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소값?’ 삼겹살 값 변천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4.29 11:26:24
  • 호수 1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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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한우보다 비싸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삼겹살에 소주한잔이라는 말은 옛말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대륙을 휩쓸며 전 세계가 비상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돼지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며 외식업계가 양돈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삼겹살의 역사와 가격 변동에 대해 알아봤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감염 시 100% 폐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중국은 올해 안으로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3분의 1이 달하는 1억3000만 마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살처분에 의한 공급 부족으로 중국의 돈육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국내 삼겹살 외식 가격도 벌써 요동칠 움직임이 보인다.

해외로 수출
지금은 수입

삼겹살은 해방 전까지 세겹살이라고 불렸다. 삼겹살의 사전적 의미는 ‘돼지의 갈비와 붙어있는 살로 비계와 살이 세 겹으로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기’다.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 방신영 이화여대 교수가 쓴 <조선요리제법>이란 책에 처음으로 세겹살이란 말이 등장한다. 이 고기는 돼지의 뱃바지, 즉 배에 있는 고기로 돼지고기 중 가장 맛있는 고기라고 표기됐다.

1934년 <동아일보>에도 세겹살이란 말이 나온다. 일제강점기까지 '뱃바지 고기', 혹은 '삼층저육' 등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해방 이후인 1956년 이후에야 삼겹살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삼겹살로 바뀐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개성 상인들에 의해 삼겹살로 변했다는 설이다. 이 설에 따르면 조선서 키우던 돼지는 육질이 질겼다. 개성 사람들이 이 돼지를 두고 개성 명물인 인삼을 곁들어 먹였다고 해서 삼겹살이라 불렀다고 한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돼지고기를 일본으로 수출했다. 당시 돼지 부산물과 기름이 많아 인기가 없던 삼겹살은 서민들에게 저렴하게 유통됐다. 1970년대 무렵 강원도 태백과 영월 광부들은 작업장서 먼지를 많이 흡입해 매달 고기 교환권을 받았는데, 가장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 부위를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서울을 중심으로 냉동삼겹살 구이식당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이 식당들은 저렴한 삼겹살을 소주 안주로 판매했다.

시초는 세겹살…주로 서민들 즐겨
유통비 증가로 2011년부터 급상승

삼겹살은 1980년대 이후 일본 수출이 뜸해지지만 돼지고기 가공 공장이 늘어나고 프로판 가스 불판 도구가 생기면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호일로 싼 불판위에 얇게 썰어낸 삼겹실이 인기가 높았다. 대패삼겹살은 1990년대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초기의 대패삼겹살의 원형은 지금처럼 돌돌 말려서 나오는 방식이 아닌 한 입 크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삼겹살 외식 문화가 대중화 된 이유에는 한국 경제 성장과 더불어 양돈 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제주산 오겹살이 서울에 등장했다. 제주 사람들은 뼈를 제외한 돼지의 모든 부위를 먹는 문화가 있었다. 기존 삼겹살은 비계를 제거했지만, 제주산 돼지는 비계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오겹살로 재탄생한 것이다.

1997년 IMF 위환위기에도 삼겹살 가격은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했지만 삼겹살이 국민외식으로 자리 잡고 있던 중 2000년 3월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때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되면서 축산농가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2003년 말 광우병 파동과 조류인플루엔자로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 삼겹살 전문점이 호황을 누렸는데 당시 와인삼겹살이 유행을 일으켰다. 이후 삼겹살을 숙성하는 재료에 따라 허브, 녹차, 매실 등 다양한 삼겹살 전문점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물가감시센터)는 삼겹살(200g 기준) 외식 물가가 2008년 9940원, 2009년 1만867원, 2010년 1만1345원, 2011년 1만3138원, 2012년 1만3637원이라고 발표했다.

2008년 9940원, 2009년 1만867원, 2010년 1만1345원, 2011년 1만3138원, 2012년 1만3637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삼겹살 가격이 1만원대를 돌파했으며 2012년까지 약 5000원이 인상됐다.

삼겹살 가격은 유통 접점마다 관계하는 주체가 많고 영세해 유통비용(직접비, 간접비, 유통이익)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이익율은 2009년 11.7%, 2010년 10%, 2011년 8.9%, 2012년 16.5%로 조사됐으며 2011년 유통이익이 줄어든 것은 구제역 발생으로 도축두수가 감소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2012년 유통이익은 16.5%로 삼겹살의 현지가격은 충분히 하락 정상화됐다. 반면 소매 가격의 인하는 유통이익의 일부로 잠식된 것으로 보여진다.

