조승연 작가는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오히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는 백성들이 일상적으로 매일 쓰는 이야기를 그대로 적지 못해서였다. 1446년 한글창제 이후 500년이 지났다. 휴대전화, 컴퓨터가 생기고 시대가 많이 변했음에도 이 변화가 여전히 한글로 표현될 수 있다. ‘내가 진짜 글자 하나는 잘 만들었다’라고 생각하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한글의 위대함은 유연성이며 시대의 변화에도 끄떡없이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그대로 쓸 수 있는 과학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9dong@ilyosisa.co.kr>

 

▲ 팔도 네넴띤

<기사 속 기사> 신조어 마케팅 열풍

팔도는 지난 2월 ‘괄도네넴띤’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팔도비빔면 35주년을 기념해 기존 제품보다 5배 매운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이 괄도네넴띤은 야민정음을 활용해 만든 상품명으로 1020세대를 겨냥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제품이 출시되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순위를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모았으며, 각종 SNS와 유튜브 등에서 구매 인증사진이나 후기 등이 업로드됐다.

실제로 괄도네넴띤은 출시 5일 만에 1차 온라인 판매 물량 7만5000개가 완판됐으며, 이후 한 달 만에 준비한 물량 500만개마저 완판되기도 했다.

또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 리테일은 2017년부터 대표적인 청소년들이 쓰는 언어와 야민정음을 붙인 디저트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셜미디어 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쇼콜라 생크림 케익에는 ‘ ㄱㄹㅇㅂㅂㅂㄱ(이거 레알 반박 불가란 뜻으로 부정할 수 없다)’▲쿠키&생크림 케익은 ‘ㅇㅈ? ㅇㅇㅈ(인정? 어 인정)’ ▲밀크카라멜 생크림 케익에는 ‘ㄷㅇ? ㅇㅂㄱ(동의? 어 보감)’ 등 학생들의 언어를 제품명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 밖에도 ▲롯데면세점 ▲위메프 ▲LG ▲삼성멤버스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신조어를 사용하며 젊은 세대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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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