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집회 현장 스케치>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외치는 학생들

그들은 왜 촛불을 들었나

▲ ▲ ▲ 5일, 서초동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대검찰청 방면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일요시사>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진행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를 취재하기 위해 서초동 집회 현장을 찾았다.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경, 행사 시작까지 3시간이나 남았지만 서초역 인근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취재진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 인근의 김밥 집을 찾았지만 가게 주인은 “오늘 집회 때문에 포장만 가능하다”며 돌려보냈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위치한 단골 곰탕집을 찾았다. 가게는 거의 만석으로, 집회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조국’ 관련된 피켓을 들고 집회 참여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초역의 각 출입구에서는 상인들이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검찰 개혁과 관련한 굿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 상인은 ‘조국 수호’라 적힌 LED머리띠를 가리키며 “굿즈 중에서 눈에 잘 띄어 가장 잘 팔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굿즈에 관심을 가지는 기자에게 다가와 LED 촛불을 보여주며 “2개에 5000원”이라고 구매를 유도했다.

서초역 7번 출구 근처에는 사람들이 많아 인파에 떠 밀리듯 나아가야 했다.
 

▲ 시민낙서장에는 검찰개혁을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가 담겼다.

서초경찰서 인근서 극우 세력인 태극기부대의 맞불 집회가 예정돼있어, 태극기를 들고 걸어가는 할아버지 분들이 꽤나 보였다. 맞불 집회 참여자들과 조국 수호 집회 참여자들이 서로 ‘시X놈’ 등의 욕을 하며 지나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당장 크게 싸움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일촉즉발의 풍경이 연출됐다. 

역시나였다. 사랑의 교회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도중 한 여성 태극기집회 참여자가 LED 촛불을 나눠주는 여성 참석자에게 돌연 욕설을 퍼부었다. 다행히 큰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현장 곳곳서 두 집회 참여자들의 갈등은 계속됐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수많은 경찰 인력이 배치됐지만, 곳곳서 발생하는 충돌을 막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현장에서는 각종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서초역 1번 출구에서는 소녀상으로 분장한 사람과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관악 지역 평화의 소녀상’이라는 포토존이 설치됐다. 

2번 출구 앞에는 누구나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는 ‘시민낙서장’이 있었다. ‘공수처 설치’ ‘윤석열을 체포하라’ ‘검찰 개혁 반드시 이루자’ 등의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사랑의 교회 앞에서는 풍물놀이 펼쳐져 축제를 방불케 했다. 그 앞에서는 한 예술가가 대형 붓으로 ‘조국 수호의 날’을 써 내려갔다. 글귀가 완성되자 참석자들은 예술가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 대형 스크린을 통해 노래를 하는 조국 법무부장관의 모습이 상영됐다.

집회 무대를 이끈 사회자 노정렬씨는 참여자들에게 “저번 주 1차 서초대첩이 일어난 이후에 미꾸라지가 됐다”며 “개돼지도 아니고 미꾸라지 급으로 내려갔다. 어떻게 국민에게 미꾸라지라는 표현을 쓰는지. 마음이 안심되는 건 그래도 우리는 국산 미꾸라지다. 수입은 아니다”라며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소금 맞은 미꾸라지마냥 발악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취재진이 가장 주목한 부분 중 하나는 참여자들의 연령이었다. 청소년으로 보이는 참여자들이 다수 보였다. <일요시사>는 그들에게 검찰 개혁과 집회에 직접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우리나라가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 많은데 첫 단추가 검찰 개혁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이지만 국민의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현장을 보면서 국민들이 검찰에 대해 많이 분노하고 있음을 확실히 느꼈고요. 검찰이 국민여론을 받아들여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검찰들이 여태까지 많이 잘못했잖아요. 지금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 수사 방식도 무리하다고 느껴져요” -김성준(가명), 19세, 경기도 이천

“SNS를 통해 집회가 있음을 알게 됐어요. 학교 시험기간이지만, 조국을 지켜기 위해 나왔습니다. 학생들도 조국 법무부장관을 응원하고 있어요. 지난 국정농단 광화문 집회에도 참여했었는데 그때가 오버랩 돼서 전율이 느껴졌고요.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진보적으로 차근차근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준성(가명), 17세, 경기도 광주 


“평소에 언론을 통해 촛불문화에 대해 관심 깊게 지켜보다가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집회에 참여하게 됐어요. 대한민국 사회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요. 검찰의 ‘라인타기’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검찰에서 라인을 타고 있잖아요. 윗사람 눈치보지 않는 공정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요. 현장에 와서 보니깐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는 것 같고 검찰 개혁을 이번 정부에 확실하게 이뤄냈으면 좋겠습니다.” 황진호(가명), 18세,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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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