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촛불시위 때문에 지원관실 만들어졌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3: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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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지난해 이른바 ‘제3노총’(국민노총) 출범에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배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임 전 실장은 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은 2008년 ‘촛불시위’에 참여한 공기업 임원과 노조 등을 손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제3노총의 배후에 정부가 있고 ‘촛불 잡도리’를 위해 지원관실이 출범했다는 추측은 무성했으나,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가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일 인터넷 정치웹진 <투포> 논객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이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정책보좌관을 지낸 이동걸씨를 ‘이영호의 사람’으로 분류하며 “이동걸은 이영호를 통해 (이명박) 캠프에 합류했고, 노동부에 정책보좌관으로 갔으며 정책보좌관으로 가서는 제3노총을 만들 때도 이영호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3노총 출범에 이 보좌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 전 비서관이 이를 지원했다는 얘기로 읽힌다.

임 전 실장은 “노동부 출신들이 사찰을 주도한 계기에 대해 들은 바는 이렇다”며 말문을 연 뒤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실에 감찰팀(조사심의관실)이 있었으나 2008년 MB정부 출범 이후 이 팀을 없앴는데 2008년 5월부터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며 “그때 촛불시위에 가장 조직적으로 동원했던 조직이 공기업 노조라는 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해 나갔다.

임 전 실장은 “그러자 공기업 사장들은 뭐 하냐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당시 공기업 사장들은 모두 지난 정부 때 임명된 사람들이었는데 이영호(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이를 잡고자 총리실에 공기업 사장들에 대한 감찰을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MB 정부 핵심 인사가 확인한 것 처음, 논란 계속
민간인 사찰 터지자 MB “법대로 처리해라” 지시

그는 이어 “이영호는 행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이를 분쇄하겠다며 강하게 밀어붙인 것 같다”며 “그러나 총리실에서는 조직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고, 이 과정에서 초기에 규정이 없는 업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불법 또는 편법 활동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임 전 실장은 그 뒤 “총리실 담당자가 정식으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하여 대통령 훈령으로 감찰팀(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었고, 감찰팀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이영호 팀이 주도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임 전 실장은 “(2010년) 이 사건(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터지고 대통령께서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물었다”며 “그래서 말씀 드렸더니 ‘전환기 때 생긴 문제구먼, 처벌받을 사람은 처벌받고 법대로 처리하라고 그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한편 민간인 사찰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지난 10일 장진수 전 주무관 등에게 건넨 변호사비용인 ‘4000만원’ 모금에도 참여한 이우헌 코레일유통 상무(공인노무사)를 불러 이영호 전 비서관의 지시 여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이 상무가 이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장 전 주무관 ‘입막음’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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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