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족구협회-S용품사 간 이상한 계약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1:50:19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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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비싼 독점거래 알고 보니 북 치고 장구 치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족구인들이 화가 났다. 생활체육인 족구인들의 실력과 인기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족구협회에 행정력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족구협회가 2014년 S용품사와 체결한 공인구 계약이 계약기간 5년, 한해 공인료만 5000만원이 든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족구 동호인들의 반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공인구 계약 내막을 파헤쳤다.
 

‘족구’는 1970년대 공군서 정착된 명칭이다. 이후 각 지역 및 직장마다 조금씩 다르게 경기 방식과 규칙이 점차 발전해왔다. 특히 공군 장병들은 주기장 및 도로변과 막사 주위, 배구장 등 여러 장소서 족구를 즐겨왔다. 

같은 공을
5년씩이나?

공군서 족구를 즐겨했던 군인들은 전역 후에도 직장이나 대학으로 돌아가 족구를 보급시켰다. 이후 족구는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용이성과 다 같이 참여하는 즐거움 때문에 급속도로 민간사회에 보급됐다. 

최초로 보급된 6인조 족구는 많은 인원을 참가시키기 위한 목적을 위해 창안됐다. 하지만 족구 경기는 배구와 같이 블로킹의 난이도 및 네트 앞 중앙의 위치 때문에, 수비 방해가 문제가 되어 공군 장병들은 6인제보다 4인제 족구 경기방식을 더 선호했다. 

공군 제1비행단서 4인제 코트는 9×8m이며 머리는 사용하지 않고 무릎 이하만 사용한다는 독자적인 경기규칙을 적용해 족구경기를 했다. 1975년 이후에는 이 경기 규칙이 전 부대에 보급되면서부터 족구경기 시 머리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점차 인기를 구가하게 된 족구는 울상광역시장배 제22회 전국 초청 족구대회, 제2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시·도대항 전국족구대회 등 올해에만 7개 대회가 열렸다. 그만큼 족구동호인들의 관심과 사랑은 지대하다. 

현재 대한민국족구협회(이하 족구협회)에 경기 308팀, 경남 178팀 등 총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지부 1110팀이, 동호인이 총 1100명 등록돼있다. 

국내 족구 선수들은 족구와 비슷한 스포츠 세계대회에 참가를 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2년 체코 풋넷 월드챔피언십 참가해 2인제 4위, 2013년 캐나다 사커 테니스 참가해 3인제 4위, 2014년 체코 클럽 월드컵 대회 3인제 3위 등 매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에도 2017년 U21 체코 풋넷 챔피언십에 참가해 1인제 2위, 2인제 3위 성적을 내고, 지난해에는 체코 첼라코비체 세계족구대회서 4인제 우승을 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국내서 활동하는 족구 선수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간 5년, 연 5000만원…공인구 계약 공개
동호인들 “의심스러운 점 한두 가지 아냐”

국내 족구 선수들이 국제대회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족구협회는 아쉬운 행정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종목 도입이 무산되고, 2017년 동계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추가 종목으로도 지정되지 못했다. 이유는 전국체전종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족구 동호인은 “대한족구협회서 전국체전 종목에 추가되려면 10가지 조건을 맞춰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족구협회는 한 번도 서류 제출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족구협회가 종목을 발전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족구 관계자는 “협회 사람이 해당 종목인 족구를 좀 더 알리고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정상인데, 행정력은 정말 미비한 상태다. 족구협회의 일 처리 하는 것을 보면 조금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족구 동호인들이 족구공과 관련해 족구협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족구협회는 그동안 S용품사의 공인구를 계속 사용해왔다. 그런데 동호인들은 S용품사의 족구공의 성능 저하를 체감할 뿐 아니라, 공지 없이 기존 사용하던 족구공과 다른 모델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족구 동호인은 2017년 말 팀에서 협회서 지정한 해당 공인구 20개를 구매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018년 초 S용품사의 다른 모델로 바뀌었다.

