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③>연말연시 서민들의 고달픈 애환<돌격르포>

“하루벌이 하루살이에 쓴 소주만 들이켜요”


흉흉한 시국으로 다소 썰렁하긴 해도 연말은 연말이다. 백화점은 세일이 끝나기 전 겨울옷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유흥업소가 즐비한 골목은 취객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게 흥청망청한 분위기는 남의 나라 일일 뿐이다. 경제가 휘청거릴 때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 서민들과 실직자, 노숙자, 노점상 등이 그들. 이들에게 연말은 새해엔 나아질 거란 희망조차 품기 어려운 추운 날들이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으려 동분서주하는 대리운전기사, 구직을 위해 쓸개까지 빼놓은 실직자, 내일의 일거리가 보장되지 않아 밤마다 쓴 소주를 삼키는 일용직 노동자 등 처절한 연말을 보내는 이들의 사연을 현장에서 들어봤다.

분주한 연말 분위기 속 생계걱정에 여념 없는 서민들
술자리 많은 연말 대목 노린 대리운전기사들의 힘든 일상
실업자 늘면서 대리운전기사, 노점 상인들 경쟁 치열해져
일정 수입 없는 실직자·노숙인 등 ‘더욱 가까운 불황’


10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반 강제로 퇴사하고 지난 10월부터 대리운전을 시작한 박모(37)씨. 그의 하루는 오늘도 해가 떨어진 뒤 시작된다.
지난 15일 저녁 7시, 그날도 어김없이 박씨는 PDA를 들고 강남 유흥가 골목에서 손님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평소대로라면 손님이 뜸할 월요일 저녁이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연말특수를 누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햇다.

대리운전자 늘어나
대목특수 사라져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도 PDA는 울리지 않았다. 초조감이 극에 달할 무렵 첫 번째 ‘오더’가 왔다. 내용은 ‘강남역-신설동 15K’. 강남역에서 신설동까지 1만5000원이란 뜻이다.
박씨는 콜센터 접수를 마치자마자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부리나케 강남역으로 이동, 얼큰하게 취한 남자손님을 태웠다. 무사히 첫 번째 손님을 집까지 태워준 뒤 1만5000원을 받은 박씨는 벤치에 앉아 다음 손님을 기다렸다.
마침 인근에 있는 손님으로부터 주문이 왔고 웬 횡재냐 싶었던 박씨는 급히 손님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이미 손님은 먼저 온 대리운전 기사의 차를 타고 떠난 뒤였다. 대리운전을 부르는 사람들은 몇 개 업체에 전화를 걸어 먼저 오는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일이 허다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었다.

그 후 박씨는 용산에서 일산으로, 마포역에서 강서구청 등으로 불려 다니며 5건의 대리운전을 해 새벽 5시경 약 8만원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택시비와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 식사비 등을 제하고 4만원가량의 순수익을 손에 넣은 채 지친 몸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박씨는 “그나마 연말이라 손님이 좀 있는 편이어서 집사람에게 몇 만원이라도 쥐어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박씨와 같은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연말은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취객이 늘어나는 대목일 뿐이다.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 해맞이 등의 행사는 이들을 설레게 하지 않는다. 더 많은 이들이 흥청망청한 연말을 보내 PDA가 한 번이라도 더 울려주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연말특수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리운전업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데다 실직 등의 이유로 대리운전기사를 택한 이들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전국대리운전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30일 기준으로 전국의 대리운전자 수는 7만6000여 명이다. 이는 지난 6월과 비교해 5000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암암리에서 활동하는 대리운전기사가 적지 않은 만큼 얼마나 많은 이들이 대리운전 업계에 뛰어들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자 허탕을 칠 뿐만 아니라 쓸모없는 지출만 하고 돌아오는 대리운전자들도 허다하다. 대부분 대리운전 이용자들은 몇 군데의 업체에 전화를 건 뒤 가장 먼저 오는 대리운전자에게 자신의 차를 맡긴다.
때문에 기동성 싸움에서 진 운전기사들은 허탕을 칠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택시비만 낭비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심지어 대리운전업체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집단 폭력사태로 이어지는 사건 등이 이를 말해 준다.

여성 대리운전자의 경우 더 큰 고충을 감수하며 밤거리를 나선다. 술에 취한 남자손님들이 공공연히 보내는 야릇한 시선과 짓궂은 농담 등을 견디는 것은 여성 대리운전자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때로는 시선과 언어성희롱에서 그치지 않고 육탄공세를 펴는 취객도 있는 것이 현실.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운전대를 잡게 됐다는 대리운전 경력 6개월 차의 주부 이모(35)씨. 처음엔 뭇 남성들의 농담을 받아주는 것이 몸의 피로함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성적농담에 대응하는 요령도 터득했다. 그러나 지난달 손님에게 당한 성추행으로 큰 충격을 받고 결국 대리운전을 그만두게 됐다.

