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국세청 ‘재벌 압박’ 막전막후

정권말 느닷없는 ‘세풍’…까불다간 쓸려간다 “조심해”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재계 저승사자’ 국세청의 매서운 칼바람이 재계에 불어 닥쳤다.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기업이 잇달아 조사를 받고 있다. 재계는 이번 조사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세청은 정기조사라는 입장이지만 그 기간과 강도가 여느 때와 달라서다. 그야말로 먼지 하나까지 털어내겠다는 기세다. 바짝 긴장한 재계는 조사 배경을 찾고 있지만 딱히 이렇다 할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당연히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는 상황. 국세청이 이제 막 삼성전자에서 4700억원을 추징해 낸 터라 더욱 그렇다.

최근 재계에 불어 닥친 국세청의 칼바람이 매섭다. 국세청은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동시다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작 1주일 사이에 4대 그룹 주요계열사를 차례로 털고 있다.
신호탄은 LG전자였다. 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달 23일 10여명의 조사요원을 투입해 LG전자 세무기본조사에 들어갔다. 형식은 정기세무조사이지만 추가로 2~3개 조사반이 투입될 가능성도 감지됐다. 조사기간도 5개월로 통상 3~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정기조사보다 길다.

신호탄은 LG전자
SK건설엔 조사4국

이어 지난달 25일엔 SK건설에 조사4국 요원 10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는 지난 1999년 한진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200여명을 투입한 이후 최대규모다. SK건설에 대한 세무조사는 조사4국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특별조사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특별세무조사 전담부서인 조사4국은 비자금 조성 혹은 탈세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 사전예고 없이 투입된다.

닷새 뒤인 30일에는 기아자동차와 삼성엔지니어링이 동시에 표적이 됐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이날 두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5년 안팎 주기로 실시하는 정기세무조사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2008년, 삼성엔지니어링은 2006년에 각각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국세청은 기아차의 경우 오는 10월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은 9월까지 각각 6개월, 5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역시 통상적인 정기조사보다 긴 기간이다.

국세청은 4대기업 외에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외식업체인 프로방스 등 프렌차이즈업체와 국제약품, 유한양행 등 의료업체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이 조사대상에 이들 기업을 끼워넣은 것은 대기업 압박이라는 반발과 저항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조사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세청이 지난달 완료된 삼성전자 정기세무조사에서 4700억원을 추징 낸 터라 더욱 그렇다. 국세청은 국내 본사와 해외 자회사 간 이전가격, 특히 지급보증 수수료에 초점을 맞춰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대기업 잇달아 세무조사
기간·강도 여느 때와 달라 숨은 의도 찾기 고심


문제는 이번에 조사받고 있는 LG전자와 기아차,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등 4개업체는 모두 해외사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조사방향 역시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특히 이전가격 조작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대표적인 세금 회피 수단으로 사용돼 온 만큼 털면 먼지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재계는 국세청이 맘먹고 털어낼 경우 막대한 추징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삼성전자 사례처럼 이전가격, 지급보증까지 문제 삼을 경우 자유로울 기업이 몇 개나 되겠느냐”며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국세청의 행보는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 동안 국세청이 정권 말 대기업 세무조사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 온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 정권 말에는 대기업 조사에 신중했지만 올해는 예년처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기업을 세무조사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일정표에 따른 정기세무조사일 뿐이라는 것. 그러나 재계의 생각은 다르다. 정기세무조사라는 명목 아래 진행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조사의 범위가 워낙 넓고 강도 또한 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세무조사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견해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A기업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맞물려 강도 높게 진행되는 세무조사를 어느 기업이 정기 세무조사라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재계는 현재 조사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여러 경로로 파악을 하고 있지만 뚜렷한 조사배경은 잡히지 않고 있다”며 “다만 대부분 기업들은 정부가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계 조사배경
확인에 분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안팎에선 조사의 배경을 놓고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레임덕 방지 ▲군기잡기 ▲곳간 채우기 등 모두 3가지 ‘설’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먼저 세무조사 시기가 집권 후반기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MB정부의 ‘정치일정’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레임덕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는 세정당국이 나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갖은 측근 비리로 좌초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침몰 속도를 최대한 늦춰 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MB정부는 그 동안 친기업을 표방해 왔다. 결국 재계마저 등을 돌린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것은 사실상 국정운영의 실패를 처참하게 확인하는 꼴이다. 때문에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세무조사의 칼을 들이댔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재계관계자는 “조사 기간만 5~7개월여에 달해 대선 직전인 11월쯤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사실상 기업 길들이기로 대선까지 옴짝달싹 못하게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중소기업 상생과 투자·고용 확대정책에 기대보다 비협조적인 대기업에 대한 ‘군기 잡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상생협력과 관련한 정부와 대기업 사이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레임덕 방지용 혹은 말 안 듣는 재계 군기잡기?
단순히 금융위기 후 텅 빈 곳간 채우기 가능성도

먼저 대·중소기업 상생을 목적으로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의 ‘이익공유제(협력이익배분제)’ 도입으로 앙금이 생겼다. ‘이익공유제’ 도입은 대기업들이 연초 목표이익을 세우고 연말 초과이익에 대해서는 협력사들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전경련 등 재계는 도입 자체를 거부해왔다. 결국 이익공유제는 대기업 자율 방식에 맡기는 쪽으로 기울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기업형 슈퍼(SSM)와 대형마트, 대형 프랜차이즈 등이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주적으로 꼽으면서 강제로 문을 닫게 했다. 이는 또 다시 영세상인 보호 입장과 소비자 선택권 저해 등 갖가지 논란을 낳으면서 정부와 재계는 팽팽한 대립각을 이뤘다. 일부 대형마트는 유통법에 적용되지 않는 쇼핑센터로 업종 변경을 추진하는 등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꼼수를 두기도 했다.

단순히 곳간을 채우기 위해 세무조사에 나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부는 어느 때보다 올해 세수에 목마른 상황이다. 내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유럽재정위기와 고유가 등 대외악재로 세입여건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4%대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1분기에 벌써 3.5%로 하향조정했고, 선진국 경제의 둔화에 따른 수출입 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대기업서 뜯을 경우
1조원대 세수입 가능

게다가 내수도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경우 세입예산의 큰 덩어리인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수입은 자연스럽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결국 해법은 덩치가 큰 대기업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5000억원에 가까운 삼성전자의 추징액에다 다른 대기업들에게 수백억원식 추징될 경우 1조원대 세수입도 가능하다.

이처럼 재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설에 불과하다. 세무조사의 배경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대해선 전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조사대상이 된 기업들은 잔뜩 웅크린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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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