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막가파’ 의원들의 본심

밥 먹듯 막말…‘싸움꾼’이 뜬다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아폴로 신드롬. 뛰어난 인재들이 한곳에 모였음에도 구성원들이 서로의 허점을 꼬집고 논쟁하기 바빠 낮은 성과를 내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국회와 사뭇 비슷한 모습이다. 그들도 분명 본인의 소신과 철학에 따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했던 ‘신인’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 (사진 왼쪽부터, 자유한국당)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김현아·민경욱 의원

언론에 비치는 국회는 항상 정쟁에만 몰두해 민생은 뒷전에 둔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 대부분은 여의도 입성 전, 사회서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소위 ‘이름 날린’ 인물들이다. 고학력자와 전문직, 법조계 출신들로 구성된 국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왜 저럴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 혐오감은 심화됐고, 정치 무관심은 심각한 수준이 됐다.

언론의 조명
막말의 정치학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조훈현 의원은 바둑기사 9단 출신으로, 20대 총선 이전에 입당 제의를 받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한국 바둑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지만, 조 의원은 내년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여의도 정치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바둑에선 상대가 좋은 수를 두면 그걸 받아들인다. 그런데 국회는 상대가 한 것은 무조건 반대하거나 바꾸려고만 하니, 제대로 된 승부가 안 되고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며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정치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 꼬집은 바 있다.

“국회의원이 되어 보니 계속 당선되려면 당이 중요하더라. 당은 모든 정치인에게 공천을 주긴 어렵지만 죽이기는 쉽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당의 요구를 거스르기는 어렵다.”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인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의 이야기다. 이 의원 역시 내년 국회를 떠날 예정이다. 그는 국회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로 공천을 위해 지도부와 당론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꼽았다.

각 정당마다 당론이 존재한다. 국회의원들이 처음 여의도에 입성하게 되면 이 ‘벽’을 마주하게 된다. 당론에 각을 세워 당 지도부의 눈 밖에 나면 비례대표 안정권 번호를 받지 못하거나 공천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과 관련해 “정권의 또 다른 칼이 될 수 있다”며 우려 입장을 밝히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의 거센 반발이 일어났고 이후 “당론이 되면 따를 것이니, 논의는 치열하게 하자”며 한발 물러선 일이 있었다.

민생은 뒷전…언론에 비치는 정쟁만 몰두
하루아침에 스타로? 한국 정치 구조적 원인

계파갈등 역시 국회의 고질적 병폐다. 계파갈등은 정치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과 같지만, 도가 지나치면 민생이 뒷전이 되는 ‘주객전도’가 발생한다. 권력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나뉘면서 당의 운영엔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계파 속에서 ‘눈치 보기’를 하는 동안 자연스레 정책사업과 민생현안은 뒷전이 되고, 소신으로 밀고 나가는 뚝심 있는 국회의원도 나오기가 어렵다.

소신 있는 발언보다는 권력의 큰 흐름 속에 편승하는 게 정치 생명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에게 계파갈등은 고질적 문제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직이나 국회 상임위원장이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과거 ‘새누리당’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제 머릿속에는 친박과 비박(비 박근혜)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사를 비롯한 어떤 의사결정에도 결코 계파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우리공화당과의 '연합공천설'에 휩싸이는 등 좀처럼 당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을 전후해 한국의 보수우파들은 영혼 없이 떠돌아다니는 좀비가 돼버린 느낌”이라며 “피아의 구분도, 옳고 그름도 구분 못 하고 각자 서로 살기 위해 몸 사리고 하루살이 정치만 일삼고 있다”고 당을 비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서 “여의도서 배지를 다는 순간 정당이 요구하는 포퓰리즘적인 발언들에 동조하지 않으면 사실은 정당 내에서 자신의 힘을 잃게 되고, 결국 그 안에서 계파갈등이 발생한다”며 “자기가 소속된 계파의 이야기들을 앞장서서 과격하게 대변해내지 않으면, 다음 총선서 주목받기 어렵게 되는 것”이라 밝혔다.

당론 끌려가고
계파 밀려나고

이 교수는 국회가 정쟁에만 몰두해 있는 원인에 대해 “조용히 정책을 만들고 입법을 준비하는 성실한 국회의원들은 언론이 조명하지 않는 것”이라며 언론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실제 당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만 가도 그렇다. 당 지도부들의 축사 이후엔 언론사 기자들이 대거 빠지는 경우가 많고, 기사 역시 토론서 나온 정책의 내용과 방향보단 축사서 당 지도부가 말한 정치 공세에만 집중돼있다.