여성운전자에 쏟아지는
야릇한 시선과 짓궂은 농담

그날 밤도 술에 얼큰하게 취한 남자손님을 옆자리에 태우고 가던 이씨. 점잖은 인상에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손님을 본 그녀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차가 출발하기가 무섭게 그 남성은 이씨에게 “2차 한번 가자”는 제안을 한 것.
놀란 이씨는 애써 웃으며 거절을 했지만 남성은 계속해서 2차를 요구했다. 결국 그녀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그 남성은 이씨의 팔을 잡아 당겨 끌어안은 뒤 가슴을 만지려고 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남성을 밀어낸 뒤 도망치듯 차에서 빠져나왔다.
이씨는 “그날 이후로 대리운전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술에 취하면 모든 여자를 업소의 여자로 보는 남성들이 있는 한 여자가 대리운전을 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들뜬 연말분위기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또 다른 이들은 구조조정 등으로 실직하거나 사회에 나오기도 전 불합격이란 쓴잔만을 마시고 있는 구직자들이다. 하루아침에 백수로 전락하거나 면접의 기회조차 뜸한 이들에게 연말은 우울하기만 하다.
올 10월 아빠가 된 이모(28)씨는 그야말로 막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0일 잔치를 하기도 전 실업자 신세가 돼 분유값 걱정을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1년 전 한 무역업체에 취직해 15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며 세 식구의 가장이 된 이씨. 늘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전셋집이나마 보금자리가 있고 직장이 있고 가족이 있다는 것에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 사장은 지난달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말이었다. 갑작스런 해고통보에 정신이 아득했던 이씨에게 사장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 아기 기저귀 값이라도 하라며 두 달 치 월급을 넣어 줬던 것.
회사가 기울어가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데다 자신을 친자식처럼 아꼈던 사장의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씨는 눈물을 머금고 사무실을 나와야 했다.

그는 그 후 건설현장을 찾아다니며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거리를 찾기가 어려워 공치는 날이 늘어간다고 한다. 이씨는 “젊은 놈이 처자식 굶기겠느냐며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어린 딸아이를 보고 있으면 눈물부터 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장모(25·여)씨도 초조한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는 이들 중 하나다. 대학 4년 동안 대기업취업만을 목표로 달려왔던 장씨. 그러나 대학시절 동안 취업을 위해 쌓아왔던 각종 이력과 결과물로 밤을 새워 이력서를 작성해도 서류전형조차 통과되지 않자 눈높이는 차츰차츰 낮아졌다.
이제는 중소기업은 물론, 초대졸 사원을 모집한다는 기업에도 서슴없이 원서를 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수십 개의 기업 중 면접시험의 기회를 준 업체는 단 두 곳. 두 업체에서도 장씨는 퇴짜를 맞았다.

넉넉지 못한 집안형편에 취업재수는 꿈도 꾸지 못한다는 장씨는 오늘도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취업사이트와 취업박람회 등의 정보를 검색하며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또 고친다. 내년엔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대폭 줄인다는 가슴 철렁한 뉴스는 마음 편히 눈조차 붙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장씨는 “졸업 전 취업해 졸업식 날 부모님에게 사각모를 씌워 드리는 것이 꿈이었는데 졸업식장에도 가지 못할 것 같다”며 “왜 하필 올해 졸업해 사회에 발을 들이기도 전 절망감부터 맛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장사를 하는 노점상인에게도 이 겨울은 유난히 춥다. 경기도 부천에서 5년째 붕어빵을 구워 파는 남모(46·여)씨는 어느 해보다 수입이 줄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남씨가 장사를 하는 장소와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붕어빵 노점상이 3개나 생긴 탓이다.
재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000원에 4개의 붕어빵을 팔고 있는데 비해 인근의 한 노점상은 1000원에 무려 8개의 붕어빵을 주고 있어 경쟁에서 밀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근처에 20대 여성 2명이 다코야끼라는 일본과자를 구워 팔아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어 손님의 발길이 한층 더 뜸해졌다고 한다.

남씨는 “손님을 끌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팔 수도 없고 장사를 그만둘 수도 없으니 하루하루가 힘들기만 하다”며 “내년에 대학교에 가는 첫째아들을 생각하면 한숨만 늘어간다”고 토로했다.
강추위와 싸우며 한뎃잠을 자는 노숙인들에게도 이번 연말이 달가울 리 없다. 서울역, 잠실역, 영등포역 등 노숙인의 메카(?)로 자리 잡은 곳에는 대낮부터 소주병을 끼고 행인 사이를 지나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추위가 거세질수록 종이상자와 신문지로 몸을 감싼 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모여 들어 술로 추위와 절망감을 떨치고 있었다.

실직자 증가하면서
노숙인, 노점상도 늘어

갈수록 더해가는 불황은 20~30대의 청년들과 여성들까지 거리로 내모는 등 노숙인들의 풍경을 바꿔놓기도 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초가 되면 노숙인들의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거리생활을 하기 전 PC방이나 고시원, 쪽방 등을 전전하다 길거리로 나오는데 현재 이 장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짐작케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도 보일러를 틀 형편이 되지 않아 냉방에서 두꺼운 이불 몇 장에 의지해 생활하는 쪽방촌 노인들, 보증금이 없어 언제 터질지 모를 사건에 대한 불안감을 안은 채 고시원에서 지내는 노동자들, 일거리를 찾으러 새벽부터 인력시장에 나선 이들 등 서민들의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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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