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국 카드’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01 10:20:28
  • 호수 1225호
  • 댓글 0개

잠룡으로 띄워 윤석열과 투톱?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의 ‘조국 띄우기’가 심상치 않다. 당초 21대 총선서 부산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돌연 ‘입각설’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 말로 예상되는 부분 개각 때 조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일요시사>는 당청의 ‘조국 잠룡 프로젝트’를 다각도로 취재했다.
 

▲ ▲ 입각설이 나돌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 말 개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에선 9월 정기국회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예상하고 있다. 내년 4월에 열리는 21대 총선의 일정을 고려해도 8월 중순 전까지 개각이 이루어져야 내각 인사들이 총선 나들이에 나설 수 있다. 입각하는 인사들은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장관 없이 인사청문회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청와대 참모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총선 공천제도 기획단은 2019년 8월1일 이전에 입당한 권리당원에 한해 경선서 권리당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 7월 말 개각설이 힘을 받는 이유다.

거취와 관련해 정치권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람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낙연 국무총리다. 이들은 내년 총선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이 총리의 유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새로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국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시간 만에 국회 복귀를 번복하는 사태로 얼어붙었다. 여야의 감정이 악화돼있는 이 시점에 당청이 총리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조 수석의 거취가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복수의 언론은 조 수석의 법무부장관 입각설을 높게 점친다. 청와대는 “확인할 수 없다”는 말로 입장을 유보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취임 2주년 특별 대담에서 조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지금 정부 차원서 할 수 있는 개혁들은 상당히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법제화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그런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수석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정치를 권유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사실도 사법개혁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조국-윤석열’ 조합으로 해당 개혁을 완수하려 한다는 해석이 들려온다.

조 수석은 최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내놨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조 수석은 “나는 ‘입법부형’ 인간이 아니라 ‘행정부형’ 인간”이라고 밝혔다. 입법부형은 총선 출마, 행정부형은 입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26일 한 인터뷰서 “대통령이 어떤 정국 운영을 할 건지, 어떤 법무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지의 문제”라며 “(조 수석의 법무부장관설은)전혀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 문재인 대통령

앞서 민주당은 조 수석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해왔다.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부산·경남(PK)에 투입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려는 복안이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조 수석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 5월20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조 수석에게)부산 쪽에서 그런 요청(총선 출마)을 하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서 좀 더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격전지를 만들어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려면 조 수석 같은 분이 필요하다”고 권유했다.

이어 “조 수석에게 2012년부터 (총선 출마를)계속 권유했지만, 2012년에도 2016년에도 안 한다며 두 번이나 거절했다”며 “(내년 총선 출마도) 안 하고 싶어 하겠지만, 설득해보겠다”고 구애를 계속할 예정임을 알렸다.

이낙연
견제구?

앞서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당위원장은 지난 4월11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조 수석이 부산으로 내려와야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위원회가 발족될 예정인데 조 수석이 부산인재 영입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수석은 총선 출마의 뜻이 없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왔다. 그는 주변의 권유가 있을 때마다 “정치는 안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정수석을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박 의원은 지난 26일 인터뷰서 “(조 수석이 총선 출마에)소극적 의지를 갖고 있다”며 “조 수석과 과거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지만, 본인은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 수석이)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 임무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의지를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이야기한 적 있다. 결국 본인이 결정할 문제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조 수석의 입각설은 당청의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조 수석을 활용할 수 있는 자구책이다. 당청 입장서 총선을 앞두고 조 수석처럼 인지도가 높은 사람을 그냥 학교로 돌려보내기는 아깝다. 마침 조 수석 본인도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당장 여권 내에서는 조 수석을 영남권 대권주자로 키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27일 “PK는 앞으로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터가 될 것”이라며 “여태껏 당에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밀었는데 실형이 나왔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주요 권역별로 강력한 대권주자를 보유하고 있다. 호남권에 이낙연 국무총리, 수도권에 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적이다. 반면 충청권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낙마했고, 영남권의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법무부 장관 지명설 정치권 ‘술렁’
이낙연-박원순-이재명 ‘비문’ 득세

