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소값?’ 삼겹살 값 변천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4.29 11:26:24
  • 호수 1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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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한우보다 비싸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삼겹살에 소주한잔이라는 말은 옛말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대륙을 휩쓸며 전 세계가 비상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돼지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며 외식업계가 양돈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삼겹살의 역사와 가격 변동에 대해 알아봤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감염 시 100% 폐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중국은 올해 안으로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3분의 1이 달하는 1억3000만 마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살처분에 의한 공급 부족으로 중국의 돈육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국내 삼겹살 외식 가격도 벌써 요동칠 움직임이 보인다.

해외로 수출
지금은 수입

삼겹살은 해방 전까지 세겹살이라고 불렸다. 삼겹살의 사전적 의미는 ‘돼지의 갈비와 붙어있는 살로 비계와 살이 세 겹으로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기’다.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 방신영 이화여대 교수가 쓴 <조선요리제법>이란 책에 처음으로 세겹살이란 말이 등장한다. 이 고기는 돼지의 뱃바지, 즉 배에 있는 고기로 돼지고기 중 가장 맛있는 고기라고 표기됐다.

1934년 <동아일보>에도 세겹살이란 말이 나온다. 일제강점기까지 '뱃바지 고기', 혹은 '삼층저육' 등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해방 이후인 1956년 이후에야 삼겹살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삼겹살로 바뀐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개성 상인들에 의해 삼겹살로 변했다는 설이다. 이 설에 따르면 조선서 키우던 돼지는 육질이 질겼다. 개성 사람들이 이 돼지를 두고 개성 명물인 인삼을 곁들어 먹였다고 해서 삼겹살이라 불렀다고 한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돼지고기를 일본으로 수출했다. 당시 돼지 부산물과 기름이 많아 인기가 없던 삼겹살은 서민들에게 저렴하게 유통됐다. 1970년대 무렵 강원도 태백과 영월 광부들은 작업장서 먼지를 많이 흡입해 매달 고기 교환권을 받았는데, 가장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 부위를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서울을 중심으로 냉동삼겹살 구이식당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이 식당들은 저렴한 삼겹살을 소주 안주로 판매했다.

시초는 세겹살…주로 서민들 즐겨
유통비 증가로 2011년부터 급상승

삼겹살은 1980년대 이후 일본 수출이 뜸해지지만 돼지고기 가공 공장이 늘어나고 프로판 가스 불판 도구가 생기면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호일로 싼 불판위에 얇게 썰어낸 삼겹실이 인기가 높았다. 대패삼겹살은 1990년대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초기의 대패삼겹살의 원형은 지금처럼 돌돌 말려서 나오는 방식이 아닌 한 입 크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삼겹살 외식 문화가 대중화 된 이유에는 한국 경제 성장과 더불어 양돈 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제주산 오겹살이 서울에 등장했다. 제주 사람들은 뼈를 제외한 돼지의 모든 부위를 먹는 문화가 있었다. 기존 삼겹살은 비계를 제거했지만, 제주산 돼지는 비계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오겹살로 재탄생한 것이다.

1997년 IMF 위환위기에도 삼겹살 가격은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했지만 삼겹살이 국민외식으로 자리 잡고 있던 중 2000년 3월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때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되면서 축산농가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2003년 말 광우병 파동과 조류인플루엔자로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 삼겹살 전문점이 호황을 누렸는데 당시 와인삼겹살이 유행을 일으켰다. 이후 삼겹살을 숙성하는 재료에 따라 허브, 녹차, 매실 등 다양한 삼겹살 전문점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물가감시센터)는 삼겹살(200g 기준) 외식 물가가 2008년 9940원, 2009년 1만867원, 2010년 1만1345원, 2011년 1만3138원, 2012년 1만3637원이라고 발표했다.

2008년 9940원, 2009년 1만867원, 2010년 1만1345원, 2011년 1만3138원, 2012년 1만3637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삼겹살 가격이 1만원대를 돌파했으며 2012년까지 약 5000원이 인상됐다.

삼겹살 가격은 유통 접점마다 관계하는 주체가 많고 영세해 유통비용(직접비, 간접비, 유통이익)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이익율은 2009년 11.7%, 2010년 10%, 2011년 8.9%, 2012년 16.5%로 조사됐으며 2011년 유통이익이 줄어든 것은 구제역 발생으로 도축두수가 감소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2012년 유통이익은 16.5%로 삼겹살의 현지가격은 충분히 하락 정상화됐다. 반면 소매 가격의 인하는 유통이익의 일부로 잠식된 것으로 보여진다.