족구 관계자는 “예전부터 S용품사의 공인구가 바뀌긴 했어도 2018년에 바뀐 모델은 전혀 다른 형태의 족구공이었다. 족구 플레이를 하다 보면 체감이란 게 있는데 바운드, 터치감 등이 완전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공의 표피가 꿰매는 방식서 접촉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였다. 황당해서 대한족구협회 기술위원장에 연락해 공인구 바뀐 것에 관해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다며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며 “협회에 다른 부서에 전화해도 아무도 공인구 교체에 관해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족구협회와 계약한 S용품사의 신규 제품을 재구매하라는 의도가 섞인 선택이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테니스 1000만원
축구 600만원

족구 동호회 최다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족구100만인클럽’에서는 조직 사유화 관련해 투표가 한참 진행 중이다. ‘족구 공인구 사용 관련 조직 사유화’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민신문고 민원신청 찬반 투표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 4일 기준 587명 중 574명(97%)가 찬성, 13명(2%)가 반대했다. 

글쓴이인 박모씨는 “대한민국족구협회(이하 족구협회) 공인제도 운영규정 제12조(심의기준)에 의거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족구공에 대해서는 모두 공인구로 받아주게 명시돼있으며, 타 종목과 마찬가지로 대회 사용구 및 공식 스폰서 계약을 통해 족구협회는 부족한 예산 확보를 추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밀리에 협회 이사님들에게 서면결의 찬반투표를 통해 찬성 통과시켜 17개 시·도시 경유해 각 시·군·구 족구협회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S용품사 공인구를 계속해서 사용하라고 문서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게시글 댓글에 한 족구인은 “21세기에 참 한심하네요. 족구화를 생각해보세요. 자유경쟁 없이 S사가 독점할 땐, 좋은 디자인 안 나오다가 다른 메이커 생기니 서로 좋은 디자인 내며 같이 발전하듯, 공인구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족구협회는 2016년 4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이전에는 국민생활체육전국족구연합회(이하 족구연합회)였다가 2016년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통합되면서 이름도 바뀌고 회장도 새롭게 취임을 하는 등 새 단장을 했다. 

족구연합회는 2015년 5월31일부터 2019년 5월31일가지 S용품사에 연 5000만원을 지급하고 공인구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을 체결한 족구연합회 J 전 회장은 S용품사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과 비싼 공인료는 족구 동호인들의 의심을 샀다. 타 종목을 살펴보면 테니스 공인료 1000만원, 축구공 공인료 600만원에 불과하다. 
 

족구공 시장은 그 규모가 크다. 족구공 생산 1년간 약 20만개 추정해 개당 3만4000원으로 계산하면 68억에 달한다. 족구협회 공인료 수입은 5년간 독점 계약기간으로 2억5000만원이 나온다. S용품사는 족구협회에 약 2억5000만원만 내면 340억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사실에 대해 알게 된 한 족구 동호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 신고센터에 5년간 유지되고 있는 공인구 계약 유지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신고했지만,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이하 클린스포츠센터)로 이첩됐다.

공인 규정
살짝 바꿔서…

이외에도 공인제도운여위원회 구성 비율 등 적법성, 공인료 기준표 및 산출내역 공개, 공인료 수입 회계 공개 및 공인규정 개정 요청, 공인규 평가비 발생에 대한 해당 평가기관 및 평가비 확인 요청, 현 공인구 평가 근거 제시 및 재평가 해당여부 확인 요청, 민원으로 인한 공인구 선정 지연 등을 신고한 바 있다. 


당시 클린스포츠센터는 공인구 계약 유지에 대해 “2014년 5월31일 족구연합회와 S용품사와 5년간 공인구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민원인은 갑과 을이 같은 계약으로 보고 있으나, J 전 회장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닌 단체장과 회사 대표의 자격으로 체결한 계약을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한체육회 회원종목 단체 공인제도 운영규정 부칙 제2의 경과 조치에 따라 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2019년 대한체육회 대회운영부서 답변한 사항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클린스포츠 관계자는 “당시에는 종목단체가 열악했을 것 아니냐. 자본금이 있는 S용품사가 후원금 비슷하게 해서 장기적으로 계약을 맺었을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대한체육회 공인제도 운영규정은 대한체육회 산하 전 종목에 해당된다. 그 해당 종목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받아 종목 특성상 수정·보완 후 다시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는 시스템이다. 

