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두려움 떨치고 돌아온 '피겨여왕' 김연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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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절대 믿는다…여왕의 성공적인 귀환을~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피겨여왕'의 선택은 역시 피겨였다. 김연아가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한 뒤,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부담도 크지만 후배들과 한국피겨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판단한 것. 당장 올림픽 출전권부터 확보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세계 피겨역사를 새로 쓴 여왕의 귀환에 전 세계 피겨팬들은 벌써부터 가슴 설레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2일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김연아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선수생활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면서 현역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어 "2014년 소치에서 현역 은퇴하겠다"며 "어릴 때 종착역은 밴쿠버였지만 소치로 연장했고 그곳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소치올림픽에서
아름다운 끝맺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연아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하면서 IOC 선수위원에 관심과 꿈을 키웠다"면서 "소치올림픽에서의 현역 은퇴는 새로운 꿈과 도전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소치올림픽에서 18년 선수생활의 아름다운 끝맺음을 하겠다"고 전했다.

팬들의 관심과 기대에 대한 속마음도 꺼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선수로서 어떤 목표를 찾기 어려웠고, 반대로 국민과 팬들의 관심과 애정은 더 커졌다"면서 "그런 관심과 애정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느껴졌고 하루만이라도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던 게 소망이었다"고 말했다.


선수로의 복귀를 생각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어린 후배 선수들로부터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밴쿠버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새 출발하겠다. 팬 여러분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국가대표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소치에 후배들과 함께 출전하고 싶다"고 응원을 기대했다.

김연아가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소치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한다.

김연아는 가장 먼저 내년 1월에 개최되는 전국남녀피겨종합선수권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내년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2013세계피겨선수권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서다.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 대회에서 종합순위 24위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은퇴 후 IOC 선수위원 도전할 것…새로운 목표
팬들의 관심과 애정 큰 부담 "벗어나고 싶었다"

여기에 세계선수권 이전에 열리는 국제대회 중 한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28.00점, 프리스케이팅 48.00점을 넘어야 한다. 세계 15위권에 해당하는 점수다.

김연아는 지난해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 대회 이후 2011-2012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여자피겨스케이팅에서 그를 넘어설만한 마땅한 적수가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선수권 1위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치에 후배들과 함께 출전하고 싶다는 김연아의 바람이다. 세계선수권에서 10위 이내의 성적을 내야하는 것. 10위 안에 들면 한국에 올림픽 출전권이 2장 주어진다. 우승이나 준우승의 경우 출전권은 3장이 주어진다.

최근 여자피겨계의 수준이 떨어져 김연아가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높다. 201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김연아가 피겨계에서 물러난 후 200점을 넘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자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189.94점에 머물렀고 일본의 아사다 마오도 지난 시즌 최고점수는 184.19점에 불과했다. 떠오르는 신예 콤비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와 레오노바(러시아) 역시 각각 182.89점과 180.45점에 머물렀다.

반면에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점수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서는 190.79점이다. 마지막 경기였던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94.50점이었다.

세계 피겨계 수준 하향
좋은 성적 가능성 높다

김연아가 본격적인 실전 준비에 들어간다면 언제든 우승권을 노릴 수 있는 기량이 있는 톱 클래스 선수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외신들도 김연아의 성공적인 복귀를 점쳤다. 미국 <유니버셜 스포츠>는 지난 3일 메인 홈페이지에 "여왕은 왕좌를 탈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아이스쇼와 홍보대사로 활동을 펼쳐왔다"고 복귀 소식을 전했다.

역시 미국의 <이그재미너>는 지난 2일 "여자 피겨선수 중 가장 강했던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다시 한 번 빛낼 준비에 들어간다"며 "김연아가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 TV>는 나가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미즈 히로야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연아가 올림픽에 출전하면 대회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피겨전문 사이트 '아이스 네트워크'에서 열린 김연아의 복귀 성공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곧바로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50%, 적응기간을 거치면 정상을 탈환할 것이라는 응답이 30%로 80%의 팬들이 여왕의 화려한 귀환을 확신하고 있다.