김 도지사는 ‘드루킹 사태’와 관련해 1심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재판부는 1심서 김 도지사에 대한 댓글조작 혐의에는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민주당이 공을 들였던 PK 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민주당 입장서 김 도지사의 1심 실형 선고는 ‘20년 장기집권 플랜’에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장기집권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7월 20년 장기집권론을 꺼낸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내년 총선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낙연 국무총리

조 수석이 입각한다면 김 도지사를 대신해 PK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측근이다. 잇단 인사검증 실패에 야권이 자진사퇴론을 꺼내들어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내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PK 대권주자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6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조 수석을 대통령 후보로 키우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민정수석보다는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해 검찰개혁도 하되 국민 접촉을 더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살아남은 주요 권역의 대권주자는 모두 이 총리, 박 시장, 이 도지사의 비문(비 문재인) 성향이다. 이들은 최근 왕성한 활동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김경수 위기
조국이 대안


이 도지사는 재판부로부터 직권 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한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회동, 자신의 SNS에 “적폐세력이 회생하고 있는데 내부갈등과 분열을 만들고 확대하게 하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밝혔다. 친문(친 문재인)에 구애를 보낸 것이다.

박 시장 역시 친문 성향의 발언을 내놓으며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양 원장과 회동한 그는 지난달 1일 대표적 진보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공안검사(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에게 독재라고 하는 게 이해가 가는 시추에이션이냐”라며 “공안검사는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리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권주자 적합도’ 1·2위를 다투는 등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종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정치 1번지’ 종로에서 황 대표를 상대로 승리를 가져간다면, 이 총리의 대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종로를 기반으로 호남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번 개각 대상서 제외될 이 총리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올해 연말쯤 당으로 복귀해 총선에 나설 전망이다. 

‘부산 진문’ 몸값↑
PK 적신호 잠재우나

당청 입장에선 이들과 균형을 맞출 ‘진문(진짜 문재인)’ 대권주자가 필요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 수석의 이번 입각설과 관련해 이 총리를 견제할 ‘대항마 만들기’라는 해석이 있다. 그 사람이 부산 출신이라면 금상첨화다. 

조 수석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법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대법원 양형제도 연구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인권 관련 조직에 두루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문 대통령과는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연을 맺어왔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때는 SNS와 유세를 통해 당선을 도왔다.

문 대통령은 그런 그를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검찰 출신이 아닌 학계 출신 인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되는 것은 참여정부 마지막 이호철 전 민정수석 이후 10년 만이었다.

조 수석은 ‘최장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문재인정부 수립 이래 청와대 수석급 중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모는 조 수석이 유일하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물러나는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교체하지 않으며, 그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냈다. 조 수석은 최근 정권 실세들의 모임인 ‘재수회’의 멤버로 알려져 크게 주목받았다.

비문 강세
진문 나서나

조 수석의 입각설에 정치권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27일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부처의 장관 후보로 거명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입각설이 나오는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 대한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당청과는 반대로 ‘조 수석 죽이기’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윤석열 악연 속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이 잡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법사위 간사들은 지난 26일 국회서 만나 청문회 일정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해 적폐 청산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등을 지휘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번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모든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며 “원칙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황 대표와 악연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를 놓고 법무부 장관과 수사팀장으로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황 대표는 법무부장관, 윤 후보자는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다.

윤 후보자는 그때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에 법무부는 윤 후보자를 수사팀에서 배제했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윤 후보자는 이후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등을 돌며 검사 생활을 이어갔다.

두 사람의 악연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시기는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이하 국감)서다. 국감장에 나온 그는 댓글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과 관련해 ‘황교안 (당시)장관과도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최근 이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지난 18일 그는 국회서 기자들을 만나 “누구와도 악연이 없다. 그냥 법대로, 원칙대로 진행하고 집행했다”며 “법무부장관은 수사 보고를 받고 그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가 ‘외압이 있었다’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이야기를 한 것 외에는 부당한 압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악연은 청문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제1야당 대표와 인사청문 대상으로 다시 만나는 모양새가 연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법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