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사건으로 본] 대한민국 토막살인 총정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4.17 11: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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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질을 시작했어, 비명이 새어 나가지 않게…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일종의 선진국형 범죄라는 ‘묻지마 살인’이 우리나라에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이 말해주듯 외력에 의한 죽음, 즉 살인은 다양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살인행각은 사후처리문제를 낳게 된다. 사체가 범인을 검거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 이에 많은 증거를 담고 있는 사체에 대한 처분이 많은 범죄자들의 숙제로 남았고, 이는 결국 토막 살인으로 이어져 왔다. 세상에서 가장 극악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토막살인. 날로 흉포해지는 대한민국의 토막 살인을 총망라했다.

오원춘(42). 경기도 수원시 20대 여성의 사체를 280여 조각으로 나눈 희대의 살인범이다. 수십 년간 범죄 현장을 지켜봐온 현장관계자들과 범죄 심리 전문가들도 이렇게 참혹한 광경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범행 수법은 처참했다.

때문에 그가 무엇 때문에 이처럼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과거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엽기적인 토막 살인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토막 살인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토막 살인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은 부인이 남편을 두 토막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2년 3월 23일 용강군 지문면 문성리에서 부인 정성녀(35)씨가 동침 중이던 자신의 남편의 목을 찍어 죽이고 사체를 두 토막 낸 사건.

당시 정씨는 사체 옆에 앉아서 태연히 바느질을 하다가 자수하였으며,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형랑 구형시 정씨의 언행을 근거로 삼아 정신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후 다시 토막 살인이 이슈화된 시점은 1990년대 이후다. 1990년 4월 15일 인천에서 동거녀를 토막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정영규(32)씨는 동거 중이던 박문숙(36)씨와 심하게 다툰 뒤 잠자는 박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달아났다. 그로부터 3일 뒤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쇠톱 등으로 시신을 토막 내 비닐포대에 넣은 뒤 부엌 연탄 옆에 숨겨놓고 달아났다. 

1997년 9월 4일 대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정자(33·여)씨는 자신의 집에서 동거 중이던 우성철(38)씨와 심하게 다툰 뒤 우씨가 잠들자 목 졸라 살해했다. 김씨는 우씨의 시체를 토막 낸 뒤 아이스박스에 넣어 5일 동안 보관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하다 자수했다. 

자신의 회사 여경리를 토막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1998년 11월 10일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유령회사를 운영하던 박래용(43)씨는 여자 경리의 재정보증금을 노리고 목 졸라 살해했다. 박씨는 쇠톱 등으로 시신을 네 토막 낸 뒤 머리와 양손은 인근 야산에 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잡고 흔든
엽기 토막살인사건

2000년대 부터 토막 살인은 그 대상과 살해이후 사체절단 등에서 더 잔혹하게 진화했다. 2000년 5월 21일 경기도 과천에서는 ‘친부모 토막살해’라는 패륜범죄가 발생해 전국이 큰 충격에 빠졌던 적이 있다.

세칭 일류대에 다니던 이은석(24)씨는 가정에 무관심한 아버지, 신경질적이고 이유 없이 학대하는 어머니, 부모의 애정을 독차지하는 형에 대한 불만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

21일 새벽 이씨는 만취한 상태에서 둔기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이어 아버지를 살해했다. 이씨는 살해 후 아버지를 10토막, 어머니를 11 토막을 내고 내장이 너무 많아 부피를 줄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넣어 태우려고 했으나 잘 타지 않자 꺼내어 비닐봉투에 따로 담은 뒤 집 근처 중앙공원 쓰레기통 등 10여 곳에 내다버렸다.


2003년 인천에선 헤어진 애인의 남자친구를 닮았다는 이유로 20대 남자를 살해한 뒤 자신들이 성폭행한 여성이 보는 앞에서 시체를 토막 낸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구치소 동기인 민모(27)씨와 강모(25)씨는 2003년 1월 11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 구 버스터미널 앞에서 자가용 영업 운전기사 오모(26)씨를 만나 강릉으로 가던 중 오씨의 승용차를 뺏고 오씨를 트렁크에 감금했다.

1932년 국내 첫 토막 살인부터 ‘수원 토막살인’까지
‘두 토막’에서 ‘280여 조각’으로 잔혹하게 진화

오씨를 데리고 인천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다음날 오전 오씨가 탈출을 시도한데다 강씨 전 애인의 남자친구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주먹과 둔기로 마구 때려 살해했다.

이어 이들은 13일 오후 인천의 한 화상채팅방에서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정모(32·여)씨를 월미도에서 만나 납치한 뒤 5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250만원을 빼앗았다.

특히 이들은 정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15일 오전 4시께 집에 보관 중이던 오씨 시체를 꺼내와 정씨가 보는 앞에서 20여 개로 토막 내고 사진을 찍은 뒤 "너도 토막살인 공범이니 신고 할 테면 해봐라"며 엽기 행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7월 29일 경남 마산에서는 모녀가 남편이자 아버지를 토막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인 고모(55)씨와 정형외과 간호사이던 딸 손모(26)씨는 29일 오후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죽인다"며 흉기로 위협하는 손모(53)씨의 흉기를 빼앗아 살해했다.

