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보다 못한’ 헬스 트레이너 속사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19 11:13:48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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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도 안했는데 퇴직금 준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프리랜서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직종이 있다. 바로 피트니스 센터 직원들이다. 이들은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합당하지 못한 처우를 받고 있다. 급여 일부를 쪼개서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 대신 추가 근무를 강요하는 피트니스 센터의 행태에 대해 <일요시사>가 파헤쳤다.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낮은 보수와 불안정한 일감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비정규직 직종에는 택시 운전사, 덤프차 운전사, 방문 교사, 보험 판매 등이 있다. 이들은 우울·불안 증세를 겪을 위험이 다른 임금 노동자보다 1.8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정규 직종 종사자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악습된 관행

피트니스 센터 트레이너도 비정규직에 속한다. 경력 10년차가 넘는 한 트레이너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전국 6000곳 이상의 업체에 20여만명 이상의 종사자가 있다. 4대 보험 가입과 최저임금, 퇴직금이 보장되는 업체는 1% 미만이다. 피트니스 종사자 약 20여만명 중 99%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보장과 4대 보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로 인정해달라”고 청원글을 게시했다. 

이어 “회사는 근무하는 트레이너들에게 퇴직금과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이중계약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회사는 업계서 9년째 운영되고 있는 연 매출 200억대의 대형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거쳐 간 수백명의 직원들이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받은 적이 없으며, 그에 대한 처벌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트니스 센터서 트레이너로 근무하려면 ▲근로계약서▲업무위탁계약서 ▲프리랜서 근무사실 확인서 ▲강사 서약서 ▲퇴직금 중간 요청서 등 보통 5개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수습 기간, 근로 장소 및 업무 내용, 근로·휴게시간, 휴일, 연차휴가, 임금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업무위탁계약서란 동등한 위치의 당사자 간 일정 업무를 맡기고, 업무 결과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다. 즉, 업무위탁 계약은 일반적으로 프리랜서와 계약할 때 사용하는 계약서며,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프리랜서 근무 사실 확인서란 회사와 계약자는 고용 관계가 아닌 지점관리만을 전담하는 직원을 의미한다. 또 4대 보험 가입을 스스로 하지 않았다고 내용을 증명하는 서류다. 강사 서약서에는 근로자 귀책 사유와 트레이너 활동에 관련한 내용을 서약한다. 이 서약서 안에는 ‘본인은 계약종료 내지는 계약 해지가 있는 날로부터 만 1년 동안은 회사의 사업장으로부터 5km 내에서는 동종의 영업을 개시하거나 취업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프리랜서로 입사시 5개 서류에 서명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 받아

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너를 보고 수강하는 회원들이 꽤 많다. 트레이너가 그만두고 인근에 있는 헬스장으로 옮길 시 회원을 빼앗길 수 있는 우려를 차단한 조치”라고 말했다. 

A트레이너는 B피트니스 센터서 2018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근무했다. 정식대로라면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사할 때, 회사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퇴직금은 회사가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A트레이너는 2018년 말부터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기 시작했다. B센터는 A트레이너의 매월 급여에 10%를 급여날짜 하루 전날 퇴직금이라는 명분으로 입금했다. 이에 A트레이너는 “인센티브가 포함된 미지급된 퇴직금은 약 300만원이다. 퇴직금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A트레이너는 다른 센터서 근무하다가 해고당했다. A트레이너는 “피트니스 업계 특성상 세무조사를 맞으면 세게 맞는 경우가 있다. 전 직장(B센터)으로부터 협박이 들어왔다. 현 센터서 ‘미안하지만 그만둘 수 있겠냐’ 해서 회사에 피해줄 수 없어 이달 말까지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서 근무를 하다가 부산으로 왔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쪽 업계가 좁다 보니 한동안 일을 못 하거나 아니면 이러한 압박에도 견딜 수 있는 회사를 구해야 한다”며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A트레이너 외에 다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Y지점서 근무했던 C트레이너는 “올해 3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석 달간 근무했다. 하루 9시간 이상 근무를 했는데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않았다. 매출에 신경 쓰다 보니 업무 외 시간에도 추가 근무를 하게 됐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최소 180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나의 월급은 90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센터서 일을 잘하고 있었는데, Y지점으로부터 세무조사 관련해 압박을 넣어 현재 권고사직을 받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10년 전 60만∼70만원
지금도 90만∼100만원

C트레이너는 회원 유치에 따라 돈을 받을 수 있지만 회원이 환불하면 손해 보는 금액을 담당 트레이너 급여에서 차감한다고 주장했다. 

B센터 E지점에서 1년 이상 근무했던 D트레이너는 “퇴직금은커녕 추가 시간 업무에 대한 보상도 없었다. 대형 헬스장의 경우 4대 보험 관련해 사회초년생들에게 월급서 깎지 않는 것이니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하거나 근로복지공단에 200만∼300만원 상당의 금액을 먼저 내야 한다는 등 반협박을 하면서 위협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상대로 노무소송이 걸리면 뒤에서 몰래 합의금을 주며 최하를 유도한다고 들었다. PT활동을 10년 이상 하니 다른 피트니스센터뿐 아니라 간부·임원급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 해당 해당 피트니스센터 상대로 노무소송이 걸려있는 사람만 10명이라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헬스장이 현금 영수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탈세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이 업계에선 세무조사 관련해 먼지 안 나는 곳이 없다 보니 센터의 약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해당 피트니스 센터뿐 아니라 다른 센터들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곳도 많다고 들었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10년 전 트레이너 기본급이 60만∼70만원 수준이었다. 지금은 90만원 수준으로 올라온 만큼 시대가 많이 변했다. 10년 전 관행을 지금까지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시대가 바뀐 만큼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당 본사 관계자는 “퇴직금에 관한 근로 계약서는 문제가 없다. 프리랜서기 때문에 10%를 떼서 지급했다”고 답변했다. 강사 서약서에 표기된 반경 5km 내의 동종 영업장의 취업을 막는 행위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의 일이라 언제 일어난 일인지 밝힐 수 없지만, 예전에 한 트레이너가 개인정보를 훔쳐서 새롭게 들어간 센터에 그 정보를 팔고 회원들을 대거 빼앗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이후로 강사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세무조사와 관련한 압박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다. (우리가)뭐가 아쉬워서 트레이너들의 앞길을 막겠느냐”고 항변했다. 

법 사각지대 

신하나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헬스 트레이너들이 실제로는 근로자인데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어 퇴직금 등을 제대로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직이 잦은 분야라 트레이너들이 자기 권리를 잘 주장하지 못하는데 회사쪽은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설령 프리랜서로서 업무위탁계약서를 썼다해도 해고를 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4대 보험 역시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다고 해서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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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