1990년 9월 경기도 군포에서 2녀 중 차녀로 태어난 김연아는 7살이 되던 해인 지난 1996년 고모의 낡은 스케이트를 신고 처음으로 피겨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6가지 점프 기술 중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소화하며 '천재 피겨소녀'로 주위의 주목을 받아온 김연아는 타고난 천재성에다가 '연습벌레'이기까지 했다. 김연아를 지도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연습할 때 '이제 좀 그만하자'고 말려야 할 정도로 연습벌레다. 만족을 모른다"고 말할 정도였다.


어릴 적부터 계속된 부상은 김연아를 더욱 힘들게 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곤 했다. 특히 중학 시절 인대가 늘어나 점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땐 은퇴까지 고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천재 피겨소녀의 노력은 차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지난 2005년 11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세계 진출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김연아 시대'가 왔음을 세계에 알렸다.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한 김연아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이어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정상까지 차지, 4개 대회를 연속 우승하며 세계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김연아는 2006~2007 시즌에 시련을 맛봐야만 했다. 2006-2007 시즌 허리부상과 스케이트 부츠 문제가 겹치면서 은퇴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2006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진통제 투혼을 발휘, 아픈 허리를 이끌고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를 11.68점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련은 이제 그만
역사는 계속 된다

이어 2007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3위, 그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대회 2연패를 일궈냈다. 이후 2008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내며 '국민영웅'으로 부상한 김연아는 4대륙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김연아는 유니세프의 국제친선대사로 임명되어 공익홍보영상과 뉴욕 유엔본부의 기념행사에 참가했다.

<TIME>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과 미국 여성 스포츠 재단의 '올해의 스포츠 우먼'으로 선정되어 2010을 빛낸 유명인사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가하기도 했다. 미주동포후원재단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떨친 공로를 인정받아 새미 리 박사와 함께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수상했고 김연아의 LA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 LA시가 8월7일을 김연아의 날로 제정하고 LA명예시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단짝 호흡을 자랑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했다. 코치와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코치진을 찾는 것은 피겨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헤어지는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국민들과 팬들은 김연아를 '스승을 배반한 제자'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선수생활 하느라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않는다'는 비판도 감수해야했고 2011년 12월1일 종편 개국을 맞아 건넨 축하인사로 인해 '국민여동생 김연아가 종편 앵커로 나섰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외에도 경기에 출전해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인터넷 상에는 '훈련 안 하고 TV에만 나오더니 그럴 줄 알았다' '하라는 훈련은 안 하고 광고만 찍냐? CF선수냐'는 댓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구슬땀 흘리며 훈련하는 후배들 보며 자극
여왕 복귀에 외신들 반색 화려한 귀환 확신

2011년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일반 대학생(고려대)으로 돌아와 교생실습을 마친 김연아에게 대학교수가 태클을 건 일도 발생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5월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고요, 교생실습을 한 번 갔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거겠죠"라고 발언했다. 김연아가 대학교에서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지 않으면서 대학생으로 취할 수 있는 이득은 쏙쏙 가져가고 있다는 것.

황 교수의 이 발언은 김연아가 대학생활과 교생실습에 스포츠스타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5월25일 같은 프로그램 전화인터뷰를 통해 김연아 관계자의 반대 증언이 나왔지만 논란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황 교수의 발언으로 선수의 명예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김연아 측은 5월30일 황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곧 고소를 취하했다.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졌고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김연아의 뜻이 반영됐다.

이후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김연아의 맥주광고 출연이 청소년의 음주문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맥주 광고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김연아가 1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접고 휴식을 취한 대가였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열린 김연아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금메달도 목에 걸어봤고, 지금까지의 기록만으로도 피겨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김연아가 부담감을 안고 현역생활을 연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측 깬
현역선수 연장

하지만 정작 당사자 김연아는 현역선수 연장을 선포했다. 훈련량을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면서 지옥훈련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김연아가 종착역으로 선택한 소치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지, IOC 선수위원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연아 프로필>

생년월일 : 1990년 9월5일
직업 피겨 : 피겨스케이트 선수
키 : 164cm
코치 : 피터 오피가드(Peter Oppegard)
안무가 : 데이빗 윌슨(David Wilson)
소속사 : 올댓스포츠
가족 : 아버지, 어머니,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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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