이후 완전 범죄를 노려 집안 욕실에서 사체를 10등분으로 토막 낸 뒤 팔 등 일부 사체토막은 집근처 공원에, 머리 부분 등은 범행 다음날 렌터카를 이용해 야산에 각각 유기했다. 특히 이들은 사체가 발견되더라도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사체의 손가락에서 지문을 도려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2005년 6월 17일에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집 안에 묻어 숨겨두고 3년간 함께 지내다가, 내연녀까지 살해한 인면수심의 6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목수 일을 하던 권모(66)씨는 2002년 10월 28일 집 뒤편 목공소에서 아내 손모(58)씨와 도박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손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안방 바닥을 파고 시신을 묻었다.

이어 2003년 1월에는 집 보수공사를 하면서 아내의 시신을 토막 내 안방과 거실 현관 쪽에 각각 묻었고, 당시 아내를 살해한 뒤 가출신고를 하고 3년 동안 시신이 묻혀있는 집에서 혼자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경악케 했다.


범행을 은폐해오던 권씨는 빌린 돈 1억여 원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연관계이자 친구인 부인인 서모(63)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006년에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토막살인 한 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2006년 10월 2일 경기도 고양시에선 바람난 아내와 이혼을 협의하다 홧김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바다와 강 등에 유기한 김모(47)씨가 붙잡혔고, 2006년 10월 11일에는 강화도의 한 포구 근처에선 훼손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됐는데 이 역시 4번이나 바람피운 아내를 눈감아 주었지만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토막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에도 토막 살인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공공시설인 지하철역에 연인이던 여성의 토막시신을 유기했던 안산 토막살인 사건, 일산 육군 중사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토막 살해한 사건, 현직 목사가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뒤 토막 낸 사건, 미혼모가 자신의 아이를 질식사 시킨 뒤 토막 내 화장실 변기에 버린 사건 등 이다.

토막 살인을 자행한
기막힌 이유는?

그렇다면 왜 이렇게 끔찍한 토막 살인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걸까. 이에 앞서 살인자들의 살해 대상과 동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살인범에 대한 감정사례를 분석한 정신의학자의 연구논문을 보면 살해대상자는 부모, 형제, 친척, 이웃 등으로 자신과 보다 가까운 대상이 선택되며 아주 낯선 대상이 선택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낯선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주 낯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망상과 유관한 대상이기 때문에 아주 무관한 대상만은 아니 라는 것. 예를 들면 가정 내 살인인 경우가 57%, 지인간이 32%, 무지인(면식이 없는)이 11%라고 한다.

2000년대 이후 발생했던 과천 친부모 토막 살인사건, 또는 마산 모녀 토막살인 사건 등이 적합한 예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안전을 방해하면 그 방해물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무의식이 잠재되어 있는데 그러한 충동, 격정, 억압된 감정이 어느 땐가는 표출된다.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람들은 질투와 반감 미움 그리고 분노와 함께 공포에 이르게 된다. 가정이 사랑의 보금자리가 아닌 ‘지긋지긋한 곳’이라던 친부모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이씨의 범행 동기가 그랬고, 수십 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마산 토막살인 사건의 두 모녀 역시 같았다.

그러나 최근엔 살해 대상자가 불특정 다수가 되거나 특별한 동기 없는 살인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은 가해자ㆍ피해자가 발견되지 않거나 혹은 범죄 상황이 복잡한 요소들로 둘러싸여 그 원인을 결정지을 수 없는 완전히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살인이며, 이유 없는 살인이라고도 한다.

지난 1일 발생한 수원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적합한 예이다. 이 같은 살인범들이 나타내는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냉담하고 무감각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예로 오원춘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태연한 얼굴로 시신을 나눠 담을 까만 봉투를 구하러 다녔다는 것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여성이 재수가 없었던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남편·애인·동거녀·여경리 등 주변서 불특정 다수로
왜 토막살인인가, “단순 운반 목적…쾌락 느끼기도”

결과적으로 이렇게 벌어진 살인이 잔혹한 토막 살인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시체를 처리해야하는 가장 큰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토막 살인이 이뤄지면 토막 난 사체를 찾아내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그렇다보니 일부 살인자들은 사체절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토막 살인이 미제 사건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토막살인 이라는 그 범죄 행위 자체에 관심이 집중되어 무조건 피의자를 엽기적인 살인마라든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로 매도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토막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범인이 포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체를 주위 사람들 몰래 처리하기 위해 토막을 낸다는 것이 수사관들의 공통된 진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싸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 유영철처럼 시신을 자르면서 흥분을 느끼는 쾌락살인을 느끼는 자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론 토막살인 이라는 범죄행위 그 자체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토막 살인이 왜 발생하였는가, 토막 살인한 범죄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왜'라는 물음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범인, 아니 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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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