소비자협의 분석결과 삼겹살(200g 기준) 외식비용이 최근 5년간 37% 가격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서울지역 개인서비스 외식가격 중 삼겹살의 외식가격이 지난 5년간 37%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5% 상승으로 삼겹살 외식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 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상승했다.

IMF 때도 안정적
09년 1만원 돌파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구제역 발생 후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큰 폭으로 인상했고, 구제역 발생 파동 후 시간이 지나 삼겹살 가격은 평년수준을 회복했으나, 외식 가격만 상승을 유지했다.

1인분(200g)을 기준으로 서울 지역 삼겹살(외식) 가격은 2010년 1만1345원이었으나 2013년 국내 한돈생산 농가들의 돈가 하락에도 불구, 고기집 식당가격은 1만3818원으로 22% 상승한 바 있다. 2013년에는 국내 한동 생산 농가들의 돈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낸 결과다.

삼겹살 가격의 두드러진 상승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이는 살처분된 가축 수가 346만마리를 돌파했던 구제역 발생 이후 형성된 고가의 삼겹살 가격이 2011년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 반영됐기 때문이다.
 

2013년 물가감시센터는 삼겹살의 외식가격에 대해 인하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배 이상 상승한 부분을 지적했다.

<농수축산신문>에 따르면 김정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회계사는 “구제역 발생으로 2011년 원재료인 삼겹살 정육 가격이 인상되면서 총 원가가 인상됐고 이는 삼겹살 외식가격에 반영됐다. 그러나 구제역 이후 삼겹살 정육가격은 안정적으로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외식가격은 인하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제 진짜
특별한 날만?

최애연 전국주부교실중앙회 국장도 “삼겹살 소비자 구입가는 비싸고 농가는 적자라고 하지만 유통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유통서 가격하락 요인이 있다면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정하게 소비자 가격에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원가분석결과에 따르면 삼겹살 외식가격은 서울 37%, 전국 32% 상승해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삼겹살 외식물가(매년 2월 기준)는 2014년 1만3743원, 2015년 1만4657원, 2016년 1만4992원, 2017년 1만5168원, 2018년 1만6296원이다. 삼겹살은 1만743원서 1만6865원으로 22.7% 올랐다. 삼겹살은 2017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 중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현황 ⓒ농립축산식품부

삼겹살 자영업자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대포 늘리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향후 글로벌 공급가격이 부족해지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8일 ‘최근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증가에 따른 국내영향분석’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격 약세로 인한 모돈 감축,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된다. 중국의돼지 고기 수입량은 자국 내 돼지가격 하락과 미·중 분쟁 등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해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이 줄어 수입량을 증가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중국 등 전 세계 ASF비상
요동치는 양돈시장
···1인분에 얼마?

이현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돼지고기 수입 증가로 국내 수입 감소폭이 확대될 예정”이라며 “총 공급량 감소로 돼지 가격은 전년보다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국내산 돼지고기 생산량은 모돈이 늘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돼지 가격의 상승으로 돼지고기 수입량이 감소해 총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4월 이후 돼지 도매가격은 돼지고기 공급량 감소로 전년수준은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돼지고기 수입여건이 예상보다 원활하지 못한 것을 대비해 국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폭은 더욱 확대돼 소비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농가 생산성향상을 통한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 증대로 가격 급등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다면 돼지고기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므로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며 “중국 내 돼지고기 생산량 회복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중국, 미국, 유럽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돼지고기 삼겹살(국산냉장) 중품 100g의 25일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1980원이다. 이는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전보다 72원 상승, 1개월 전 1725원보다는 255원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퍼질 경우 2분기 평균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오른 1kg당 5200원까지 치솟을 거라고 예상한다.

수요 늘면서
가격 오름세

<이데일리>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돼지 앞다릿살은 국외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 확산함에 따라 수입산 대비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병에 5000원?’ 소주값 변천사

삼겹살과 함께 소주 가격도 매년 오르고 있다. 1974년 소주가의 출고가는 85원, 소비자가는 100원이었다. 출고가 기준 1980년 190.17원, 1985년 247원, 1990년 300.67원, 1995년 377.27원이었다. 소주가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적은 2000년 한국과 유럽연합 주세율 협정에 따라 소주 주세율이 35%서 72%로 인상될 때다. 2010년에는 출고가 960원, 소비자가 1080원이다.

5월부터 출고가는 1081.2원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현재 소비자가격은 1650원 수준으로 최소 100원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병당 4000~4500원으로 판매되는 식당·주점에서는 소주 가격이 5000원으로 오를 곳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소주와 맥주를 공급하는 H회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해보니 인건비가 올랐다”며 “매출 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을 계산해보니 2016년과 2017년 27~29%에 비해 20%가 떨어져 최저임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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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