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의붓딸 살해 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5.07 14:40:20
  • 호수 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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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시신 유기 계부에 친모 “고생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피는 물보다 진하다.’ 혈육의 정은 어떤 관계보다 끈끈하다는 뜻이지만 이와 반대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계부가 의붓딸 목을 졸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친모도 범행에 가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은 배가 됐다. 잔혹한 범행 소식에 사건 전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 의붓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

지난 28일, 경찰은 광주의 한 저수지서 시신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광주의 한 터널을 지나가던 신고자는 “차를 끌고 가다가 저수지에 있는 쉼터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시신이 물에 떠오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건 현장을 찾은 경찰은 시신 머리에 비닐봉지가 씌어지고 벽돌이 담긴 마대자루가 묶인 상태였다고 파악했다.

계부가 죽이고

10대였던 A양은 부모가 이혼을 하자 친부와 살게 됐다. 2016년 A양은 친부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참지 못하고 아동보호기관에 알리며 의붓아버지인 김씨와 살게 됐다. A양 조부모에 따르면 김씨도 A양이 말을 안 들을 때마다 폭력을 행사하고 집밖으로 내쫓았다. 뿐만 아니라 친모도 말리지 않았다고 했다. 

2018년 1월 김씨는 A양에게 자신의 성기를 촬영해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다. 또 A양에게 신체부위 사진을 요구하는 등 성희롱을 일삼았다. 김씨는 A양에게 욕설을 하며 괴롭혔다. A양은 목포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3월 A양을 불러내 차에 태운 다음 강간을 시도하던 중 친모였던 유씨의 전화를 받고 범행을 중단했다. 4월에는 김씨가 A양에게 성인 음란사이트 주소를 SNS로 전송했다. 이를 참지 못한 A양은 경찰서에 신고를 하는데 유씨는 김씨의 핸드폰을 보게 된다. 김씨의 핸드폰에는 A양에게 보낸 음란물을 발견하자 친부에게 전화를 걸어 “딸 교육 잘시키라”고 질책했다.


친부는 경찰에 신고했고 3일 뒤 A양은 의붓 언니와 함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의 설득 끝에 강간미수 사실까지 이끌어냈다. 경찰은 아동 성범죄로 보고 수사를 벌이며 유씨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신고 당한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A양 살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김씨 부부는 지난 26일, A양이 거주하는 전남 목포로 이동했다. 김씨는 철물점과 마트서 범행도구인 청테이프, 노끈, 마대자루 등을 구입해 다음날인 27일 유씨는 김씨의 부탁을 받고 목포버스터미널 인근 공중전화로 A양을 불러냈다. 

부부는 A양을 김씨 차량의 태워 전남 무안초교 농로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뒷좌석서 A양을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당시 운전석서 유씨가 생후 13개월의 아기를 돌보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저수지 여중생 시체 발견
잔혹한 범행 내막 드러나

27일 늦은 오후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유씨와 아기를 집에 내려준 뒤 마대 자루 2개를 챙겨 시신 유기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다음날 오전 A양 시신을 유기하고 돌아온 김씨를 보고 유씨는 “고생했다”고 다독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모였던 김씨의 행동에는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서 A양 조부모는 “무속인이었던 유씨는 무당교육을 한다며 애를 학교에 제대로 보내지 않았다”며 “어떻게 자식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부모가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숨진 아이는 무속에 대해 전혀 모르다시피 생활했다”고 부인했다. 
 

▲ ⓒYTN

<한국경제>에 따르면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친 강력 범죄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생한다”며 “어머니가 가정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승 위원은 “어린 아이가 분명 친모에게도 성추행 사실을 말했다는 여러 정황이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딸을 보호하려는 움직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친모가 딸을 전화로 불러낸 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공동정범의 요건이 범죄수행에 필수 불가결할 역할 분담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 방조 혐의가 되면 무조건 법정형 2분의 1로 감경돼 종래 심신미약 감경 효과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서 경찰의 늑장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9일, 12일 전남 목포경찰서를 찾아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렸다. 14일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조사를 받으며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다음날 친아버지와 협의를 통해 취소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목포경찰서에서 광주지방경찰청으로 사건이 넘어가는 과정서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친모는 구경만

A양 살해 혐의로 체포된 김씨와 유씨에 실명과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의 비공개 방침에 따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김씨의 얼굴은 마스크 등으로 가려졌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년전 ‘청주 4살 암매장’ 시신 못찾나

2011년 12월21일 4살 B양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4일 뒤 B양의 계부 안모씨가 “진천의 한 야산에 아이를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진술을 토대로 시신 수색해 주력했다. 

경찰은 심리수사와 디지털 기법, 아날로그 수색까지 총동원했지만 B양 시신 발굴에는 역부족이었다. 안씨는 자발적으로 ‘시신을 찾고 싶다’며 경찰에 최면수사를 요청했지만, 2차례에 걸친 최면수사서 모두 방어적인 심리 상태를 드러내며 소득 없이 끝났다. 

경찰은 2016년 지질탐사장비를 활용해 의심 장소 7곳 선정해 현장검증과 더불어 모두 13곳의 땅을 파헤쳤다. 또 다음날 안씨가 유기했다고 주장하는 야산을 찾아서 현장검증을 실시했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안씨는 경찰 수사 과정서 ‘진천 야산’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일관된 주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온갖 수사기법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 발굴에 실패하자 안씨 진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서 안씨가 주장하는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해 ‘거짓 반응’이 나온 것도 한몫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안씨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채 종결된 수사가 법정 협량 다툼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시신위치를 숨긴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신이 발견되면 추가적인 사체 훼손, 범죄 정황 등이 드러날 수 있어 안씨가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해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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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