소비자협의 분석결과 삼겹살(200g 기준) 외식비용이 최근 5년간 37% 가격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서울지역 개인서비스 외식가격 중 삼겹살의 외식가격이 지난 5년간 37%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5% 상승으로 삼겹살 외식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 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상승했다.

IMF 때도 안정적
09년 1만원 돌파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구제역 발생 후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큰 폭으로 인상했고, 구제역 발생 파동 후 시간이 지나 삼겹살 가격은 평년수준을 회복했으나, 외식 가격만 상승을 유지했다.

1인분(200g)을 기준으로 서울 지역 삼겹살(외식) 가격은 2010년 1만1345원이었으나 2013년 국내 한돈생산 농가들의 돈가 하락에도 불구, 고기집 식당가격은 1만3818원으로 22% 상승한 바 있다. 2013년에는 국내 한동 생산 농가들의 돈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낸 결과다.

삼겹살 가격의 두드러진 상승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이는 살처분된 가축 수가 346만마리를 돌파했던 구제역 발생 이후 형성된 고가의 삼겹살 가격이 2011년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 반영됐기 때문이다.
 

2013년 물가감시센터는 삼겹살의 외식가격에 대해 인하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배 이상 상승한 부분을 지적했다.

<농수축산신문>에 따르면 김정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회계사는 “구제역 발생으로 2011년 원재료인 삼겹살 정육 가격이 인상되면서 총 원가가 인상됐고 이는 삼겹살 외식가격에 반영됐다. 그러나 구제역 이후 삼겹살 정육가격은 안정적으로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외식가격은 인하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제 진짜
특별한 날만?

최애연 전국주부교실중앙회 국장도 “삼겹살 소비자 구입가는 비싸고 농가는 적자라고 하지만 유통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유통서 가격하락 요인이 있다면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정하게 소비자 가격에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원가분석결과에 따르면 삼겹살 외식가격은 서울 37%, 전국 32% 상승해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삼겹살 외식물가(매년 2월 기준)는 2014년 1만3743원, 2015년 1만4657원, 2016년 1만4992원, 2017년 1만5168원, 2018년 1만6296원이다. 삼겹살은 1만743원서 1만6865원으로 22.7% 올랐다. 삼겹살은 2017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 중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현황 ⓒ농립축산식품부

삼겹살 자영업자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대포 늘리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향후 글로벌 공급가격이 부족해지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8일 ‘최근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증가에 따른 국내영향분석’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격 약세로 인한 모돈 감축,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된다. 중국의돼지 고기 수입량은 자국 내 돼지가격 하락과 미·중 분쟁 등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해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이 줄어 수입량을 증가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중국 등 전 세계 ASF비상
요동치는 양돈시장
···1인분에 얼마?

이현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돼지고기 수입 증가로 국내 수입 감소폭이 확대될 예정”이라며 “총 공급량 감소로 돼지 가격은 전년보다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국내산 돼지고기 생산량은 모돈이 늘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돼지 가격의 상승으로 돼지고기 수입량이 감소해 총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4월 이후 돼지 도매가격은 돼지고기 공급량 감소로 전년수준은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돼지고기 수입여건이 예상보다 원활하지 못한 것을 대비해 국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폭은 더욱 확대돼 소비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농가 생산성향상을 통한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 증대로 가격 급등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다면 돼지고기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므로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며 “중국 내 돼지고기 생산량 회복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중국, 미국, 유럽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돼지고기 삼겹살(국산냉장) 중품 100g의 25일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1980원이다. 이는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전보다 72원 상승, 1개월 전 1725원보다는 255원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퍼질 경우 2분기 평균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오른 1kg당 5200원까지 치솟을 거라고 예상한다.

수요 늘면서
가격 오름세

<이데일리>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돼지 앞다릿살은 국외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 확산함에 따라 수입산 대비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병에 5000원?’ 소주값 변천사

삼겹살과 함께 소주 가격도 매년 오르고 있다. 1974년 소주가의 출고가는 85원, 소비자가는 100원이었다. 출고가 기준 1980년 190.17원, 1985년 247원, 1990년 300.67원, 1995년 377.27원이었다. 소주가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적은 2000년 한국과 유럽연합 주세율 협정에 따라 소주 주세율이 35%서 72%로 인상될 때다. 2010년에는 출고가 960원, 소비자가 1080원이다.

5월부터 출고가는 1081.2원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현재 소비자가격은 1650원 수준으로 최소 100원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병당 4000~4500원으로 판매되는 식당·주점에서는 소주 가격이 5000원으로 오를 곳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소주와 맥주를 공급하는 H회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해보니 인건비가 올랐다”며 “매출 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을 계산해보니 2016년과 2017년 27~29%에 비해 20%가 떨어져 최저임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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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