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②> <국회의원 153명에게 물었다> 이명박 정부 ‘중간 점검’


“경제 위기 극복에 힘써라.”
<일요시사> 설문에 참여한 국회의원 153명 중 86%정도가 이명박 대통령이 시급히 해야 될 과제로 경제 위기 극복을 손꼽았다. 또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1년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의 국회의원이 ‘잘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위기를 잘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시각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요시사>는 기축년을 맞아 18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를 비롯해 ‘2009년 한국 경제’를 전망해봤다.

<일요시사>는 여야 국회의원 153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월1일부터 20일간에 걸쳐 서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1996년 IMF 시절보다 현 한국 경제 위기 상황이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IMF때와 현 한국 경제 위기상황을 비교해 볼 때 어떤가’라고 묻는 질문에 ‘안 좋다’라는 의견이 43%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비슷하다(33%)’, ‘매우 안 좋다(18%)’, ‘현 상황이 더 낫다(6%)’ 순으로 조사됐다.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1년 평가

취임 1주년을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부정적인 평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1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설문에 응답한 국회의원 가운데 35%가 ‘매우 못했다’고 답했다. 또 26%도 ‘못했다’고 밝혀, 무려 61%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낙제점’을 줬다.

반면 ‘보통이다’고 답한 응답자는 31%였고, ‘잘했다’고 밝힌 국회의원은 8%에 그쳤다. 눈에 띄는 점은 ‘매우 잘한다’고 평가한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결과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와도 대동소이하다. 이 대통령을 일반 국민보다 더욱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이 대통령과 함께 일을 해가는 국회의원들이 느끼는 ‘실망감’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요시사> 설문과정에서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쇠고기 파동’, ‘강부자 내각’, ‘경제위기에 따른 국내경제 악화’ 등이 이 대통령의 발목을 받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강부자(강남 땅 부자) 내각’ 논란으로 여성부 이춘호·통일부 남주홍·환경부 박은경 내정자가 잇따라 사퇴했다. 또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되고, 한 언론사에서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방송이 방영되면서 ‘촛불 시위’로 번졌다. 더 나아가 ‘이명박 퇴진론’까지 거론됐다. 게다가 미국발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이 대통령의 7·4·7공약도 폐기되었던 것.

한국 경제위기 회복 시기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차 구상으로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위기 극복 시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가운데 ‘한국 경제 위기가 회복될 시기는 언제인가’라는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2년 후(2010년)’란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내년 하반기’이란 응답자는 31%로 나타난 반면, ‘내년 상반기’란 응답은 1%에 그쳤다. 또 ‘3년 후(2011년)’는 14% 불과했고, ‘모름, 무응답’은 7%. 국회의원들은 경제 회복 시기를 내년 하반기에서 2011년으로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경제회복 시기를 이같이 전망한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 침제’가 한국 경제 위기론으로까지 대두되었다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2년 후’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국제적인 금융위기와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경제침체는 우리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내부적인 노력과 함께 국제환경이 개선되어야만 국내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 때문에 그 시기는 2년 후쯤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의원은 “거품이 완전히 제거되어 세계 경제가 동반 상승하는 시기까지 자력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년 후에나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내년 하반기’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제상황의 어려움은 국내 문제라기보다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동반 침체현상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국내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조치(30조원 유동성 자금 투입 등)와 미국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 통과 및 오바마 신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내년 상반기’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IMF위기 극복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쯤이면 경제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름, 무응답’으로 응답한 한 의원은 “예측하기가 힘들다”며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세계 경제가 좋지 않아 빠른 시일 안에 회복은 힘들다. 그러므로 경기회복 속도가 천천히 이뤄질 것이고 현재 수정해 가고 있는 정책이나 부양책들이 효과를 보는 데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 시급한 해결 과제

‘이명박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 의원 가운데 86%가 ‘경제 위기 극복’이라고 답했고 ‘사회 양극화를 해결해야 된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해결’이라는 응답은 3%, ‘지역통합’도 2%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야 된다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남북관계와 우리나라 고질병 중 하나인 지역갈등 해소라고 응답한 국회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기타 의견(4%)으로는 무너진 사회질서 회복, 교육개혁, 신뢰회복 등이 나왔다.

<일요시사> 설문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된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해결해야 될 문제를 순서대로 나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앞으로 주력해야 될 분야

국내 경제 위기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3월 위기설’ 등이 대두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원들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주력해야 될 분야’ 가운데 무려 80%가 경제라고 응답했다. 반면 ‘빈부격차 해소’라고 답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정치’라고 답한 의원은 2%로 나타났다. ‘기타’도 6%에 달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올바른 역사 정립, 남북관계 개선, 교육 개혁, 법질서 확립, 신뢰 회복이라고 응답하는 의원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정책 중 기대되는 분야

‘정책 중 기대되는 분야는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국회의원들은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바로 세우자·37%)’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7·4·7공약(10%)과 부동산 대책(5%), 한반도 대운하(2%)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기타의견도 8%에 달했다.

기타의견으로는 수도권 규제 완화 6%, 친환경 녹색성장 2%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 응답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38%는 ‘없다’고 답해 이명박 정부 정책에 기대할 것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명박 정부 향후 행보

‘남은 임기 동안 이명박 정부가 위기를 잘 대처해날 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응답한 의원들의 의견이 팽팽했다. ‘잘할 것’이란 응답자가 52%를 차지했고 ‘못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48%나 됐다. 이 같은 결과는 국회의원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여전히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요시사> 설문과정에서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집권 1년차에 충분한 학습이 됐기 때문에 2009년부터는 총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의원은 “나라가 위기를 만나면 목숨을 던지는 것이 ‘선비의 도리’라는 말처럼 어려운 여건에서의 정권 교체 후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고 잃었던 정책에 대한 신뢰를 차츰 회복할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안정적 국면에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정치 발전 및 국가 부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지나치게 특정지역, 특정계층, 특정 이념 등을 지향하고 있고 지극하게 편협하고 배타적, 폐쇄적 리더십을 정부 지도층과 여당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책대안을 모색해가고 있는 정치·경제적 현실을 도외시한 채 여전히 시장주의적 접근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남북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책들로 인해 사회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뼈있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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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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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