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지난해 이른바 ‘제3노총’(국민노총) 출범에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배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임 전 실장은 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은 2008년 ‘촛불시위’에 참여한 공기업 임원과 노조 등을 손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제3노총의 배후에 정부가 있고 ‘촛불 잡도리’를 위해 지원관실이 출범했다는 추측은 무성했으나,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가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일 인터넷 정치웹진 <투포> 논객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이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정책보좌관을 지낸 이동걸씨를 ‘이영호의 사람’으로 분류하며 “이동걸은 이영호를 통해 (이명박) 캠프에 합류했고, 노동부에 정책보좌관으로 갔으며 정책보좌관으로 가서는 제3노총을 만들 때도 이영호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3노총 출범에 이 보좌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 전 비서관이 이를 지원했다는 얘기로 읽힌다.
임 전 실장은 “노동부 출신들이 사찰을 주도한 계기에 대해 들은 바는 이렇다”며 말문을 연 뒤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실에 감찰팀(조사심의관실)이 있었으나 2008년 MB정부 출범 이후 이 팀을 없앴는데 2008년 5월부터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며 “그때 촛불시위에 가장 조직적으로 동원했던 조직이 공기업 노조라는 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해 나갔다.
임 전 실장은 “그러자 공기업 사장들은 뭐 하냐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당시 공기업 사장들은 모두 지난 정부 때 임명된 사람들이었는데 이영호(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이를 잡고자 총리실에 공기업 사장들에 대한 감찰을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MB 정부 핵심 인사가 확인한 것 처음, 논란 계속
민간인 사찰 터지자 MB “법대로 처리해라” 지시
그는 이어 “이영호는 행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이를 분쇄하겠다며 강하게 밀어붙인 것 같다”며 “그러나 총리실에서는 조직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고, 이 과정에서 초기에 규정이 없는 업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불법 또는 편법 활동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임 전 실장은 그 뒤 “총리실 담당자가 정식으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하여 대통령 훈령으로 감찰팀(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었고, 감찰팀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이영호 팀이 주도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임 전 실장은 “(2010년) 이 사건(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터지고 대통령께서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물었다”며 “그래서 말씀 드렸더니 ‘전환기 때 생긴 문제구먼, 처벌받을 사람은 처벌받고 법대로 처리하라고 그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한편 민간인 사찰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지난 10일 장진수 전 주무관 등에게 건넨 변호사비용인 ‘4000만원’ 모금에도 참여한 이우헌 코레일유통 상무(공인노무사)를 불러 이영호 전 비서관의 지시 여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이 상무가 이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장 전 주무관 ‘입막음’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