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국세청 ‘재벌 압박’ 막전막후

정권말 느닷없는 ‘세풍’…까불다간 쓸려간다 “조심해”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재계 저승사자’ 국세청의 매서운 칼바람이 재계에 불어 닥쳤다.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기업이 잇달아 조사를 받고 있다. 재계는 이번 조사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세청은 정기조사라는 입장이지만 그 기간과 강도가 여느 때와 달라서다. 그야말로 먼지 하나까지 털어내겠다는 기세다. 바짝 긴장한 재계는 조사 배경을 찾고 있지만 딱히 이렇다 할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당연히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는 상황. 국세청이 이제 막 삼성전자에서 4700억원을 추징해 낸 터라 더욱 그렇다.

최근 재계에 불어 닥친 국세청의 칼바람이 매섭다. 국세청은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동시다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작 1주일 사이에 4대 그룹 주요계열사를 차례로 털고 있다.
신호탄은 LG전자였다. 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달 23일 10여명의 조사요원을 투입해 LG전자 세무기본조사에 들어갔다. 형식은 정기세무조사이지만 추가로 2~3개 조사반이 투입될 가능성도 감지됐다. 조사기간도 5개월로 통상 3~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정기조사보다 길다.

신호탄은 LG전자
SK건설엔 조사4국

이어 지난달 25일엔 SK건설에 조사4국 요원 10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는 지난 1999년 한진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200여명을 투입한 이후 최대규모다. SK건설에 대한 세무조사는 조사4국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특별조사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특별세무조사 전담부서인 조사4국은 비자금 조성 혹은 탈세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 사전예고 없이 투입된다.

닷새 뒤인 30일에는 기아자동차와 삼성엔지니어링이 동시에 표적이 됐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이날 두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5년 안팎 주기로 실시하는 정기세무조사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2008년, 삼성엔지니어링은 2006년에 각각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국세청은 기아차의 경우 오는 10월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은 9월까지 각각 6개월, 5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역시 통상적인 정기조사보다 긴 기간이다.

국세청은 4대기업 외에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외식업체인 프로방스 등 프렌차이즈업체와 국제약품, 유한양행 등 의료업체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이 조사대상에 이들 기업을 끼워넣은 것은 대기업 압박이라는 반발과 저항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조사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세청이 지난달 완료된 삼성전자 정기세무조사에서 4700억원을 추징 낸 터라 더욱 그렇다. 국세청은 국내 본사와 해외 자회사 간 이전가격, 특히 지급보증 수수료에 초점을 맞춰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대기업 잇달아 세무조사
기간·강도 여느 때와 달라 숨은 의도 찾기 고심


문제는 이번에 조사받고 있는 LG전자와 기아차,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등 4개업체는 모두 해외사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조사방향 역시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특히 이전가격 조작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대표적인 세금 회피 수단으로 사용돼 온 만큼 털면 먼지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재계는 국세청이 맘먹고 털어낼 경우 막대한 추징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삼성전자 사례처럼 이전가격, 지급보증까지 문제 삼을 경우 자유로울 기업이 몇 개나 되겠느냐”며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국세청의 행보는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 동안 국세청이 정권 말 대기업 세무조사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 온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 정권 말에는 대기업 조사에 신중했지만 올해는 예년처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기업을 세무조사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일정표에 따른 정기세무조사일 뿐이라는 것. 그러나 재계의 생각은 다르다. 정기세무조사라는 명목 아래 진행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조사의 범위가 워낙 넓고 강도 또한 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세무조사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견해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A기업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맞물려 강도 높게 진행되는 세무조사를 어느 기업이 정기 세무조사라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재계는 현재 조사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여러 경로로 파악을 하고 있지만 뚜렷한 조사배경은 잡히지 않고 있다”며 “다만 대부분 기업들은 정부가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계 조사배경
확인에 분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안팎에선 조사의 배경을 놓고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레임덕 방지 ▲군기잡기 ▲곳간 채우기 등 모두 3가지 ‘설’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먼저 세무조사 시기가 집권 후반기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MB정부의 ‘정치일정’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레임덕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는 세정당국이 나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갖은 측근 비리로 좌초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침몰 속도를 최대한 늦춰 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MB정부는 그 동안 친기업을 표방해 왔다. 결국 재계마저 등을 돌린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것은 사실상 국정운영의 실패를 처참하게 확인하는 꼴이다. 때문에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세무조사의 칼을 들이댔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재계관계자는 “조사 기간만 5~7개월여에 달해 대선 직전인 11월쯤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사실상 기업 길들이기로 대선까지 옴짝달싹 못하게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중소기업 상생과 투자·고용 확대정책에 기대보다 비협조적인 대기업에 대한 ‘군기 잡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상생협력과 관련한 정부와 대기업 사이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레임덕 방지용 혹은 말 안 듣는 재계 군기잡기?
단순히 금융위기 후 텅 빈 곳간 채우기 가능성도

먼저 대·중소기업 상생을 목적으로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의 ‘이익공유제(협력이익배분제)’ 도입으로 앙금이 생겼다. ‘이익공유제’ 도입은 대기업들이 연초 목표이익을 세우고 연말 초과이익에 대해서는 협력사들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전경련 등 재계는 도입 자체를 거부해왔다. 결국 이익공유제는 대기업 자율 방식에 맡기는 쪽으로 기울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기업형 슈퍼(SSM)와 대형마트, 대형 프랜차이즈 등이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주적으로 꼽으면서 강제로 문을 닫게 했다. 이는 또 다시 영세상인 보호 입장과 소비자 선택권 저해 등 갖가지 논란을 낳으면서 정부와 재계는 팽팽한 대립각을 이뤘다. 일부 대형마트는 유통법에 적용되지 않는 쇼핑센터로 업종 변경을 추진하는 등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꼼수를 두기도 했다.

단순히 곳간을 채우기 위해 세무조사에 나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부는 어느 때보다 올해 세수에 목마른 상황이다. 내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유럽재정위기와 고유가 등 대외악재로 세입여건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4%대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1분기에 벌써 3.5%로 하향조정했고, 선진국 경제의 둔화에 따른 수출입 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대기업서 뜯을 경우
1조원대 세수입 가능

게다가 내수도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경우 세입예산의 큰 덩어리인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수입은 자연스럽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결국 해법은 덩치가 큰 대기업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5000억원에 가까운 삼성전자의 추징액에다 다른 대기업들에게 수백억원식 추징될 경우 1조원대 세수입도 가능하다.

이처럼 재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설에 불과하다. 세무조사의 배경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대해선 전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조사대상이 된 기업들은 잔뜩 웅크린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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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