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꽃보직’ 계파전 내막

밥그릇 챙기려면 밥상부터…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최근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년 총선에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몸을 풀기 시작한 눈치다. 최근 상임위원장과 총선 요직을 두고 도사리고 있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집안싸움’ 이면엔 더 깊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 지난 5일, 자유한국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도중 황영철 의원이 지도부서 의총을 비공개로 전환하려 하자 항의하고 있다.

국회엔 17개의 상임위원회와 7개의 특별위원회가 있다. 의원들은 법제사위, 국방위, 여가위 등 각자 전문 분야를 정해 위원회 활동을 하게 된다. 회사로 보면 사원의 부서 배치와도 같은 셈이다. 본회의에 올라갈 법안을 심사하기에 의원들의 주요 의정활동은 대부분 상임위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상임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은 주로 3·4선의 중진 의원들이다. 보통 평의원 사무실은 본청 옆 의원회관 건물에 마련되는데, 위원장 사무실은 국회 관계자들에게 접근성이 더 좋은 본청에 마련된다. 지난해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됐던 특수활동비는 폐지됐지만 위원장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자리 눈치싸움
내부는 뒤숭숭

상임위원장은 국회법 제49조에 따라 위원들의 의사를 정리하고 질서 유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 이어 위원회의 의사 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위원장은 위원들의 발언 기회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의안 회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단순해 보이지만 행간을 살피면 위원장이 본인의 입맛에 따라 회의를 ‘좌지우지’할 여지가 엿보인다. 여야의 이견이 있을 때 위원장이 결국 ‘조정자’의 역할로 나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위원장 소속 정당의 의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6월 사개·정개특위의 활동 기한 연장 조건으로 두 특위 중 한 곳의 위원장 자리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이 맡기로 한 조건이 합의되자,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이를 크게 우려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한국당에게 넘겨주게 되면, 위원장이 본인의 권한으로 법안을 저지해 선거법 개정안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은 “각 상임위원회가 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허용되는 한 해당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한 체계 및 자구 심사를 담당한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을 법사위원장이 상임위로 다시 회부할 근거 조항은 국회법 어디에도 없다. 바꿔 말하면 법조인 출신인 여 위원장조차도 ‘월권’의 선을 알지 못할 정도로 법안 처리 과정서 위원장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임위 등 요직 두고 계파 갈등 수면 위로
또 집안싸움?…지도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예산과 직결되는 상임위원장은 의원들에게 단연 매력적인 자리다. 위원장이 되면 안건 조정이 가능해 지역구에 가져다줄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들이 따낸 지역사업 예산금액은 의원 본인의 성적표와도 같다.

특히 한국당 박순자 의원이 맡고 있는 국토교통위원장은 상임위 중 ‘금싸라기’ 자리다. 국토교통부나 주택공사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지역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여의도서 국토위는 의원이 의원에게 쪽지 예산, 문자 예산 등의 방식을 동원해 로비하는 곳으로 통할 정도다.


최근 박 의원은 노른자 보직인 국토위원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버티기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후반기 원 구성 때 자당에 배정된 7개 상임위원장 중 다섯 자리의 임기를 쪼개 2명이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했다. 당시 국토위원장은 박 의원과 한국당 홍문표 의원이 각각 1년씩 맡기로 했지만, 박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원장 사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위원장의 자격인 3선 이상 의원들은 많은데 위원장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의원들끼리 위원장 자리를 1년씩 돌아가며 나눠 갖는 ‘쪼개기’ 편법이 생겼다. 하지만 이는 의원들끼리 만든 관행적 ‘룰’에 불과해 법적인 대응을 할 수단이 없다. 박 의원이 이 같은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박 의원은 “1년씩 자리 나누기에 합의한 바 없다”며 두 차례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에 홍문표 의원은 “박 의원의 몽니는 과욕을 넘어 당을 욕보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당 지도부의 설득에도 박 의원이 물러서지 않자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다시 급물살을 탔다.

총선 대비
전초전 양상

결국 나 원내대표는 윤리위에 박 의원의 징계안을 회부했고, 당 윤리위는 지난 17일 징계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박 의원에게 사실상 징계 수위는 큰 의미가 없다. 상임위원장은 당직이 아닌 국회직이라 자발적으로 사임하지 않는 이상 강제로 뺏을 수 없는 자리기 때문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토위원장이 매력적인 자리라지만, 박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가진 당 지도부의 장악력까지 훼손시키는 큰 위험을 감수했다. 왜일까.

