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 명문고 교사 과로사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26 10:56:34
  • 호수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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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상전 교사는 뒷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쓰러졌다. 지역 내 명문사학이라 불리는 해당 학교서 벌어진 일이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비상식적인 학교의 업무량은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고등학교 교사 과로사 내막에 대해 <일요시사>가 파헤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최근 광주 K고등학교서 시험지 유출 논란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K고의 한 학생이 지난달 25일 치러진 교내 기말교사 3학년 수학 시험문제 중 5개 문항이 교내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 유출됐다는 내용을 SNS에 공개했다. 이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시험 유출
시끌시끌…

사태가 커지자 K고는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받았다. 지난달 8일부터 지난 7일까지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시험문제 유출 ▲최상위권 학생 특별관리 ▲과목 선택 제한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 등 상위권 특정 학생들에 대한 특혜가 드러났다.

K고는 학내 곳곳에 시교육청의 감사행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감사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K고는 우수한 진학 실적 등으로 인해 지역 명문고로 알려져 있다. 매스컴에도 노출되며 우수한 진학률로 학부모들에게 높은 인기를 받고 있다. 과거에도 해당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았다. 서울대 진학 ▲1999년 11명 ▲2000년 19명 ▲2001년 14명 ▲2002년 5명 ▲2003년 8명 ▲2004년 6명 ▲2005년 13명 ▲2006년 6명 ▲2007년 5명 ▲2008년 3명 등이었다. 


이후에도 서울대 합격 실적은 광주 일반고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고려대, 연세대와 서울 소재 주요 대학 등에도 두각을 보였다. 2015년, 2016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 7명, 고려대와 연세대 15명, 서울소재 주요대학 88명, 전남대 101명, 조선대 6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2017학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는 5명이나 늘어난 12명, 고려대와 연세대 18명, 서울 주요대학 125명으로 수도권 실적이 크게 늘었고, 전남대 75명, 조선대 80명의 합격 실적을 냈다.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에는 2016학년 17명(의대 11명, 치대 2명, 한의대 4명), 2017학년 21명(의대 15명, 치대 2명, 한의대 4명)으로 전통 강호였으며 특수대 및 이공계 특성화대학 실적도 늘어났다. 

명문대 진학률 높아 학부모에 인기
학생만 신경 쓰고 선생은 나몰라라?

2016학년 경찰대학 1명, KAIST 2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3명의 합격자를 배출했고, 2017학년의 경우 경찰대학 2명, KAIST 4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4명으로 합격실적을 더 불렸다. 특히 2017학년 대입에 경찰대학 남자수석이 나왔고, 2017년 2월 졸업식에선 K고 출신이 서울대 의대를 수석졸업하기도 했다.

K고는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야간 자율학습 시간을 늘리거나 기숙사를 운영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학교의 목표는 오로지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이었다. 공부만 하는 학생을 밤낮으로 뒷바라지하는 건 교사들의 몫이었다. 
 

2012년 2월부터 K고등학교서 근무한 교사 A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2015년 8월2일 오전 9시45분경 자택 침대서 사망한 채 발견돼 부검한 결과 관상동맥 경화에 따른 허혈성 심장질환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A씨 유가족 측은 “2014년 3월부터 정규 교과 업무 외에 보충수업, 교무 기획 업무, 기숙사 사감장 업무 등을 근무했다. 그로 인해 육체적인 피로도가 쌓이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을 초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정규교육업무로 2014년에는 주당 16시간, 2015년에는 주당 17시간의 고등학교 2학년 국어 과목을 담당했다. 보충수업 담당 업무는 2014년에는 연간 252시간(평균 1주당 4.8시간), 2015년에는 7월까지 152시간(평균 1주당 5시간)의 수업을 담당했다.  

이렇게 죽었다
판결문 보니…

K고 특성상 교사들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30분에 퇴근한다. 2014년 3월1일부터 A씨는 해당 학교학사의 생활관 사감으로 임명돼 근무를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16일부터는 사감장으로 임명돼 근무했다. 학사는 성적이 우수한 3학년 학생 60명, 1·2학년 학생 각각 30명씩 대학 입시에 매진하기 위해 생활하는 기숙사다. 

생활관 교사들은 학생들이 정규 학교수업을 마친 후 야간, 휴일 학습, 방학 중 학사 도서실서 공부하도록 하는 학생들의 생활과 수면을 통제·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학사엔 1인의 사감장과 2인의 사감이 1년에 휴일 없이 3교대로 근무했다.

사감들의 업무 일정은 오후 9시경 기숙사서 학생의 입실 준비를 도와주고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마치고 오후 10시 기숙사로 돌아오면 인원을 체크한다. 오후 10시30분부터 자기 정비, 간식 등을 챙겨주며 오전 12시50분까지 자기 주도적 학습을 관리·감독한다. 오전 1시30분까지 학생들을 입실시킨 후 점호를 돌며 취침 확인까지 한다. 이들은 매일 상황을 일지에 기록한 후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기숙사서 숙직 후 오전 6시경 일어난 뒤 학생들을 깨운다. 학생들의 아침식사와 등교 관리를 한 후 오전 8시 학교로 복귀해 교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주말에도 업무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40분까지 사감의 관리감독 근무가 계속됐다.

