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의 ‘조국 띄우기’가 심상치 않다. 당초 21대 총선서 부산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돌연 ‘입각설’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 말로 예상되는 부분 개각 때 조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일요시사>는 당청의 ‘조국 잠룡 프로젝트’를 다각도로 취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 말 개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에선 9월 정기국회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예상하고 있다. 내년 4월에 열리는 21대 총선의 일정을 고려해도 8월 중순 전까지 개각이 이루어져야 내각 인사들이 총선 나들이에 나설 수 있다. 입각하는 인사들은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장관 없이 인사청문회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청와대 참모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총선 공천제도 기획단은 2019년 8월1일 이전에 입당한 권리당원에 한해 경선서 권리당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 7월 말 개각설이 힘을 받는 이유다.
거취와 관련해 정치권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람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낙연 국무총리다. 이들은 내년 총선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이 총리의 유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새로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국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시간 만에 국회 복귀를 번복하는 사태로 얼어붙었다. 여야의 감정이 악화돼있는 이 시점에 당청이 총리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조 수석의 거취가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복수의 언론은 조 수석의 법무부장관 입각설을 높게 점친다. 청와대는 “확인할 수 없다”는 말로 입장을 유보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취임 2주년 특별 대담에서 조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지금 정부 차원서 할 수 있는 개혁들은 상당히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법제화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그런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수석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정치를 권유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사실도 사법개혁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조국-윤석열’ 조합으로 해당 개혁을 완수하려 한다는 해석이 들려온다.
조 수석은 최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내놨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조 수석은 “나는 ‘입법부형’ 인간이 아니라 ‘행정부형’ 인간”이라고 밝혔다. 입법부형은 총선 출마, 행정부형은 입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26일 한 인터뷰서 “대통령이 어떤 정국 운영을 할 건지, 어떤 법무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지의 문제”라며 “(조 수석의 법무부장관설은)전혀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앞서 민주당은 조 수석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해왔다.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부산·경남(PK)에 투입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려는 복안이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조 수석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 5월20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조 수석에게)부산 쪽에서 그런 요청(총선 출마)을 하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서 좀 더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격전지를 만들어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려면 조 수석 같은 분이 필요하다”고 권유했다.
이어 “조 수석에게 2012년부터 (총선 출마를)계속 권유했지만, 2012년에도 2016년에도 안 한다며 두 번이나 거절했다”며 “(내년 총선 출마도) 안 하고 싶어 하겠지만, 설득해보겠다”고 구애를 계속할 예정임을 알렸다.
이낙연
견제구?
앞서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당위원장은 지난 4월11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조 수석이 부산으로 내려와야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위원회가 발족될 예정인데 조 수석이 부산인재 영입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수석은 총선 출마의 뜻이 없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왔다. 그는 주변의 권유가 있을 때마다 “정치는 안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정수석을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박 의원은 지난 26일 인터뷰서 “(조 수석이 총선 출마에)소극적 의지를 갖고 있다”며 “조 수석과 과거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지만, 본인은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 수석이)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 임무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의지를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이야기한 적 있다. 결국 본인이 결정할 문제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조 수석의 입각설은 당청의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조 수석을 활용할 수 있는 자구책이다. 당청 입장서 총선을 앞두고 조 수석처럼 인지도가 높은 사람을 그냥 학교로 돌려보내기는 아깝다. 마침 조 수석 본인도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당장 여권 내에서는 조 수석을 영남권 대권주자로 키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27일 “PK는 앞으로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터가 될 것”이라며 “여태껏 당에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밀었는데 실형이 나왔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주요 권역별로 강력한 대권주자를 보유하고 있다. 호남권에 이낙연 국무총리, 수도권에 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적이다. 반면 충청권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낙마했고, 영남권의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법무부 장관 지명설 정치권 ‘술렁’
이낙연-박원순-이재명 ‘비문’ 득세
김 도지사는 ‘드루킹 사태’와 관련해 1심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재판부는 1심서 김 도지사에 대한 댓글조작 혐의에는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민주당이 공을 들였던 PK 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민주당 입장서 김 도지사의 1심 실형 선고는 ‘20년 장기집권 플랜’에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장기집권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7월 20년 장기집권론을 꺼낸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내년 총선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 수석이 입각한다면 김 도지사를 대신해 PK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측근이다. 잇단 인사검증 실패에 야권이 자진사퇴론을 꺼내들어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내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PK 대권주자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6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조 수석을 대통령 후보로 키우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민정수석보다는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해 검찰개혁도 하되 국민 접촉을 더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살아남은 주요 권역의 대권주자는 모두 이 총리, 박 시장, 이 도지사의 비문(비 문재인) 성향이다. 이들은 최근 왕성한 활동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김경수 위기
조국이 대안
이 도지사는 재판부로부터 직권 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한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회동, 자신의 SNS에 “적폐세력이 회생하고 있는데 내부갈등과 분열을 만들고 확대하게 하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밝혔다. 친문(친 문재인)에 구애를 보낸 것이다.