일각에선 박 의원의 버티기를 두고 지역구인 안산 단원을에 출마하려는 경쟁 상대가 당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나를 잘라봐야 누가 할 사람 있겠냐는 마음일 것”이라며 “경쟁자가 있었다면 저렇게는 안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사 당내 경쟁자가 나타나 공천 ‘학살’이 된다 해도 지역구서 박 의원은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성적 좋은 학생’이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와도 승산이 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에선 오는 8월 서울과 안산을 잇는 신안산선 착공식이 열린다. 신안산선 사업은 지역의 최대 숙원인 만큼 그때까지 버텨 유권자들의 민심을 사는 게 내년 총선에 더 유리할 거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당내 지도부의 분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도 ‘미운 오리’는 잠깐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 때면 당도 지역민들도 박 의원을 함부로 팽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선도 긴장
초선도 긴장


예결위원장 자리를 두고 일어난 당내 분란도 최근 논란이 됐다. 지난해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 당시 한국당 안상수 의원과 황영철 의원이 1년씩 돌아가며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나, 지난 3월 안 의원이 사임해 황 의원이 예결 위원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황 의원의 상황을 이유로 당내 경선을 요구했고, 지난 5일 황 의원이 결국 경선을 거부하면서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박(비 박근혜) 복당파’인 황 의원보다 친박(친 박근혜)인 김 의원을 예결위원장으로 두려는 지도부의 속내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황 의원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리싸움이 시작되니까 계파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이라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불거진 계기가 된 셈이다.
 

▲ 국회 국토교통위워장인 박순자 의원

한편 지난 7일엔 당 지도부가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원장직 교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장이 보건복지위원장을 겸직해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 원장은 지난 3월 당 중도층 확장을 위해 당 최고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장에 임명됐다.

이후 김 원장은 당내 요직 중 유일한 비박계 인물로 취임 이후 차별화된 노선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선거 전략과 총선 여론조사 데이터를 주관하기 때문에 공천과 내년 총선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김 원장에 대한 갑작스러운 교체 시도를 두고 친박계가 총선 공천을 주도하기 위해 친박계 인물로 교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국당은 박맹우 사무총장, 민경욱 당 대변인,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등 당내 주요 요직은 모두 친박계 인물이 맡고 있다. 비박계서 “친박계가 남은 여의도연구원장까지 맡아 내년 공천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한국당 내 비박계 의원은 “공천 전략을 짜는 여의도연구원장과 공천을 집행하는 사무처가 같은 계파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 당이 일부 몇 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막강 권한을 잡아라!
무리로 움직이는 친박

일각에선 당내 주류를 형성한 친박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박계 축출에 노골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친박계 한선교 의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해 공석이 된 사무총장 자리에 복당파인 이진복 의원이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당내 강성 친박 의원들이 탄핵 과정서 탈당했던 인사를 사무총장에 앉힐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결국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이 임명됐다.

박 사무총장은 “당 운영서 친박·비박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서 이번 일을 계파 갈등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 계파 갈등은 당 내분을 일으키는 고질적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권한대행 출신인 황 대표와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나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로 선출됐다. 태생적 한계가 여전한 상황서 당내 불협화음이 계속되자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대규모 인적쇄신이 필요한 당 지도부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셈이다. 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공천이 다가오니까 공천을 받겠다는 과정서 또 힘의 결집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이 없다 보니 인물을 볼 때도 누구랑 가깝고 어느 캠프에 속해 있었고 이런 것만 본다. 그러니 자꾸 계파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도 “당 지도부가 친박들이나 만나고 다니는 게 무슨 보수 대통합”이냐며 “친박 2중대로는 총선서 이길 수 없다”고 지도부를 비판한 바 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CBS와의 통화서 “상임위원장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윤리위 회부까지 가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지도부가 뭘 하길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드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달 한국당을 탈당해 우리공화당에 합류한 홍문종 공동대표도 보수 분열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홍 공동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현역 40명 이상이 추가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친박계의 재결집을 암시한 바 있다.

또 분열?
답 없나?

한국당이 저조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대규모 친박계 공천 물갈이를 단행할 경우, 공천서 탈락한 이들이 우리공화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친박계와 각자도생하는 비박계의 행보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계파 갈등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을 위해서는 계파 갈등으로 보수가 분열했던 과거를 뿌리 뽑는 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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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