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국 카드’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01 10:20:28
  • 호수 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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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으로 띄워 윤석열과 투톱?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의 ‘조국 띄우기’가 심상치 않다. 당초 21대 총선서 부산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돌연 ‘입각설’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 말로 예상되는 부분 개각 때 조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일요시사>는 당청의 ‘조국 잠룡 프로젝트’를 다각도로 취재했다.
 

▲ ▲ 입각설이 나돌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 말 개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에선 9월 정기국회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예상하고 있다. 내년 4월에 열리는 21대 총선의 일정을 고려해도 8월 중순 전까지 개각이 이루어져야 내각 인사들이 총선 나들이에 나설 수 있다. 입각하는 인사들은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장관 없이 인사청문회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청와대 참모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총선 공천제도 기획단은 2019년 8월1일 이전에 입당한 권리당원에 한해 경선서 권리당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 7월 말 개각설이 힘을 받는 이유다.

거취와 관련해 정치권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람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낙연 국무총리다. 이들은 내년 총선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이 총리의 유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새로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국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시간 만에 국회 복귀를 번복하는 사태로 얼어붙었다. 여야의 감정이 악화돼있는 이 시점에 당청이 총리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조 수석의 거취가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복수의 언론은 조 수석의 법무부장관 입각설을 높게 점친다. 청와대는 “확인할 수 없다”는 말로 입장을 유보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취임 2주년 특별 대담에서 조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지금 정부 차원서 할 수 있는 개혁들은 상당히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법제화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그런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수석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정치를 권유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사실도 사법개혁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조국-윤석열’ 조합으로 해당 개혁을 완수하려 한다는 해석이 들려온다.

조 수석은 최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내놨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조 수석은 “나는 ‘입법부형’ 인간이 아니라 ‘행정부형’ 인간”이라고 밝혔다. 입법부형은 총선 출마, 행정부형은 입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26일 한 인터뷰서 “대통령이 어떤 정국 운영을 할 건지, 어떤 법무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지의 문제”라며 “(조 수석의 법무부장관설은)전혀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 문재인 대통령

앞서 민주당은 조 수석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해왔다.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부산·경남(PK)에 투입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려는 복안이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조 수석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 5월20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조 수석에게)부산 쪽에서 그런 요청(총선 출마)을 하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서 좀 더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격전지를 만들어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려면 조 수석 같은 분이 필요하다”고 권유했다.

이어 “조 수석에게 2012년부터 (총선 출마를)계속 권유했지만, 2012년에도 2016년에도 안 한다며 두 번이나 거절했다”며 “(내년 총선 출마도) 안 하고 싶어 하겠지만, 설득해보겠다”고 구애를 계속할 예정임을 알렸다.

이낙연
견제구?

앞서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당위원장은 지난 4월11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조 수석이 부산으로 내려와야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위원회가 발족될 예정인데 조 수석이 부산인재 영입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수석은 총선 출마의 뜻이 없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왔다. 그는 주변의 권유가 있을 때마다 “정치는 안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정수석을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박 의원은 지난 26일 인터뷰서 “(조 수석이 총선 출마에)소극적 의지를 갖고 있다”며 “조 수석과 과거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지만, 본인은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 수석이)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 임무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의지를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이야기한 적 있다. 결국 본인이 결정할 문제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조 수석의 입각설은 당청의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조 수석을 활용할 수 있는 자구책이다. 당청 입장서 총선을 앞두고 조 수석처럼 인지도가 높은 사람을 그냥 학교로 돌려보내기는 아깝다. 마침 조 수석 본인도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당장 여권 내에서는 조 수석을 영남권 대권주자로 키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27일 “PK는 앞으로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터가 될 것”이라며 “여태껏 당에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밀었는데 실형이 나왔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주요 권역별로 강력한 대권주자를 보유하고 있다. 호남권에 이낙연 국무총리, 수도권에 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적이다. 반면 충청권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낙마했고, 영남권의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법무부 장관 지명설 정치권 ‘술렁’
이낙연-박원순-이재명 ‘비문’ 득세

