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표류하는 ‘방통호’ 새 선장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3.14 10: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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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방통위 ‘구원투수’ 될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이계철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첫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현재 방통위 수장 자리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후보에 오른 많은 이들이 손사래를 쳤다. 이런 가운데 이 위원장이 방통위 구원투수로 나섰다. 곡절이 많았지만 일단 방통호의 키는 잡았다. 그는 과연 ‘말 많고 탈 많은’ 방통위를 잘 추스르는 멋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한국통신 사장 역임하며 KT 민영화의 초석 다져
인사청문회 앞두고부터 이미 자질논란 일기 시작

이계철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등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전라북도 남원우체국장과 체신부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1994년부터 3년간 정보통신부 차관직을 수행했다.

이 위원장은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경영혁신의 적임자로 지목돼 1996년부터 5년간 KT의 전신인 한국통신 사장직을 역임했다. 이어 한국통신이 출자기관으로 전환된 1997년 12월에 초대 공채사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3년간 정통부
차관직도 수행

당시 이 위원장은 곧바로 경영진단을 실시했고, 1999년부터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는 결론을 접했다. 이에 정부투자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사장과 사업부서장 간에 경영목표를 세워 계약을 맺는 경영계약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하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또 24억9000만 달러의 해외 DR을 발행하는 등 KT 민영화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ISDN을 포기하고 ADSL로의 전환으로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 역시 이 위원장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 위원장은 당시 임기를 4개월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사장 사임을 놓고선 정부와의 불화설 등이 업계에 회자됐다. 정부 측이 희망해 온 동기식 IMT-2000 사업신청을 한국통신측이 거부한데 따라 정부와 마찰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 위원장은 “임기 전 사임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어떤 곳에서도 외압을 받은 적이 없다”며 “IMT 등 주요 현안들을 새 사장이 처음부터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국통신 사장에서 물러난 이 위원장은 이후 정보통신진흥원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현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전파진흥원(KCA) 이사장직을 역임하며 정보통신업계 연구 등을 총괄했다.

이 위원장은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던 지난달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이 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하면서 그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청와대는 이 위원장의 인선 배경에 대해 “철저한 자기관리와 강직한 성품으로 조직 내외로부터 신망이 높아 각종 현안을 해결해 나갈 적임으로 평가했다”며 “오랜 공직생활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중립적 위치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측에서도 이 위원장이 원칙과 소신을 강조한 인물인데다가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통 관료출신으로 정치색이 없기 때문에 무난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부터 자질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대부분 전문성과 도덕성 등에 대한 의구심이다. 특히 방통위가 최시중 전 위원장 및 정용욱 전 정책보좌관의 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상태여서 논란은 더욱 거셌다.

우선 이 위원장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KT와의 관계를 문제 삼았다. 이 위원장이 이석채 KT 회장이 정통부 장관이었던 시절, 차관을 맡았던 데다, 현재 이 위원장의 장남이 KT에 재직 중이어서다. 또한 이 위원장도 KT의 전신인 한국통신 사장을 역임한 후 KT의 퇴직 사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우회의 회장직을 맡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디어행동과 전국언론노조 등 시민단체 인사들은 “현 정부 들어 2G 서비스 종료 등의 사례를 봤을 때 방통위와 KT의 유착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이런 중에 KT 사장 출신이면서 이석채 회장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이계철을 임명하는 것은 편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기관에 근무 당시, 전 KTF 협력업체에 일하면서 3억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이 내정자가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이사장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장을 겸임할 당시 글로발테크에 근무하며 3억여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뇌물수수 의혹
고려대 출신도 문제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이 대통령의 ‘고대 인맥 챙기기’ 인사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또 드러났다는 지적을 받은 것. 또 정부가 강조한 이 위원장의 통신 분야 전문성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 위원장이 과거 정통부 차관을 지내는 등 다양한 정책 활동의 중심에서 일한 바 있지만 과거 정책들과 현재의 정책들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새로 배워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이처럼 이 위원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무난한 인사 통과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런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에서 소신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모진 매를 맞아야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장이 되면 검토해보겠다” “설명만 들었다” “(방통위 업무에)생소한 부분도 있다” “의원님들께서 처리를 해달라”는 식의 답변을 내놔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방송사 파업, KBS 수신료 인상, 미디어렙법 등 방송통신 현안에 대한 질의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취임하면 검토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수준이었다. 특히 후보자 임명 이후 인사청문회까지 방통위 설립의 근간이 된 방통위 설치법을 한 차례도 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위원장은 또 지난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유관 업체에 고문으로 근무하는 동안 받은 거액 고문료의 부적절성과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도 명쾌히 해명하지 못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준비가 덜 됐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안형환 의원은 “(질의한 현안들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공부를 좀 더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으며 정장선 의원은 “정연주 KBS 사장 사건에 대해서도 너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꼬집었다.

청문회서 소신 답변 내놓지 못하면서 모진 매
일단 취임은 했는데…현안 산적 “고생문 훤해”

김성동 의원 역시 “인사청문회는 이러저러한 계획을 펼치겠다는 소신을 말해야 하는 자리로 업무 숙지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계속 앞으로 취임하면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순형 의원도 이 위원장에게 방통위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고 나왔냐고 물은 후 “최소한 몇 가지 법률은 검토하고 나왔어야 했다”며 “전부 설명 들었다고만 하니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와이브로를 활성화 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답변에 이상민 의원은 “현재 개도국 몇 개국만 와이브로 사업을 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괜히 했다고 불만을 내놓는데 뭘 어떻게 활성화 하냐”며 “활성화 방안 찾기가 보물찾기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결국 민주통합당은 이 위원장에게 “무능 무책임 무소신 무철학 무비전의 ‘5무(無)인사’”라는 평가를 내리며 보고서 채택 거부를 선언했고, 여당 또한 총선을 앞둔 상황 속에서 6일로 예정됐던 회의를 단독으로 개최할 의지를 보이지 않아 보고서 채택은 자연스레 불발됐다.


결국 이 대통령이 국회 임명동의 없이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이 위원장은 지난 9일 오후 4시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향후 최 전 위원장의 잔여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2년가량 남아있지만 올해 대선 일정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연말까지 방통위원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장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코앞에 닥친 총선과 연말 대선에서 공정 방송을 구현하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방통위원장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가올 정치적 압박도 견뎌야 한다.

아울러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요구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과제다. 벌써 여권에서는 ‘통신비 20% 인하’가 선거공약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올 한 해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아날로그TV방송 종료와 디지털 전환 정책은 이 위원장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때문에 업무현황 파악과 추진을 동시에 해야 하는 강행군이 예상된다. 다만, 이 위원장이 정통부 차관 출신의 정통관료라는 점은 강점이다. 이밖에도 임시 봉합된 지상파방송 재송신 제도 개선이나 스마트TV로 불거진 망중립성 정책 마련, 와이브로 정책 결정은 올해 이 위원장이 반드시 풀어야 될 숙제다.

여야 합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

제도 미비로 사업자 간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재송신은 연말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있어 시급한 현안이다. 또 100만대가 보급된 스마트TV는 그 추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통신-인터넷·콘텐츠 업계 간 분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와이브로의 경우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과 맞물려 방통위가 LTE(Long Term Evolution)와 와이브로 간 4G 정책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방통위 수장 자리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후보에 오른 많은 이들이 손사래를 쳤다. 이런 가운데서 이 위원장이 방통위의 키를 잡았다. 곡절이 많았지만 일단 방통위호에 시동은 걸었다. 과연 이 위원장은 말 많고 탈 많은 방통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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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