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vs 미국 ‘농약맥주’ 미스터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5.07 13:23:01
  • 호수 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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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조사법… 상반된 결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수입맥주에 농약 성분이 들어있다는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는 해당 맥주를 검사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식품의약안전처는 해당주류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국내에 수입돼 판매되고 있는 각종 수입 맥주

소비자들은 국내맥주에 비해 저렴하고 다양한 종류로 판매되는 수입맥주를 찾고 있다. 수입맥주가 편의점 및 대형마트서 4~5캔 묶음을 1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수입맥주점유율은 2014년 6%에 불과했지만 2018년 기준 20%로 치솟았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시장 점유율이 30%를 거뜬히 넘길 전망이다.

왜 다를까?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진 한 장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사진에는 칭따오,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등 수입맥주 20여종에 발암성 추정 물질 중 하나인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됐다는 설명과 함께 해당 맥주의 사진이 정리돼있었다. 칭따오 49.7ppb(10억분의 1) 쿠어라이트 31.1ppb, 밀러라이트 29.8ppb 등 국내서 인지도가 높은 맥주들의 글리포세이트 수치가 높다고 표기됐다. 이어 글리포세이트의 독일 식수 내 잔류 허용치는 0.075ppb라며 해당 맥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수입맥주에 대해 불안해했다.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미국 공인연구단체(이하 PIRG)가 언급한 20개(맥주 15종, 와인 5종) 주류 가운데 국내에 수입된 (맥주 10종, 와인 1종)와 국내서 유통 중인 수입맥주 30개 등 총 41개를 검사했다.

식약처는 해당 주류 모두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제품이 없다고 발표하며 미국서 발표한 자료와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양 기관은 조사방법부터 달랐다. 식약처는 질량분석법(LC-MS/MS)을, PIRG는 항원항체반응법(ELSISA)을 사용했다. 질량분석법은 기기를 활용해 형성된 이온을 각각의 질량에 따라 분리시키는 방법이다. 항원항체반응법은 글리포세이트를 결합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성분을 넣어 결합이 이뤄졌을 때 특정 색깔이 나오게 한다.

맥주 안에 글리포세이트와 비슷한 성분을 가진게 있다면 글리포세이트인 것처럼 반응이 나타난다. 학계에서는 항원항체반응법보다 질량 분석법을 정확도가 높은 실험으로 바라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전문가 자문회의서도 질량분석법이 훨씬 정확한 분석법이라고 말했다”며 “이번에 조사한 수입맥주들 인체 위해 우려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20여종 글리포세이트 함유…암 유발 우려?
식, 인체 무해 발표 ‘어느 쪽을 믿을까’

전문가들은 PIRG가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항원항체반응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김정한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는 “항원항체반응법은 질량분석법에 비해 저렴하고 간편하게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질량분석법을 하기 위해 질량분석기기 1대 비용이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한 분자만 검출하는 질량분석법에 비해 항원항체반응법은 한꺼번에 수백개의 분자 검출이 가능한 만큼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글리포세이트는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몬산토가 1974년에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요 성분으로 콩, 밀, 보리 등을 GMO(유전자변형작물)로 개발해 재배하는 과정서 활용된다. 해마다 5억톤 정도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서도 수입맥주에 글리포세이트(0.3∼51ppb)가 검출됐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2013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인체에 위해가 없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 관계자는 “인간에 대한 역학 조사서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도, 생식·신경 독성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PIRG은 미국과 캐나다의 비영리 단체로 자유주의 정치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 풀뿌리 조직 및 직접 옹호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지난 2월 PIRG는 ‘맥주와 포도주에 있는 글리포세이트 살충제’라는 보고서를 웹사트에 게재했다. 누군가 이 보고서의 일부를 SNS에 올리면서 농약맥주 파문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는 “PIRG는 GM작물을 사용한 제초제나 GM종자가 자연적인 환경 속에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을 계속 제기하는 단체”라며 “GM작물 자체가 안정성이 있다고 전세계적으로 보도가 된 이후, GM작물에 주로 사용하는 성분인 글리포세이트에 대해 2016년부터 계속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질량분석법은?

식약처는 지난해 5월 국산맥주 10여종에 대해 글리포세이트 성분에 대해 검사했다. 하이트·클라우드·카스 등 10종에 대해 검사를 한 결과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제품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맥주를 만드는 원료에 대해서는 수시로 검사를 한다. 맥주 원료를 안전하게 해서 국민들이 안전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웨하스 회수 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1일 식품안전나라를 통해 오리온의 웨하스 제품이 세균수 부적합으로 적발돼 판매 중단 및 회수를 조치한다고 밝혔다. 

회수 대상에 관련 규정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8조에 따라 ‘위해 식품 회수 지침의 1~3등급에 포함되는 경우 회수대상이 된다’고 명시됐다. 이번에 적발된 회수 대상 제품아 오리온이 수입한 ‘프렌치 웨하스 헤이즐넛 초콜릿 맛’(유통기한은 2019년 8월5일)으로 낱개 기준 1만5000여개에 달한다. 오리온은 이 제품을 지난 12일까지 전량 회수했다.

수입식품판매업체 미성패밀 리가 들여온 중국산 ‘엉클팝 길쭉이 보리과자’에 대해서도 판매중단 및 회수조치가 내려졌다. 약 15mm 길이의 금속 이물이 혼입된 것.

회수 대상은 유통기한이 2019년 11월 4일인 제품이다. 이 업체는 해당제품을 1만2480kg 수입해왔다. 식약처는 관할 지방청에 해당 제품을 회수하도록 조치했으며,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판매 또는 구입처에 반품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식약처는 불량식품 신고전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식품 관련 불법 행위를 목격한 경우 1399 또는 민원상담 전화 110으로 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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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