김 도지사는 ‘드루킹 사태’와 관련해 1심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재판부는 1심서 김 도지사에 대한 댓글조작 혐의에는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민주당이 공을 들였던 PK 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민주당 입장서 김 도지사의 1심 실형 선고는 ‘20년 장기집권 플랜’에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장기집권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7월 20년 장기집권론을 꺼낸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내년 총선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낙연 국무총리

조 수석이 입각한다면 김 도지사를 대신해 PK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측근이다. 잇단 인사검증 실패에 야권이 자진사퇴론을 꺼내들어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내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PK 대권주자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6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조 수석을 대통령 후보로 키우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민정수석보다는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해 검찰개혁도 하되 국민 접촉을 더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살아남은 주요 권역의 대권주자는 모두 이 총리, 박 시장, 이 도지사의 비문(비 문재인) 성향이다. 이들은 최근 왕성한 활동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김경수 위기
조국이 대안


이 도지사는 재판부로부터 직권 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한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회동, 자신의 SNS에 “적폐세력이 회생하고 있는데 내부갈등과 분열을 만들고 확대하게 하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밝혔다. 친문(친 문재인)에 구애를 보낸 것이다.

박 시장 역시 친문 성향의 발언을 내놓으며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양 원장과 회동한 그는 지난달 1일 대표적 진보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공안검사(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에게 독재라고 하는 게 이해가 가는 시추에이션이냐”라며 “공안검사는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리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권주자 적합도’ 1·2위를 다투는 등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종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정치 1번지’ 종로에서 황 대표를 상대로 승리를 가져간다면, 이 총리의 대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종로를 기반으로 호남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번 개각 대상서 제외될 이 총리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올해 연말쯤 당으로 복귀해 총선에 나설 전망이다. 

‘부산 진문’ 몸값↑
PK 적신호 잠재우나

당청 입장에선 이들과 균형을 맞출 ‘진문(진짜 문재인)’ 대권주자가 필요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 수석의 이번 입각설과 관련해 이 총리를 견제할 ‘대항마 만들기’라는 해석이 있다. 그 사람이 부산 출신이라면 금상첨화다. 

조 수석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법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대법원 양형제도 연구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인권 관련 조직에 두루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문 대통령과는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연을 맺어왔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때는 SNS와 유세를 통해 당선을 도왔다.

문 대통령은 그런 그를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검찰 출신이 아닌 학계 출신 인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되는 것은 참여정부 마지막 이호철 전 민정수석 이후 10년 만이었다.

조 수석은 ‘최장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문재인정부 수립 이래 청와대 수석급 중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모는 조 수석이 유일하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물러나는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교체하지 않으며, 그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냈다. 조 수석은 최근 정권 실세들의 모임인 ‘재수회’의 멤버로 알려져 크게 주목받았다.

비문 강세
진문 나서나

조 수석의 입각설에 정치권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27일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부처의 장관 후보로 거명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입각설이 나오는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 대한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당청과는 반대로 ‘조 수석 죽이기’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윤석열 악연 속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이 잡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법사위 간사들은 지난 26일 국회서 만나 청문회 일정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해 적폐 청산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등을 지휘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번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모든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며 “원칙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황 대표와 악연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를 놓고 법무부 장관과 수사팀장으로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황 대표는 법무부장관, 윤 후보자는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다.

윤 후보자는 그때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에 법무부는 윤 후보자를 수사팀에서 배제했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윤 후보자는 이후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등을 돌며 검사 생활을 이어갔다.

두 사람의 악연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시기는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이하 국감)서다. 국감장에 나온 그는 댓글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과 관련해 ‘황교안 (당시)장관과도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최근 이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지난 18일 그는 국회서 기자들을 만나 “누구와도 악연이 없다. 그냥 법대로, 원칙대로 진행하고 집행했다”며 “법무부장관은 수사 보고를 받고 그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가 ‘외압이 있었다’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이야기를 한 것 외에는 부당한 압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악연은 청문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제1야당 대표와 인사청문 대상으로 다시 만나는 모양새가 연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법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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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