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새해캠페인> 斷③ 심신 갉아먹는 ‘중독’밀착해부

‘알게 모르게 빠졌다’가 죽음에 풍덩(?)


인터넷 활성화, 다양한 문화 유입 여파 각종 중독자 늘어
온라인게임·채팅·쇼핑·포르노 중독 낳는 인터넷 중독

대한민국이 중독에 빠졌다. 과거에는 중독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술이나 마약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 자극적이고 다채로운 문화의 유입은 더욱 다양하고 빠져들기 쉬운 중독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가 아닌 자신만의 세계에서 만족감을 찾는 외로운 현대인들은 중독에 더욱 노출되어 있다. 어느 한 분야에 외골수로 빠져드는 경향이 중독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게임, 명품, 성형, 섹스, 도박 등 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각종 중독은 바로 옆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2009년에는 반드시 끊어야 할 ‘중독’의 세계를 파헤쳤다.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중독의 사전적 의미다. 모든 중독행위는 ‘쾌감중추의 자극’과 ‘도파민 호르몬의 분비’라는 뇌 활동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어딘가에 깊이 몰두해 병에 이른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그 무엇 때문에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중독자’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중독자가 증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독될 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자극적인 문화가 밀려오는데다 인터넷은 어떤 분야든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중독증상은 특정한 문제가 있는 이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쉽게 발견되는 현상이 됐다.


현실과 사이버 혼돈
각종 범죄 부르기도

여러 중독 중 접근과 노출이 가장 쉬운 것은 인터넷 중독이다. 인터넷 인구가 늘어난 만큼 컴퓨터 앞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접한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자유선진당) 의원에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학생 대상의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결과 ‘인터넷 고위험사용자군’으로 분류된 학생이 9만9584명에 달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빠져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이 몰입해 시간이 지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수많은 정보가 있고 놀 거리가 있는 사이버 세상에 빠져 있는 동안 사람들은 현실의 불안감이나 고통에서 해방되는 즐거움을 느낀다.

클릭 한번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을 감추고 활동할 수 있다는 점, 현실 속에서 억압되었던 공격성과 충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인터넷의 매력이다.

인터넷 중독은 또 다른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중독, 채팅중독, 인터넷쇼핑중독, 인터넷도박중독, 포르노중독 등 개인과 가정, 사회의 기반과 경제까지 흔드는 중독들이다.

이 중독들은 다른 범죄를 파생시키기도 한다. 일례로 폭력적인 온라인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현실과 사이버공간을 구분하지 못하고 폭행,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성인물에 빠져 화면 속에서 본 데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것 또한 인터넷 중독이 만든 현상이다.


이처럼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인터넷 중독을 극복하는 첫 단계는 본인이 중독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 다음엔 어떤 경우에 인터넷을 찾는지를 체크하고 유발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찾는 것도 중독에서 헤어 나오는 방법 중 하나다. 청소년의 경우 학업·직업·약물·가족·대인관계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합적인 상담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의 시선을 끌고 싶거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또는 부족한 자신감을 찾으려다 중독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중 하나는 명품 중독증. 최악의 불황에도 명품브랜드의 매출만큼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현실이 명품중독에 빠진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명품에 빠져 카드를 긁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성매매를 하는 여대생, 사채를 빌려 명품을 샀다가 사채업자들에게 고초를 당하는 주부 등 명품중독이 낳은 폐해도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일부 젊은 여성들에게 해당됐던 명품중독은 이제 남녀노소와 수입정도를 불문해 나타나고 있다. 명품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년남성들도 명품족 또는 된장남 대열에 합류해 천박한 소비생활을 일삼기도 한다.

명품을 사기 위해 1년 간 모은 아르바이트 급여를 쏟아 부었다는 중학교 2학년 A군도 명품중독에 빠진 케이스다.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명품에 눈을 떴다는 A군이 처음 명품을 구입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다.

당시 A군은 점찍어둔 루이비통 반지갑을 사기 위해 3년여 간 모았던 비상금을 썼다. 60만원을 호가하는 지갑을 사기 위해 세뱃돈을 모은 통장과 돼지저금통까지 과감히 깬 A군은 당장 명품관으로 달려가 꿈에 그리던 지갑을 샀다고 한다.

그러나 지갑을 사자마자 또 다른 명품이 눈에 들어왔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시계를 본 순간 지갑은 A군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밤낮없이 시계가 눈앞에 아른거리던 어느 날, A군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시계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며칠 뒤 주유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고 꼬박 1년을 일해 700여만원을 모아 원하던 시계를 샀다.

