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최윤영의 ‘절도’ 속사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02 11: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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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 볶으며 잘 사는 줄 알았더니…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시원시원한 몸매와 서글서글한 듯 오묘한 눈빛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최윤영. 보스턴대 출신인 이 미모의 엄친딸이 지인의 집에서 260만원을 훔쳐 충격을 주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살줄 알았던 그녀가 뭐가 아쉬워 남의 지갑에까지 손을 댔을까. 2년 전 마지막 인터뷰 이후 종적을 감췄던 그녀에게 그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윤영은 지난달 20일 오후 1시쯤 평소 언니라 부르며 친하게 지내던 김모(41)씨의 청담동 집에 놀러갔다. 차를 내온 김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최윤영은 두둑한 현금이 들어 있는 지갑을 발견했고 차를 마신 후 “이만 가야겠다”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급히 빠져나온 최윤영의 품에는 김씨의 지갑이 있었다.

뻔뻔 ‘오리발’
 
최윤영이 김씨의 집에서 갖고 나온 80만원 상당의 명품지갑 안에는 현금 80만원과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10장이 들어 있었다. 그 돈은 김씨가 가사 도우미에게 줄 월급이었다고 한다.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난 직후 김씨는 최윤영에게 “지갑이 없어졌다”며 이 문제에 대해 상의했다. 그러나 최윤영은 태연히 “꼭 지갑을 찾았으면 좋겠다. 잘 찾아보라”고 함께 걱정하고 당부했고, 김씨가 “경찰에 도난신고를 해야겠다”고 말했음에도 최윤영은 마치 자신과 관련한 일이 아닌 듯 별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설마 최윤영이 자신의 지갑에 손댔을 리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22일까지 지갑을 찾지 못하자 수표 지급정지를 위해 도난신고를 했다. 이후 은행 CCTV를 통해 최윤영이 훔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장면을 확인한 뒤 충격에 빠졌다.

경찰조사에서 최윤영은 절도 혐의를 대부분 시인하면서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쓰고 뒤에 말하려고 했는데 시기가 맞지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1995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선을 차지한 최윤영은 미국 명문대학인 보스턴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를 취득한 재원이다. 이듬해 배용준, 이영애가 주연을 맡았던 KBS 드라마 <파파>로 연예계에 데뷔, <미스터 큐>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선녀와 사기꾼> 등에 출연했으며, 영화 <투사부일체>등에 출연해 인기를 쌓아왔다.

2003년부터는 요가 사업에 뛰어들어 국내에 요가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최윤영은 인도에서 직접 요가를 사사받은 후 한국으로 돌아와 비디오 출시는 물론 청담동에 150평 규모의 요가전문 스튜디오 ‘퓨어요가’를 설립해 3곳의 직영점과 17곳의 프랜차이즈 요가센터를 열면서 성공한 CEO로 주목받았다. 최윤영의 성공에 옥주현, 현영 등의 연예인들도 요가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보스턴대 출신 ‘엄친딸’에 새긴 ‘절도범’ 주홍글씨
요가사업 실패·재미사업가 남편 알고 보니 빈털터리

최윤영은 또 2007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활약하는 등 사회활동에도 열심이었다. 2009년 미국 맨해튼에서 3살 연하의 재미사업가와 결혼, 슬하에 예쁜 딸까지 뒀다.

당시 최윤영은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결혼식은 가족과 친지만 참석해 아쉬웠다”면서 “2011년 4월 한국에서 다시 한 번 제대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소식이 없었다.

미국에서 깨소금 같은 신혼생활로 행복할 줄만 알았던 최윤영이 절도를, 그것도 연예인이라기엔 좀도둑 수준의 행각을 벌였다니. 지난 2년 간 최윤영에겐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최윤영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전한다. 대규모로 펼친 요가사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많은 빚을 졌고, 사업가였던 남편도 특별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연예프로그램은 지난 6월27일 최윤영의 재정상태를 파악하던 중 “최윤영의 요가학원은 이미 1년 6개월 전에 문을 닫았고, 당시 건물 주차요금도 두 달 동안 밀릴 정도로 재정상황이 안 좋았다”는 요가학원 건물 주차요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최윤영의 ‘습관성 도벽이 아니냐’란 지적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최윤영에게 생리 때마다 물건을 훔치는 이른바 ‘생리도벽’같은 심신장애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라며 정신적 문제를 근본 이유로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의 절도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연예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이런 사태를 빚었다는 시각도 있다. 연예인 생활을 하다보면 인기에 따라 잘 벌 때는 돈을 잘 벌고 못 벌 때는 못 버는 롤러코스터 같은 수입구조를 갖게 된다.

이 경우 수입이 들쑥날쑥해서 돈 관리에 어려움이 있고, 사업에 실패했을 경우 연예인 신분으로 다른 직업을 찾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범죄에 빠져들 가능성도 높아진다. 잇따른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 젝스키스 멤버 강성훈이나, 부녀자 납치강도 사건으로 구속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동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습관성 도벽?

한편 현재 최윤영과 지인인 김씨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검찰로 송치된 최윤영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처벌수위가 낮아질 전망이다.

사건이야 어떻게든 종결되겠지만 향후 그녀의 앞길에는 수치스런 ‘절도범 꼬리표’가 영원히 붙어 다닐 것이다. 세간에 드러난 사연보다 더 안타까운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 절벽에 몰린 절도 사건의 시시비비가 조속히 가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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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