박 시장 역시 친문 성향의 발언을 내놓으며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양 원장과 회동한 그는 지난달 1일 대표적 진보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공안검사(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에게 독재라고 하는 게 이해가 가는 시추에이션이냐”라며 “공안검사는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리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권주자 적합도’ 1·2위를 다투는 등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종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정치 1번지’ 종로에서 황 대표를 상대로 승리를 가져간다면, 이 총리의 대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종로를 기반으로 호남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번 개각 대상서 제외될 이 총리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올해 연말쯤 당으로 복귀해 총선에 나설 전망이다.
‘부산 진문’ 몸값↑
PK 적신호 잠재우나
당청 입장에선 이들과 균형을 맞출 ‘진문(진짜 문재인)’ 대권주자가 필요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 수석의 이번 입각설과 관련해 이 총리를 견제할 ‘대항마 만들기’라는 해석이 있다. 그 사람이 부산 출신이라면 금상첨화다.
조 수석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법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대법원 양형제도 연구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인권 관련 조직에 두루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과는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연을 맺어왔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때는 SNS와 유세를 통해 당선을 도왔다.
문 대통령은 그런 그를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검찰 출신이 아닌 학계 출신 인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되는 것은 참여정부 마지막 이호철 전 민정수석 이후 10년 만이었다.
조 수석은 ‘최장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문재인정부 수립 이래 청와대 수석급 중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모는 조 수석이 유일하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물러나는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교체하지 않으며, 그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냈다. 조 수석은 최근 정권 실세들의 모임인 ‘재수회’의 멤버로 알려져 크게 주목받았다.
비문 강세
진문 나서나
조 수석의 입각설에 정치권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27일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부처의 장관 후보로 거명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입각설이 나오는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 대한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당청과는 반대로 ‘조 수석 죽이기’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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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황교안-윤석열 악연 속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이 잡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법사위 간사들은 지난 26일 국회서 만나 청문회 일정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해 적폐 청산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등을 지휘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번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모든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며 “원칙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황 대표와 악연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를 놓고 법무부 장관과 수사팀장으로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황 대표는 법무부장관, 윤 후보자는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다.
윤 후보자는 그때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에 법무부는 윤 후보자를 수사팀에서 배제했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윤 후보자는 이후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등을 돌며 검사 생활을 이어갔다.
두 사람의 악연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시기는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이하 국감)서다. 국감장에 나온 그는 댓글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과 관련해 ‘황교안 (당시)장관과도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최근 이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지난 18일 그는 국회서 기자들을 만나 “누구와도 악연이 없다. 그냥 법대로, 원칙대로 진행하고 집행했다”며 “법무부장관은 수사 보고를 받고 그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가 ‘외압이 있었다’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이야기를 한 것 외에는 부당한 압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악연은 청문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제1야당 대표와 인사청문 대상으로 다시 만나는 모양새가 연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법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