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의미와 한계

간통에 낙태…다음은 동성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지 66년 만이다.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에 헌재의 판단이 달라졌다. <일요시사>가 헌재의 낙태죄 판결을 분석해봤다.
 

▲ 낙태죄 폐지 기자회견 갖는 관련단체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인공 임신 중절수술, 즉 낙태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는 오전부터 낙태죄 폐지와 유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집회로 치열한 장외전이 벌어졌다.

폐지 vs 유지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각계 단체들의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낙태죄 폐지 반대 전국민연합이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맞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일반시민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오후 2,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에 시한을 두는 것이다.

헌재는 202012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하되 그때까지 현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되지 않으면 202111일부터 낙태죄의 효력은 상실된다. 헌재는 2012년 낙태죄 처벌은 합헌이라고 결정한 후 7년 만에 판단을 뒤집었다. 1953년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이다.


지난 11일 헌재는 산부인과 의사 A씨 등이 제기한 형법 2691항 및 270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판단했다. A씨는 201311월부터 2015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 낙태)로 기소되자, 1심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2017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재판관 4(헌법불합치)3(단순위헌)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해 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이 위헌,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이 합헌을 결정했다. 9인의 재판관 중 7인이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단한 셈이다.

형법 2691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같은 법 270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66년 만에 폐지 결정
7년 만에 판단 달라져

모자보건법 14조에 따르면 의사는 대통령령서 정한 정신장애 및 질환이 있거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한 혈족·인척 간 임신,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만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다.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했다.

헌재는 낙태를 전면 반대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현행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에 근본적·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임신 유지 여부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신 22주 전까지는 여성에게 아이를 낳을지 말지에 대한 결정 권한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할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사후 조치를 종합해 투입하는 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실효적인 수단이라며 형벌 여부가 낙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실제 형사 처벌 사례도 매우 드물어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 생명 보호를 실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헌재는 낙태가 범죄 행위로 규율되면서 낙태 관련 상담이나 교육이 불가능하고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될 수 없다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고, 비싼 수술비를 감당해야 해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기 쉽지 않다. 헤어진 남성의 복수 수단, 가사·민사 분쟁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낙태 수술을 시행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위헌으로 봐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자기낙태죄가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22주 전까지 여성에 결정 권한 ”
진보성향 재판관 늘었기 때문?

해당 법 조항의 효력을 선고 즉시 상실시키는 단순 위헌 판결을 내린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서 더 나아가 이른바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임신 14주 무렵까지인 임신 제1삼분기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위헌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합헌 판결을 내린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인간의 존엄성과 법익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법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지난 2012년 자기낙태죄에 대해 합헌 판단한 헌재의 결정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소수 의견을 냈다.

헌재는 20128월 의사낙태죄는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서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관의 판단은 44로 갈렸다.
 

헌재의 판단 이후에도 낙태죄 유지와 폐지를 두고 사회적 대립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후 헌재는 지난해 2월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 위헌 여부를 두고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심리해왔다.

헌재의 판단이 7년 만에 뒤바뀐 것은 재판관의 성향이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재판관 구성이 진보 성향 인사로 대거 물갈이되면서 낙태죄 위헌 판단은 이미 예견됐던 사실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2012년 낙태죄 합헌 판단을 내렸던 재판관들은 모두 퇴임한 상태다. 새로 구성된 6기 재판관 9명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선애 재판관 3명을 제외하곤 모두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임명됐다.

헌재의 진보색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됐던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의 임기가 이달 말이면 끝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재판관의 후임으로 문형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지명했다. 현재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인데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앞으로도?

두 후보자가 모두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되면 9명 가운데 6명이 진보 성향으로 채워진다. 이후 동성애나 국가보안법, 사형제 등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진보적 성향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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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