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족구협회-S용품사 간 이상한 계약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1:50:19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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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비싼 독점거래 알고 보니 북 치고 장구 치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족구인들이 화가 났다. 생활체육인 족구인들의 실력과 인기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족구협회에 행정력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족구협회가 2014년 S용품사와 체결한 공인구 계약이 계약기간 5년, 한해 공인료만 5000만원이 든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족구 동호인들의 반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공인구 계약 내막을 파헤쳤다.
 

‘족구’는 1970년대 공군서 정착된 명칭이다. 이후 각 지역 및 직장마다 조금씩 다르게 경기 방식과 규칙이 점차 발전해왔다. 특히 공군 장병들은 주기장 및 도로변과 막사 주위, 배구장 등 여러 장소서 족구를 즐겨왔다. 

같은 공을
5년씩이나?

공군서 족구를 즐겨했던 군인들은 전역 후에도 직장이나 대학으로 돌아가 족구를 보급시켰다. 이후 족구는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용이성과 다 같이 참여하는 즐거움 때문에 급속도로 민간사회에 보급됐다. 

최초로 보급된 6인조 족구는 많은 인원을 참가시키기 위한 목적을 위해 창안됐다. 하지만 족구 경기는 배구와 같이 블로킹의 난이도 및 네트 앞 중앙의 위치 때문에, 수비 방해가 문제가 되어 공군 장병들은 6인제보다 4인제 족구 경기방식을 더 선호했다. 

공군 제1비행단서 4인제 코트는 9×8m이며 머리는 사용하지 않고 무릎 이하만 사용한다는 독자적인 경기규칙을 적용해 족구경기를 했다. 1975년 이후에는 이 경기 규칙이 전 부대에 보급되면서부터 족구경기 시 머리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점차 인기를 구가하게 된 족구는 울상광역시장배 제22회 전국 초청 족구대회, 제2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시·도대항 전국족구대회 등 올해에만 7개 대회가 열렸다. 그만큼 족구동호인들의 관심과 사랑은 지대하다. 

현재 대한민국족구협회(이하 족구협회)에 경기 308팀, 경남 178팀 등 총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지부 1110팀이, 동호인이 총 1100명 등록돼있다. 

국내 족구 선수들은 족구와 비슷한 스포츠 세계대회에 참가를 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2년 체코 풋넷 월드챔피언십 참가해 2인제 4위, 2013년 캐나다 사커 테니스 참가해 3인제 4위, 2014년 체코 클럽 월드컵 대회 3인제 3위 등 매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에도 2017년 U21 체코 풋넷 챔피언십에 참가해 1인제 2위, 2인제 3위 성적을 내고, 지난해에는 체코 첼라코비체 세계족구대회서 4인제 우승을 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국내서 활동하는 족구 선수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간 5년, 연 5000만원…공인구 계약 공개
동호인들 “의심스러운 점 한두 가지 아냐”

국내 족구 선수들이 국제대회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족구협회는 아쉬운 행정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종목 도입이 무산되고, 2017년 동계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추가 종목으로도 지정되지 못했다. 이유는 전국체전종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족구 동호인은 “대한족구협회서 전국체전 종목에 추가되려면 10가지 조건을 맞춰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족구협회는 한 번도 서류 제출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족구협회가 종목을 발전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족구 관계자는 “협회 사람이 해당 종목인 족구를 좀 더 알리고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정상인데, 행정력은 정말 미비한 상태다. 족구협회의 일 처리 하는 것을 보면 조금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족구 동호인들이 족구공과 관련해 족구협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족구협회는 그동안 S용품사의 공인구를 계속 사용해왔다. 그런데 동호인들은 S용품사의 족구공의 성능 저하를 체감할 뿐 아니라, 공지 없이 기존 사용하던 족구공과 다른 모델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족구 동호인은 2017년 말 팀에서 협회서 지정한 해당 공인구 20개를 구매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018년 초 S용품사의 다른 모델로 바뀌었다.

