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돌아온 불륜의 계절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9.02 10:43:59
  • 호수 12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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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마지막 코스는 모텔?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여름이 지나고 단풍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등산 인구가 늘어나면서 산악회도 점점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악모임이 중년들의 불륜 목적으로 변질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산악회로 둔갑한 불륜 모임에 대해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면서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사람들은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2015년 산림청이 발표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등산하는 인구는 1300만명에 이른다. 현재 15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산 후…

포털사이트에 등산모임이라는 단어를 검색만 수천여개의 카페가 나온다. 최근에는 카페뿐 아니라 SNS, 앱 등 다양한 곳에서 중년을 대상으로 산악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등산은 20~30대 보다 40∼50대 이상 연령층에게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격렬한 운동이 아니다 보니 신체에 무리가 덜 가고 자신의 체력에 맞춰 산과 코스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력을 증진시킨다는 취지와 달리 산악회 모임이 불륜의 장소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등산 모임의 취지는 건강을 위해 함께 운동을 하자는 목적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슷한 나이대의 이성과 새로운 만남을 갖는 목적으로 변했다. 호감이 가는 이성과 음식을 나눠 먹거나 마사지를 해주는 등 정분을 나누면서 호감도를 쌓는다. 이후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산행 파트너로 친하게 지내면서 인근 모텔로 입성하기도 한다. 

산 인근에 모텔이 즐비한 것도 이를 증명한다. 모텔업계에선 평일, 낮을 가리지 않고 중년남녀가 많이 찾는다고 말한다. 등산로 인근에 모텔을 운영한 A씨는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중년남녀가 대실을 많이 이용한다. 부부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여성분들은 출중한 외모를, 남성들은 강하게 생긴 인상이 많았다”고 말했다.


말 많고 탈 많은 산악회 모임 
초기비용 적고 의심도 안 받아 

산악회와 등산 모임이 변질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4년 A씨는 등산 모임서 자산가 B씨를 3년 동안 만나 매달 성관계를 갖고,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 산악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불륜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산행 후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다가 불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사들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왜 등산이 불륜의 매개체가 될 수 있었을까. 등산 모임은 초기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등산복과 장비만 있다면 부담 없이 산악회에 가입할 수 있다. 따로 비용이 들지 않아도 산속에서 데이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등산 모임을 선호한다.

등산 모임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이기 때문에 쉽게 서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면 부담스럽지 않은 스킨십으로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건강을 목적으로 등산을 다녀온다고 하면 배우자에게 의심을 덜 받기도 한다. 단 등산은 땀을 흘리기 때문에 샤워를 하고 집에 돌아와도 자유로울 수 있다.
 

부부와 불륜을 구분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배낭을 보면 부부인지 불륜인지 구분이 가능한데 보통 부부 등산객은 한 사람의 가방에 짐을 담는 경우가 많다. 반면 불륜 남녀들은 이를 들통 나지 않기 위해서 바리바리 싸들고 나오는데 두 사람 모두 큰 가방을 가져왔다면 불륜일 확률이 높다.

두 번째는 도시락이다. 부부일 경우 간편한 용기에 기본 반찬이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져오지만 불륜일 경우 아기자기한 도시락 통에 과일 등을 정성스레 담아온다.  

화장하고 배낭 메면 의심부터?
‘중년 미팅’ 만남의 장소 인기? 


세 번째는 여성의 화장 상태다. 불륜녀는 과도한 화장은 물론 유독 손거울로 자신의 얼굴 상태를 자주 확인한다. 남편과 함께 온 여성인 경우,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선크림만 바를 뿐 립스틱, 색조 화장 등을 하지 않고 산에 오른다. 산행 시 흘리게 될 땀을 대비해 아예 화장을 안 하거나 기초 화장만 하고 온다.

산을 찾은 불륜남녀들은 산 정상까지 오르지 않는다. 서로 땀 흘려봐야 좋을 것도 없고 등산은 서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운동을 목적으로 산에 온 사람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쉬지 않고 올라가려 하지만 불륜남녀는 적당한 나무 그늘 아래나 벤치 등에 앉아 연애하기 바쁘다.  

이처럼 불륜남녀와 부부들을 살펴보면 산을 오르는 태도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 등산 카페에선 한쪽 바지를 걷어 올리면 짝을 찾으러 왔다는 일종의 신호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젊은 남성이 날씨가 더워 한쪽 바지를 걷어 올렸더니 여성 등산객들이 먹을 것을 많이 나눠주며 추파를 던지자 곤혹을 치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편견 시선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전하게 등산 취미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일반인들까지 필요 이상의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순연 오행생식 오행산악회장은 “최근 산행하면 불륜·취중산행을 떠올릴 만큼 산행 문화가 많이 오염됐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려면 건전한 산행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요양병원서 불륜?

요양병원이 불륜과 음주 등 일탈 장소로 전락하면서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전락했다. 요양병원은 최장 6개월가지 장기 입원이 가능해 다른 환자들과 친분을 쌓을 시간이 충분하고 외출과 외박에 제약이 적기 때문이다.

또 요양병원 인근에는 산책로가 마련돼있어 환자들끼리 데이트를 하기에도 적합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요양병원에선 암 환자들에 한해 외부 산악회 활동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 중인 환자가 외출계를 제출하고 외부 산악회에 나간다는 것이다. 

전남 화순 소재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산악회 활동을 희망하는 환자가 여럿일 경우 산악회 차량이 병원 근처까지 와서 환자들을 데려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불륜뿐 아니라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의 음주 실태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전남 화순군 보건소는 지난 2018년 2월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이 술을 자주 마신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해당 요양병원을 방문해 권고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병원서 술을 마시는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마땅한 규정이 없는 상황서 계도 수준의 권고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화순군 관계자는 “술을 마시는 환자들을 만나더라도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자제해달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 진료 거부 등으로 신고당할 우려가 있는 병원 역시 이들 환자들에게 강력한 조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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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