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한국당 대정부 투쟁 플랜

‘남발’ 불발탄 청와대에 재투척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 18일, 자유한국당은 국회서 ‘2020 경제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본격적으로 한국당이 총선을 위한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토론회에선 내년 총선 공약의 바탕이 될 ‘경제’ 키워드들이 여럿 나왔다. 한국당이 그릴 큰 그림은 무엇이 될지 <일요시사>가 미리 그려봤다.
 

▲ 경제분야서 사생결단에 나선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행사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일요시사>를 통해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이하 경대위)는 내년 총선을 위해 한국당 공약을 만드는 위원회”라며 “18일 열리는 첫 공식 토론회서 한국당이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공격 포인트로 삼을 키워드가 모두 나온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은 물론 민주노총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
문제점 지적

한국당은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서 토론회를 열고 경제대전환 프로젝트에 시발점을 찍었다. 경대위 위원장을 맡은 한국당 김광림 의원은 경제 정책에 한국당의 가치를 녹여 9월 정기국회 전에 성과를 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행 베네수엘라호 열차서 지금 당장 내려야 한다”며 “운동권 이념에 갇힌 청와대가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있다”고 문정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경대위는 2020 경제 비전을 ‘희망을 살리는 경제’와 ‘미래를 약속하는 경제’로 삼았다. 정책 과제를 ▲활기찬 시장경제 ▲공정한 시정경제 ▲따뜻한 시장경제 ▲상생하는 노사관계로 정하고 각 비전을 목표로 하는 분과위원회를 세웠다.

토론회에서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활기찬 시장경제 분과위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공정한 시장경제 분과위원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따뜻한 시장경제 분과위원장), 김태기 단국대 교수(상생하는 노사관계 분과위원장),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총괄비전 2020 분과위원장)이 직접 발제해 발표에 나섰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복거일 사회평론가,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종합토론자로 참석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대전환을 위한 한국당의 원대한 첫 걸음이 시작되는 날”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수구 좌파적 경제 폭정에 종언을 고하고,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을 새롭게 일으킨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공약될 경제 키워드
공격 '큰 그림’미리 그려 보니…

이어 황 대표는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의 활력성을 강조하고, 상생의 노동개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내보였다. 향후 제1보수 야당으로서 강력한 시장 친화적 공약을 내세우고, 민노총을 견제할 공약들을 내세울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가짜 공정’이 아닌 ‘진짜 공정’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복지를 펼치겠다는 언급도 놓치지 않았다. 황 대표는 활력·상생·공정·지속가능 4가지를 강조하며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을 반드시 다시 일으켜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현장에 참석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기업의 자유를 허하고, 노동의 자유를 허하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하게 하고, 그리고 기업하고 싶은 사람은 기업하게 하는 그런 자유를 허한다면 대한민국 경제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강조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나 원내대표가 제안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법’에 큰 관심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가 제안한 법은 주52시간 근무제와 대척점에 있다. 내년 총선서 주52시간 근무제 폐지가 한국당의 ‘큰 공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파이팅 외치는 ‘2020 경제대전환 어떻게할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들

경대위의 전신인 ‘한국당 문정권 경제실정백서 특별위원회’는 지난 달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문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을 출간했다. 징비록은 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근로 시간 단축 ▲최저 임금 인상 ▲친노조·반기업 ▲비정규직 제로 ▲복지 포퓰리즘 ▲탈원전 ▲미세 먼지 대책 ▲4대강 보 해체 ▲문재인 케어등을 경제실정으로 꼽았다.

징비록에선 특히 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폐기가 답’이라고 지적했다. 문정부의 경제정책이 근원적 오류라는 것이다. 아울러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를 초토화시켜 고용절벽을 가져왔고 동시에 최악의 소득분배 악화를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대위는 경제의 고비용-저효율의 원인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로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생산성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고비용 구조는 생산 자체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생산 외적 비용이 폭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시장 친화적
친기업 정책

상생하는 노사관계 분과위원장을 맡은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한다고 최저임금을 50% 폭증시켰다”며 일자리를 파괴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최저임금제도와 주52시간 근무제를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맞서는 중이다.