족구 관계자는 “예전부터 S용품사의 공인구가 바뀌긴 했어도 2018년에 바뀐 모델은 전혀 다른 형태의 족구공이었다. 족구 플레이를 하다 보면 체감이란 게 있는데 바운드, 터치감 등이 완전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공의 표피가 꿰매는 방식서 접촉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였다. 황당해서 대한족구협회 기술위원장에 연락해 공인구 바뀐 것에 관해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다며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며 “협회에 다른 부서에 전화해도 아무도 공인구 교체에 관해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족구협회와 계약한 S용품사의 신규 제품을 재구매하라는 의도가 섞인 선택이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테니스 1000만원
축구 600만원

족구 동호회 최다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족구100만인클럽’에서는 조직 사유화 관련해 투표가 한참 진행 중이다. ‘족구 공인구 사용 관련 조직 사유화’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민신문고 민원신청 찬반 투표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 4일 기준 587명 중 574명(97%)가 찬성, 13명(2%)가 반대했다. 

글쓴이인 박모씨는 “대한민국족구협회(이하 족구협회) 공인제도 운영규정 제12조(심의기준)에 의거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족구공에 대해서는 모두 공인구로 받아주게 명시돼있으며, 타 종목과 마찬가지로 대회 사용구 및 공식 스폰서 계약을 통해 족구협회는 부족한 예산 확보를 추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밀리에 협회 이사님들에게 서면결의 찬반투표를 통해 찬성 통과시켜 17개 시·도시 경유해 각 시·군·구 족구협회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S용품사 공인구를 계속해서 사용하라고 문서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게시글 댓글에 한 족구인은 “21세기에 참 한심하네요. 족구화를 생각해보세요. 자유경쟁 없이 S사가 독점할 땐, 좋은 디자인 안 나오다가 다른 메이커 생기니 서로 좋은 디자인 내며 같이 발전하듯, 공인구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족구협회는 2016년 4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이전에는 국민생활체육전국족구연합회(이하 족구연합회)였다가 2016년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통합되면서 이름도 바뀌고 회장도 새롭게 취임을 하는 등 새 단장을 했다. 

족구연합회는 2015년 5월31일부터 2019년 5월31일가지 S용품사에 연 5000만원을 지급하고 공인구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을 체결한 족구연합회 J 전 회장은 S용품사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과 비싼 공인료는 족구 동호인들의 의심을 샀다. 타 종목을 살펴보면 테니스 공인료 1000만원, 축구공 공인료 600만원에 불과하다. 
 

족구공 시장은 그 규모가 크다. 족구공 생산 1년간 약 20만개 추정해 개당 3만4000원으로 계산하면 68억에 달한다. 족구협회 공인료 수입은 5년간 독점 계약기간으로 2억5000만원이 나온다. S용품사는 족구협회에 약 2억5000만원만 내면 340억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사실에 대해 알게 된 한 족구 동호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 신고센터에 5년간 유지되고 있는 공인구 계약 유지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신고했지만,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이하 클린스포츠센터)로 이첩됐다.

공인 규정
살짝 바꿔서…

이외에도 공인제도운여위원회 구성 비율 등 적법성, 공인료 기준표 및 산출내역 공개, 공인료 수입 회계 공개 및 공인규정 개정 요청, 공인규 평가비 발생에 대한 해당 평가기관 및 평가비 확인 요청, 현 공인구 평가 근거 제시 및 재평가 해당여부 확인 요청, 민원으로 인한 공인구 선정 지연 등을 신고한 바 있다. 


당시 클린스포츠센터는 공인구 계약 유지에 대해 “2014년 5월31일 족구연합회와 S용품사와 5년간 공인구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민원인은 갑과 을이 같은 계약으로 보고 있으나, J 전 회장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닌 단체장과 회사 대표의 자격으로 체결한 계약을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한체육회 회원종목 단체 공인제도 운영규정 부칙 제2의 경과 조치에 따라 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2019년 대한체육회 대회운영부서 답변한 사항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클린스포츠 관계자는 “당시에는 종목단체가 열악했을 것 아니냐. 자본금이 있는 S용품사가 후원금 비슷하게 해서 장기적으로 계약을 맺었을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대한체육회 공인제도 운영규정은 대한체육회 산하 전 종목에 해당된다. 그 해당 종목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받아 종목 특성상 수정·보완 후 다시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는 시스템이다. 

