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보좌관이 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정무특별보좌관 오상택

국회 10년간 실무 경험 “준비는 끝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 설상미 기자 =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21대 총선에도 어김없이 전·현직 보좌진들이 대거 출사표를 낼 전망이다. <일요시사>가 ‘4·15 보좌관이 뛴다’를 연재한다. 첫 주자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정무특별보좌관인 오상택 박사를 만났다.
 

▲ 오상택 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보좌관

오상택 박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정무특별보좌관으로, 10년 동안 국회서 실무를 익힌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참모직을 내려놓고 내년 총선에 출사표를 냈다. 젊은 패기로 무장해 무소의 뿔처럼 울주군민만 보고 가겠다는 오 박사. 내년 울주군의 새 얼굴이 될지 기대된다. 다음은 오 박사와의 일문일답.

-정계에 입문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인 곳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입니다. 2010년 당시 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에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정당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연구원을 나와서 당시 원외인사였던 이인영 원내대표의 가치와 신념에 빠져 그를 돕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실서 10년간 일하셨습니다.
▲제가 학생회장 할 시절에 이 원내대표는 학생 운동권의 전설이었습니다. 6월 항쟁을 주도해 이 땅에 공고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기여한 중심축이었죠. 흔들림 없이 진보를 이야기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평화·통일을 목놓아 외쳤습니다. 그런 이인영이 좋았고, 그 가치에 동의했기에 지금까지 그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인영 키즈’라고 불리고 계십니다.
▲제게 이인영 원내대표는 동경의 대상입니다. 제게 큰 산맥으로, 그의 가치와 신념은 저를 지탱해주는 뿌리입니다. 우리 정치권에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지만, 자신의 신념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정치인은 드뭅니다.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도 있고, 지름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오직 자신이 세운 가치로 한 길만 걸은 정치인이었습니다. ‘지도자 이인영’을 따르며 언제나 함께할 것입니다. 

‘이인영 키즈’ 울산 울주에 출사표
정치학 박사로 대학서 정치 강의


-정치학 박사로 대학서 ‘정치’를 가르치셨습니다.
▲저는 대학 강의 첫 시간에 ‘정치란 무엇인가’를 가르칩니다. 정치의 본질은 우리 공동체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를 통해서 희망을 봐야 하고, 정치를 통해서 위안을 얻어야 합니다. 그것이 옳은 정치입니다.

-정치의 중심인 국회서 바라 본 정치권은 어떠셨는지요.
▲반대를 위한 반대와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마저 상실된 패륜적  정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치인지, 이래도 되는지 자괴감이 듭니다. 보다 나은 길로 나아가는 방향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치는 정치는 자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오상택 박사

-한국 정치의 한계나 문제점이 있다면요.
▲첫째, 책임성 결여입니다. 국회는 본업은 입법입니다. ‘노는 국회, 일하지 않는 국회’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20대 국회는 법안 처리율이 30%로 특히 심각합니다. 정치적 공방은 할 수 있지만 일은 해야죠. 국민들이 본업을 내팽개치고 광장서 마이크 잡으라고 국회의원 월급을 주는 게 아닙니다. 민생을 외면한 채 광장서 자신들의 정치적 득을 위한 투쟁만 고수한다면 국민들은 그들을 실업자로 만들 겁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요.
▲젊음의 결여입니다. 우리 국회는 늙었습니다. 20대 국회 50∼60대의원이 83%입니다. 주요국 국회의원 40대 이하 비율은 덴마크 41.34%, 일본 8.39%, 미국 6.67%, 한국 0.66%로 최하위입니다. 4차 산업혁명, 청년실업, 청년주거 빈곤, 교육공공성 등 청년 세대들의 이해와 요구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는 시점에 이를 대변할 젊은 정치인이 드뭅니다. 젊은 정치인들의 진입은 이제 시대적 요구로, 기존 정치권이 이를 수용해야 합니다.

-울산 울주군서 내년 총선 출사표를 내셨습니다. 참모가 아닌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도전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입니다. 정치신인으로서 현실정치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울주군민만 보고 가겠다는 저의 신념이 있기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울주군이 새롭게 발전돼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저를 던져 보려 합니다.

-울주군의 발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우선 울주군은 풍요로운 자산에 비해 뚜렷한 색깔,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울주군은 영남알프스의 유려한 산악 경치와 반구대 암각화의 선사 유적을 지니고 있지만 스위스의 인터라켄이나 경남 고성처럼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울주군이 가진 강점을 살려내어 브랜드화시킬 참신한 도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회·지역에 젊은 활력을”
“새 인물 필요…저를 던진다”


-군민분들과 소통도 많이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언양 등 서울주 지역의 경우, 부도심으로 지정돼 KTX역세권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긴 하나, 당초 계획과 달리 진척이 없어 군민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습니다. 범서 등 중울주 지역은, 울주서 가장 젊은 인구와 많은 학생들이 살고 있지만, 교육 서비스 부족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온산, 온양 등 남울주 지역은, 심리적 접근성이 떨어져 충분한 인프라와 도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지 못해 거주민들의 불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발로 뛰고 들은 소중한 의견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울주군의 발전 방향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강점이 있다면요.
▲젊음과 새로움입니다. 젊음은 열정과 역동성입니다. 울주군이 한발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저 같은 역동성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생동감 있고 생명력 있는 사람이 지금 가장 필요합니다. 또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16년의 익숙함으로 변화를 이룩할 수 없습니다. 신선하고, 창발적인 시도로 울주군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 ▲

-정치 실무서도 다양한 경험을 하셨죠.
▲정당 및 국회서 쌓은 실무적 경험치와 정치학 박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가졌습니다. 주변부가 아닌 중심부서 일을 했습니다. 실력을 겸비한 일꾼이라는 것입니다.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아는 사람이 실수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맞는 결과물을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저는 가장 효율적 결과를 내는 루트를 알고 있습니다.

-총선이 8개월 남았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8개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제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인지도입니다.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울주군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정책적으로 깊은 고민도 병행하면서 시간을 안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많은 분들의 기대와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미흡하나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와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울주군만 믿고 한 길을 가겠습니다.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 했습니다. 젊고, 새로운, 능력 있는 오상택을 지켜봐 주십시오.


<sangmi@ilyosisa.co.kr>

 

[오상택은?]

▲울산 출생
▲성균관대학교 정치학 박사
▲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현)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정무특별보좌관
▲현) 성균관대학교 좋은민주주의센터 선임연구위원
▲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전)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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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