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①> 정치권 강타 숨은 뒷이야기 대공개

속으론 요란해도 겉은 조용하게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치권은 연말 연례행사였던 ‘극한 대치’ 상황을 또 다시 재현 중이다. 한편에서는 2008년을 되돌아보면서 숨은 뒷이야기를 꺼내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선 “당을 위해 자신이 통과시킨 법안을 뒤집는 의원이 있다”, “H의원은 언론을 이용하려다 언론인 사이에서 신임을 잃어버렸다”는 등의 말들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계파를 넘나들며 주류로 활동하려는 의원들도 많다. 비주류보다는 주류에서 활동해야 향후 정치 행보에 득이 될 수 있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서라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는 곧 정치 생명에만 눈이 멀어 뚜렷한 주관 없이 휩쓸려 다닌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올 한 해 정치권의 숨은 뒷얘기를 조명해봤다.


정치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경제 위기론 등으로 정치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샅바싸움’에만 관심이 많은 듯하다. 국민들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한 채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인들에 대한 뒷담화가 화제다. 의원들이나 보좌관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이명박 대통령을 시작으로 모든 정치인들이 한 번씩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만큼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꼬집으며 비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아가 사석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괴담’이나 ‘사생활’ 등을 술안주로 삼기도 한다.

MB 뒷담화 가장 많이 거론?
여야 인사, 사석선 정보교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여야 보좌관들이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이때만큼은 여야 구분이 없다. 서로간의 정보를 교류하기도 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서슴없이 토론을 한다”며 “의원들끼리 서로 대화를 하면서 다른 의원에 대한 뒷얘기도 간혹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여야 보좌관들은 친분이 두텁다. 학교 선후배 관계도 많을 정도다. 이 때문에 서로 간의 정보 교류를 비롯해 의원들의 사생활에 대한 얘기가 농담조로 오가기도 한다. 의원들 역시 야당 의원은 여당 의원, 여당 의원은 야당 의원을 주타깃으로 뒷담화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뒷담화에 오르내리는 인사는 과연 누가 있을까. ‘권력의 1인자’로 불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괴담은 마친 진짜 있었던 일처럼 들릴 정도다. 4대강 정비 사업을 둘러싼 괴담이 대표적이다.

야당에선 “대운하를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여당에서는 “대운하 사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당 일부에서는 대운하 사업을 위한 구상은 이미 끝났고 시기 조율만 남았다는 등 갖가지 괴담이 하루가 멀다시피 회자되고 있다.


실제 대선 캠프 당시 36개 건설사 사장 등이 모여 2주마다 대운하 추진을 위한 모임을 가지기도 했을 뿐 아니라 업체 간의 사업자 선정도 이미 완료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대권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기업들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별명은 불도저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대운하는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언젠간 추진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건설사 간에 뒷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이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연을 놓고 말들이 많다. 경제 위기론이 대두됨에 따라 여권과 야권에서는 강만수 사퇴론이 제기됐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강 장관을 해임하지 않고 현재까지 한 배를 타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1980년도에 소망교회에서 처음 만났고, 이 대통령의 장로가 강 장관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을 해임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통령의 주변인물에 대한 뒷얘기도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L씨가 대표적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L씨는 음주문화에만 흠뻑 젖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난히 A기업에 입사했는데 이 대통령이 가장 안심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곳이 A기업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L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L씨가 유흥업소 등을 다니지 못하게 하는 등 금족령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이 대통령를 적극 도왔던 Y인사도 거론된다. 보이지 않는 실세로서 이 대통령에 각종 조언을 해주기도 했지만 이들 간의 불화가 시작되면서 이 대통령은 Y인사가 기획한 모든 것들을 ‘누락’시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왕따’였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P씨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다. 이 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에게 평이 좋지 않았고 이 대통령 역시 “제발 고개 좀 숙여라”고 말했을 정도로 거만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뒷얘기도 많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내에 야당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해 “정부의 말을 믿어야 된다”고 말해 과거와는 유화적인 표현을 썼다. 그 이면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아킬레스건 ‘가족’
“K의원과 오찬 두렵다”

실제 박연차 리스트가 나돌면서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였다. 당시 민주당 A최고위원, S·L의원을 잡으려다가 박 전 대표를 잡겠다는 말이 나돌았다. 박 전 대표 핵심 3인방으로 불리는 K·Y·K씨가 모두 연루되면서 정치권의 수사가 종결됐다는 것.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모습과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잖다.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월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웨딩홀에서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40)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식장에는 1천여 명의 하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지만, 박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신 교수가 정치적인 의도를 품고 박 전 이사장과 결혼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더 나아가 “그동안 박 전 대표와 가족 간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가족들과 일정부분 선을 긋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갖가지 뒷얘기도 심상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내부에서 월박, 복박이 거론되면서 의원들의 계파별 성향도 나돌고 있다. 문제는 계파 성향표가 나도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한나라당 L의원은 계파 성향표를 만들어 최신형으로 업데이트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의원 계파성향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상과 일맥상통하는 의원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든다는 것이다. 다분히 정치적 발을 넓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J·K의원은 비주류 계파보다는 주류계파에 줄서기를 좋아한다는 말도 있다. 향후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자신의 뚜렷한 주관 없이 권력을 따라다닌다는 얘기다.


사실 J의원은 손학규계, K의원은 정동영계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J·K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전 장관의 측근이라고 말했다. 또 손학규 전 대표가 민주당 당대표로 등극할 당시에는 손학규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세균계 인사로 분류되면서, 계파를 넘나들며 이른바 ‘박쥐정치’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비난의 봇물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성품을 비롯해 사생활 등 갖가지 뒷얘기들이 여의도 정가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K의원은 정치권 내에서 평판이 안 좋다는 후문이다.

전직 K의원과 함께 일했던 관계자는 사석에서 “K의원은 임기응변이 제로에 가깝다. 모든 법안 등에 대해 자신이 읽고 이해할 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의원은 말문이 막힌다”며 “또한 절대 자기 돈을 쓰지 않는 자린고비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K의원은 뒤에서 경적을 울려도 차안에서 전화통화를 다 끝낸 다음에야 내린다고 한다. 또한 입는 양복도 3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비싼 양복 구입은 가까운 지인을 통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인 100여만원에 구입한다는 게 K의원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특권의식에 젖은 정치인
“내년엔 초심 잃지 말라”


뿐만 아니라 국회부의장 선거 당시에 자신과 같은 계파였던 인사가 직접 방문해 지지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지만 그 의원에게 “다른 분을 찍겠다”고 말해 변덕스러운 정치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했다.

한나라당 K의원을 둘러싼 재미난 얘기도 있다. K의원실 보좌관, 비서관들은 K의원과 오찬을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게 정치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점심식사가 꾸중식사라는 이유에서다. K의원은 각종 행사를 직접 챙길 뿐 아니라 미흡한 점이 있다면 곧바로 보좌관, 비서관들을 질책한다고 한다. 성격이 매우 꼼꼼할 뿐 아니라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K의원 측 관계자는 “도대체 무슨 힘이 남아서 그러는 지 모르겠다. 오찬회동마다 매일 깨지니 밥 먹다가 체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S의원은 신기(神氣)가 있다’는 등의 각종 뒷얘기도 나돌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2008년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정치권에서는 수많은 뒷얘기가 난무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해 좋지 않은 소문에 휘말리더라도 특권의식에 젖어 이를 시정하거나 변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만큼 신중하고 겸손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인 영리 추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활동을 하길 바란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정치인의 본분에 맞게 행동하길 바랄 뿐 아니라 다가오는 2009년에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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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