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최고의 천재로 나이 다섯에 세종으로부터 출세를 보장받았던, 유자(儒者)인 동시에 불자(佛者)였던 매월당 김시습의 작품 ‘만흥(흥이 이는 대로)’ 중 마지막 구를 인용해본다.
『自繩自縛如蠶蛾(자승자박여잠와)』
자승자박(自繩自縛)은 자신이 만든 줄로 제 몸을 스스로 묶는다는, 즉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스스로 구속돼 어려움을 겪는 일을 의미한다. 또한 여(如)는 ‘같은’ ‘처럼’을, 잠와(蠶蛾)는 ‘누에나방’을 의미한다. 아울러 동 문장은 ‘내가 나를 묶어 누에나방처럼 되었네’로 번역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필자가 하필이면 김시습의 시 전체도 아니고 마지막 한 구를 인용했을까. 바로 사자성어인 자승자박의 비유법 중 직유와 은유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 문장에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모든 내용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자승자박의 의미는 밝혔고 직유와 은유에 대해 살펴보자. 직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표현하며 ‘같이’ ‘처럼’ 등의 연결어를 사용한다. 이에 반해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간접적으로 연결해 표현하는 방식으로 보조관념으로 원관념을 대체한다.
이제 이 비유를 상기 문장과 연결해보자. 상기 문장은 ‘누에나방처럼’이란 직유가 사용됐다. 또 동 작품 전체를 살피면 김시습은 자신을 누에나방으로 비유했다. 즉 ‘내 신세는 누에나방이다’라는 은유 또한 사용한 것이다.
이제 이를 염두에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행적에 대해 접근해보자. 김무은 최근 개최된 ‘4대강 보 해체 반대 대정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서 “4대강 보 해체용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를 폭파시킵시다”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청와대에 김무성을 내란죄로 다스려달라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고, 급기야 김무성은 한 시민단체로부터 내란죄로 검찰에 고발당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과정까지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우리 정치현실을 감안하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그저 그렇고 그런 정치꾼의 상투적인 객기 정도로 치부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김무성은 일련의 반응에 대해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이어간다.
“꼭 필요한 4대강 사업인데 엉터리 사이비 전문가를 동원해서 보를 해체한다고 하니 꼭 막아야 한다는 뜻을 은유적 표현으로 강조했다.”
김무성의 명백한 자승자박이다. 물론 그가 말한 ‘은유적 표현’에 따른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그의 애초 발언이 은유적이었다면 그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을 죽이자’가 되기 때문이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 대해서다. 김무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라 둘러댔지만 이 표현이 은유적으로 사용됐다면 원관념은 청와대 주인인 문재인 대통령이 된다. 그리고 ‘다이나마이트로 폭파시키자’ 역시 은유적으로 사용되었다면 동 표현의 원관념은 ‘죽이자’는 의미다.
김무성이 변명이랍시고 내뱉은 발언을 살피면 단순한 객기로 치부할 수 없다. 그렇다고 김무성이 문재인 대통령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김무성에게 적용되는 죄목은 내란죄가 아닌 국가원수 시해 선동죄가 돼야 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