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심부름센터 잔혹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0:27:21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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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주면 뭐든지 다해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영화서나 나올법한 살인청부가 현실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 여성이 심부름업체에 친모를 살해해달라고 의뢰한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줬다. 살인청부 외에도 각종 불법행위를 의뢰받은 사례를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기존 심부름센터는 비용에 따라 잔심부름을 해주는 곳이었다. 현재는 정도를 넘어선 개인정보, 폭행, 도청, 협박 등 불법행위들마저 의뢰받고 있다. 심부름센터서 ‘뭐든지 다해준다’며 광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부름센터의 불법 행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행태 보니…

▲살인= 서울 강남구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11월 내연관계였던 전 빙상선수 김동성의 오피스텔서 심부름센터 업체를 검색한다. A씨는 심부름센터에 “자살로 보이는 청부살인을 의뢰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라는 메일을 보냈다. 

이후에도 A씨는 심부름센터 업자에게 ‘12월9일 전까지는 어떻게든 작업을 마무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일이 느려지니 마음이 조금해지네요. 오늘내일 중으로 작업 마무리해주시면 1억원을 드리겠습니다. 엄마 혼자 살고 있으니 작업이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14일에 잔금을 치러야 해서…3일장도 해야 하고요’ 등의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냈다. 

여기서 말하는 작업이란 친모를 살해해달라는 요청이었다. A씨의 살해 요청은 계획적이었며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A씨는 심부름센터 업자에게 총 6500만원과 함께 어머니의 집, 주소, 비밀번호, 사진 등을 제공했다. 


A씨는 살인 청부 의지가 확고했지만 심부름업자는 돈만 받은 뒤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 

불륜관계 의심 위치추적
살인청부 업체까지 등장

A씨의 범행은 부인의 외도를 의심한 A씨 남편이 몰래 이메일을 열어보면서 발각됐다. 부인의 이메일서 살인청부의 정황을 발견한 남편이 이를 경찰에 신고한 것.

2013년 2월에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해달라고 심부름센터에 의뢰한 사건이 있었다. 남편은 렌터카 사업을 하던 아내가 이혼해줄 것을 요구하자 심부름센터에 1억3000만원을 건네고 살해를 요청했다. 실행에 옮긴 심부름센터 직원은 징역 30년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받았으며, 살인을 청부한 남편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살인을 위한 준비·실행과정을 비춰보면 그 형을 가볍게 선고할 수 없다”며 “사회와 합의된 헌법서 보면 피고인들은 사회와 격리돼 복역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납치=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다운도 심부름센터에 접촉해 불법행위를 시도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김씨가 심부름센터에 이씨 동생의 납치를 의뢰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가 이씨 동생을 만난 날 직원에게 ‘2000만원 줄 테니 오늘 작업을 시작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의 이 같은 납치 의뢰가 이씨 부모 살인사건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는지, 이씨 동생이 갖고 있던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의 매각 대금 15억원을 노린 것이었는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치추적= 배우자의 사생활이 궁금해 심부름센터에 위치추적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자신의 아내와 불륜관계라고 의심되는 남성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붙인 50대 남성이 1심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성보기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부장판사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오씨는 심부름센터 운영자에게 자신의 아내와 불륜관계로 의심되는 남성 B씨에 대한 위치추적을 의뢰해 위치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오씨는 심부름센터 운영자에게 B씨의 주소와 차량 종류, 차량 번호 등을 알려줬고 운영자는 B씨의 승용차 범퍼 안쪽에 위치 추적기를 설치했다. 운영자는 이틀 동안 B씨의 위치를 파악해 오씨에게 알려줬고 재판부는 “운영자가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뒤 오씨에게 ‘이제 실시간으로 어디 가는지 알 수 있네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오씨가 ‘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며 오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엄연한 불법행위

김현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UPI뉴스>와의 인터뷰서 “이들의 행위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고객 유치를 위한 일종의 사술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형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사설업체가 가해 학생이나 부모를 찾아가 위협하는 행위도 협박죄나 강요죄고, SNS에 가해 학생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게시글 역시 명예훼손”이라고 밝힌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탐정법과 흥신소 앞날은?

공인탐정제도 ‘탐정법’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사생활 침해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탐정업이 제도화되면 오히려 이 같은 불법행위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3월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진행된 경제 관계 장관회의서 ‘신서비스 분야 중심의 신직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인탐정 제도 도입을 추진하며 도입방식, 관리 감독 방안 등의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사생활 침해 소지 등 공인탐정 도입 타당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실제 유사탐정업체인 심부름센터, 흥신소들은 직무수행이라는 미명 아래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불법행위들을 일삼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2013년 1월부터 심부름센터의 범죄 유형을 살펴본 결과 특정인의 소재·연락처 등 개인의 사생활을 불법으로 조사하는 행위가 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누설하는 행위가 18%, 동의 없는 위치정보 수집 등이 12%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사후 단속에만 의존해서는 업체의 불법행위를 방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인탐정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국가기관의 지도·감독을 받아 오히려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동욱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탐정학과 교수는 “탐정법 연구에 따르면 현행법 하에서 할 수 있는 조사 방법이 300개 이상이다. 현재는 탐정업이 제도화가 돼있지 않아 댓가를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지만 제도화가 되면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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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