2016년 6월16일 제정한 대한체육회 회워종목단체 공인제도 운영 규정 제2조를 살펴보면 ‘특정 업체의 제품 사용을 강요하거나 공인료를 필요 이상으로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제12조(심의기준)에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공인 대상에 대해서는 공인 대상 수의 제한 등 별도의 추가 조건을 두지 않고 공인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제18조(공인기한)에 대해서는 ‘용품에 대한 공인기한은 1년 단위로 갱신하되 회원종목단체 사정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쩐지 조건이 좋다 했더니…
전 회장이 용품사 대표 겸임

족구 동호인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받아 족구협회는 그대로 승인을 받으면 되는데 제5조(위원회구성)에 공인위원장 선출을 위원회 내부가 아닌 회장이 호선 회장이 외부서 선출할 수 있다고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S용품사 관계자는 “공인구 관련한 것은 족구협회에 문의해라. 계약 관련해서는 말해줄 수도 없고 할 말도 없다”고 답변했다. 

족구협회는 “몇 달 전 퇴직한 사무처장이 그 사실에 대해 잘 알고 나머지 직원들은 잘 모른다. 현재는 공인료 관련해서는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한족구협회 관계자였던 L씨는 “2014년 당시에는 연합회 시절이기 때문에 재정확보가 너무나 어려웠다. 사무처를 운영하려면 재정확보가 필수인데 각 시·도 연합회서 대외 지원금이 부족하다고 하니 공인료를 비싸게 책정해 계약기간도 길게 계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L씨는 “2000년대 초반에는 연간 3000만원이었으나 각 시도협회 지원비 명목으로 계약한 것”이라며 “S용품사의 경우는 족구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8~90년대에는 N사, K사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생활체육에만 머물렀던 족구가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해 연합회와 계약이 무산됐다. 하지만 S용품사는 지속적으로 뛰어들며 족구발전에 기여했다. 최근에도 타사서 족구공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의 질은 S용품사에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전국체전 종목 선정에 대해서는 “족구협회가 전국체전 종목에 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족구협회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족구동호인들이 큰 착각”이라며 “전국체전 관계자들도 종목을 제외했으면 제외했지, 새로운 종목을 추가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앞에서는 추가시켜주겠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족구 종목을 무시한다. 정치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 족구협회장을 맡지 않는 이상은 전국체전 종목으로 추가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1인 2역
회장님

기존 계약대로라면 2019년 5월31일 족구협회와 S용품사의 공인구 계약은 기간이 만료돼야 한다. 족구협회는 5월27일 대한체육회 공인료에 대한 민원접수로 인해 처리 결과가 지연됨에 따라 현재 사용 중인 공인구를 적용하기로 서면결의한 상태다. 

한 족구동호인은 지난 2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답변에 의거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공인료 수입 2억5000만원에 대한 세부 수입 지출 회계 자료, 공인구 평가 기관 및 평가비 발생 적용 내용, 공인구 평가 자료 등에 대해 정보공개 신청을 요구한 상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 야구공 vs 일본 야구공

KBO는 지난 24일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단일 경기 사용구 2차 수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몇 몇 공인구에 한해 반발계수 수치가 초과한 공이 나오긴 했지만, 1차 검사 때보다 안정적인 반발계수 수치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KBO은 이번 수시 검사서 일본 공인구 검사 기관에 의뢰해 검사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검사는 지난달 7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KBO리그 단일 경기 사용구인 스카이라인 AAK-100의 샘플 8타를 무작위로 수거한 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시험소에 의뢰해 진행됐다.

그 결과 1차(7일)로 검사한 3타 중 2타의 반발계수가 올해 낮춰진 기준치서 벗어났으나, 2차(13일)로 검사한 5타는 평균 반발계수 0.4189로 합격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둘레, 중량, 실밥의 폭, 실밥수 등 기타 제조 기준에도 모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KBO는 특히 이번 2차 검사 진행 과정서 별도로 일본 NPB 경기 사용구와의 반발계수 비교 분석을 위해 동일 제품의 샘플 3타를 일본 NPB의 경기사용구 검사 기관인 ‘일본차량검사협회’에도 검사 의뢰했다. 검사 결과 샘플 3타의 평균 반발계수는 0.4132로 현재 일본 프로야구서 사용 중인 경기 사용구 평균 반발계수와 유사한 수치가 나왔다.

그러나 KBO는 이번 2차 검사서 일부 경기사용구가 반발계수 허용치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 제조사인 스카이라인에 KBO 경기사용구 규정에 따라 제재금 3000만원을 부과하고 향후 경기 사용구 품질 균일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제조사를 더욱 엄격히 관리 감독할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이번 검사를 통해 KBO 경기사용구 품질의 균일도가 전반적으로 안정돼가고 있으며, 국제 기준에도 근접하게 제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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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