2016년 6월16일 제정한 대한체육회 회워종목단체 공인제도 운영 규정 제2조를 살펴보면 ‘특정 업체의 제품 사용을 강요하거나 공인료를 필요 이상으로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제12조(심의기준)에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공인 대상에 대해서는 공인 대상 수의 제한 등 별도의 추가 조건을 두지 않고 공인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제18조(공인기한)에 대해서는 ‘용품에 대한 공인기한은 1년 단위로 갱신하되 회원종목단체 사정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쩐지 조건이 좋다 했더니…
전 회장이 용품사 대표 겸임

족구 동호인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받아 족구협회는 그대로 승인을 받으면 되는데 제5조(위원회구성)에 공인위원장 선출을 위원회 내부가 아닌 회장이 호선 회장이 외부서 선출할 수 있다고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S용품사 관계자는 “공인구 관련한 것은 족구협회에 문의해라. 계약 관련해서는 말해줄 수도 없고 할 말도 없다”고 답변했다. 

족구협회는 “몇 달 전 퇴직한 사무처장이 그 사실에 대해 잘 알고 나머지 직원들은 잘 모른다. 현재는 공인료 관련해서는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한족구협회 관계자였던 L씨는 “2014년 당시에는 연합회 시절이기 때문에 재정확보가 너무나 어려웠다. 사무처를 운영하려면 재정확보가 필수인데 각 시·도 연합회서 대외 지원금이 부족하다고 하니 공인료를 비싸게 책정해 계약기간도 길게 계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L씨는 “2000년대 초반에는 연간 3000만원이었으나 각 시도협회 지원비 명목으로 계약한 것”이라며 “S용품사의 경우는 족구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8~90년대에는 N사, K사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생활체육에만 머물렀던 족구가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해 연합회와 계약이 무산됐다. 하지만 S용품사는 지속적으로 뛰어들며 족구발전에 기여했다. 최근에도 타사서 족구공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의 질은 S용품사에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전국체전 종목 선정에 대해서는 “족구협회가 전국체전 종목에 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족구협회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족구동호인들이 큰 착각”이라며 “전국체전 관계자들도 종목을 제외했으면 제외했지, 새로운 종목을 추가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앞에서는 추가시켜주겠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족구 종목을 무시한다. 정치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 족구협회장을 맡지 않는 이상은 전국체전 종목으로 추가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1인 2역
회장님

기존 계약대로라면 2019년 5월31일 족구협회와 S용품사의 공인구 계약은 기간이 만료돼야 한다. 족구협회는 5월27일 대한체육회 공인료에 대한 민원접수로 인해 처리 결과가 지연됨에 따라 현재 사용 중인 공인구를 적용하기로 서면결의한 상태다. 

한 족구동호인은 지난 2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답변에 의거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공인료 수입 2억5000만원에 대한 세부 수입 지출 회계 자료, 공인구 평가 기관 및 평가비 발생 적용 내용, 공인구 평가 자료 등에 대해 정보공개 신청을 요구한 상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 야구공 vs 일본 야구공

KBO는 지난 24일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단일 경기 사용구 2차 수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몇 몇 공인구에 한해 반발계수 수치가 초과한 공이 나오긴 했지만, 1차 검사 때보다 안정적인 반발계수 수치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KBO은 이번 수시 검사서 일본 공인구 검사 기관에 의뢰해 검사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검사는 지난달 7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KBO리그 단일 경기 사용구인 스카이라인 AAK-100의 샘플 8타를 무작위로 수거한 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시험소에 의뢰해 진행됐다.

그 결과 1차(7일)로 검사한 3타 중 2타의 반발계수가 올해 낮춰진 기준치서 벗어났으나, 2차(13일)로 검사한 5타는 평균 반발계수 0.4189로 합격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둘레, 중량, 실밥의 폭, 실밥수 등 기타 제조 기준에도 모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KBO는 특히 이번 2차 검사 진행 과정서 별도로 일본 NPB 경기 사용구와의 반발계수 비교 분석을 위해 동일 제품의 샘플 3타를 일본 NPB의 경기사용구 검사 기관인 ‘일본차량검사협회’에도 검사 의뢰했다. 검사 결과 샘플 3타의 평균 반발계수는 0.4132로 현재 일본 프로야구서 사용 중인 경기 사용구 평균 반발계수와 유사한 수치가 나왔다.

그러나 KBO는 이번 2차 검사서 일부 경기사용구가 반발계수 허용치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 제조사인 스카이라인에 KBO 경기사용구 규정에 따라 제재금 3000만원을 부과하고 향후 경기 사용구 품질 균일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제조사를 더욱 엄격히 관리 감독할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이번 검사를 통해 KBO 경기사용구 품질의 균일도가 전반적으로 안정돼가고 있으며, 국제 기준에도 근접하게 제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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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