국회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막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든 한 번 더 언론에 노출되는 게 좋다. 언론은 이목을 끌 만한 이슈거리를 제공하는 의원들만 과대 조명한다.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들어온 의원들이 막말 공세를 펴서 ‘싸움꾼’ 반열에 오르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정당색은 극단적인 이들에 의해 과대 대표되고, 결국 소신을 지키는 의원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처음 정계 입문 때는 도시계획과 부동산 분야의 전문성을 앞세워 정치를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막상 와서 보니 전문가보다 ‘선동가’의 말이 더 잘 먹히는 곳이 국회”라고 언급했다.
 

▲ (사진 왼쪽부터)금태섭·박주민(더불어민주당)·장제원(자유한국당)·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지난 5월 정의당 이정미 전 대표가 한국당 황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비판한 데에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대는 발언을 했다. 초선 비례대표인 김 의원이 대여 공세로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고자 한 의도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너무 나가는
비판 입씨름

이후 크게 논란이 일고, 실제 김 의원은 당일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장악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잠시라는 정치적 계산이 들어맞은 것이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역시 막말 파문으로 유명하다. 민 대변인은 박근혜정부 시절 KBS 보도국 문화부장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된 인물이다. 그는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두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순방한다’며 문 대통령을 저격해 논란이 됐다. 이후 민 대변인은 “세상서 가장 강력하게 공격할 책임과 의무를 가진 사람은 제1야당 대변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대변인’과 ‘달창’ 발언까지, 막말 프레임이 정치 피로를 넘어 정치 혐오를 높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린 ‘막말 정치’ 뒤에는 이를 ‘극대화’시키는 언론이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국민들이 원하는 법안과 정책들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국회의원이 많을수록 국회는 정상화될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큰 흐름에 따라가는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실제 의원들이 뚝심 있게 소신을 지킨 사례가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내세워 맞불을 놓으며 윤 후보를 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청문회가 끝날 즈음 <뉴스타파>의 녹취 공개로 윤 후보의 위증 논란이 일자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후배 검사를 감싸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해도 괜찮냐”며 “후배를 감싸주려고 거짓말을 하는 게 미담인가”라고 비판하며 소신을 지켰다.

소신 지키면 오히려 위기감
다음 선거 절대 승산 없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소신 있는 국회의원으로 유명하다. 박 의원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의 유족들을 위한 변호사로서 활동하며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다.

지난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017년 청와대 적자국채 추가 발행 압박’으로 민주당으로부터 거센 힐난을 받은 후 자살 소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후 민주당은 관련된 내용의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박 의원만이 유일하게 “신 전 사무관의 위치에서는 기재부 내 논의의 함의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 역시 지난 공전국회 때 당 지도부에 대한 소신 있는 비판으로 눈길을 샀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에는 투톱정치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는 제왕적 당 대표제와 제왕적 원내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당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그는 “이 글을 올리면 또 내부총질이라는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겠지만 하루를 정치하더라도 너무도 뚜렷한 민심 앞에서 눈을 감고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침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식물국회가 됐지만 법안 발의에 지속적으로 힘 써온 의원들도 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법안 발의 수 대비 가결률이 가장 높은 의원은 민주당 조정식 의원으로 지난 6월 기준 66개 법안 발의안 중 37개가 가결돼 56%의 가결률을 기록했다. 민주당 오제세·위성곤 의원과 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민심을 외면
비겁한 침묵

민주당 박정 의원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초선의원 공부모임인 ‘더미래구상’서 2016년 20대 국회 전반기부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 의원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서 우수한 의정활동을 했다. 이후 <머니투데이 더300>이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동안 스코어보드 종합평가를 한 결과 5점 만점을 기록해 ‘스코어보드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탁월한 자료 준비와 차분한 문제제기, 예리한 질의로 국감 내내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권의 막말 이유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우리 정치권에 막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라는 너무 강력한 성공모델 때문”이라며 “금기어라는 것도 없고 레드라인이라는 것도 없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이 본인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 상대방을 낙인찍고 상대방을 지지할 이유를 뺏기 위해서 강하게 규정하는 과정서 막말이 나온다”고 막말의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서 막말로 대통령 된 분들은 거의 없다. 큰 정치인이 될수록 막말하지 않는다”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 길게 보면 손해”라고 단언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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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