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①> 정치권 강타 숨은 뒷이야기 대공개

속으론 요란해도 겉은 조용하게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치권은 연말 연례행사였던 ‘극한 대치’ 상황을 또 다시 재현 중이다. 한편에서는 2008년을 되돌아보면서 숨은 뒷이야기를 꺼내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선 “당을 위해 자신이 통과시킨 법안을 뒤집는 의원이 있다”, “H의원은 언론을 이용하려다 언론인 사이에서 신임을 잃어버렸다”는 등의 말들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계파를 넘나들며 주류로 활동하려는 의원들도 많다. 비주류보다는 주류에서 활동해야 향후 정치 행보에 득이 될 수 있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서라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는 곧 정치 생명에만 눈이 멀어 뚜렷한 주관 없이 휩쓸려 다닌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올 한 해 정치권의 숨은 뒷얘기를 조명해봤다.


정치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경제 위기론 등으로 정치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샅바싸움’에만 관심이 많은 듯하다. 국민들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한 채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인들에 대한 뒷담화가 화제다. 의원들이나 보좌관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이명박 대통령을 시작으로 모든 정치인들이 한 번씩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만큼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꼬집으며 비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아가 사석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괴담’이나 ‘사생활’ 등을 술안주로 삼기도 한다.

MB 뒷담화 가장 많이 거론?
여야 인사, 사석선 정보교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여야 보좌관들이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이때만큼은 여야 구분이 없다. 서로간의 정보를 교류하기도 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서슴없이 토론을 한다”며 “의원들끼리 서로 대화를 하면서 다른 의원에 대한 뒷얘기도 간혹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여야 보좌관들은 친분이 두텁다. 학교 선후배 관계도 많을 정도다. 이 때문에 서로 간의 정보 교류를 비롯해 의원들의 사생활에 대한 얘기가 농담조로 오가기도 한다. 의원들 역시 야당 의원은 여당 의원, 여당 의원은 야당 의원을 주타깃으로 뒷담화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뒷담화에 오르내리는 인사는 과연 누가 있을까. ‘권력의 1인자’로 불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괴담은 마친 진짜 있었던 일처럼 들릴 정도다. 4대강 정비 사업을 둘러싼 괴담이 대표적이다.

야당에선 “대운하를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여당에서는 “대운하 사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당 일부에서는 대운하 사업을 위한 구상은 이미 끝났고 시기 조율만 남았다는 등 갖가지 괴담이 하루가 멀다시피 회자되고 있다.


실제 대선 캠프 당시 36개 건설사 사장 등이 모여 2주마다 대운하 추진을 위한 모임을 가지기도 했을 뿐 아니라 업체 간의 사업자 선정도 이미 완료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대권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기업들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별명은 불도저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대운하는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언젠간 추진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건설사 간에 뒷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이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연을 놓고 말들이 많다. 경제 위기론이 대두됨에 따라 여권과 야권에서는 강만수 사퇴론이 제기됐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강 장관을 해임하지 않고 현재까지 한 배를 타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1980년도에 소망교회에서 처음 만났고, 이 대통령의 장로가 강 장관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을 해임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통령의 주변인물에 대한 뒷얘기도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L씨가 대표적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L씨는 음주문화에만 흠뻑 젖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난히 A기업에 입사했는데 이 대통령이 가장 안심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곳이 A기업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L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L씨가 유흥업소 등을 다니지 못하게 하는 등 금족령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이 대통령를 적극 도왔던 Y인사도 거론된다. 보이지 않는 실세로서 이 대통령에 각종 조언을 해주기도 했지만 이들 간의 불화가 시작되면서 이 대통령은 Y인사가 기획한 모든 것들을 ‘누락’시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왕따’였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P씨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다. 이 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에게 평이 좋지 않았고 이 대통령 역시 “제발 고개 좀 숙여라”고 말했을 정도로 거만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뒷얘기도 많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내에 야당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해 “정부의 말을 믿어야 된다”고 말해 과거와는 유화적인 표현을 썼다. 그 이면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아킬레스건 ‘가족’
“K의원과 오찬 두렵다”

실제 박연차 리스트가 나돌면서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였다. 당시 민주당 A최고위원, S·L의원을 잡으려다가 박 전 대표를 잡겠다는 말이 나돌았다. 박 전 대표 핵심 3인방으로 불리는 K·Y·K씨가 모두 연루되면서 정치권의 수사가 종결됐다는 것.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모습과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잖다.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월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웨딩홀에서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40)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식장에는 1천여 명의 하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지만, 박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신 교수가 정치적인 의도를 품고 박 전 이사장과 결혼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더 나아가 “그동안 박 전 대표와 가족 간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가족들과 일정부분 선을 긋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갖가지 뒷얘기도 심상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내부에서 월박, 복박이 거론되면서 의원들의 계파별 성향도 나돌고 있다. 문제는 계파 성향표가 나도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한나라당 L의원은 계파 성향표를 만들어 최신형으로 업데이트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의원 계파성향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상과 일맥상통하는 의원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든다는 것이다. 다분히 정치적 발을 넓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J·K의원은 비주류 계파보다는 주류계파에 줄서기를 좋아한다는 말도 있다. 향후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자신의 뚜렷한 주관 없이 권력을 따라다닌다는 얘기다.


사실 J의원은 손학규계, K의원은 정동영계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J·K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전 장관의 측근이라고 말했다. 또 손학규 전 대표가 민주당 당대표로 등극할 당시에는 손학규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세균계 인사로 분류되면서, 계파를 넘나들며 이른바 ‘박쥐정치’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비난의 봇물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성품을 비롯해 사생활 등 갖가지 뒷얘기들이 여의도 정가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K의원은 정치권 내에서 평판이 안 좋다는 후문이다.

전직 K의원과 함께 일했던 관계자는 사석에서 “K의원은 임기응변이 제로에 가깝다. 모든 법안 등에 대해 자신이 읽고 이해할 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의원은 말문이 막힌다”며 “또한 절대 자기 돈을 쓰지 않는 자린고비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K의원은 뒤에서 경적을 울려도 차안에서 전화통화를 다 끝낸 다음에야 내린다고 한다. 또한 입는 양복도 3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비싼 양복 구입은 가까운 지인을 통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인 100여만원에 구입한다는 게 K의원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특권의식에 젖은 정치인
“내년엔 초심 잃지 말라”


뿐만 아니라 국회부의장 선거 당시에 자신과 같은 계파였던 인사가 직접 방문해 지지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지만 그 의원에게 “다른 분을 찍겠다”고 말해 변덕스러운 정치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했다.

한나라당 K의원을 둘러싼 재미난 얘기도 있다. K의원실 보좌관, 비서관들은 K의원과 오찬을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게 정치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점심식사가 꾸중식사라는 이유에서다. K의원은 각종 행사를 직접 챙길 뿐 아니라 미흡한 점이 있다면 곧바로 보좌관, 비서관들을 질책한다고 한다. 성격이 매우 꼼꼼할 뿐 아니라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K의원 측 관계자는 “도대체 무슨 힘이 남아서 그러는 지 모르겠다. 오찬회동마다 매일 깨지니 밥 먹다가 체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S의원은 신기(神氣)가 있다’는 등의 각종 뒷얘기도 나돌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2008년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정치권에서는 수많은 뒷얘기가 난무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해 좋지 않은 소문에 휘말리더라도 특권의식에 젖어 이를 시정하거나 변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만큼 신중하고 겸손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인 영리 추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활동을 하길 바란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정치인의 본분에 맞게 행동하길 바랄 뿐 아니라 다가오는 2009년에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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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