2014년 A씨는 담임 신청을 했지만 학교 측의 만류로 무산됐다. A씨는 학교 임원들의 교무 기획 업무를 더 맡아 달라는 요청으로 교무기획부 담당을 연임하고 교무기획부 실무를 단독으로 부담했다. 2014년 11월경 A씨가 사감장으로 임명되자 2015년 A씨는 교무기획 담당, 다른 선생이 교무기획2담당으로 기획 업무를 공동 분담했다.

“스트레스 심해
심근경색 초래”

A씨의 사망일 무렵에는 수술을 하고도 과도하게 업무를 시켰다. A씨는 2015년 6월25일 맹장염 수술을 받고 다음날 제거 수술을 받았다. 29일 퇴원한 A씨는 다음달 3일에 외래방문으로 실밥 제거를 한 후 당일 야간 업무에 들어갔다. 6일과 8일부터 10일까지 연속으로 사감 업무를 했고 그 이후에도 13일, 16일, 24일, 30일에 3교대로 사감 업무를 맡았다.

A씨는 14일 야간에도 논술지도 능력 향상 직무연수를 수행했다. 24일과 25일 오후 내내 학생부 종합전형에 관한 연수를, 28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수시 지원 전략 연수, 2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진학상담 프로그램 활용법 연수에 참여했다. 당시 A씨의 건강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2015년 6월25일 받은 건강진단 결과에도 콜레스테롤 정량,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기준 범위였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의학적으로 초과근무와 야간 교대 근무는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하는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야간 근무 중 혈압상승이 일어나면 휴식을 해도 잘 회복이 되지 않고 잠을 취할 때 혈압하강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야간 교대 근무가 지속될 경우, 생체주기에 스트레스가 유발돼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이 초래할 수 있다.

A씨 가족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서 이겼다. 2019년 4월 광주지법의 판결문에는 “A씨는 K고 교사로서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6시30분에 퇴근해 수업 실시와 준비, 교무 기획 업무를 수행하면서 최소 1주당 50시간을 학교 교사로 근무한 점” “2014년 3월부터 K고 기숙사 사감업무를 맡으면서 사망일까지 1주당 평균 2회씩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기숙사서 야간 근무를 한 점 등 직무상 과로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심근경색을 초래했다”고 적시됐다.


오전 1시30분 취침에 6시 기상
실밥 제거한 다음날 야간업무

적어도 기존의 관상동맥경화 등이 직무상 과로로 인해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 급성심근경색을 초래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생활을 통제하는 기숙사 사감 업무의 특성상 거의 1년 내내 근무 긴장도가 계속됐음이 추측되며 1년6개월가량 반복되는 숙직 생활로 인해 수면 부족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11월부터 사감장을 맡은 A씨는 학부모, 교장 및 교감과 직접 학생들 학습, 생활관리, 건물 관리 등에 대해 보고하고 학생들을 통솔하는 업무가 가중됐을 것이다. 우수한 성적의 기숙사 학생들을 잘 지도·관리해 좋은 입시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2015년 6월26일 맹장 수술을 받는 바람에 3교대로 하는 사감업무를 하지 못해 이를 메우려고 7월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연속해 사감업무를 맡아 숙직했다. 그 후에도 직무 관련 연수와 출장을 다녔다. 또 1주간 평균 72시간을 근무하며 사감의 기숙사 야간 근무만 해도 1주간 평균 16시간을 근무하며 휴무 없이 3교대로 1년6개월을 지속했다. A씨의 2014년 건강검진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로 진단을 받았으며 지병이 급성 심근경색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K고 측은 “(유가족이) 돈을 받을 수 있게 협조를 했다. 현재 기숙사는 폐쇄된 상태며 교사들이 좀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위해 (교사)숫자도 늘리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1주당 2회
기숙사 야근


유가족 측은 “법원은 젊은 교사의 3년 전 죽음이 과로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고등학교는 그 교사를 기숙사 사감장으로 근무하도록 해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 내신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진 것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명문대 진학률에만 목메는 사립고의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씁쓸한 의료계 현실

건강했던 31세 2년차 전공의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불명’이었다. 그는 숨기 전 일주일 동안 113시간 근무했으며, 지난 4주간 평균 근무시간은 주 100시간이었다. 

지난 2월1일 가천대길병원 당직실서 숨진 채 발견된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 신씨의 이야기다. 주당 근무시간을 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법이 제정된 이후 발생한 사건이다.

31살 전공의 과로사

근로복지공단은 신씨가 숨진 지 6개월 만에 과로사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12주 동안 주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만성과로로 판단한다.

신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해 온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대한민국 전공의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씁쓸해했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법이 제정됐지만,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가 많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구>

<기사 속 기사> 학원 일요휴무제 추진

서울시 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 시행을 위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번 일요일 영업을 강제로 금지하면서 학생의 휴식을 권장하고 사교육비를 절감시키겠다는 취지다.

교육계와 학부모·학생들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불법과외 조장, 교육 선택권 침해 등의 이유로 “현실성 떨어진 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외주업체와 8월 한 달간 공론화 과정 및 계획을 수립하고, 9∼10월 시민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공론화 결과는 11월말 발표한다. 

학생도 과로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사항인 학원 일요휴무제는 올해 안으로 공론화와 정책 도입 타당성을 마무리하고 내년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제화에 성공하면 서울 시내 교과 관련 학원·교습소 2만3000여곳의 일요일 영업이 2020년부터 금지된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서 지나친 법제화는 교육의 선택권 침해로 번질 우려가 있다. 교육정책은 결국 학부모와 학생을 위해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서 제도적으로 먼저 시행하려 하면 당연히 부작용과 거부감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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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