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바캉스 시즌을 맞아 설레는 둘 만의 커플여행을 떠나려는 두 남녀. 어디를 가야 즐거운 데이트가 될까? 영화 속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드라이브 길부터 사랑을 속삭이기 좋은 숲길, 연인을 위해 마련된 감동적인 프러포즈와 낭만적인 바비큐 파티까지. 언제 들어도 설레는 ‘여행’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사랑의 기운이 더해진다면 더 바랄게 무어랴 싶다. 그러나 둘은 각각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여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달콤한 여행! 저녁에 손잡고 바다만 걸어도 두근두근 할 거야, 로맨틱한 레스토랑에서 와인도 먹어야지(女)” “색다른 장소에서 둘만 있으면?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본능인 걸…. 어쩔 수 없어(男)”
여행을 떠나는 두 남녀의 각기 전혀 다른 생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남녀 ‘동상이몽’
소셜데이팅 코코아북이 20~30대 미혼남녀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애인과의 커플여행’이란 주제로 한 설문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이 결과 커플여행을 준비하면서 애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성응답자의 64%는 ‘로맨틱한 분위기에서의 이색데이트’를 1위로 꼽았다. 반면 남성응답자의 54%는 ‘관계의 발전가능성과 스킨십’이라고 답했다. 커플여행을 준비하면서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휴학생 박모(26·남)씨는 “둘만의 여행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평소 보지 못했던 여자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까 하는 설렘과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때가 기회라고 달려들지 않는 약간의 절제만 있다면 분위기를 봐서 스킨십 진도를 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반면 직장인 최모(25·여)씨는 “단순히 하룻밤 묵어가는 의미를 넘어 둘 만의 비밀공간에서 어떤 로맨틱한 추억이 생겨날까 기대된다”며 “서로에게 편지를 써주는 시간을 갖는다든지 밤 산책을 하며 그동안 못 전한 말들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든지. 여행지에서 많은 추억을 남기고 오고 싶다”고 전했다.
여행갈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에서도 남녀 결과는 달랐다. 여성응답자 39%는 ‘다이어트’라고 대답했고, 남성응답자 55%는 ‘여행지 및 코스’라고 답했다.
직장인 김모(27?남)씨는 “여행은 상대에게 그동안 보여주지 못하던 숨은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며 “남자라면 낯선 여행길, 주변의 볼거리를 미리미리 챙겨서 리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3·여)씨는 “그동안 꽁꽁 감추고 있었던 속살들이 남자친구한테 들킬까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민낯을 공개해야 하는 두려움도 있다”면서 “민낯공개를 피하기 위해서 남자친구보다 더 늦게 자고 더 먼저 일어나야 하는지 고민이다”고 다른 생각을 털어놨다.
여성 64%, 로맨틱한 ‘이색 데이트’ 기대
남성 54%, 관계 발전가능성·스킨십 기대
여행지에서 내 애인이 절대로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남녀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45%(남44%, 여53%)가 ‘헌팅’이라고 응답한 것. 그 다음으로는 거짓말하고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22%), 늦은 시간까지 술 취해서 거니는 것(14%) 등을 내 애인이 절대 하지 않기를 바라는 행동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명모(29·여)씨는 “놀러 가서 흥겹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흥에 겨워 주량을 벗어난 음주의 결과는 생각만 해도 참담하다”며 “술기운에 그대로 잠들어 소중한 여행을 온통 잠으로 채워버리거나 둘 만의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술만 마셔대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실망만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24·남)씨는 “씻고 나온 여자친구의 뱅뱅 도는 안경과 눈썹 없는 모습, 방귀 뀌고 트림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며 “편한 건 좋은데 정도는 지켜야 더 좋을 것 같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애인과 떠나는 커플여행을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3%가 ‘없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둘만의 비밀여행이라는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라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대학생 정모(22·여)씨는 “다들 다른 커플들 이야기에 왜 이리 관심이 많은지. ‘걔네, 지난번에 여행 갔다 왔다며?’로 시작된 뒷담화를 들으니 떠벌리지 않고 살짝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도는 어디까지?
직장인 김모(26·여)씨 역시 “남자친구와 여행을 갔다 오면 주변에서 더 난리다. ‘어땠어? 재밌었어?’부터 ‘너희 진도는 어디까지 간 거야?’까지.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물어오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머리가 아파진다”며 “그 후로 비밀은 아니지만 동네방네 소문내고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1%였으며,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애인과 여행을 간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절반이었다.
남경식 코코아북 대표는 “연애를 할 때 남녀의 생각 차이를 인지하고 공부하지 않는다면 다시 솔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면서 “커플여행을 통해서 남성들이 관계의 발전을 원한다면 스킨십이 아닌 로맨틱한 분위기 연출을 해야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