지난 17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소득격차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서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지난해 가계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민간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는 등 소득주도성장은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댇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진영 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국당의 소득주도성장 폐기 공약이 총선 전에 얼마나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인 윤창현 활기찬 시장경제 분과위원장은 시장과 경제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시장서 결정된 것을 ‘괴물’로 보지 말아야 한다”며 시장은 국민이 열심히 노력해서 형성된 것임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노동과 자본을 나눠서 생각하지 말고 결합해야 한다”며 “친노동은 반자본이고 반기업이라고 하는 생각이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임금 상승이 고용 억제를 낳는 흐름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한국당이 소득주도성장의 폐기와 전면 수정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도 자유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기업의 사업 확대와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공무원 증원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인구는 감소 중이고 공기업은 적자인데 공무원을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면 대량 실업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공정한 시장경제 분과위원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을 개편함으로써 기업인이 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민노총 견제
끝없는 평행

경영판단의 원칙을 도입해 기업가의 경영판단이 있을 경우엔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도록 법률을 개편하고 사업장서 인명사고가 일어날 경우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대표자를 징역형에 처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편하자는 게 대표적인 예다.

최광 전 복지부장관은 ‘국내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내세웠다. 세계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시키기 위해서는 경제 정책의 초점을 기업의 투자활성화에 맞추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또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규제 혁파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 날 토론서 김 교수가 가장 힘 있게 말한 부분은 ‘노동’ 부분이다. 90% 서민 노동자가 중산층이 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스트 87체제 구축: 노조 중심서 근로자 중심으로 ▲기울어진 정책무대 바로잡기: 노동기본권과 공익의 조화 ▲노동정치 바로잡기: 90% 서민 노동자 대변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김 교수는 문정부의 경제 정책이 10%의 특권 노동자에게 집중됐다며 민노총의 입김을 경계했다. 그는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엔 민노총이 있고, 대통령도 민노총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라 민노총의 간부가 경찰을 폭행해도 정부는 눈을 감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제도와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가 노조의 눈치를 보는 일을 우려했다.


한국당과 민노총은 계속해서 갈등을 벌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27일 한국당 전당대회서의 충돌이었다. 당시 민노총은 한국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시 황 대표는 “문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민노총의 눈치만 살펴보고 있다”며 “정부가 민노총과 절연하더라도 나라를 살리는 노동개혁의 길로 하루 속히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52시간 맹공 예고
이제 기업이 행복한 나라로?

민노총은 지난 3월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서 민노총 일부 조합원은 국회 철제 담장을 무너뜨리며 경찰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을 포함해 조합원 총 25명은 공동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현장서 체포됐다.

한국당은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을 두고 “대통령이 계속해서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수정하시지 않는다면 우리가 에너지법을 개정할 것”이라며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한국당은 토론회 전날인 지난 17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본사를 직접 찾아가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적했다. 이날 한국당 박맹우 의원은 “원자력 발전을 배제하고 전기요금 원가를 맞추려니 한전이 힘들 수밖에 없다”며 “한전 적자의 주요인인 전력구입비를 낮추기 위해선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2018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60조6276억원에 2080여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전은 적자 전환의 주된 원인을 ‘국제 연료가격 급등’으로 꼽았지만, 일각에선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날 토론서도 탈원전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윤 교수는 원전산업의 오랜 노하우와 기술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한전 적자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서 에너지 안보를 위해 탈원전의 중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문정부의 정책에 각을 세웠다.

한전 적자
탈원전 먹잇감

복거일 사회평론가는 마지막 종합 토론서 "경제 정책을 논의 할 때 기본적 가정이 되는 것은 이념으로 모든 경제 정책들은 이념적 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정책들을 다룰 때 이념적 뿌리를 살피는 일은 문정부의 이념이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인 자유주의에 대립하는 전체주의라는 사실 때문에 중요하다”며 “문정부는 전체주의에 뿌리를 둔 정책들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20경제대전환위원회 전환점과 목표는?

경대위의 대전환 지점은 크게 6가지였다. ▲국가 중심주의서 시장 중심주의로 전환 ▲소득주도성장 정책서 혁신투자견인성장 정책으로 전환 ▲기업과 노동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서 균형 있는 정책으로 전환 ▲재정위기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조세 재정 정책으로 전환 ▲무리한 탈원전, 4대강 보 파괴 등 국가 경제의 기본 인프라 파괴서 기본 인프라 강화로 정책 전환 ▲사전적인 대처로 위기를 예방하는 정책으로 대외정책 전환이다.

정책방향 대전환 프로젝트는 성장률 2% 내외서 4∼5%를, GDP와 1인당 GDP 전망은 각각 2조달러와 5만 달러 달성으로 봤다.

취업자 증가수는 40만 명 내외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고용률 전망은 60% 중반대 달성으로 전망하며 한국의 GDP 세계 순위가 10위권으로 도약하는 장밋빛 미래를 희망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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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