된장녀와 성형 미인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

무려 1년을 계획하고 땀 흘려 사고 싶은 명품을 샀지만 A군의 만족감이 모두 채워진 것은 아니다. 그는 더욱 값비싸고 마음에 드는 명품이 생기면 손목에 찬 시계가 하찮게 느껴질 것이고 명품중독으로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명품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대체로 신체적 콤플렉스 등의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자신이 처한 사회적 신분이나 계층에 피해의식을 가졌다고 말한다. 또 공허한 내면을 물질로 채우려는 욕심도 명품중독으로 이끈다고 한다.

성형중독과 다이어트중독 역시 명품중독과 같은 맥락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외모를 바꿈으로써 부족한 자신감이 채워지길 기대하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

잦은 성형수술로 얼굴이 변형된 ‘선풍기 아줌마’로 그 심각성이 알려진 성형중독은 지금도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이 시달리고 있는 중독이다. 정신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부작용의 위험에도 노출된 성형중독자들은 지금도 거울 앞에서 손 댈 곳을 찾고 있다.


폭식증과 거식증까지 부를 수 있는 다이어트 중독증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몸무게가 40kg도 안 되는 여성이 아직도 뚱뚱하다며 다이어트 약을 밥 먹듯 먹는 영상은 이제 충격을 주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명품, 성형, 다이어트 등 자신감의 부족에서 나타나는 중독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가진 장점과 매력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어떤 치료도 허사라는 것.

극심한 충동을 이기지 못해 강박적으로 섹스에 매달리는 ‘섹스중독’도 최근 많은 이들이 시달리는 중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섹스중독은 성도착증과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이나 겪는 증상이라는 의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섹스중독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중독 중 하나다. 특히 포르노에 빠진 이들 가운데 이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져 정상적인 성관계에는 만족하지 못해 변태적인 섹스를 원하거나 지나치게 섹스에 대한 생각에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등 부작용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일도 운동도 적당히
욕심이 화 불러

섹스중독자들은 또 스와핑, 원조교제, 성매매 등 금기된 성관계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아내나 연인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큰 자극을 얻으려는 것.


이에 대한 욕구는 알콜이 더해졌을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술자리를 하면 2차를 나가서라도 꼭 섹스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 섹스중독자에 분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섹스중독은 남성들에게만 해당하는 증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의외로 여성들 가운데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떠오르는 섹스 생각에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편과의 성관계가 뜸해져 자위행위에 집착하는 중년여성의 사례, 채팅 등을 통해 낯선 남성을 만나서라도 욕구를 채우고 마는 사례 등이 이를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섹스 중독증이 병의 성격상 완치가 힘들고 재발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확인하는 즉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들로 인해 다시 불거진 ‘도박중독’ 역시 오랜 세월동안 뿌리 뽑히지 않는 중독 중 하나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쉽고 빠르게 한몫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도박중독에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덕분에 카지노 노숙자, 사기도박피해자 등 도박중독의 덫에 걸린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더군다나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미성년자들까지 도박에 빠져드는 세태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도박중독. 전문가들은 다른 중독에 비해 빠져나오기 쉽다고 말한다. 물론 당사자의 의지와 노력, 가족의 도움과 상담기관, 병원 등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

앞서 말한 중독과는 달리 ‘나도 한번 중독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할 만한 중독도 있다. 일중독과 운동중독이 그것. 그러나 이 두 가지도 정도를 넘어서면 매우 위험하다. ‘슈퍼 직장인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일중독증은 근무시간이나 퇴근 후나 온통 일 생각으로 가득 차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증상을 말한다. 

다른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반면 일중독에 걸린 사람들은 성실한 사람이나 능력 있는 사람으로 칭찬받기 때문에 질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중독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알콜 중독, 우울증, 자살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명백한 질병이란 점에서 그 위험성이 있다.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불안한 운동중독 역시 죽음을 초래하기도 하는 무서운 중독이다. 운동중독자들이 심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운동을 할 때 느끼는 일종의 황홀감 때문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희열을 맛본다는 것.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의 법칙이 통한다. 몸이 감당해내기 힘든 과도한 운동은 족관절 인대 손상, 십자인대 손상 등의 역효과를 가져온다. 좋아하는 운동을 오래하고 싶다면 스스로 몸에 맞는 강도를 조절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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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